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Vol.236.가을호

교원과 그 교육활동은 어떻게 보호되는가
– 해외 사례들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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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학교, 교수)

1. 들어가기

우리 교육사에서 교원의 이미지는 너무도 다양하게 바뀌어왔다. ‘섬마을 선생님’이 되어 한 마을의 지식창고이자 전인격적인 지도자인 때로부터, 국가가 주도하는 대국민 훈육체제의 일원이 되어 ‘조국 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또 입시 시장에 뛰어들어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자주성·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하여 교육활동에 나서야 하는 교육전문직이어야 할 교원이 그때그때의 교육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과 책무가 부여되면서 휘둘려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원의 지위나 권한, 권리 등 교원을 둘러싼 제반의 교육체제나 교육여건들은 무척이나 더디게 바뀌고 있다. 교원에게 학생의 전인격과 생활을 맡기면서도 정작 학교관리자와의 관계에서는 상명하복의 말단에 자리한 보조자의 지위만 부여하는 아이러니나, ‘교육자’로 명명하면서도 입시학원 등 과외 산업의 주변부로 내몰아버리는 교육 현실 등은 이를 반증한다. 교원에게 적합하지 않은 혹은 서로 상반되는 역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여되면서, 교원과 학생의 관계는 물론 교원과 학교관리자, 교원과 학부모 혹은 지역 사회의 관계들은 각각의 취약성을 드러내게 된다.
현 시대의 교권 문제는 이런 간극들을 타고 이루어진다. 교원의 능력과 관계 없이 그의 교육활동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그를 주변화·도구화하는 교육구조들은 교원의 지위는 물론 그가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인권과 권리마저 침탈하는 위험인자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의 사례들로부터 교원의 권리와 권한, 그리고 교육역량을 강화하고 그 교육활동을 학교 내외의 방해요소로부터 보호·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짚어본다. 이후 교권의 내용과 범위를 제도의 차원에서 정리함으로써 교원의 책무와 권한을 명확히 하는 사례들과 교권침해의 사전적 예방 및 사후적 회복의 과정들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하는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로부터 우리 교육현실의 개선을 위한 참조사항들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2. 미국의 사례들: 교권이란 무엇이며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1) 구체적인 교원 권리의 선언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판결로써 교원의 권리를 보장하는 미국의 사례들은 이 점에서 참조할 만하다. 그에 의하면 ①차별받지 아니할 권리에는 성희롱은 물론 비합리적인 이유로 해고나 강등, 승진으로부터의 배제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또한 교육전문직으로서의 교원은 ②개인적이거나 정치적 의제가 아닌 한, 수업의 내용이나 주제에 관하여 부적절한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나아가 ③간통과 같은 비윤리적 것이 아닌 한 교원의 사적 생활은 학교 안에서도 엄격히 보호되어야 하는 교원의 기본적 권리다.
우리의 경우는 국가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위헌 시비가 일기도 하지만, 미국의 교원들은 ④전문직 단체(교원단체), 노동조합 혹은 그와 유사한 단체에 가입할 수 있고 공직에 출마할 수 있으며, 유사한 형태의 결사를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교원들이 스스로 자조조직을 만들고 그에 참여하여 활동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
종신재직권이 법적으로 혹은 사실상 부여되는 공립학교 교원의 경우에는 더욱 자세하다. 교원은 매우 특별한 사유 – 부도덕한 행위나 무능력, 직무상의 의무행태, 학교규칙의 중대한 위반, 형사범죄의 유죄확정, 직무상의 항명, 사기 및 명의도용 등 -에 해당되지 않는 한 부당한 해고를 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며, 이와 함께 적법절차의 권리(due process rights)도 보장된다. 해고 등 불이익한 처분을 당하는 때에는 그 구체적인 사유를 통보받고 반론을 제시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권리, 나아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까지 적극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루이지애나 주의 교원권리법(Teacher Bill of Rights)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교육전문직으로서의 판단과 재량권을 존중받을 권리(제4항), 안전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리(제5항), 존중받을 권리(제6항), 학부모와 학생에 대해 의사소통하고 학생 훈육에 학부모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제7항), 과도한 서류작업 부담에서 벗어날 권리(제8항) 등을 보장한다.
이러한 권리들은 인권의 측면과 단순한 권리의 측면, 나아가 교육전문직으로서의 지위 등을 모두 포괄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권리들이 명확하게 선언됨으로써 교원들이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부당한 간섭이나 권익침해에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업 중 학교관리자가 교실에 들어와 학생들 앞에서 교육방법을 지적한다거나 교무회의 석상에서 교원의 사생활에 대하여 이런저런 참견을 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며 교원은 언제든지 그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대응할 수 있다. 특히 불이익한 처분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포함하여 교원들은 학교관리자 등 모든 이와 대등한 지위에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여되고 이를 바탕으로 소송 등 법적 해결을 모색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그리고 권위적으로 모두에게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2) 관계 중심으로 살펴본 교원의 권리: CTA 사례를 중심으로

