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느린 학생도
행복한 학교

박상정 서울특별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

 

Ⅰ.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 교육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가 있다. 제목 그대로 라이언 일병을 구하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 많은 군인들이 죽음을 맞게 된다. 미국 정부는 전사자 명단을 통보하던 중 4형제가 모두 전쟁에 참전한 라이언 집안의 세 아들이 이미 전사하고, 막내인 제임스 라이언 일병이 프랑스 전선 어딘가에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라이언 일병을 위하여 매우 특별한 작전이 펼쳐진다. 8명의 구조팀(Saving team)이 구성되고, 이들의 미션은 ‘단 한 사람’ 라이언 일병을 구하는 것이다.

우리 교실에도 수많은 라이언 일병이 존재한다. 흔히 ‘학습부진 학생’이라고 부르는 ‘배움이 느린 학생’들이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교육공동체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기초학력 향상 사업의 목표는 배움이 느린 학생들도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며, 느리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을 위한 (Only You) 맞춤형 지원을 통하여 기초학력 뿐만 아니라 정서 회복과 자존감 향상까지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과’보다 ‘성장’하는 과정을 돕는 것이다. 그래서 배움이 느린 학생도 함께 ‘아침이 설레는 학교’를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

 

Ⅱ. 모든 학생들의 가능성을 지원하는 3단계 학습안전망

1. 1단계 교실 내 지원

가. 기초학력 진단

배움이 느린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배움이 느린 학생을 판별하고 진단하는 것이다. 3월, 새로 학생을 맞이하면 표준화된 검사도구를 활용하여 학생의 학습 능력을 진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 기초학습부진학생(3R’s)과 교과학습부진학생으로 구분하여 진단할 수 있다. 진단 도구로 서울 기초학력지원시스템, 학교에서 자체 개발한 진단 도구, 교사의 관찰,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 등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험 많은 교사가 범하기 쉬운 오류가 ‘딱 보면 학습 부진을 알아볼 수 있다.’는 착각인데,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과 같은 표준화 검사 도구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https://s-basic.sen.go.kr)은 ‘기초학력 진단검사-보충학습 및 지도-향상도 평가’의 순환적 시스템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학습부진 정도에 따른 맞춤형 지도와 이를 통한 학습의 누적된 결손 방지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 교육청의 교사는 누구나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을 활용하여 학생의 학습능력을 진단한 뒤, 제공되는 보정자료 「늘품이」를 활용하여 맞춤식 지도를 하고, 1~3차에 걸친 교과 향상도 평가를 통해 보정 결과를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에서는 초1~고1까지 진단-보정자료 및 교과 향상도 평가가 제공되고 있다. 또한 학습부진 요인 진단을 위해 학습역량검사, 학습저해요인검사 및 학습습관검사 등 함께 제공되는 정서·심리검사 등 다양한 검사 도구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나. 부진요인별 맞춤식 지도

진단이 이루어졌으면, 부진요인별 맞춤식 지원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부진 수준에 따른 맞춤형 학습지도 계획을 수립하고, 부진 원인에 따른 학습상담과 학습코칭 등 지원 프로그램 계획도 수립한다. 또한 돌봄사업,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다문화 및 탈북학생지원사업, 학생건강지원 사업 등 학교 내 다른 사업과 연계 지원할 수 있는지도 알아본다.

배움이 느린 학생의 지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교실 내 정규 교육과정에서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학생 참여식 수업을 활성화하고, 학생들의 또래 멘토링 활동 중심의 수업 운영을 통해 배움이 느린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잘 짜여진 정교한 강의식 수업과 성인의 정제된 언어보다 같은 눈높이 친구들의 언어로 가르쳐 주는 것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규 수업시간 중 협력 수업을 통해 배움이 느린 학생 지도도 가능하다. 정규 수업시간에 담임교사와 보조교사가 함께 협력수업(co-teaching)을 하는 협력교사제도를 시도할 수 있다. 우리교육청은 ‘서울형 초등 협력교사제’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는 공립초 1~2학년 희망교 83교를 대상으로 협력강사 125명을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저학년과 고학년의 학년 특성 차이가 매우 커, 저학년의 경우 협력교사제(코티칭)가 효과적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의 경우에는 학습보조교사의 독립 수업(풀아웃제)이 효과적일 수 있다. 최저 수준의 읽기 부진 학생에게는 1:1의 개별화 교육이 필요하다.

