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가을호(244호)

[구로고등학교]사회적 경제
교육활동으로 생태행동 실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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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거성 명예기자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것을 선택하고 소비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꺼이 소비하는 데 불편함을 주는 정보들은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잘 보이는 제품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나쁜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 비닐 라벨지가 없는 생수보다 값이 반값 이상 저렴한 대형 마트의 브랜드 생수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별다른 설득의 노력이 필요 없다. 반값 이상 저렴한 대형 마트의 브랜드 생수보다 더 비싸지만 라벨지가 없는 생수를, 그것보다 훨씬 비싸지만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지 않고 자연 분해되는 통에 담긴 생수를 잡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판매자에게 착한 소비에 대한 질문은 불편하다.이 불편한 질문을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고 찾아보는 활동을 실천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구로고등학교(교장 전민식)는 이러한 어려움 앞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생활 속에서 착한 소비를 실천하여 삶을 바꾸고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

1. 생태행동 실천을 위한 조건 : 모두 주인이 되는 통합적, 협력적 교육환경

‘자주인, 자율인, 창조인’이라는 교훈 아래 성장해온 구로고등학교(이하 구로고)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범교과적 교육활동을 강조해 왔다. 구로근로자복지센터에서 강사들을 초빙하여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급별 ‘노동 인권교육’을 진행하거나, 구로도서관의 협조를 통해 초빙한 전문가에게 최근 경제학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 강연을 듣는 ‘미래사회 아카데미’, 인접한 구일고등학교, 구현고등학교, 신도림고등학교와 연합하여 중국어, 기초 드로잉, 현대문학 감상 등의 수업을 토요 방과후 형태로 운영한 ‘연합형 교육과정’ 등 학교의 울타리를 낮추고 공동체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보여주었다. 또한 다른 기관과의 교류 활동에 제약이 많은 근래에도 학교협동조합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학생들의 공동체적 역량을 계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 전환기 교육 활동으로 학생이 평소 관심을 두던 주제에 대한 10분 정도의 수업을 준비하여 다른 학생들에게 발표해보는 ‘나도 선생님’, 학생회 주관으로 예산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학생참여 예산제’, 환경교육 자율동아리 학생들이 교내에 서식하는 각종 식물들을 조사하여 목록화하는 ‘식물도감 작성’ 및 ‘식물 이름표 붙이기’ 등은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육활동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 또한 김장 행사 등의 학부모회 사업이나 학부모 독서 동아리를 통해 학교 교육의 다양한 주체들이 소외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의 폭을 넓혀 왔다. 이처럼 구로고에서는 학생들에게 나와 지역의 문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이를 해결할 기회가 주어진다.

2. 사회적 경제 실천을 위한 공동체 조직 : 구로고 사회적협동조합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란 개념은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인 시장경제와 달리 돈보다는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고, 경쟁보다는 협력과 호혜를 바탕으로, 개인적 이익보다는 우리 사회의 공익을 우선하며 지역공동체와 함께 이루어가는 상생의 대안적 경제활동을 지칭한다.1 사회적 경제를 학교에서 실천하기 위해 학교와 지역을 연계하는 삶에 기반을 둔 실천적 경제교육을 실현하고, 공동체와 함께하는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시민성을 함양한 사회적 경제 인재양성에 이바지함을 목적2으로 한 조직인 학교협동조합이 등장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올바른 먹거리 소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의 학교교육활동에 대한 참여의 폭을 넓히기 위해 2018년 말에 창립된 학교협동조합인 ‘구로고사회적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은 학생 동아리인 ‘사회적 경제 동아리’와 ‘학교협동조합 동아리’와 ‘학교협동조합 교원학습공동체’, 학부모 소모임을 동력원으로 학교 교육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동아리원 모집부터 활동 계획 및 운영 전반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두 동아리의 부장, 차장 학생들은 협동조합의 학생이사의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여 다른 이사들과 동등한 1표를 행사하게 된다. 또한 서울시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https://schoolcoop.modoo.at)나 구로사회적 경제통합지원센터(https://gurosen.or.kr) 및 관련 여러 기관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사업 성과 측정 보고회, 지역 의제 발굴 사업공유회, 구로 학교협동조합 주간 기념 포럼3 등을 통해 지역과 학교의 현안을 공유하는 것이다. 1인 1표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조합 구성원들 간의 동등한 연대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과의 연대를 통해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큰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3. 나의 삶과 연결되는 사회적 경제 교육활동