그러나 우리에게 더 큰 참조가 되는 것은 캘리포니아 교원 협회(CTA)의 교원권리 가이드북이다. 여기서는 교원의 권리가 ①교실에서의 권리, ②학교관리자에 대한 권리, ③학부모에 대한 권리로 나뉘어 설명된다.
우선 교원은 학생과의 관계에서는 2일 이내의 정학(detention)권을 가지며 학생의 비행에 관하여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를 가진다. 아울러 학부모가 교실을 방문할 때 합리적인 기간 전에 미리 그 사실을 통지받을 권리를 가진다. 학생의 행위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막연한 생활지도의 책무만 떠맡으며, 불시의 학부모 방문으로 당혹감에 빠지는 우리 학교 현실과는 전혀 다른, 미국 교원의 권리인 것이다.
학교관리자에 대한 권리는 보다 구체적이다. 교원들은 회의 참석에 앞서 회의의 목적을 먼저 물어볼 수 있으며, 이례적인 지시를 받을 때 그것을 서면으로 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가진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관리자로부터 어떤 추궁을 받거나 서면 진술을 요구받게 될 경우 그에 앞서 교원대표 등 자신의 편에 서는 사람이나 기관의 상담과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된다. 권력이 불균형한 학교관리체계 내에서 약자인 교원이 학교관리자에 맞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제대로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것이 앞서 이야기한 적법절차의 권리라는 범주로 설명된다.
학부모에 대한 권리는 우리의 교육공간에서 가장 절실한 교원의 권리를 다룬다. 우선 변별력이 떨어지는 학생이 다른 사람에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책임을 학부모가 지는 것으로 정리하여 교원과 학부모 사이의 책임경계를 명확히 설정한다. 나아가 수업 등 교육활동을 방해한 학부모에 대해서는 경범죄의 형사책임까지 지게 하여 교육활동은 교원의 자주적인 직무 영역임을 명확히 한다.
학부모와 면담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교원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교원이 학부모와의 면담 과정에서 권리침해나 정서적인 침해를 당하였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즉각 회의를 중단하고 교원노조 대표자 또는 학교관리자의 동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인정한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의 도움을 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교원은 학부모나 학교관리자에 대한 기록을 작성할 때에 그 기록(또는 그 사본)을 자신의 집에 보관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며, 학부모가 자기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한 경우에는 그 민원인의 신원을 포함하여 민원의 세부내용을 고지받을 권리도 가진다.
이런 권리들은 제반의 교권침해 사례에 대면하는 교원의 역량을 강화하여 부당한 처우나 신분상의 손실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한다. 특히 가장 많은 교육활동 침해 사례를 야기하는 학부모에 대한 교원의 권리를 보장하며 학부모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음은 특기할 만하다. 관련 기록의 보존권이라든지 교원노조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이의를 제기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보장함으로써 교원에게 학부모의 공격 또는 이를 중재하는 학교관리자측의 개입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교원으로서의 권리와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역량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3) 교원의 법적 책임 면제 및 소송 지원

또 하나 우리가 절실하게 참조하여야 할 사례는 교원보호법(the Teacher Protection Act of 2001)상의 면책특권 조항이다. 교원은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제반의 위험요소에 대하여 전적인 관리책임과 위험책임을 진다. 이 법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라는, 매우 가혹한 민사 책임제도가 운용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교원이 부담하게 되는 각종의 법적 책임을 일정한 수준으로 한정하여 교원이 마음 놓고 교육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함에 중점을 둔다.
이에 따르면 교원은 학생 등에게 손해를 야기하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그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즉, ①정규의 자격을 갖춘 교원이 ②정당한 교육활동을 ③적법하게 수행하는 과정(자동차운전은 제외)에서 발생한 손해로, ④교원의 고의 또는 범죄행위, 명백한 과실, 중과실(reckless misconduct) 등에 의해 발생하거나 안전에 대한 교원의 의식적이고 노골적인 무지나 무관심으로 야기된 것이 아닐 때에는 교원은 그 책임이 면제된다.
루이지애나 주의 교원권리법은 더 나아가, 교원은 성가시고 경솔한 소송(frivolous litigation)을 당하지 않을 권리와 함께, 학교기관의 도움을 받아 소송방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그래서 부문별한 소송은 자체 각하되어 더 진행되지 아니하며, 교원이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에도 학교의 도움을 요구하여 보다 수월하게 소송에 따른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교원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교원에 가해진 피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UFT(United Federation of Teacher)의 피해자 지원정책(Victim Support Program)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교원이 학생 또는 외부인에 의해 학교 또는 학교 밖에서 범죄 피해를 본 경우, 개별·집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련 서류의 작성, 절차이행은 물론 경찰 등 형사사법기관에서의 절차 처리 등도 도와준다. 또한 법원이나 의료기관에 동행하며, 사법부, 교육부와의 관계 및 의료 업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3. 영국과 캐나다: 교원은 무엇을 하며 무엇을 하지 않는가?

