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여름호 (243호)

[오산고등학교] 달과 6펜스 – 오산고의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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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민(오산고등학교, 교사)

방아쇠(Trigger)

오산고등학교(교장 신부식)가 서울특별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연구학교’ 공모에 신청하게 된 방아쇠 는 연구부장님의 한마디였습니다.

“선생님 관심분야인 것 같은데,한번 지원해봅시다.”

연구학교에 대한 개념도 없던 2020년 늦가을의 어느 날, ‘용산구 청소년 진로체험 아카데미’에서 관내 7개 고교 학생들에게 ‘미디어로 보는 국제사회’ 1차시 ‘기후 변화위기와 국제사회’라는 강의를 막 끝 낸 참이었습니다. 기후 변화 관련 국내외 기사와 논문을 읽으며 강의를 준비하는 동안 가슴이 뛰었습니다. ‘회복불가능한 선’이 다가온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두려웠고, UN을 필두로 유럽, 미국, 중국 등 세계적 강대국들이 정책적 변화를 가져오는 장면에서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연구부장님과 나눈 며칠 후 연구학교 신청 공문이 내려 온 것입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생태전환교육’을 시작해보자는 생각 뒤에는 학교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저희 오산고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100년이 넘는 역사’와 ‘미래사회’라는 두 키워드를 연결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교육부로부터 ‘AI 융합교육과정 운영학교’로 인가받았고, 교육청으로부터 ‘온라인 컨텐츠 활용 교과서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교육과정을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래 사회 변화의 두 축인 ‘디지털과 그린’ 가운데 AI 교육과정과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은 저희 학생들이 디지털 친화적 마인드를 갖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태전환교육’이라는 키워드를 더해줌으로써 학생들의 마음에 ‘지속가능발전’을 입혀준다면 저희 학생들이 그리는 자신과 우리 사회의 미래 구상이 조금 더 구체화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역동적인 학교의 모습은 학교를 구성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전문성에서 시작됩니다. 한강변에 위치한 저희 오산고는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 조사에서 언제나 ‘지리적 환경’이 가장 높은 순위를 가져갑니다. 학생들이 만족하는 두 번째 항목은 항상 ‘교사의 전문성’입니다. 학생 중심의 학교 변화를 강조하시는 교장선생님의 리더십으로부터 선택 중심 교육 과정 운영, 활동 중심 수업, 과정 중심 평가, 진학, 수능 및 평가원 문항 출제, 교과서 및 EBS 교재 집필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전문성과 열정은 이번 연구학교에 지원하게 된 큰 힘이었습니다.

“이거 왜 하는 거예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막연히 ‘좋은 일’이기만 하면 많은 선생님들께서 함께 해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학교 교직원 대상 설문에서는 80%의 선생님들께서 찬성해주셨지만 사실 남아있는 20%의 선생님들을 설득할 만한 답변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왜?’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제가 처한 현실과 이상을 생각했습니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라는 현실과 생태전환교육이라는 이상 사이에 접점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달과 6펜스』(윌리엄 서머싯 몸)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생태전환교육’은 달의 아름다움만 쫓다 발밑의 6펜스를 놓쳐버리는 허무한 이상이 아닌, 달을 바라보며 6펜스도 함께 주워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RE100)1, 많은 완성차 회사들이 전기자동차 생산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에는 선한 이미지와 경제적 이익이라는 가치가 함께 있듯, 우리 학생들에게도 ‘생태전환교육’이란 기후 변화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과 ‘입시’라는 실리 두 가지를 모두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 그 대답이었습니다. 2020년 말, ‘생태전환교육 연구학교’에 선정되었습니다. ‘왜’에 대한 고민은 다시 ‘어떻게’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The Quantity becomes the Quality.”

