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겨울호(245호)

교육의 미래, AI 융합교육과 교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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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기획처장/ 미래교육연구소장/AI융합교육연구지원센터장)

1. 학교교육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는 저출산·고령화와 학령 인구의 감소, 사회적 양극화와 교육격차 심화, 지능 정보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 사회의 도래 등 교육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급격한 사회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한 이후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2020년에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교육 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1981년 86만 7천명 수준을 보인 출생아 수는 2000년에 64만 명으로 약 4분의 1이 감소하였으며, 2005년에는 43만 8천 명으로 1981년 수준의 절반으로 하락하였다. 2000년대 지속적으로 유지하던 40만 명대의 출생아 수는 2017년에 와서 35만 7천 명으로 하락하였으며,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 2,400명으로 전년보다 3만 300명이 줄어 10.0% 감소했다. 2021년에는 출생아 수가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중에서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UN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로 인한 생애주기의 변화에 따라 특히, 중년 이후의 노령인구를 위한 교육의 변화가 요구된다. 2018년 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16년 82.4세로 45여 년 동안 약 20년 연장되었다. 고령화로 인하여 세대 간 연령차의 폭이 커지면서 세대 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이로 인해 가정, 조직, 사회에서의 갈등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인구 구성의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 세대를 대상으로 교육체제를 혁신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ES)가 자녀의 교육 기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지역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학교 유형별 가구소득 분포를 보면 특목고, 자율고와 같이 학업성취도가 높고 우수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의 경우 고소득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저소득층 대학생들은 학비를 부담하기 위해 고소득층 학생에 비해 학업에 충실하기 어려워서 학업성취도에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사회·경제의 양극화로 인해 교육 투자의 격차는 심화되며, 교육을 통해 계층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사교육의 추세를 보면 사회적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한 교육의 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교육적 대응

‘인공지능 시대(artificial intelligent era)’라는 용어가 이제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제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함께 미래사회를 표현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OECD(2019)에서 회원 36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페루, 루마니아가 참여하여 인공지능 시대의 정책적 전략과 관련한 ‘AI에 관한 OECD의 원칙(The OECD AI Principles)’을 채택하였다. OECD는 AI 관련 권고안과 원칙을 발표하였고 이는 국제 표준으로 작용해 국내외 AI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OECD는 인공지능 정책 추진에 있어서 가치에 기반한 5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OECD, 2019). 첫째, 인공지능은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지속가능한 개발 및 복지(sustainable development and well-being)를 추진함으로써 사람들과 지구에 이익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둘째, 인공지능 시스템은 법, 인권, 민주적 가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안전장치(appropriate safeguards to ensure a fair and just society)를 포함해야 한다. 셋째, 사람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도출한 결과를 이해하고 그 결과에 도전(challenge)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공개해야 한다(transparency and responsible disclosure around AI system). 넷째, 인공지능 시스템은 수명 주기 내내 강력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기능해야 하며 잠재적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관리(continually ass- essed and managed)해야한다. 다섯째,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 구축, 운영하는 기관과 개인은 위의 원칙에 따라 적절히 기능하도록 책임(accountable)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교육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할 때 반드시 적용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정의하는 미래교육 비전을 발표하였다. 세계경제포럼은 교육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다섯 가지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첫째, 학습의 과정에서 재미있는(playful) 접근법이 필요하다. 학습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적극적 사고, 사회적 교류를 통해 의미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경험적인(experiential) 접근법이다. 학습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콘텐츠(프로젝트 기반, 연구 기반 학습)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컴퓨터를 사용한(computational) 접근법이다. 학습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문제를 활용해야 하고, 컴퓨터적 사고의 과정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체화된(embodied) 접근법이다. 학습의 과정에서 학생은 행동적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체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다문화적(multiliteracies) 접근법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고 공유되는 과정을 통해 다문화를 이해하고 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이러한 접근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교육계의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연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출산·고령화와 학령인구의 감소, 사회적 양극화와 교육격차 심화, 지능정보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 사회의 도래 등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교육혁신의 기본적인 방향은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러한 목표를 구현하는 혁신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AI 보조교사 시스템과 개인별 학습지원시스템, 첨단 미래학교 인프라 구축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에듀테크 산업의 발달은 기존 학급 단위의 강의식 교육에서 학습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자의 특성에 맞는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구현해 줄 수 있다.

