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문화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존과 상생의 다문화교육

최소영 서울특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Ⅰ. 다문화 사회와 다문화교육

1. 한국 사회의 다문화 현상

다문화 사회는 정보화 사회, 지구촌 등으로 표현되는 21세기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이다. 세계화, 국제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국가 간 정치적, 경제적 교류는 물론 문화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국인 주민 수는 2007년 72만 명(1.5%)에서 2016년 176만 명(3.4%)으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최근에는 제주도에 예멘인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가 민족·언어·종교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문화 사회는 하나의 국가나 사회 안에 존재하는 인종과 민족, 성, 종교, 계층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편견과 차별이 배제된 공존을 지향한다. 하지만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인종·종교·문화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내국인과 이주자 간 갈등과 대립, 외국인 범죄율 증가, 외국인에 대한 혐오 현상(제노포비아, Xenophobia) 확산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사회통합위원회’를 두고 사회 각계각층의 화합과 통합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도 2006년부터 ‘다문화교육(Multicultural Education)’이라는 용어를 도입하여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 다문화교육의 개념

다문화교육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견해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소수문화집단이 주류 사회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시혜적 성격을 강조하는 입장이다(강희룡 외, 2014). 또 하나는 다양한 인종, 민족, 사회 계급 출신의 학생들이 교육적 기회를 평등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기관을 변혁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최영준, 2018). 최근의 다문화교육은 문화와 인종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증진시키는 교육이라고 정의된다(정윤경, 2010). 다문화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정책 비전(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학생, 다양하고 조화로운 학교)도 최근의 패러다임을 반영하고 있다. 즉, 주류문화를 중심으로 소수문화에 대해 갖는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상호문화의 이해와 존중, 다양성과 평등, 조화로운 삶을 위한 공동체의식 함양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다문화교육의 대상은 모든 학생이 되어야 하며 다문화교육의 내용은 다양한 문화 간 차이를 동등하게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및 문화다양성 역량을 함양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3. 문화다양성 역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교양 있는 사람’이다.

문화다양성 개념은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선언」과 「문화다양성 협약」에서 출발하였다. ‘다문화’가 하나의 국가 안에 존재하는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을 의미한다면 ‘문화다양성’은 범지구적 차원에서 인식되는 인류 문화의 다양성에 보다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문(일부 발췌)

제1조 문화다양성: 인류의 공동 유산

문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다양성은 인류를 구성하는
집단과 사회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구현한다. 생물다양성이 자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
처럼, 문화다양성은 인류에게 있어, 교류, 혁신, 창조성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의미
에서 문화다양성은 인류의 공동 유산이며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혜택으로서 인식되고 보
장되어야 한다.

제2조 문화다양성에서 문화다원주의로

점차 다양화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공존에 대한 의지와 더불어 다원적이고, 다양하며, 역
동적인 문화정체성을 지닌 사람들과 집단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
다. 모든 시민을 포용하고 그들의 참가를 보장하는 정책은 사회적 단결과 시민사회의 역동
성 및 평화를 위한 선행조건이므로, 문화다원주의는 문화다양성의 실현을 위한 기반인 것
이다. 그 성격상 민주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문화다원주의는 문화교류와 공공의
삶을 유지하는 창조적인 역량을 풍성하게 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제4조 문화다양성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인권

문화다양성에 대한 방어는 인간존엄성의 존중인 동시에 인류가 수행해야 할 윤리적인 의
무이다. 이는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보호해야 하며, 특히 그 중에서도 소수민족이나 원주
민들의 권리를 수호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누구도 국제법으로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하거
나 그 영역을 제한하는 데 문화다양성을 이용할 수 없다.

 

다문화 사회에서 ‘문화’는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갈등을 넘어서 인류의 풍요로운 ‘자산’으로 공유되고 향유되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문화다양성 역량이다.

