공공미술 프로젝트
– 학생, 미술 수업의 중심에 서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 학생, 미술 수업의 중심에 서다

정윤정 천왕중학교 교사

5년차 된 새 학교 건물에 아이들 체취가 물씬 나는 따뜻한 학교공간을 만들어 보고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학생은 수업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하는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하면서 문제해결력을 길러 창의적인 감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먼저, 학기 초에 최근 새롭게 인기를 얻는 미술의 사례를 소개해주고, 아이들의 선호도를 파악하여 흥미 있는 주제와 방식을 선별하였다. 그 외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언급하여 학교 공간을 탐색, 실생활에서 문제를 발견한 내용을 제안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연간 프로젝트를 계획하였다.

게릴라 건축수업 <상상아지트>

 

프로젝트 유형 디자인챌린지
탐구질문 한 달간 200명의 학생들이 만들 수 있는 미술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상학년 및 기간 중1 미술, 8차시
탐구 과정 1학기 마지막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 의사와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수업으로 기획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한 수업이었다. 교사 주도적인 프로젝트나, 수업 전 과정을 이론부터 차근차근 친절하고 세세하게 안내하는 강의 방식을 벗어나 아이들의 자발성을 최대한 끌어내어 활동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2주 전부터 다음 차시 예고 시간에 아이들에게 5분씩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반마다 나온 의견을 칠판에 기록해두고, 다른 반 아이들이 그것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쳤다. ‘1학기 마지막 프로젝트 수업으로 뭘 하고 싶니?’, ‘200명의 학생들이 만들 수 있는 미술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반 아이들이 이것을 하자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A수업을 선택했을 때 다른 반 아이들이 싫다던데 어떻게 수정할까?’, ‘B를 만들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술실 예산으로 무엇을 사주면 좋겠니?’, ‘재료 구입목록 중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해 올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지?’ 2주간에 걸쳐 위의 질문을 수렴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활동 주제: 게릴라 건축 – 아지트 짓기
– 미술교사는 복도 빈 공간에 한 달 동안 아지트 건축물을 짓는다.
– 학생들은 3주간 아지트에 어울릴 만한 것을 상상해서 개인별, 모둠별로 자유롭게 창작한다.
– 어떠한 형태의 작품이든 허용하며, 4주차에 아지트에 전시설치 후 팥빙수 파티를 한다.
그동안 이런 수업형태는 처음이라 막막했지만, 아이들과 약속했으니 도전해보기로 했다. 먼저, 미술실 예산으로 사줄 수 있는 공통준비물 목록(우드락, 아이소핑크, 부직포, 지점토, 점핑클레이, 글루건, 박스전용칼, 열선커트기, 소음방지헤드폰)을 수합하여 일괄 주문해주고, 아이들은 종이박스와 기타 재료를 가지고 와서 제작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각자 공간을 탐색하고 상상했으며, 자신 또는 모둠이 설정한 과제를 설계하고 추진하였다. 제작과정은 평소 수업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었으며 열띤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온갖 재료탐색을 시작하면서 만들었다가 부수기를 반복하였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만드는지 내심 걱정되기도 하였다. 계획서와 무관하게 이것저것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지는 아이들도 있었고, 왁자지껄 크게 웃고 떠드는 가운데 서서히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느슨해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때는 “선생님이 뭘 도와줬으면 좋겠니?”라는 말로 다가가서 목표를 재설정하거나 비계를 제시하였다. 그 외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개별적으로 재료 사용을 물어보면 안내해주는 것과 안전사고에 대해 알려달라는 것 뿐이었다. 장르 구분 없이, 내용과 형식이 모두 다른 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고, 혹시라도 지나친 교사의 개입으로 상상력에 방해될까봐 참고 작품이나 자료 안내는 최소한으로만 알려주었다.
사실 제작과정에서 교사 1명이 전체 교실상황을 계속 살피며 재료 사용법을 수십 번 설명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분리수거와 뒷정리가 힘들었지만 더 큰 고민은 아지트를 어떻게 지을까라는 고민이었다. 아이들은 멋진 아지트를 상상하고 있을 텐데 정작 복도에선 다른 수업에 방해될까봐 망치질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난감했기에 온갖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캐노피 텐트 2개로 결정했다. 8평 남짓 공간이 2시간 만에 뚝딱 세워졌고, 집에 있는 놀이매트를 가져와서 바닥에 깔아주니 나름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4주차에 아이들이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을 안팎으로 전시하기 시작하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상상아지트>라는 간판을 달았고, 자기 작품이 빨리 끝난 학생들은 다른 팀을 돕거나 외관을 꾸며나갔다. 수업과정 사진과 인터뷰 동영상을 담아 빔프로젝트까지 설치하고 나니 딱 한 달이 걸렸다.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더위 속 상상아지트는 너무나 멋진 작품 그 자체였다. 복도나 강당에 작품만 덩그러니 전시를 하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구조적이었으며,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해진 선풍기, 토스트기, 뷔페식당, 노트북, 냉장고, 자판기, 조명, 사다리, 삼겹살 석쇠, 좋은 글귀, 명화액자 등은 매우 조화로웠으며, ‘심지어 이런 것까지도 만들었구나.’ 싶어서 대견스러웠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작품을 구경하고, 아지트에 옹기종기 엎드려 모여 수행평가를 하거나 잠시 수다를 떨고 가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마지막 정리, 철수 작업이었다. 아지트를 학기 내내 계속 유지하고 싶었지만, 방학 기간에 학교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여름방학 전에는 철거를 해야만 했다. 수행평가는 이미 다 끝났고, 아이들은 방학이 코앞이라 들떠있는 상황에서 철거를 도와줄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사실 몇 명이나 올까 싶었다. 그런데 한두 명의 학생들이 “철거하는 날은 학원 때문에 못 도와드릴 것 같으니 미리 도와드리면 안될까요?” 하며 묻기 시작하더니 다른 아이들까지 쉬는 시간에 와서 조금씩 돕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과 후에 20∼30명 되는 아이들이 새까맣게 몰려와서 반나절도 더 걸릴 것 같던 그 많은 물품과 쓰레기를 20여 분만에 후다닥 정리하고 남은 물품은 6층 옥상까지 개미처럼 줄을 서서 짐을 날라다 주었다. 포장 이사업체 직원을 부른 듯한 광경에 감동 그 자체였다. 뒷정리는 늘 교사 몫이었는데, 아이들이 땀흘리며 배시시 웃으며 묻는다.

