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19Vol.236.가을호

나는 왜, 가르치는가? 함께 성장하는 용기로, 즐겁게 역사 수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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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진 (창북중학교, 교사)

1.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을 넘게 붙잡고 읽던 책이 있었다.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이다. 한 문단을,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곱씹고 곱씹느라 완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메모장에 인상 깊은 구절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고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는 소중한 구절들을 반복해서 읽어가면서 왜 이제야 이 책을 알게 되었나 한탄했다. 그리고 큰 위안을 받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 모두 힘든 과정을 거쳐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내던져지듯이 현장에 투입되어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초임 시절을 보낸다. 그렇게 3년째가 되면서 필자는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잃어버렸다. 파커 J. 파머의 책에서처럼 필자는 학생들 및 교과와의 단절을 경험했다. 더 이상 교사를 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왜,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만약 그 시기 이러한 질문과 자기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럭저럭 교직생활을 이어가고 있거나, 또는 교사를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야기하는 몇 가지 사례는 필자가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회복하게 된 자신만의 사례에 불과하다. 이 사례들을 이용하여 교사들이 수업을 고민하고 발전시켜 필자보다 더 풍부한 수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역사, 지루하기만 한 건 아니야

필자가 가르치는 교과는 ‘역사’다. 초임 시절에는 방대한 양의 역사 지식들을 어떻게 학생들의 머릿속에 효율적으로 집어넣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느낀다. 학생들이 필자가 사랑하는 교과인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 역사도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또는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역사 서적에 손이 가게 만들고 거부감 없이 역사 미디어와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먼저이다.
이런 목적으로 강의식 수업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내용 지식을 아예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거꾸로교실을 수업에 도입하여 디딤영상을 사전에 온라인으로 제시하는 방식을 취했고,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 방식을 활용했다. 이 중 교사도 준비하기 쉽고, 학생들의 반응도 즐거운 수업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미지 활용 수업 디자인하기

역사 수업의 가장 첫 시간에 늘 쓰는 수업 방법이 있다. 사전에 역사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짤막한 영상을 보여준 후, 이미지 카드를 활용하여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직접 내리게 하는 방법이다. 이미지를 골라 강제로 의미를 연결시켜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정말 기발한 정의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교실을 돌아다니며 서로의 정의를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바로 의사소통역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수업이야말로 이미 시작부터 딱딱한 교과서의 첫머리 를 부드럽게 만들기에는 적절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이 밖에도 본문에서 핵심 단어를 뽑아내어 포스트잇에 이미지로 표현하게 시킨 후, ‘둘 가고 둘 남기’를 통해 모둠 간에 단어와 그림을 서로 맞춰보게 하는 활동도 있다. 대개 다른 모둠들도 핵심 단어를 비슷하게 뽑아내기 때문에 핵심 단어를 수업 말미에 함께 추려내며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또한 같은 단어도 기발하고 다르게 표현해내는 학생들의 유머러스함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는 수업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보드 게임, 퀴즈를 활용한 수업 디자인하기

필자는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 수업을 위해 보드 게임이나 트럼프 게임을 활용하기도 하고, 오징어 다리를 따온다는 형식을 차용하여 모둠 간 퀴즈 게임을 진행하기도 하는 편이다. 이렇게 간단한 형식을 사용했을 뿐인데도 학생들의 흥미도는 금방 올라간다. 특히 학생들 간에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줄때에 훨씬 수업의 열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학생들에게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은 열망이 존재하고 학생들은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는 데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3. 깊이 있는 수업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흥미 있고 재미있는 역사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의 과목 선호도는 높아질지 모르나 교사는 다시 한번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그래서? 재미 빼고는 뭐가 있지? 그 수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나?”
이것은 주변으로부터 받는 공격일 수도 있고, 학생들로부터 받는 평가일 수도 있으며, 나 자신에게 되묻는 물음이 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뼈 있는 물음이다. 실제로 나 역시 테크닉과 흥미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배움과 성장, 깊이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한 고민의 시작점이 바로 이 물음이었다.
그냥 ‘재미있었다.’로 끝나고 싶지 않았다. 미래의 시민으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건강한 인문학적 정신과 토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뒤늦게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으면서 이 생각은 더 굳어졌고, 수업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때맞추어 함께 거꾸로교실을 실천하는 교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도 이런 생각들이 공유되고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면서 생각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수업의 디자인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더 깊이 있게, 조금 더 다양하게! 독서교육 연계하기

