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입은 시민’,
휘봉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자치활동

|강지수

학교는 ‘민주시민교육의 장’을 넘어, 학생들이 ‘현재 민주시민으로 생활하고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학교의 모습이자 모든 교육활동의 기본철학으로 탄탄히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학생자치는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몸으로 익히는 데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1. 학생자치 성공에는 학교장과 교사들의 지지가 가장 큰 응원군

우리 학생회는 학교장과 연 2회 정기 간담회를 갖는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이 자리는, 학교의 최고 책임자가 학생자치를 적극 지지한다는 중요한 메시지가 되고, 이 자리에서 제시된 의견을 학교운영에 최대한 즉각 반영하고 있다. 가령 하교시간에 학교 후문을 개방해 달라는 요청은 학생회 총무부와 학생생활교육부 교사와의 협의를 거쳐 바로 시행되었다. 6기 학생회의 공약사항이었던 하절기 체육복 반바지 등교를 허용하는 과정도 전체 구성원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당초 요구 사항은 생활복 반바지 제작이었으나 신청 학생이 적고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문제가 되자, 학생회가 체육복 반바지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것에 착안하여 이것으로 대체하자는 의견을 제시해 즉각 반영되었다. 이러한 소통과 의사 반영 체계는 학생들의 자부심과 소속감을 높이는 데 매우 유효하게 작동한다. 우리가 학생자치활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은 교육경력이 높은 창의체험부장 교사가 직접 학생회를 맡아 지도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전체간담회

2. 모든 학생의 참여를 이끄는 학생회 활동

가. 학생회와 학급자치, 소통과 자율로 움직이는 기구

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이며 그 힘은 학생 전체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도록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생회 선거를 일회성 흥밋거리가 아니라 1년 동안 자신들을 대변할 중요한 기구를 직접 구성한다는 의미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 회장단 후보들의 정책토론회는 마치 대선후보의 TV 정책토론처럼 정교하고 수준 높게 구성되어 있고, 전체 학생은 이를 방송으로 시청한다. 2주 간의 선거전과 투표 당일 당선자들이 떨어진 후보를 배려해서 환호를 자제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승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를 생각할 줄 아는 학생회장단은 여러 가지 서툰 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대의기구가 되었다. 6기 자치부장인 최00 학생은 우리 학생회를 이렇게 말한다.

“중학교 때 학생회처럼 짜여진 틀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 전혀 아니었다. 학생의 의견이 주를 이루는 이런 게 정말 혁신학교구나 하고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는 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특성상 학급자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다. 휘봉고등학교는 그동안 창의적 체험활동의 자율시간을 할애하던 성교육, 안전교육 등의 교육을 정규교과와 연계 운영함으로써 내용을 강화함과 동시에 학급자치시간을 연 21회 확보해 냈다. 학교생활의 어려움이나 시설 개선 요청, 바꿔야 할 의식과 문화 등에 대해 비판적 토론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학급자치는 학생자치의 튼튼한 토양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부에 쫓기거나 학교생활에 관심이 낮은 일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하다는 점은 계속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임원수련회활동

그 외 학기 별로 ‘임원수련회’를 열어 한 학기 동안 이루어졌던 자신들의 자치 활동을 점검하고 보완점을 찾으며 다른 학교와 차별화되는 본교의 학생자치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둠별 발표시간에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보내는 지역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마음 아파하며 어떻게하면 학교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임원수련회에서 나온 의견과 결의사항은 교내에 게시하고 SNS를 통해 전체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나. 모두가 참여하는 학생자치 지향

학생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자치행사 중 하나가 학교축제인 휘봉제이다. 축제 자체가 성대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학교는 그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 하느냐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축제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에 따라 매년 축제의 방향과 내용을 조정하고, 축제의 주제도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정한다. 축제 준비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축제준비위원회의 역할이 크다. 축제는 학생회의 ‘자치부’ 가 주도하는데, 작년 축제준비위원회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비효율적이었다는 평가를 토대로 올해는 인원을 줄이고, 위원 선발에서 서류심사와 면접뿐 아니라 평소 생활태도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고 차별화된 능력을 중요시 하였다. 축제준비위원은 학생회 소속이 아닌 일반 학생들을 중심 으로 구성하는데, 이는 축제가 학생 전체의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학생 모두가 사랑하는 행사로 구기대회를 빼놓을 수 없다. 학교 시설이 작아 대규모 체육 대회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개교 이래 학생들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작년까지는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2~3주 동안 남학생은 토너먼트로, 여학생은 리그전으로 배구대회를 했다. 올해는 학생회 문체부 주관으로 학생 전체 설문을 하였더니, 종목과 경기 시간, 한 번 패하면 허무하게 끝나는 토너먼트 방식에 대한 개선 의견이 많이 나왔다. 올해는 1, 2학년 여학생과 남학생의 종목을 모두 다르게 하고,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경기 규칙을 창의적으로 재설계했다. 이 과정은 약 20명의 희망 학생들로 구성된 ‘스포츠 활성화 자치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진행했으며, 학기말 시험 후에 지친 학생들을 운동의 열기로 뜨겁게 달구었다.