3. 코로나19로 맞이한 온라인을 통한 실험적 비대면 교육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2021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병이 사회 각 분야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양상이다. 일하는 방식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온라인 만남이 늘어나면서 언택트(untact)와 온택트(ontact)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제는 이러한 온택트가 익숙해지면서 효율성과 편리성을 체감하게 되는 뉴노멀(new normal)이 되어서 오히려 대면 회의가 불편하다고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2020학년도부터 전세계는 전면적인 비대면 원격수업이 적용되는 사상 초유의 교육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개학 이후 초·중·고 약 534만 명 학생 중 98.9%가 원격수업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하였다. 대학은 자체적인 학습관리시스템(LMS)을 통해 원격수업을 진행하였고,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는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인 KERIS의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 534만 명과 교직원 50만 명이 원격으로 정규수업을 소화하는 ‘역대급’ 교육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전국의 학교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원격 수업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우선 인터넷 환경, 온라인 교육을 위한 모바일 기기 등 인프라 의 측면에서 교육격차가 발생하였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준비되지 않은, 많은 가정의 아이들은 원격수업에 접속하는 것부터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수업을 관리하는 플랫폼이 미비하여 수업 진행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공공학습관리 플랫폼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조금씩 해소되었고, 소외계층 등을 위한 스마트 기기 무상 대여 및 인터넷 통신비 지원 등이 이루어졌다.

비대면 원격수업 상황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에 익숙하지 않고 공부에 흥미가 적은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대면 수업과 비교하여 교사의 직접적 지도와 소통 등 피드백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20년 7월 교육부에서 교사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교사들의 약 80%가 원격수업으로 학습 수준 차이가 커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학습격차의 원인으로 자기주도적학습능력의 차이가 약 65%,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가 약 14%, 학생과 교사 간 피드백이나 소통 한계가 약 11%인 것으로 보았다.

2021년 6월에 교육부는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였다.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한 2020년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통계로, 교육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통해 확인된 학습 결손이 심각하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평가 대상은 전체 중3과 고2학생 총 771,563명의 약 3%에 해당하는 21,179명(424개교)이다. 교과별 성취수준에서 보통학력인 3수준 이상 비율은 전년 대비 중학교 국어·영어, 고등학교 국어에서 감소하였다. 반면에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1수준의 경우,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전년보다 증가하였다. 학교 생활 행복도(심리적응도, 교육환경만족도)는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60%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년 대비 중학교(59.5%)는 4.9%p, 고등학교(61.2%)는 3.5%p 감소하였다.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을 의미하는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 또한 2019년 대비 2020년에 중·고등학교에서 전반적으로 낮아진 경향이 나타났다. 원격수업 유형 중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항목은 중·고등학교 모든 교과에서 ‘학교 선생님이 직접 제작한 수업 영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게 되면서 학교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력 격차 문제, 돌봄 문제, 학생들의 사회성과 인성 함양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교수업 확대가 거론되었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아동 학대가 증가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실도 뉴스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원격수업 장기화로 학생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하였다.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게 된 상황이 다시 한번 학교의 의미를 되새겨본 계기도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4. 다시 생각하는 산업사회형 학교교육의 문제

