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0 겨울호(241호)

[교원학습공동체]‘서울형혁신학교 수학교사 네트워크’ 원격수업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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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영림중학교, 교사)

교원학습공동체라 하면 보통 ‘아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을 생각한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당시의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말했다가 거절당할 것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모임을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돌아보면 내가 그랬다. 정말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누가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을지, 같이 공부할 사람이 모일지 알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드디어 그 두려움을 내려놓고 공부할 테마를 분명히 정해 설문을 돌렸다. 《수학의 발견》((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제: ‘학 생들이 수학 개념을 발견하는 수업’)을 공부하며 수업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해볼 수학 교사를 찾아보기로 말이다. 그렇게 하여 이래저래 쫓아다니느라 내가 소속되어 있던 카카오톡 단체방, 그동안 프로젝트를 함께 해왔던 분들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우리 학교 혁신부장 선생님께 부탁하여 혁신학교 부장 단체 카카오톡 방에도 설문을 올려달라고 부탁드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본고에서는 그 모임이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것이 또 어떤 힘이 될 수 있는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두려움 반, 설렘 반

1) 교원학습공동체 조직하기

당황했던 것은 설문을 받고 연락을 주신 선생님들이 서너 명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말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와 맞물려 코로나19 감염병도 시작되었다. 개학이 1〜2주 연기되고 모임을 금지하는 공문까지 내려오면서 대면으로 첫 모임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얼굴도 모르고 친분도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줌(zoom)으로 각 선생님들의 상황을 공유하고 교원학습공동체 운영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첫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다. 아직도 그날의 긴장감이 생생하다. 안 나온다고 하면 어떡하지? 모임이 시시하다고 하면 어떡하지? 팀을 어떻게 나누지? 서로 싫어하시면 어떡하지? 오만가지 걱정을 하면서 줌에서의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 zoom에서 첫 번째 모임을 하다 >

2) 매주 1회 모인다! 팀 분할하기

존경하는 선배들이 입버릇처럼 말해준 것이 있다. 세미나 팀 모임은 매주 모여야 한다고. 그래서 팀은 매주 오프라인에서 모일 것을 약속하는 사람들로 꾸려야겠다고 야심찬 결심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렇다면 이 인원으로는 불가능하고, 팀을 나누어야 했다. 그날의 줌 회의에서 대부분 팀을 나누는 것에 동의했다. 서로 모르는 그 애매한 상황에서 지역별로 나눌 것인지, 담당 학년별로 나눌 것인지를 결정했다. 그 당시만 해도 너무나 낯설었던 소회의실 기능을 할 줄 아는 선생님께 부탁해 모임을 모둠별로 진행해 보았다. 이 자리에서 1, 2, 3학년 팀으로 나누고, 한 팀만 지역이 멀어서 동부지역팀으로 분리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매주 1회 모인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서로 불편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출발했다. 그리고 코로나19 감염병이 약간 잠잠해진 틈을 타 바로 오프라인에서 소모임별로 집합 모임을 하여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다 예산이 나오기 전의 일이다. 돈이 있어서 공부하면 모임이 오염될 수도 있다며 여우의 신포도처럼 교원학습공동체 선정 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원하는 분들로 팀장이 5~6명, 공동팀장까지, 정말 매주 모일 수 있는 팀이 꾸려졌다.

2. 코로나19 시대, 모임의 동력은?

《수학의 발견》 과제 기반 학생중심수업과 학생의 사고에 기반한 평가, 즉 일상 수업 디자인이 우리의 주요한 공부 내용이었는데 코로나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20년 교사 생활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원격수업’이라는 것을 준비 하게 되었다. ‘모둠활동’과 ‘학생 협력’이 우리가 가장 공부하고 싶은 내용이었으나 등교 여부를 떠나 방역 문제로 학생들은 시험 대형으로 앉아야 하고, 협력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소문이 떠도는 상황에서 《수학의 발견》 과제 기반의 학생 탐구형 수업이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1) 타협하지 말자, 탐구형 과제로 GO!

모둠활동을 할 수 없는 수업은 우리에게 너무 큰 실망감을 주었다. 왜 수업을 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했다. 게다가 원격수업으로 독립적인 수업 보장이 어렵고, 같은 학년을 들어가는 다른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온라인으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서로 눈치까지 보게 되었다.