3-1 카페 95℃

학교협동조합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이름을 붙이고,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하여 문을 연 카페 95℃에서는 보통의 학교 매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정 무역 제품이나 친환경 식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판대에는 판매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인 학교협동조합의 세심한 고민이 담겨있는 착한 소비와 공정 무역 제품 등에 대한 정보가 있어 아이들은 음식을 구입하며 자연스럽게 나의 소비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게 된다.4 이처럼 카페 95℃는 다른 조합 및 단체와의 연대와 네트워크를 통해 공정무역 및 각종 사회적 기업의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창구가 된다.
매점의 운영 주체이기도 한 학생들의 의견은 매점 앞의 소원나무나 협동조합 학생 이사들을 통해 운영에 반영한다. 또한 다 먹은 음료를 버릴 때는 운영을 돕는 조합원이나 청년활동가들에 의해 분리수거 교육이 즉석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우유갑이나 종이팩을 씻고 펼쳐 모금함에 기부하는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원의 재순환에 직접 참여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화장지를 받기도 하는 등 자원의 순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은 매점이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일반적인 매점과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압니다. 아이들은 매점에서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음식인지를 한 번쯤 생각하며 소비하게 됩니다.”

김영신 선생님

3-2 창의융합아카데미, 스타트업 페스티벌

학생들이 단순히 똑똑한 소비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당당한 생산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구로고의 주요 사업이다.
2019년 ‘미래사회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자존감’, ‘도전’, ‘공동체성’을 함양에 목표를 두고, 학생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며 이윤과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2020년을 거쳐 2021년에는 이를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스타트업’을 기획하는 활동으로 발전시켜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참가 희망을 받아 일회용품 사용, 분리수거의 문제, 마스크 처리, 여성·장애인 배려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 모델들을 개발하고 투자를 받는 형태의 프로젝트이다. 이 활동은 학생들에게 도전정신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념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도록 하는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의융합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창업에 대한 기본 역량을 기르고, 동아리원들과 함께 스타트업 페스티벌로 연계하는 등 학사일정과 교육과정을 조율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령 학교 앞 카페들의 일회용품 과다 사용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은 구로고 ‘창의융합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카페에 순환 가능한 다회용 컵을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들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전문적인 역할 분담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 기술개발 총괄(CTO)은 활용 가능한 친환경 다회용 컵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재정 총괄(CFO)은 지역 광고를 활용한 수익모델을 만들고, 마케팅 총괄(CMO)은 카페와 학생들에게 홍보할 방법들을 구안하는 등 학생들은 협업,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과 조직 경영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 이후에는 모의투자 설명회의 방식으로 사업 계획서를 발표하여 선생님과 다른 팀의 학생들의 점검을 받게 되고, 스타트업 페스티벌 부스를 운영하며 자신들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주제 선정을 포함한 활동 전반에 걸쳐 학생들에게 보장된 독립성과 자발성은 환경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역사 인식 제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 학생들이 관심갖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들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된다. 사업 계획서를 발표해보고, 학교의 투자를 받아 그립톡, 태양광 보조배터리, 배지, 투명카드 등의 캠페인 물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판매한 뒤 얻은 수익금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들은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뿌듯함, 그리고 어떤 문제도 함께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그 결과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꾸준하게 참여하는 학생 조합원들도 꽤 있다. 이처럼 학생들은 남을 돕거나 공익을 위한 사회적 경제 활동이 자신의 희생이라기보다,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바꾸는 것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보람을 느끼는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3-3 한살림 옷되살림 캠페인