“선생님, 우리 다음에는 또 뭐 만들까요?”

평가 및 응용하기
<상상아지트> 수업은 디자인 챌린지 수업으로 가능한 한 수업에 제약 조건을 제거하고 열린 형태로 진행한 수업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의사와 선택권을 존중함으로써 학습동기가 높아졌으며,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는 과정이 돋보였다. 미술시간에 그리기, 만들기를 싫어하여 참여가 부진했던 학생들까지 원하는 형태로 수업에 참여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수업 태도가 좋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이 다음 2학기 미술 수업에 대한 기대감과 미술에 대한 인식 개선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나 역시 그동안 형식에 얽매인, 정형화된 수업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맛본 수업이었다. 다음에 아지트 만들기를 다시 하게 된다면, 수학, 기술과 협력하여 공간면적 계산, 입체도형을 응용한 아지트형태, 상호지지구조와 같이 기술적인 방식에 대한 이론 설명 등을 추가한 융합수업을 기획할 예정이다.

우리들의 일상 모습 담아내기 – 테이프 캐스팅

프로젝트 유형 사이드 디쉬 프로젝트 (side dish project)
탐구질문 우리들의 일상을 입체 작품으로 표현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조건: 저렴할 것, 가벼울 것,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을 것)
대상학년 및 기간 중1 미술, 8차시
탐구 과정 입체작품 제작과정은 재료를 다루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노동집약적인 활동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1 아이들과 함께 손쉽게 할 수 있는 입체표현 방법이 무엇인지 안내하고 탐색하여, 그중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테이프캐스팅을 하기로 했다. 테이프는 찰흙, 지점토, 석고붕대 등을 이용할 때보다 쉽게 제작가능하며,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4월에 3주간 진행하였으며, 5명으로 구성된 모둠이 산책, 체육시간, 운동회 등의 주제를 선택하여 반별로 5명의 인물을 제작하여 학교 곳곳에 10여 군데 설치하였다. 테이프를 온 몸에 감아 사람 형상으로 제작하는 과정은 역동적이었으며, 인물 한 명이 만들어 질 때마다 아이들은 매우 흥미진진해 했다. 전시 결과 중학교에 올라와서 첫 작품을 학교 곳곳에 전시하게 된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놀이와 미술-레인웍스(Rain Works)