<수학의 발견>

그러나 소모임 팀장 회의를 여러 차례 하면서 우리는 탐구형 과제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늘 모둠 수업을 했던 패턴에 익숙해져서 어떻게 원격수업을 구성해야 할지 감은 오지 않지만, 이 과제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선생님들이 EBS 수업 영상을 올리기로 결심하기 전에 팀장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공유하기로 했다.
진도계획표, 온라인 과제 구성 예시표, 학생들이 협력하는 수업을 디자인하기 위해 필요한 온라인 사전 안내,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영상 만들기, 온라인 활동지 만들기 등을 중심으로 먼저 팀내 여론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팀장들을 중심으로 밤을 새워가면서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활동지를 구성해 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지 않아서 주로 과제형 수업으로 진행했고, 과제 제시 및 학생 피드백에 주안점을 두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2) 학생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우리들의 ‘소통’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교원학습공동체는 학생들의 사고에 기반한 수업 과제 연구를 계속 하기로 했다. 다들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일단 모임 내에서 우리가 가르치고 싶은 탐구 과제를 우선 순위에 두었다. 내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분명하게 해야 이 전쟁같은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과제 흐름도 초기 버전>

두 번째는 수학과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문제 풀이식 설명 영상이 아닌 ‘사전 과제’와 이에 대한 ‘피드백 영상’으로 구분하여 학생들의 사고를 촉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를 위해 피드백 영상을 쉽게 찍을 수 있도록 서로의 수업 영상을 공유했다. 다른 사람의 영상 중 아쉬운 점, 보완해야 할 점을 논의하며 최대한 학생들의 입장에서 개념을 이해하고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려고 했던 것 같다.

<피드백 영상 사례: 학생들의 사전과제 결과 이용>

셋째로 우리는 누군가의 책이나 안내, 연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끼리 배워가기로 했다. 시간이 더디고 부족하지만, 줌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학생과 수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누군가 포기하지 않고 탐구 과제와 학생과의 피드백을 밤새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 문제라도 학생들과 소통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 설명이 아닌 학생들에게 받은 사전 과제를 이용하여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며 자연스러운 수업 공개도 가능해졌다.

3. 코로나19 시대에 적응,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기

우리를 힘들게 한 것은 희망고문일 수도 있다. 학생들이 곧 등교하여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2학기가 되면 곧 정상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우리 마음대로 된 것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우리 공동체는 이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기로 마음을 먹는 디딤돌이 되었다. 등교수업과 관련한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반기부터는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말이다.

1) 실시간 쌍방향수업, 들어와서 봐 주세요

서울 지역, 특히 남부는 실시간 쌍방향수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학교의 지원도 별로 없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제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로 결심하고 팀장들은 실시간 쌍방향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소통에 기반한 온라인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사례를 ‘수업 설명’이 아니라 ‘직접 참관’을 통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 수업 좀 봐주세요.’ 원격수업이라 시간이 맞으면 참관자라고 이름을 바꾸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팀장들 위주로 서로의 수업을 참관하고 팀원과는 녹화된 영상을 함께 보며 수업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우리를 움직인 것은 ‘쌍방향 수업을 하라.’고 지시한 교육부의 공문이 아니라, 우리의 자발성이었다.

2) 실시간 쌍방향수업 REAL STORY 공유마당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학과는 학생들의 탐구를 지향하고, 학생의 사고에 기반하며,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개념을 발견할 수 있는 과제로의 수업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끄러워도 모두 다 신규라는 마음으로, 수업 이야기가 아닌 실제 수업 공개 및 참관을 통해 수업 나눔과 성장이 가능하리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현재까지 각 팀별로 모두 실제 수업을 참관하고 수업 디자인 고민을 하고 있다. 마침 교육혁신과에서 진행한 『학교 간 교원학습공체 온(溫)택트로 말걸다 워크숍』에 참여하여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어쩌면 보잘 것 없는, 그러나 그게 또 현실일 수 있는 실제의 수업을 공개하고 어떤 대안이 있을지 다른 선생님들과 실질적인 나눔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팀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4. 잊지 못할 2020년 정리하기

올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이 시기 수학교사로서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교육하고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하는가 그 고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교원학습공동체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선배들의 조언처럼, 모임이 두렵고 바쁜 일상으로 넘기고 싶더라도 어떻게든 주 1회는 모여야 일상을 나눌 수 있고 깊이 있는 수업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야 그 다음 주 내가 해야 할 수업 준비 도움도 받을 수 있어서 계속 모일 이유가 생기고, 이것으로 공동체가 유지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모여야 모일 이유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12월에는 연구보다는 네 개로 나뉘었던 팀들의 화합을 다지며 2021년을 준비하려고 한다. 이렇게 또다시 매주 모일 수 있는 팀으로 나눌 때 올해보다는 더 낯설지 않도록 말이다. 더 공부하고 싶은 소심한 선생님들의 참여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