생활협동조합 한살림(http://www.hansalim.or.kr/)과의 연대 활동을 통해 가정에서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을 모아 파키스탄의 알카이르학교 사업부에 수출하거나 수익금을 만들어 직접 지원하는 것도 구로고 구성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활동 중 하나이다. 올해는 블렌디드 수업과 창체활동의 최소화로 인해 홍보와 캠페인 활동에 제약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다. 이 캠페인 활동은 특별한 인센티브나 이익 없이도 ‘무엇’이라도 나눌 기회가 있다면 학생들은 참여하고 나눌 수 있는 역량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캠페인 기간 협동조합 동아리의 학생들의 도움으로 의류 수거 및 분류·정리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캠페인에 참가한 학생들은 올해도 협동조합 한살림의 공지자료를 통해 총 138톤의 의류가 모이는데 일조하였으며 1,036,440kg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수익금이 파키스탄의 생필품을 사는데 사용되거나 수거품 중 어린이 가방류가 ‘굿유즈코리아’를 통해 콩고의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지원된다는 한살림의 공고자료는 학생들이 자원의 재순환을 경험하게 되는 좋은 교육 자료가 된다.
이뿐만 아니라 공정무역주간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서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제품들을 발굴하여 알리거나 학생들에게 이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평소에도 카페 95℃에서 공정무역에 대한 도서를 전시·판매하며 학생들에게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론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각종 사업의 수익금을 활용해 지역아동센터에 간식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경제 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

“옷되살림 운동을 하며 학생이 자기 책가방보다 훨씬 큰 포대자루를 메고 등교하여 뿌듯한 얼굴로 기부하기도 하고, 방과후에 학부모님께서 큰 캐리어를 끌고 오셔서 기부하시면서 앞으로도 이런 좋은 일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진심어린 격려를 전달 하시는 모습을 보며 같은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큰 보람과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서류작업도 많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좋은 취지의 활동이라면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주고 참여해 주는 마음을 가진 구성원들이 있기에 학교 교육활동에 계속 열심히 참여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이미애 협동조합 지역이사

3. 학교 안팎을 연결하는 생태적 실천 – 연대

“코로나19로 각종 학사일정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먹거리, 교육 활동 모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많은 선생님이 가치 소비를 위한 활동들에 도움을 주시고 지지하고 계시다는 것이 큰 힘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견도 있었지만, 협동조합의 전반적 취지에 공감하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김영신 선생님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변의 다른 사회적 협동조합, 학교 협동조합과의 밀접한 정보 공유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https://schoolcoop.modoo.at)나 구로사회적 경제통합지원센터(https://gurosen.or.kr)등의 지원으로 형성된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혼자 했으면 힘들고 어려워 진작 포기했을 일인데,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함으로써 즐거움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애 협동조합 지역이사

2015 선택형 교육과정이 2020년 모든 학년에 적용되었고,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을 확대한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의 변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 학생들의 ‘선택’이란 학교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주체이자 동시에 소비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교육 현장에서 소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매일 주어지고 있는가하는 의문 역시 든다. 2021년 서유럽의 대홍수 등 환경문제로 인한 전지구적 변화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생태전환 교육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교실에서의 고민과 토론이 아닌 생활 양식의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한 지금,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소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주체적, 실천적 생태주의교육을 위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1. 구로사회적 경제통합지원센터 누리집(https://gurosen.or.kr)
  2. 이상훈(2021),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 제안」,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2021.05.25.)
  3. 2021.07.16.(금) 포럼에서는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가치(이상훈 교수, 성공회대학교 경영학부 및 일반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와 ‘지역에서 학교협동조합의 의미와 역할(이향자 센터장, 구로사회적 경제통합지원센터센터)’을 주제로 발제가 이루어졌으며 장이수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김영신 구로고 교사, 강효진 협동조합 前 학생이사, 이미애 협동조합 상임이사의 토론으로 학교 협동조합의 의미와 과제를 공유하는 활동을 유튜브 라이브의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4. 자연드림 협동조합(http://www.icoop.or.kr/coopmall/), 두레생협연합(http://dure-coop.or.kr/)의 친환경 포장 제품이나 유전자조작 및 유기화합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원료가 사용된 제품들이 설명과 함께 진열되어 있다. 특히 아름다운커피(http://www.beautifulcoffee.org/)에서 생산지에 최저가격을 보장해주고 수익의 일부를 공동체 발전기금으로 환원하여 생산지의 삶의 질을 고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된 커피와 초콜릿 등을 접하게 되며 ‘체인지 유어 초콜릿’ 캠페인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