1) 영국의 경우

영국(여기서는 England and Wales를 말함)이나 캐나다의 경우는 학교 구성원에 대한 자세한 직무·행동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영국에서는 수업권과 학생지도권 등 교원의 권리·권한들은 『교육법』(Education Act of 1996, 2018, 제6장 교원의 임면, 학생의 징계 등)과 『교육 및 학교감독법』(Education and Inspection Act of 2006) 제7부(제1장은 학생기율, 제2장은 학부모의 책임 등) 등에 매우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교권의 문제와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교원이 훈육적 조치를 할 경우에 학교는 교원의 전문적 결정을 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즉, 교원이 한 징계처분(퇴학은 제외)이 ①법령에 위반하지 않고 합리적이며, ②학교의 교직원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며, ③학교 공간 내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합법적인 것임을 추정한다. 특별한 사유가 입증되지 않는 한 그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교사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는 선언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교육법 체계의 특징은 교원의 직무에 대한 명확하고도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그 경계를 명확히 선언함에 있다. 영국의 교육부는 교원 친화적인 홈페이지를 통하여 교원에게 요구되는 직무수행 및 행동요령에 대한 자세한 업무지침이나 매뉴얼, 가이드라인 등을 설정, 제공한다. 교원의 권리와 책무, 그리고 그 책임의 소재 및 여하를 개개의 사안별로 분명히 정해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편에서는 교원에 대한 일종의 직무명령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원이 수행하여야 할 직무의 범위와 내용, 방법, 절차 등을 미리 고지함으로써 그에 따라 이루어진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국가적 혹은 학교 단위의 보호가 이루어짐을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즉, 이런 지침들을 통해서 교육활동 내지 교원 권리의 침해의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영국 교육부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학교: 법령 지침(Schools: statutory guidance)』는 이런 내용을 법령으로부터 추출, 설명하는 총괄적인 지침서이다. 이 중 『교사 업무기준: 학교지도자, 교직원 및 관리자를 위한 지침』의 경우 전문과 교육, 개인적·직업적 행동지침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한다.
전문(Preamble)에서는 교원은 정직성과 성실성(honesty and integrity)을 실천하여야 하며, 교과목에 대한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교사로서 최신의 그리고 자기비판적인 지식과 기술을 확보하여야 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학생 등과는 긍정적인 전문적(professional) 관계를 유지하여야 하며, 학생의 최선의 이익에 따라 학부모와 협업하여야 할 책무를 부여한다. 제1부 교육(Teaching)에서는 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에 대한 세부 지침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제2부 개인적·직업적 행동지침(personal and professional conduct)에서는 교사들이 학교내·외에서 공공의 신뢰를 견지하여야 하며 높은 수준의 윤리 및 행동기준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행동지침을 제시한다. 나아가 교사의 비행에 대한 징계의 기준과 절차, 그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 등에 대하여도 상세한 안내와 더불어 제시된다.
실제 이 지침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여 이 글에서 다 소개하기 어렵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원과 학생, 학교관리자, 학부모 등이 참고할 수 있는 공식적인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이들에게 배포되어 숙지된다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분쟁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령 어떤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교육활동 내지 교원의 권리 침해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정도와 법적 의미는 어떠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우선적 준거가 되며, 그 결과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 없이 분쟁이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2) 캐나다 뉴 브룬스 위크 주의 경우