학교제도의 양적 성장은 교육기회의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근대식 학교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많은 학생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근대식 학교제도는 2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대량생산 체제의 공장과 닮았다. 한마디로 ‘대량교육 체제’라고 볼 수 있다. 1900년대 초 Taylor(1911)는 공장에서 좀 더 높은 성과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과학적 관리론’을 고안했다. Taylor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과 동작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공장에서의 ‘분업화’와 ‘전문화’를 구현했다. 포드자동차의 설립자인 Henry Ford는 당시 과학적 관리론을 공장에 적용하여 컨베이어 벨트와 표준화된 공정을 통해 대량생산 체제를 완성했다. 동일한 생산 공정을 반복하는 ‘표준화’, 각자 자신이 맡은 부분만 담당하는 ‘분업화’,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전문화’를 구현한 것을 ‘포디즘(Fordism)’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량생산 공장에서 조직의 능률을 높여주었던 과학적 관리론은 1936년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묘사되었 듯이 인간을 기계의 일부인 톱니바퀴처럼 통제함으로써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학적 관리론과 포디즘에 기반을 둔 근대식 학교제도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학교의 학년제로 구현하였고, 표준화된 공정을 국가교육과정으로 만들어냈다. 학생들은 자동차의 부품이 조립되듯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채로 1년을 단위로 학년을 이동하게 되었다. 교사는 마치 공장의 노동자처럼 동일한 공정에 투입되어 표준화된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량교육 시스템에서는 학습의 주체인 학생이 교육의 대상, 즉 객체화된다는 것이다(정제영, 2017).

근대식 학교교육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학교제도의 경직성, 국가교육과정의 획일성, 상대평가와 학생 간 치열한 경쟁체제 등을 더욱 강조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제각기 고유한 소질과 적성을 갖고 있고 다양한 경험에 의해 체화되어 있다. 학교제도는 이런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평균 수준의 ‘표준화’된 목표를 지향한다. 학년제를 운영하는 기본 방식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운영 과정에서 개별 학생의 학습 성과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교육과정은 학년제와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고, 학년별로 학습해야 할 내용의 분량은 표준화되어 있다. 학생들의 학습 상황과 무관하게 진도라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별로 교육이 운영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 하나의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더욱 뚜렷하게 서열화된 대학 구조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명문대학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학 졸업장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 생애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은 국가는 드물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는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라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다. 대학 입시에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엄격한 상대평가를 요구받고 있다.

산업혁명과 과학적 관리론이 반영되어 있는 학교 제도는 일반적으로 공장형 체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학교제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학습자의 개별적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제도의 획일성과 경직성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학습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 중에서 상당한 비율이 학교교육을 통해 학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5. AI 융합교육으로 만드는 교육혁신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학생들이 학습의 과정에서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현재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데 매우 성공적인 시스템이지만 개별 학생에게 학습의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데에는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미래 학교의 방향은 ‘모든 학생들이 학습의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는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학교 시스템 설계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평균을 지향하는 교육의 운영이다. 교육과정의 운영은 학생들의 연령에 따른 평균적인 수준에 맞게 내용과 속도가 설정되어 있다. 대량 교육을 운영하기 위해서 전국 단위로 학생들의 평균적인 수준에 적합한 내용과 속도를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이에 따라 전국 학교의 교실에서 같은 연령의 학생에게는 동일한 내용을 같은 속도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평균 지향의 강의식 수업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여러 가지 대안 중의 하나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one-to-one tutoring)’이라고 할 수 있다.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에게 필요한 학습의 시간을 확인하는 진단 평가와 학습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형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학습 진단을 기반으로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에 대한 처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이에 따라 교수-학습의 과정을 진행하고, 수업의 결과를 평가로 확인하고, 이를 기록하고 학생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과정에서 혁신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은 많지 않다. 현재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one-to-one tutoring)’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만으로는 이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제안하는 이유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할과 시스템의 활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 및 AI 자동 채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데이터 중심의 학습 분석에 기반한 개인형 맞춤 학습의 실현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사가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교사가 교육을 직접 주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다양하게 도입되는 에듀테크 산업이 전면적으로 학교에 도입될 때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진 로봇 교사가 인간 교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과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프로그램화된 AI 교사가 학습을 지도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지식 교육 중심의 학교교육으로 변화될 우려가 있다.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AI in Education)의 주요 영역과 기술은 크게 교육주의, 학습주의와 함께 교사의 역할 중심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교육 분야에서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에 모든 교육을 의존하는 교육주의나 학생의 구성적 학습을 강조하는 학습주의는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주도하여 미래형 교수법을 활용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AI 보조교사’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AI 보조교사의 지원을 받아서 더 효과적으로 수업을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 교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모라벡의 역설1에서는 인간이 컴퓨터보다 잘하는 일과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하는 일의 영역이 구분된다는 함의를 주고 있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하고 패턴화된 예측을 수행하는 것은 컴퓨터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에 속한다. 인간 교사는 학생들과 의사소통하면서 개별화된 학습 지도를 위해 동기를 자극하고 자기주도성을 높여줄 수 있는 격려, 배려,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교사는 지식교육을 바탕으로 미래 역량을 길러주는 창의적 학습을 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6. 미래 교사의 역할과 역량 변화 : EX with AI