헤겔이 했다고 전해지는 이 말이 제가 찾은 ‘어떻게?’에 대한 해답입니다. ‘생태전환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학교가 내린 결론은 ‘울타리를 열어두고 가능한한 많은 선생님들이,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과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활동의 양을 채워주면 그 양이 결국 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였습니다.
우선 선생님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구부장님과 상의 끝에 2021년 신학기 준비모임 때 선생님들께 생태 전환교육 운영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고 비건버거와 함께 책 두 권을 선물로 드리고자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선생님들께 설명하는 기회는 사라지고 결국 버거와 책만 선물로 드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연구학교의 취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없이 ‘쿨 메신저 하나 툭, 책 두 권 툭, 비건버거 하나 툭’으로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무리였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여전히 정확한 취지는 모르신 채 연구학교 1년차가 다가왔습니다.

<신학기 준비모임 때 선생님들께 드린 책 두 권>

선생님들과 함께 생태전환

우선 수업, 동아리, 학급 특색활동 등에 생태전환교육의 키워드, 예를 들어, ‘생태’, ‘환경’, ‘지속가능발전’, ‘탄소배출’, ‘기후 변화’, ‘신재생에너지’ 등을 넣어 진행해주실 선생님을 모집하였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될 수 있는 한 간단히 작성하실 수 있도록 양식을 고안하였습니다. 예산 사용 규칙, 범위 등을 설명하며 선생님들의 프로그램을 받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한번 선생님들께 놀랐습니다. 약 20여 분의 선생님들께서 교육 계획을 보내주셨고, 그 계획 안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구상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미 지속 가능발전과 관련하여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을 진행해오신 분들이 많이 계셨고, 어떤 선생님들은 예산은 필요없지만 프로그램에 넣어 달라며 계획을 보내주신 분도 계십니다. 선생님들의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지난 4월 7일,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시간에 가졌던 ‘생태전환교육 연구학교 운영 연수’였습니다. 신학기 준비모임을 놓치고 선생님들께 설명의 기회 없이 사업을 진행했던 때와는 다르게 직접 대면하여 설명을 드린 이후 선생님들께서는 더 따뜻한 표정으로 연구학교 운영을 바라봐주셨고, 추가적으로 ‘생태전환교육 관련 교육 계획서’를 보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선생님들께서는 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 종이없는 학교 같은 아주 참신하고 좋은 아이디어입니다.학생들에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꼭 필요한 교육인거 같습니다.~^^
•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과 구성원들의 주도적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과 고민이 인상깊었습니다. 건의사항은 여러 문제점이 예상되지만 획기적인 종이 줄이기를 위해 학생들에게 1인 1태블릿을 학교 등교 때 지급해서 사용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활동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안내와 홍보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선생님들의 학교 생활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수 때 ‘종이 없는 학교’를 위해 선생님들의 회의 시간에 종이 없이 디지털 기기와 클라우드 기반 공유 문서를 활용하여 회의를 진행할 것 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교장, 교감 선생님의 지지와 많은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전 교직원 회의, 부장회의, 교과장 회의, 강평회, 교원학습공동체 등 많은 회의에서 종이가 사라지고 태블릿과 클라우드 기반 공유 문서를 활용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많은 선생님들의 의지로 학교에서 사용하는 복사 용지(A4 및 B4)와 종이 컵을 줄여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보다 한 발자국 더 내 딛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획단과 봉사단 홍보 포스터>

학생들과 함께 생태전환

학생 대상으로 두 종류의 단체를 만들어 모집하였습니다. 하나는 ‘생태전환교육 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단체이며, 또 하나는 ‘미래를 위한 달리기 봉사단(플로깅 봉사단)’으로 ‘플로깅(Plogging)’이라는 전 세계적인 환경정화 캠페인을 학교로 가져와 학생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주워 봉사 시간도 얻고, 환경도 정화하는 활동을 계획하였습니다.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생태전환교육팀’ 학생들을 성공적으로 모집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봉사단에는 142명의 학생들이 지원하여 선발되었고, 기획단에는 많은 선생님들의 심사를 거쳐 24명의 학생들이 선발되어 발대식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양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생태전환교육 기획단 발대식>