캐나다 뉴 브룬스 위크 주에서는 1999년 긍정적 학습환경 조성(Positive Learning and Working Environment)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였다. 이에 의하면 교육부, 지역교육청, 학교 등은 공립학교체계 내에서 포괄적이며 안전하며 인권친화적이며 다양성을 조성하고 차별 없는 긍정적인 학습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para. 1.0). 이를 위해 제1장에서는 교육감과 학교의 의무와 그 이행에 필요한 지침을 마련하고, 제2장은 이러한 학습환경을 저해하는 행위들을 심각한 비행과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구분한다.
전자는 학교로부터 축출되거나 학생의 경우 최소 정학 처분을 받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행위가 되기도 한다(para.6.3). 여기에는 괴롭힘, 따돌림, 무기 소지 및 사용, 음란물 소지·유포, 물리적 폭력, 성폭력, 혐오발언, 공포심 야기, 협박, 약탈, 절도, 학교운영방해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후자에는 거짓말, 표절, 서류위조, 무고, 부당한 차별행위, 무단결석, 수업·학교운영 방해 등의 경미한 위반행위, 밀치는 등의 가벼운 물리적 폭력, 쓰레기 투기, 불복종이나 불경, 학교규칙·지시위반, 고의적 재물손괴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학교의 징계 대상이 된다(para.6.4).
이런 규정들은 학생과 교원 간의 관계에서 의미를 가진다. 즉, 학생이 학교생활 중에 해서는 안 되는 금지사항을 정하는 동시에, 학생의 활동에 대하여 교원이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을 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자에 대해서는 직접적이고 실효적인(법적 조치도 포함될 수 있음) 관여가 필요하게 되고, 후자에 대해서는 교육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요청된다. 환언하자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의 범위와 내용이 이런 규정들에 의하여 획정되는 것이다.
이 지침의 제3장은 이러한 행위들에 대한 조치들이 규정되어 있다. 그중 우리가 참조할 가치를 가지는 것은 학부모나 방문자에 의한 침해행위의 예방 및 교정처분에 관한 para.6.8이다. 이에 의하면 긍정적 학습·업무환경을 침해하는 학부모나 방문객에 대하여는 학교규칙과 이 지침을 적용하여 조속히 처리하되, 별도의 교육부지침에 따른 비공식적인 대안적 분쟁 조정 절차를 이용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일 ①그 행위가 반복적이거나 만성적이거나 혹은 괴롭힘의 성격이 강한 경우, 혹은 ②이 지침위반의 정도가 심각하고 또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③비공식적 대안적 분쟁 조정 절차가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에는 교육부 지침에서 정한 ‘공식적인 절차’에 의하여 처리된다. 즉, 학교의 장은 그 사실을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당사자에게 경고의 편지를 보내며, 필요하다면 주차장을 포함하는 학교시설에의 출입을 금지할 수도 있음을 알려야 한다. 나아가 학교의 장은 그 절차를 계속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만일 학부모나 방문자의 행위가 학습·교육업무 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경우 학교의 장은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그 행동을 정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에서 떠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요구를 거부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는 건조물 침입죄(tresspass Act)나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적용하여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권한과 책임은 학교의 장에게 집중된다. 학부모의 교권침해나 지역주민의 교육활동 방해는 원칙적으로 학교의 장이 처리해야 할 문제이며, 교원은 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학교구성원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의 장은 사전에 이러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를 취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건이 발생한 경우 자기의 책임으로 그를 처리하여야 한다.