프로젝트 유형 사이드 디쉬 프로젝트(side dish project)
탐구질문 무더운 초여름, 장마를 기다리게 하는 시원한 수업이 없을까?
대상학년 및 기간 중1 미술, 4차시
탐구 과정 5~6월 무더위가 시작되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슬슬 늘어지고 지쳐가게 마련이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시원한 미술수업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얘들아~ 시원한 미술 수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개 얼음을 이용한 작품부터 선풍기, 에어컨, 바람, 물 등을 이용한 작품 등을 생각해내곤 한다. 이때, 아이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긍정과 더불어 상상으로 완성될 작품을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유사한 작가 작품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수업 레인웍스에 대한 제안을 하였다. 레인웍스는 스텐실 판화에 대한 원리와 방법을 이해한 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응용 수업을 한 것이다. 먼저 종이에 구멍을 뚫고, 초코파이와 슈가파우더를 이용하여 판화 수업을 한 시간 한 후에 다시 같은 방식으로 조별 협동 작업으로 밑그림을 크게 그린다. 다음에 학교 옥상에서 방수스프레이로 스텐실을 제작하는 것이다. 나중에 비가 왔을때, 그림 부분은 젖지 않아 바닥에 그림이 보이게 되는데, 아이들이 모여 학교옥상, 주차장, 학교 등굣길 등에 비가 오는 날에만 보이는 특별한 그림이나 메시지를 학교 곳곳에 숨겨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조리를 나눠주면서 다른 반 아이들이 숨겨놓은 작품을 찾아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신나게 놀면서 감상까지 하는 수업이었다.

<나무와 우리> 프로젝트

프로젝트 유형 뷔페 프로젝트, 실생활 문제해결
탐구질문 죽어가는 가로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상학년 및 기간 중 1 미술, 4주간
탐구 과정
천왕중학교가 위치한 천왕동은 그린벨트를 개발한 미니신도시라 학교 안팎의 나무들이 모두 신생 나무로 가늘고 몹시 빈약한 상태였다. 간혹 말라죽거나 병들어 봄에 새로 심은 나무도 있다 보니 겨울 아침 등굣길은 더없이 휑해보였다. 그래서 나무를 병충해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나무에게 옷을 입혀서 등굣길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뜨개질, 환경 캠페인, 나무 조형물제작 등은 나무와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주제로 각자 스스로 희망하는 활동을 계획하여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버려지는 자투리 나무로 환경조형물을 제작하거나 릴레이 뜨개질의 경우 한 달간 20여 그루의 나무 옷을 만들어 무지개 등굣길을 완성하였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되돌아보며

복도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선생님~ 옥상에 레인웍스는 잘 있어요? 비오면 또 보러 가요?”, “입학식 때 엄마가 나무옷이 신기했대요.”, “벽에 걸려있는 작품은 어떻게 만든 거예요? 우리 학교가 예술중학교로 보여요.”, “미술이 재미있어요.” 라며 던지는 기분 좋은 관심들이 쌓여간다.
게다가 올해는 동료 교사가 학교 로비에 미술로 학교문화바꾸기 프로젝트를 펼치고, 아이들은 이곳을 무대로 런치 공연, 댄스 공연 등을 게릴라 형식으로 진행하여 학교 일상이 축제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3년 전 처음 아이들과 꼼지락거리며 시작한 미술 프로젝트 수업이 학교 복도의 표정을 바꾸고, 등굣길을 바꾸고, 무관심하던 옥상은 나와 친구들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소소한 나비의 날갯짓이 새로운 학생 문화로 거듭나는 데 밑거름이 된 것 같아 내심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