전체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실에 건의함을 설치하기도 했고, 학기말에 설문을 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이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써 넣는 의견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건의사항들이 많았다. 고민 끝에 학생들의 통행이 가장 많은 중앙 현관 게시판에 ‘소통포도’라는 게시판을 만들었다. 게시판 앞에 책상을 설치하고 게시판 모양도 친근감을 주는 포도송이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학생들이 왔다갔다하며 친구들과 얘기하던 내용을 자연스럽게 써서 붙이거나 함에 넣을 수 있도록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회자되던 몇몇 의견들이 모아졌다. 급식메뉴 개선, 화장실 불투명 유리문으로 바꾸기, 고형비누 대신 거품비누 설치하기 등이 대표적이고, 이는 학생회와 학교의 업무담당자와의 협의를 거쳐 바로 반영되었다.

3. 또 하나의 즐거운 학생자치, 자율동아리 활동

휘봉고등학교에는 다양한 예술 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 동아리들은 2014년부터 진행된 교내 버스킹 활동과 개교 첫 해부터 기획된 작은 음악회를 통해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치며, 9월에는 휘봉제를 통해 자신들의 재능을 나누고 표현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새로운 학교 문화를 창출해 내었다. ‘법정토론반’은 작년 서울북부지방법원 에서 진행된 ‘형사모의재판 경연대회’에 참여해 우수한 성과를 내자 자신감을 갖고 올해 본격적으로 상설동아리를 조직했다. 흥미중심의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준비 중에 성취감을 느끼며 조금 더 체계성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교내 상설동아리로 조직하게 된 후, 올해 같은 대회에 다시 참여하는 감회가 새롭다고 하였다.

힙합반 학생들은 교실 내에서는 소극적인 배움의 태도를 보이지만, 교내 버스킹 일정을 계획 및 홍보하거나 공연을 통해서는 주위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교 문화를 보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교내버스킹활동

4. 학생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한 또 다른 과제

가.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며 안내하기

학생자치활동을 지도하다 보면 관리자나 지도교사는 화려한 결과를 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이런 욕심이 교사의 개입으로 이어지고 자치의 본질을 조금씩 훼손시킬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마침 서울특별시교육청도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자율과 참여의 실천과정을 중시한다는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어 ‘지켜보고 격려’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데 큰 힘이 된다.

한 사례로 올해 있었던 상설동아리의 내분사건을 들 수 있다. 감정싸움 끝에 둘로 갈라진 동아리는 연습실 사용을 두고 더 크게 대립한 끝에 외부 연습실을 학교 예산으로 임대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교사들은 학생을 나무라거나 억지로 중재하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도록 안내하고 지켜보았다. 아쉬우나마 학교에서 연습공간을 찾아낼 수 있었고, 기존 연습실에 있던 거울 일부를 옮겨놓겠다는 주장도 기존 연습실을 볼품없게 만들 수 있고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면서 철회했다. 이렇듯 긴 호흡으로 대안을 찾아가는 것 그 자체가 바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고 학생자치가 뿌리내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예술 프로젝트 장면(2017)

나. ‘외부인 출입금지’ 다음에는 어떤 멋진 문구가 붙어 있을까

학생자치가 활발해지다 보면 자칫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임원중심의, 또 하나의 권력으로 작동하는 학생회가 되거나 학교의 의사를 충실하게 대리하는, 선민의식을 가진 학생회가 될 수도 있다. 교사들은 수업을 비롯한 모든 교육활동에서 타인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예술 교과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기부 문화를 실천하는 ‘휘봉의 작은 가게’, 학교 공간 전체를 자발적으로 해석하여 변화시키는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환경과 자신의 관계를 고려하는 민주시민적 사고를 키우고 있다.

얼마 전부터 학생회실 창문에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축제 준비를 하느라고 학생회실을 열어두었더니 다른 학생들이 함부로 들어와 어질러 놓았기 때문에 붙였다고 한다. 그저 질문을 던진다.

“외부인? 누구를 가리키는 말이지?”
“그렇다면 내부인은 누구지?”
“우리학교에서 학생회실을 사용하면 안 되는 사람은 누구지?”

우리 학생들은 분명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참 토론을 한 후에 분명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배타적인 말 대신 다른 멋진 쪽지를 붙여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