4. 일본: 포괄적 회복을 위한 제도들

일본의 경우 교육활동 내지 교원의 권리 보호 그 자체만을 위한 공식적·제도적 조치들은 그렇게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교원노조에 해당하는 전일본교직원조합이 선언한 교직원권리헌장은 제1조에서 학문연구의 자유와 교육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교육전문직으로서의 교원의 지위를 명확히 하고, 제2조에서는 교직원은 노동자·시민·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사상·신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정치활동 등 시민적 권리, 인간으로서의 권리 등을 아무런 유보없이 보유하고 있음을 선언한다. 기타 제4조에서는 노동시간에 관한 권리 및 제5조의 민주적인 학교운영에 있어서의 권리, 제6조의 임금과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 제7조의 신분보장과 연수에 대한 권리, 제8조의 양성평등과 여성 교직원의 권리, 제9조의 건강·안전·위생의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교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정한 교육법령이 없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제도적 한계를 갖지만, 이를 노조와 같은 교원단체의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보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보다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인다. 교원의 권리선언은 그 자체 교육 활동에 있어서의 교원의 지위와 권리를 강조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며, 교권침해에 대응하는 교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서 참조하여야 할 사항은 교권침해에 대한 회복적 보호조치들이다. 1990년대 후반 몬스터 패어런트(교사에 대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요구를 반복해서 하는 보호자를 지칭)현상이 급증하면서 당시 도입된 교원평가제도와 함께 교원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고 수많은 교원들에게 정신질환을 갖게 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일본 교육부는 이에 대응하여 교직원 정신건강 대책(멘탈헬스 대책)을 예방적 차원의 지원과 사후적인 휴직·학교복귀 프로그램을 수행하였다.
우선 예방적 차원에서는 교원 개인이 수행하는 스트레스 관리나 상담 등이 중심이 되는 셀프 케어 과정이 이루어지며, 이는 아울러 동료 교원과의 관계, 업무와 직무분장, 학교장의 지원체계 등을 정비하는 라인 케어로 연결된다. 그리고 과도한 업무를 축소하고 효율화하는 한편 상담과 정기 면접을 강화하는 직장환경 정비의 과정들이 더불어 진행된다.
교권침해의 피해 교원이 휴직 후 학교에 복귀하는 단계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후자의 프로그램은 다시 복귀 전과 복귀 후의 조치로 구분된다. 복귀의 과정은 예비 단계, 적응 단계, 그리고 준비 단계로 나누어진다. 복직을 준비하는 예비 단계에서는 휴가 기간 중에 예비적으로 학교에 출근하여 점진적으로 학교생활에 접촉할 수 있도록 하며, 적응 단계에서는 업무 내용을 숙지하고 그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작업이 진행되면서 구체적으로 복직을 위한 제반의 조치들이 수행된다. 이 과정들을 거쳐 교원이 학교에 복직하게 되면 사후적인 관리가 학교의 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학교의 장은 복직프로그램의 경과를 관찰하고 이를 주치의 등과 상담하면서 조정할 뿐 아니라, 해당 교원과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필요한 적절한 지원책들을 강구해야 한다.
교권침해의 결과는 결코 일회적이거나 일시적이지 않다. 그것은 상당히 많은 경우 해당 교원의 심리에 적지 않은 트라우마를 남기게 된다. 일본의 사례는 그런 점을 감안하여 그 피해 교원을 교육 현장과 분리하는 과정에서부터 복직의 프로그램까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작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서는 우리의 경우에 비하여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만, 지나치게 피해 교원만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한계도 가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주변에 있던 다른 교원에 대한 심리상담 등의 회복 프로그램이 더불어 실시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교권침해가 주변의 교원에 대해서도 피해를 미치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 교원의 회복적 복귀란 동료 교원의 참여와 배려가 있어야만 보다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5. 정리

이상의 해외 사례들은 아주 작은 예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교권이라는 말은 수없이 회자되면서도 그것이 정작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권위 있는 답변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는 너무도 절실한 것들이다. 교육법제는 물론 교육행정 과정에서조차 교원의 직무와 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그때그때의 편의에 따라 교원의 업무가 정해지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런 권한도 권력도 갖지 못한 교원이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되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부모와 직접 대면하며 그 민원을 처리하여야 하며, 학생들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대응 역시 교원 개인의 역량에만 일임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교원의 직무영역인 교육활동과 학교직원의 직무대상인 교육행정 업무조차도 잘 구분되지 않아 이런저런 분쟁의 소지를 마련하는 경우조차 발생한다.
영국이나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지침들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바로 이런 우리의 교육 현실 때문이다. 교원이 교육현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교육활동 침해 사건과의 밀접한 연관 속에서 교사의 권리와 권한, 그리고 직무상의 책임들을 명확히 정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교원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교육활동 침해의 소지 자체를 사전에 제거하고 방비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교원면책조항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도입이 절실하다.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의 위험을 교원 개인의 문제로 넘기지 않고 국가나 지역사회 혹은 학교의 책임으로 이양함으로써 교원이 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교육활동에 종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한 교권보호장치 중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교권침해 현상이 급증했을 때의 일본의 회복적 프로그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들이 집적될 때 비로소 교원의 수업권과 교육 전문직으로서의 권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로서의 교권은 현실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제도의 형성과 집행의 전 과정에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요구들이 정책과정에 투입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안들이 모색되어 왔기 때문에 그 결과로서의 제도들이 현장성과 실천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정책 과정에서 교사들을 주체화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교육활동 보호 방안이자 동시에 교원 권리의 실천 방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강인수(2002), 교권의 정의. 교권 침해 예방 현장 지침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고전(2014), 일본교육개혁론, 서울: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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