IBM에서는 미래의 인재상으로 지식의 폭이 넓고 깊은 ‘T자형 인재’를 제시하였다. T자형 인재는 넓은 영역의 지식 기반을 갖추고 하나의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을 깊이 있게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기존에는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I자형 인재’를 선호하였던 것에 대비되는 표현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달과 함께 직업 세계에 던져줄 파괴적 혁신과 사회적으로 초래할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빠른 직업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여 평생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해야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래에는 여러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M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분야를 넓혀갈 수 있는 메타인지 역량을 갖춘 확장형 인재이다.

미래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이 변화하는데 전문적 역량도 이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재(expert)가 인공지능 기술로 대표되는 첨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 이를 ‘인공지능 분야의 역량을 갖춘 분야별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X with AI’라고 지칭한다. 교사는 해당 교육 분야의 내용과 방법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교육전문가(EX: Educational Expert)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역량을 갖춘 교육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EX with AI’라고 표현하고 싶다. EX with AI가 바로 미래형 인재인 교육 분야의 ‘M자형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 교사가 AI 보조교사를 잘 활용하여 도움을 받게 되면 이를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을 갖춘 EX with AI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의 재구성에서부터 수업 중에 개별화된 지식 이해와 전달, 평가에 있어서의 개별화된 접근과 평가 결과의 정리, 맞춤형 평가 결과의 기록을 위한 기초 자료 생성, 학생별로 필요로 하는 피드백의 기초 자료 제공 등의 역할을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영화인 아이언맨을 보면 인간 주인공이 아이언맨의 옷을 입게 되어 신체적으로 강한 파워를 갖게 된다. 더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인공지능 비서인 ‘자비스’로부터 인지적 측면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역량을 뛰어넘는 초인적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교사의 경우에도 AI 보조교사의 지원을 받게 되면 지금보다는 더 뛰어난 교육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맞이하게 된 어쩌다 온라인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오랫동안 균형을 유지해 왔던 학교의 교육 시스템은 혼란에 빠져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교육의 미래를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고 현재의 혼란은 곧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지렛대’라는 자성을 가지고 교육 시스템의 새로운 균형인 ‘뉴 이퀼리브리엄(New Equilibrium)’을 찾는 여정에 교육계 모두가 참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이주호, 정제영, 정영식(2021). AI 교육혁명. 서울: 시원북스.
정제영(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한 학교교육 시스템 재설계 연구. 교육행정학연구, 34(4), 49-71.
정제영(2017).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교제도 개선 방안 : 개인별 학습 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교육정치학연구, 24(3), 53-72.
정제영(2018). 디지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의 시대. 서울: 박영스토리.
정제영, 이선복 역(2020).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 서울: 박영스토리. -정제영, 폴김, 최재화, 조기성(2021). 뉴 이퀼리브리엄. 서울: 테크빌교육.

  1.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는 역설, 미국의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이 1970년대에 ‘어려운 일은 쉽고, 쉬운 일은 어렵다.(Hard problems are easy and easy problems are hard.)’는 표현으로 컴퓨터와 인간의 능력 차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함(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