생태전환교육의 양이 쌓이자 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기획단의 경우 ‘기후 변화주간’ 캠페인을 위한 현수막을 제작할 때 재활용 가능한 종이 현수막으로 구매했으며, 학생들의 캠페인 활동 간식을 비건 음식으로 준비했고, 기획단원들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퀴즈를 낼 때,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태블릿PC를 이용해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태환경기획단 단원 배지를 나뭇잎 모양으로 하여 학생들이 소속감과 함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등 학교 캠페인 문화의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후 변화주간’ 캠페인은 이틀 간 150여 명을 목표로 진행했으나 하루 만에 목표치를 달성하는 등 성공적인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구상하고 디자인하여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보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 예로, ‘풍력발전기 제작팀’을 모집 중에 있는데, 인근 지역대학과 연계하여 강의를 듣고 자문을 받아 저희 학생들이 스스로 풍력발전기를 만들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이 활동의 목적입니다.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기획단 학생들은 물론 이공계열, 상경계열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고, 대학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고 있어 연구학교를 운영하는 기간 내에 학생들이 만든 풍력발전기가 학교의 어느 자리에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를 갖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뭇잎 배지 수여>

미래를 위한 달리기 봉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142명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봉사활동 사전교육을 진행하며 생태전환교육의 취지와 플로깅의 의미를 나누었습니다. 생태전환교육팀의 동료 선생님께서 봉사활동을 온라인으로 인증하는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해주셨고,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습니다. 온라인 발대식 이후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달리기 봉사를 실천하고 온라인으로 인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인증 사진 및 동영상은 ‘osanplogging’이라는 SNS(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모으고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든 이 계정을 한 번 확인해주시고, 함께 동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아이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아서, 아침7시에 학교 앞 한강변에 모여 함께 달리고 조회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수업에서의 변화는 많은 선생님들의 수행평가 주제에 ‘기후 변화위기’ 및 ‘지속가능발전’이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영어과에서는 ‘SDGs2’를 주요 테마로 삼고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연결한 수행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환경 교과에서는 지속 가능발전의 과학적 탐구 과정을 녹여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산 플로깅>

뿐만 아니라 사회과의 정책 제안, 창업 등의 수행평가에서도 학생들의 주도적 활동의 틀로써 관련 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국어과에서는 관련 도서를 ‘한 학기 한 권 읽기’ 도서로 채택하여 학생들과 함께 과정 중심 수행평가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진행하는 수업 사례를 소개하자면, 저는 사회과 교사로서 ‘실용경제’라는 교양 교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수업을 구상하며 교양교과로 같은 학년에서 진행되는 ‘환경’교과와 융합수업을 기획했습니다. 현재 두 교과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총 다섯 분으로 함께 수업을 구상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저희가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후 변화위기’와 ‘환경’ 그리고 ‘실용경제’ 의 주제를 융합한다.
둘째, 융합의 테마는 교사가 선정하되 학생 수보다 더 많은 수의 테마를 제시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선호, 희망 전공 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추가로 학생 선호에 따라 주제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셋째, 교사는 첫 시간에 기후 변화위기에 대해 강의함으로써 학생들의 인식을 바로 잡고, 수업의 과정과 절차, 그리고 평가 요소를 명확히 전달한다. 그 후에는 발표 내용에 포함될 요소, 예를 들어, 기술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 그리고 그들이 융합되어 펼쳐지는 미래사회의 모습 등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과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넷째, 종이 없는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크롬북과 클라우드 기반 공유 문서를 이용하여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서로 다른 시간대에 진행되는 조건에서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리로스쿨, 구글 스프레드시트, 구글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하여 자기 시간에 자신의 프레젠테이션 페이지를 만들어가고, 서로 다른 수업을 듣는 팀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공유 문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한다.
다섯째, 프레젠테이션을 만든 후에는 반드시 팀원들이 한 차례 이상 대면하여 협의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여섯째, 결과물 발표는 가용한 시간을 통해 함께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곱째, 교사는 주제 선정 및 팀 편성으로부터 결과물 도출에 이르는 과정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관찰 및 기록한다.