문화다양성 역량은 문화 간 소통 역량, 상호 문화 역량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첫째, 고유성을 지닌 다양한 문화의 존재와 공존의 필요성을 알고(인지적 영역), 둘째, 이것이 사회의 창조와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으며(정의적 영역), 셋째, 문화 간 대화와 교류에 적극 힘쓰는(행동적 영역) ‘종합적 실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장의선, 2017).

 

Ⅱ. 다문화교육 정책의 추진 경과와 법적 근거

1. 다문화교육 정책의 추진 경과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다문화교육 지원 정책을 시행하였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다문화교육 정책의 목표와 대상은 지속적으로 수정·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정책의 내용도 달라졌다(김기영, 2017). 다문화교육 정책에서 비교적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6년 처음 시행된 교육부의 다문화교육 정책은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이었다. 해당 문건에 ‘다문화주의적 관점에서 종합 지원 대책 마련’, ‘문화 민주적 통합(Cultural Democratic Integration)으로, 한국을 문화적 용해의 장(Cultural Melting Pot)으로 전환’ 등의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 것을 보아 초창기 다문화교육 정책은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가 혼재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어교육 지원과 한국 사회 적응 지원을 위한 교육은 동화주의적 입장을, 이중언어교육과 외국인 차별 금지에 대한 교육은 다문화주의적 입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2011년에는 글로벌 브릿지 사업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부모 출신국에 대한 이해와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을 중점·운영하였다. 또한 다문화교육 정책 대상을 교사까지 확장시켜 ‘교사를 위한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하였다. 교대 및 사범대에 다문화 교육 강좌를 개설하였고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연수를 강화하였다.

2012년에는 ‘다름을 재능으로, 모두를 위한 다문화교육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였다. 201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으로 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2018년 현재 다문화교육 정책은 다문화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지원(예비학교, 특별학급, 다문화 언어강사 지원 등), 학습지원(대학생 멘토링), 이중언어 지원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교육, 교원 인식 제고를 위한 연수 등 정책의 대상과 목표, 내용이 확대되었다.

 

동화주의(assimilation)

소수집단 구성원이 주류문화에 동화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주민들을 기존 사회에 적응시키고 재사회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문화와 정체성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입장으로, 다양한 문화의 평등한 공존을 지향한다.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정체성들이 서로 교류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상호문화적 대화(intercultural dialogue)와 쌍방향 소통을 강조한다.

 

2. 다문화교육의 법적 근거

정부는 다문화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 통합을 목적으로, 2008년 3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여 다문화 가족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김기영, 2017).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하면, 다문화 가족은 국적법 제2조에 따라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국민과 결혼이민자 또는 귀화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말한다. 또한 2013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난민법」에 의한 난민가족, 대한민국 영주자격을 취득한 자들로 이루어진 가족, 혹은 영주권자와 영주권이 없는 외국 국적자와 가족을 이룬 경우에는 다문화가족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박복순 외, 2013).

하지만 다문화교육 정책에서는 ‘UN 아동권리협약’에서 명시하고 있는 아동의 보호 및 교육권 보장 등 국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청소년복지 지원법」 등의 지속적 개정을 통해 다문화학생을 지원하고 있다(양승주 외, 2016). 또한 불법체류자의 자녀가 국내 학교에 입학 또는 취학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아동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2008년 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내 학교에 입학 및 전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도 2013년 10월 「서울특별시교육청 다문화교육 진흥 조례」를 제정하여 다문화교육 진흥과 다문화학생 교육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였다.

 

[ 다문화교육의 법적 근거 ]

•다문화가족지원법 제5조 ⑥항
– 학교 교원 대상 다문화 이해교육 연수 실시(2017. 12월 개정)

•다문화가족지원법 제6조(생활정보제공 및 교육지원) ①, ②항
– 기본적 생활 정보 및 적응·직업·언어교육 지원 규정
– 방문교육이나 원격교육 등 다양한 교육 방법 제공 지원 규정

•다문화가족지원법 제10조(아동 보육·교육) ①, ②, ③항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육과 교육을 실시함에 있어 다문화아동 차별 금지
– 적응 교육 등 지원(취학 전 보육, 학과교육, 방과후 교육 등)
– 한국어 및 부 또는 모의 모국어 등 언어발달 지원 규정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19조(귀국 학생 및 다문화학생 등의 입학 및 전학)
– 다문화학생이 특별학급이 설치된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전학할 수 있도록 함.