 

2. 2단계 학교 내 지원

가. 기초학력책임지도제

우리 교육청에서는 단위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별로 학교 여건에 맞는 기초학력책임지도 체계를 구축하고, 학습부진 요인별로 다각적으로 지원하여 교육 격차 해소 및 책임교육 실현을 목적으로 ‘기초학력책임지도제’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공립초 전체를 대상으로 한 학교별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교당 5,000천원~8,000천원의 운영비 신청 금액 전액을 지원하고, 예산을 지원받는 초등학교 544교는 기초학력책임지도제 운영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도록 하였다. 중학교에서는 공모사업 학교자율운영제와 연계하여 기초학력 관련 예산을 자율 편성하여 운영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일반고 전성시대 사업과 연계하여 기초학력책임지도제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는 직접 학교급과 여건에 맞는 기초학력책임지도계획을 수립하여 배움이 느린 학생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초등 저학년 학생의 3R’s 지도를 위해 수업 내 협력 강사를 활용할 수도 있고, 방과 후 기초학력 지도 강사를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으며, 학습전략 상담 지도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수도 있다. 즉 우리 학교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나. 서울두드림학교 운영과 다중지원팀 구성

복합적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부진 학생에게 집중 지원이 필요한 경우, 체계적·통합적 지원을 위해 ‘서울두드림학교’를 신청할 수 있다. 공모를 통해 희망 학교를 선정하여 2018년에는 초 59교, 중 50교, 고 56교 총 165교가 학습부진 학생의 복합적 부진요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두드림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업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학습지원 서비스라는 점이다. 배움이 느린 학생 중 학습장애, 왕따, 돌봄 결여 등 복합적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학습 지도만으로는 학습부진 극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학생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중지원팀을 구성하여 통합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여야 한다. 다중지원팀은 두드림 학생의 학습, 정서 행동, 돌봄 등 복합적 요인에 대한 종합적 지원이 가능한 구성원으로 구성되는데, 교감, 담임교사, 교과교사, 전문상담사, 보건교사, 지역사회전문가 등 학교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다중지원팀에서는 두드림 학생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결정하여 맞춤형 지원을 실행하고, 사례협의회를 통해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지원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보완할 수도 있다. 개별 학생의 학습수준, 부진요인 검사 결과, 지원 내용, 학습활동 등을 카드 형태로 체계적으로 기록해서 관리하면 두드림 학생의 효율적 지원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학생의 현실이나 필요한 지원 내용, 변해가는 모습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면, 자발적으로 학생을 위해 노력하는 두드림팀으로 성장하는 감동적인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다

 

3. 3단계 학교 밖 지원

가. 서울학습도움센터 운영

교실 내 노력과 학교 내 지원으로도 충분하지 않은 학생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우리교육청 ‘서울학습도움센터’에서는 배움이 느린 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의 학습부진 원인, 영역, 수준에 따라 수업 시간 중 1:1 맞춤식 상담을 진행하는 ‘Only One, Only You’ 맞춤학습상담(25회기), 학습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한 활동 중심 학습전략 집단상담(20회기), 방학 동안 다양한 활동 중심 학습전략 활동으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 및 한글 문해, 학습 전략 심화 프로그램을 모둠 형태로 진행하는 ‘한 걸음 더’ 방학캠프(16회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학부모를 위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한 학습상담, 배움이 느린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어울림 컨설팅도 실시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180여 명의 학습상담사가 곳곳의 학교에서 2,0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학습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 학교 밖 지원 체제 확대

서울학습도움센터에서는 필요한 학생에 대하여 협력기관 심층 진단 및 치유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유관 기관 및 병원과 연계하여 치유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종합심리검사 등 심층진단과 치료 프로그램 및 약물치료 등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교육인생이모작센터 봉사단과 연계하여 ‘사랑과 희망을 심는 기초학력반’을 운영하여 퇴직교원 재능 기부를 통한 초등학교 기초학습지도 개별 프로그램도 우리교육청의 특색 사업으로 타 시도의 벤치 마칭의 대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학습도움센터의 이용을 활성화하고 학교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여러 자치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센터 등의 학습지원센터와 연계하여 학교 밖 지원 체제의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다. 교원의 전문성 강화 지원-연수

배움이 느린 학생도 행복한 학교 생활을 위해서는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교원의 기초학력 향상 지도 전문성을 신장하고, 다양한 지도 사례를 공유하여 학습부진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원격 연수 및 집합 연수가 운영되고 있다.

 

Ⅲ. 깨어있는 교실을 위한 교육공동체의 노력

우리나라 고등학생 학교 시간표에서 영어와 수학이 차지하는 시간이 고등학교 3년 간 1,080시간, 이것을 24시간으로 나누면 45일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배움이 느린 학생들에게 45일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시간일 수 있다. 부진이 누적된 만큼 자신감은 떨어지고, 때로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돌발적 행동이나 거친 언어로 표출한다. 심지어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를 가르쳐주는 선생님, 소외시키지 않고 지지해 주는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공부하는 수업, 더디지만 같이 배웠다는 값진 경험은 배움이 느린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온전한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한 학생의 성장 과정’인 교육이며,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학생의 가능성을 최고로 발현하는 교육에 한 걸음 다가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