<융합 수업 장면>

현재는 학생들이 팀을 편성하여 각자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공유 문서의 권한을 서로 주지 않는 문제, 팀원들 사이 소통이 어려워 보고서의 방향을 잡기 힘든 문제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학생들은 비교적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떤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지, 저희 선생님들이 이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지 모르지만, 역시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며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협업하여 과제 중인 학생들>
<협업하여 과제 중인 학생들>

저희 학교는 선생님들의 지속가능발전 관련 수업 준비 과정을 심화하여 ‘지속가능발전과 미래사회’라는 제목의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연구학교 신청과 비슷한 시기에 교육부에서는 ‘교과서 자유발행제 시범사업’ 지원을 받았고, 저희는 ‘기후변화위기와 지속가능발전’을 주제로 자유발행제 사업에 신청했습니다. 총 네 분의 선생님께서 집필진이 되어 교육과정과 집필 세목을 조정하고 실제 집필을 시작하려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얻기 위해 다른 학교 수석 교사, 국립생태원의 박사님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과서 제작을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이 과정이 저희와 저희의 학생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님과 함께 생태전환

코로나 상황에 가장 아쉬움이 드는 것은 지역사회와의 협업 분야입니다. 많은 학교들이 갖고 있겠지만 저희 학교 역시 텃밭 부지가 있습니다. 여러 자료를 통해 텃밭은 작물의 생산지와 소비지의 간격을 줄여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을 공부했고, 이는 텃밭에서 나온 결과물을 직접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학부모님들께 텃밭을 분양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생 및 교사텃밭 동아리에 이어 텃밭을 운영해주실 학부모님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텃밭을 시작으로 학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생태전환교육을 구상해보려고 합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일상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므로 가정에서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태양과 한강

한강을 바라보는 곳에 위치한 학교의 지리적 특성은 학생들의 호연지기를 비롯한 바른 심성 함양에도 도움이 되지만 생태전환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더욱 중요합니다. 정남향으로 자리잡은 학교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이미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께서 해오셨기에 큰 문제 없이 태양광 패널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산의 한계로 인해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능하지만 아주 조금씩,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 학교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에너지공사에 문의를 거쳐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추천하는 기업들과 면담을 진행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확산

학생들은 저를 포함한 여러 선생님들의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봄에는 학생들과 함께 달리고, 여름이 되면 학생들과 함께 캠프를 떠나고 싶습니다. 가을이 되면 플로깅 봉사단의 이름으로 인근의 여러 학교 학생들과 함께 달리는 행사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1년여 간 진행한 많은 교과, 비교과 활동을 마무리하며 다시 연구학교 2년차를 준비 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 전체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려면 저희 학교 하나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문 기관의 조언이 필요하고, 지역의 구청, 교육지원청 등의 도움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은 국립생태원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너지공단, 서울시립과학관, 인근 지역 대학교와 논의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저희와 함께 지속가능발전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학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플로깅 봉사에 참여할 학교, 종이 없는 캠퍼스를 만들어 볼 학교, 함께 수업을 변화시켜볼 학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 볼 학교, 그리고 생태 전환 캠프를 함께 열어볼 학교를 기다립니다. 매달리진 않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산이 그리는 그린(Green) 그림

저희 학교가 그리고 있는 그림에는 녹색이 더해 지고 있습니다. 학교가 더한 녹색으로 인해 학생들의 미래에 녹색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초여름의 나뭇잎 같은 옅은 초록입니다. 어리고 청초하면서도 에너지를 한껏 품고 있습니다. 저희 오산고의 생태전환교육이 딱 그 정도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곧 여름 무더위와 장마, 그리고 태풍이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연푸른 나뭇잎은 이를 알지 못합니다. 하긴, 어쩌면 그따위 것들이야 몰라도 그만입니다. 그것이 두려워 지금 이 햇살을 즐기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딱한 일이 없으니까요.

“확산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1. ‘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말함
  2.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약자로 UN이 선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