•세계인권선언(1948) 제26조 1항 및 2항
– 모든 사람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짐. 최소한 초등 및 기초단계에서는 무상이고 의무적이어야 함.
– 교육은 모든 국가, 인종 또는 종교집단 간에 서로에 대한 이해, 관용 및 우의를 증진시켜야 함.

•유엔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제28조
– 1989년 국제 인권조약, 모든 아동의 생존과 보호, 교육, 인간적 존엄성 존중, 참여 권리 규정
– 우리나라는 1991년도에 비준, 2017년 현재 세계 196개국 비준

•서울특별시교육청 다문화교육 진흥 조례
– 서울특별시교육청의 다문화교육 진흥 및 다문화가족 학생의 교육 지원에 필요한 사항 규정
– 기본계획 수립, 다문화 특별학급, 중점학교 운영, 다문화교육지원센터 운영 등의 사항 규정
– 제8조 ②항 교육감은 사회구성원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다문화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2018. 4. 26. 개정)

 

Ⅲ. 다문화교육을 넘어 세계시민교육으로

다문화 사회에서 학교 교육은 공통의 가치를 확고하게 하는 사회통합으로서의 시민적 목적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문화적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
다(주재홍, 2018).

다문화교육을 위한 2018년 교육부의 정책 비전은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학생, 다양하고 조화로운 학교’이다. 이러한 정책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성숙한 교육 환경 구축, 다문화학생 교육기회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다문화교육 정책은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 다문화 시대 인재 육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존 다문화교육의 동화주의적 경향을 넘어 세계시민교육으로 재구조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다문화학생 맞춤형 지원뿐 아니라 글로벌 역량 개발을 위한 이중언어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교육 활성화를 위해 다문화교육지원단 및 교과 연구회 운영을 통해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 특별학급 운영 및 정규교사 배치, 이중언어교실 확대, 세계시민 문화 체험 운영, 학교 운영 등을 통해 다문화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한 다문화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12년 「서울특별시교육청 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중도입국학생 및 외국인학생들의 공교육 진입과 학교 적응을 지원하고, 다문화학생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 서남권에 「거점형 세계시민(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신규·구축하고 있다.

다문화학생 밀집학교에 소속된 교사의 근무 여건, 생활지도, 학생·학부모와의 의사 소통 문제 등은 서울 다문화교육 정책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이에 다문화학생 밀집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전보 우대 방안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배려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모든 학생들에게 ‘다름을 재능으로, 차이를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서울형 다문화교육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문화교육을 넘어 세계시민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Ⅳ. 상호문화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존과 상생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다문화학생과 교육 현장의 변화를 바라보는 국민적 정서는 그 관점과 전망이 매우 상이하다. 다문화학생의 증가를 ‘우리 사회의 위기’로 보는 관점이 있는 반면 미래사회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는 관점이 그것이다. 다문화학생에 대한 교육적 염려는 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낮고, 학교 폭력 등 학교생활 부적응 행동과 높은 학업중단율에 기인한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강점을 잘 살려 미래사회의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것은 우리 교육의 중요한 책무이자 과제이다.

이를 위해 다문화교육의 문제를 다문화주의로부터 상호문화주의로 전환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호문화주의의 핵심은 바로 ‘소통’에 있다. 상호문화적 대화 (intercultural dialogue)와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쌍방향성이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과 소수집단인 이주민들 모두가 서로에 대한 역사·문화적 배경과 관습, 가치관 등을 쌍방향적으로 이해하고 공유하기 위해 소통해야 한다.

상호문화주의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특정 국가의 문화나 종교 교리 또는 국민적 정서를 벗어난 관습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거나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의 테두리 안에서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다문화교육을 통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류 발전을 위해 공존과 상생하는 세계시민으로 육성하는 것이 다문화교육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