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Vol.233.겨울호

그럴듯한 이름은 확실한 학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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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기 서울신상도초등학교 교장

43년을 초등교육에 몸담아 왔는데 이제 떠나려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교육자로 어떤 삶을 살아왔나 자문하고 마지막 3년을 보낸
서울신상도초등학교에서 각종 이름을 지은 이야기로 자답해 본다.

부임하고 한 달 반 지난 어느 날 직원 모임에서 서울신상도초등학교를 ‘신나는 학교, 상도골 으뜸학교, 도약하는 학교’로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왜 신나야 되는가? 놀이를 하면서든 공부를 하면서든 신명 나지 않으면 쉽게 싫증을 낸다. 재미를 느껴야 열심히 한다. 으뜸이란 무엇인가? 초등학교 교육은 학생의 일상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기본 습관 및 기초 능력을 기르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초등학교에서 학습의 기초와 생활의 기본을 탄탄하게 가르쳐 놓아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왜 도약을 말하나? 경쟁사회를 넘어 성장사회로.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나와의 싸움에서 성장하는것이 더 중요한 시대이다. 학생들에게는 ‘무엇을 신나게?’, ‘공부도 놀이도 신나게’, ‘으뜸이란?’, ‘기초·기본을 탄탄하게’, ‘도약은 어떻게?’, ‘어제의 나보다 더 낫게’. 학생의 대답은 모두 9글자. 이렇게 문답교육으로 반복학습을 하였다.

신상도초등학교는 구릉지대에 세워진 학교라 온통 계단(정문에서 후관 4층까지는 무려 212계단)이고, 학교의 북쪽 경계를 뺀 3면 모두 최대 7m 높이의 콘크리트 옹벽으로 받쳐져 있으며, 건물과 건물은 모두 다리로 연결하여 ‘아름다리, 채움다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건물 이름도 ‘해내리관, 이루리관, 나누리관, 채우리관’으로 좀 색다르고, 도서관은 ‘책마루’로 명명되어 있었다. 그런데다가 본관 3층이 후관 1층과 같은 높이이고 체육관은 본관에서 다리로 건너가야 하니 교실 찾아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한 게 학교배치도(학교탐구보고서)인데 A4 한 쪽으로 만들려니 무척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냥 배치도가 아니라 각각의 공간별 정보를 담은 ‘학교사용설명서’ 수준으로 최대한 실제 모습과 일치되게 맞추고 정보를 최신화하다 보니 2년 6개월 동안 무려 71번이나 수정을 거듭하여 이제는 마지막 역작으로 남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행복한 학교가 되기 위해서도 교원과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학생들의 행복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해야 하는데, 이러한 교육공동체의 북돋움을 바탕으로 학교가 발전할 것이라는 소망을 담아 에코 스쿨(Eco-school)이 조성된 이후 학교 둘레를 친구와 함께 한 바퀴 도는 길을 만들고 ‘돋움길’(서로서로 북돋워주는 길)로 명명하였다. 그 후, 에코스쿨의 영역별 특성을 살려 9개 길로 잘라 각각에 이름을 붙였다. ① 오름길(정문부터 본관 1층까지 112계단을 올라가는 등굣길), ② 장미느티울길(학교 교화인 장미와 교목인 느티나무가 우거진 울타리길), ③놀이터길(능소화 올라간 철망 담장과 놀이터 사이길), ④ 논두렁길(벼와 밀을 키우는 텃논 상자 즐비한 들판 길), ⑤ 과수원길(유실수가 꽃 피고 열매 맺는 본관 앞 정원 길), ⑥벽화길(거북이 3남매가 사는 수생식물원을 지나 전래 동화 그려진 옹벽과 바닥에 그려진 전래놀이터가 이야기하는 길), ⑦ 들꽃길(다시 계단을 올라 수목 아래 핀 각양각색 야생화를 만나는 길), ⑧ 주차장길(후문 안으로 들어서 수줍게 자리 잡은 음지식물을 만나는 길), ⑨ 텃밭길(싱싱 채소가 연중 자라는 밭고랑 길). 학교둘레길 중 가장 소중한 길은 ‘행복길’이다. 행복을 위하여 영원히 배워야 함을 일깨워 주려고 교실로 들어가는 길을 ‘행복 길’이라 명하고 ‘ 0’번을 부여하였다.

다음으로 흩어진 이름(해내리, 이루리, 나누리, 채우리)을 붙이기로 하였다. 해낸다는 의미와 이룬다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어 ‘해보고 이루리’로 바꾸어 합치고, 나누리와 채우리를 ‘나누며 채우리’로, 최종 목적은 행복이니까 ‘행복 신상도’로 3박자를 맞추었다. 그랬더니 의미가 분명해지면서 지금까지 내가 몸소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던 삶의 지혜가 그대로 나타났다. 학교교육과정 편성 중점과 연계하여 그동안 맘에 간직했던 교육소신을 풀어보려고 한다.

1. 해보고 이루리(스스로)

해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옛 성현이 사수소 부작불성(事雖小 不作不成)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게 된다. ‘해 보았어? 해 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는 거야?’,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르는 것이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 해보게 하는 해봄 교육이 교육의 첫걸음이라면, 한 번 시작했으면 이룰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이룸 교육이 교육의 마지막이다. 신상도초는 이런 이유로 매년 도전·도약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2. 나누며 채우리(더불어)

나눔 교육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하고,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 내가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욕심 부리지 않고 남과 나누는 기회를 자주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 혼자 가지기 위해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건강으로 몸을 채우고, 학습으로 머리를 채우고, 희망과 긍정으로 마음을 채우는 채움 교육은 학교교육과정의 중요한 특색교육이 될 것이다. 그래서 신상도초는 매 학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로 향하는 나눔 단체 여러 곳에 기부활동을 벌이고 있다.

3. 행복 신상도(다함께)

행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학부모 교육 자료를 만들다 우연히 발견한 ‘god복’. 키보드가 영문으로 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행복’이란 단어를 쳐 나타난 영어 낱자(godqhr) 중 세 타를 지우고 나타난 글자이다. god이 내리는 복이 행복이다. 행복 교육은 행복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혼자 행복한 게 아니라 다함께 행복해야 한다. 해보고 이루리, 나누며 채우리. 분명 신상도 어린이들은 복을 받을 것이다. 틈날 때마다 아름답게 꾸며진 학교정원을 잇는 돋움길을 돌며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었을 테니까.

또한 학교사랑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마음에 모교 의식을 심어 주는 교육을 말한다. 서울신상도초등학교를 ‘신나는 학교(공부도 놀이도 신나게), 상도골 으뜸학교(기초·기본을 탄탄하게), 도약하는 학교(어제의 나보다 더 낫게)’로 명명한 것처럼. 학교를 사랑해야 학교가 즐겁다.

누군가 ‘이제껏 살아오니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묻는다면 나는 답하련다.
‘아름다운 세상 더불어 함께 신나게 사는 것’.
‘초등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큰 꿈, 굳센 힘, 따뜻한 마음’이라고.
나와 함께 제대로 된 교육을 고민하며 소중한 가르침을 함께한 선후배 교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이제 교원자격증을 모두 반납하려 한다.
서울‘특별시민’으로서 새 출발하기 위해. 보통 시민에게도 무한한 애정과 희망을 보내주는 서울을 사랑하며 서울을 알아가고자 ‘꾸배실(꾸준히 배워 실천하자) 학교’로 입학한다. 평생을 가르치며 살았으니 이제 맘껏 배우며 살련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힘과 더불어 사는 마음을 키우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