역사 수업에서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이해를 토대로 자신의 관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지금 살아갈 시대, 앞으로 내가 부딪칠 역사들에 대한 나만의 관점이 만들어지고 보다 단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이라고도 생각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접하기에 좋은 매체 중의 하나가 바로 책이다. 객관적인 체하는 딱딱한 교과서의 글을 벗어나 보다 주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글을 읽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7년 2학기부터 다양한 서적들을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짧게는 1~2차시, 길게는 5~6차시에 걸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나누고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노력했다.
역사 수업에 쓸 수 있는 독서교육의 소재는 많다. 옴니버스 형식의 책을 사용하면 함께 이야기할 하나의 챕터만 정하면 되기 때문에 개인별 독서 속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설 형식의 책을 사용할 경우에는 글의 특성상 보다 역사적 감정이입이 쉽게 이루어지기때문에 친근한 접근이 가능하다. 또 그림책을 사용할 경우에는 책의 표지부터 시작하여 책 속의 그림을 가지고도 다양한 의견 교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도연맹사건과 관련한 단편소설을 발췌독한 후
시행한 비주얼 싱킹의 결과물
5차시에 걸친 독서 프로젝트 중,
‘둘 가고 둘 남기’를 통해 모둠 결과물을 공유하는 모습

논술과 토론으로, 성장을 위해 한 걸음 더

2018년부터는 토론과 논술을 통해 보다 심화된 수업 과정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학생들은 역사적인 지식만 줄기차게 배워두었지 큰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하며 현재와 연결시켜 깊이 있게 생각하는 기회는 실제로 많이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단순히 논술만 시행했다. 한 시대를 다룬 단원이 끝난 후, 네 가지의 논술 주제를 제시하였고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쓸 수 있게 선택권을 주었다. 생뚱맞게 글이 전개되지 않도록 개요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준 후, 그 다음 차시에 논술을 진행하였다. 수업에 들어가는 9개 반 전원에게 빨간 글씨로 첨삭을 하여 돌려주었고 수정하여 다시 제출한 경우에는 그것을 반영하여 수행평가 점수를 상향 조정해 주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힘과 수고를 들인 수업이었다. 하지만 끝나고 나서는 무언가 모자란 느낌이 들었고 업그레이드가 절실했다. 이에 주변 교사들의 조언을 얻어 올해에는 조금 더 철저하게 수업을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먼저 단원의 전체 수업에서 논술의 주제와 연관될 수 있도록 토론 수업을 군데군데 기획해 넣었다. 논술을 진행할 때에는 여전히 개요서와 글쓰기까지 2차시를 배정하였고 첨삭을 진행하고 고쳐쓰기의 기회를 준 것까지도 동일했다. 여기에 새롭게 3차시로 토의 수업을 하나 더 기획했다. 같은 주제를 선택하여 논술을 시행한 학생들끼리 모여서 자신의 글 내용을 공유한 후, 모둠원이 머리를 모아 최고의 논리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논술 쓰기에만 그치지 않고 다시 한번 자신의 글을 돌아보고 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어 넣은 것이었는데, 결과는 제법 성공적이었다. 업그레이드는 적절하였고 학생들도 토론이 가미된 논술수업과 평가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한 학기가 끝나고 체크아웃서클을 시행하며 학생들과 동그랗게 둘러앉아 학기말 수업 소감을 나누었는데, 이 때 몇몇 학생들은 토론 수업이 가장 의미 있고 재미있었으며 더 깊이 있는 수업을 원한다고까지 이야기해 주었다.

삼국의 중앙집권화 과정과 관련하여,
월드카페 토론을 실시한 후의 수업 결과물
진흥왕의 외교정책을 점수화하고 평가한 후,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두고 의견을 나누는 활동
논술 글쓰기의 사례. 빨간 글씨는
첨삭한 내용으로, 이와 같은 첨삭을
9개 반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하게 실시

4. 다시 한번, 가르칠 수 있는 용기 회복하기

3차시 모둠토의 후의 결과물.
주제별로 다양하게 토의한 후, 다른 모둠의
내용을 공유하고 동료 피드백을 실시

필자의 수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도배되어 있다. 하지만 많이 시도하는 만큼, 실패도 많이 한다. 어느 시간에는 ‘망했다.’ 라는 생각으로 울상이 되어 교실을 나올 때도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학생과 교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역사를 탐구하고 나올 때도 있다.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늘 성공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다.
한동안은 온갖 수업 아이디어를 찾으러 발품을 팔고 책을 읽어대고 인터넷을 뒤지며 ‘테크닉’에 몰입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몇 년간 다양한 수업을 해 보고 지금 내린 결론은 테크닉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가고 열정을 보일 때 학생들과 내가 교과에 일치되어 좋은 수업을 일구어내는 것이지, 절대 나의 테크닉 때문에 학생들이 따라와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교직 10년차가 되고 나서야…….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교사들이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상실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상처를 입고 마음의 문을 닫고 교사 역할을 ‘연기’한다. 그들이 용기를 다시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든 할 수 있다. 우리는 마음 속에서부터 이미 교사이기 때문이다.
파커 J. 파머가 했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끝맺으려고 한다. “훌륭한 가르침은 하나의 테크닉으로 격하되지 않는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
모든 교사들의 정체성이 멋지게 발현될 그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