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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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교육 패러다임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한 가운데에는 단일국가에 기반한 근대적 시민성 개념에서 벗어나, 지구촌 사회가 겪고 있는 공통 문제의 해결, 그리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공생 방안의 모색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이 자리하고 있다. 인종, 성별, 국적, 종교, 계급의 차이에 상관이 지구촌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실천 및 행동하는 ‘세계시민(global citizen)’을 학교교육을 통해 길러내야 한다는 국내·외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한경구 외, 2015).1) 2015년 인천에서 개최된 세계교육포럼(WEF)은 유엔을 중심으로 진행된 다년 간의 전문가 회의와 현장 적용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세계시민교육을 2015년 이후 국제사회의 주요 교육의제로 선언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과 국제 이주민의 증가 현상은 세계화의 흐름과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에 중요한 기여 요인이다.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단일국가의 경계를 초월하여 지구촌 곳곳의 개인들과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점차 가속화된 국제 이주는 개별 국가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을 크게 높였고, 이는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로 인한 국가 간 부의 불평등, 끝이 보이질 않는 민족·종교 분쟁의 고통,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 문제와 같은 지구촌의 문제들은 더 이상 단일국가 시민성에 기초한 시민교육으로는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세계시민교육은 기존의 전통적 시민교육을 보완할 매력적인 대안으로 등장하게 되었다(조대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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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은 세계시민성(또는 세계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세계시민성의 개념은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 지구시민의식(Planetary Citizenship) 등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법적 지위를 수반하지 않으면서 세계 차원에서 연대감, 집단 정체성, 소통 능력과 인류 공동 번영의 가치를 지지하는 공통점을 지닌다(한경구 외, 2015: p. 37). 유네스코가 발간한 『글로벌시민교육: 21세기 새로운 인재 기르기(Global Citizenship Education: Preparing Learners for the Challenges of the 21st Century)』는 세계시민교육을 “더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관용적이고,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필요한 학습자의 지식과 기술, 가치와 태도를 계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정의하고 있다(유네스코, 2014: p. 17). 특히 세계시민교육은 인권교육, 반편견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국제이해교육, 문화간 이해교육 등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c_9_4  그렇다면 세계시민교육은 학교교육의 접근법의 측면에서 기존의 단일국가 기반의 전통적 시민교육과 어떠한 점에서 차이를 보일까? <표 1>은 전통적 시민교육과 세계 시민교육의 주요 차이점을 대조하고 있다.
첫째,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아동, 청소년, 성인)를 능동적인 교육 주체로 삼는 교육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학습자가 국지적·세계적 문제에 모두 동등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보다 공정하고 관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세계시민교육은 변혁적인 교육이다. 기성세대의 가치 체계와 규범을 일방적으로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경향이 있던 전통적 시민교육과는 달리, 글로벌 시민교육은 학습자가 자신이 보유한 권리와 의무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끈다.
셋째, 세계시민교육은 ‘과정 중심적’이고 ‘문제해결 중심적’ 교육이다. 단순히 ‘학교지식’ 습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필수 지식을 토대로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 결해 나가는 ‘과정 중심적인’ 교육을 강조한다.
넷째, 세계시민교육은 참여 지향적이며 실천 지향적인 교육이다. 글로벌 시민교육은 ‘시민성에 대하여 배우는 교육’을 뛰어넘어, ‘시민성의 실천을 통해 배우는 교육’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시민교육은 ‘평생교육적 접근’이 요구되며, 학교의 공식적 교육과정과 잠재적 교육과정 모두를 통해 전개되어야 하는 교육이다.
그렇다면, 세계시민교육에서 학습자가 체득해야 하는 핵심역량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유네스코 전문가 회의 결과 및 발간 책자, 그리고 영국의 비영리단체 옥스팜(Oxfam)의 세계시민교육 관련 문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 핵심 역량들을 추출해 볼 수 있다.

c_9_5  한편,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쟁점이 남아 있다.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반적 합의에 기초한 ‘세계시민성’ 또는 ‘세계 시민 역량’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러한 해석의 다양성은 ‘시민성’ 개념 자체가 지니는 논쟁적이고 다층적인 본질에서 파생되기도 하고(조대훈, 2015), 세계시민성 담론을 정치적, 도덕적, 경제적, 또는 탈식민주의 관점 등과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 온 학계의 전통에도 그 원인이 있다(김진희, 015).
또는 데이비스(Davies. 2006)의 지적처럼, 세계시민교육은 ‘세계교육(global education) + 시민성(citizenship)’의 결합, 또는 ‘세계(global) + 시민성교육(citizenship education)’의 결합으로 보는 것과 같이 어느 쪽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김진희(2015)에서 재인용, pp. 67-68).
하지만, 이와 같은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접근방식의 차이에 기인한 갈등과 더불어 세계시민교육을 지지하는 교육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잠재적 쟁점 사항은 바로 “단일국가 기반 시민성이 세계시민성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는 “지역·국가정체성과 세계정체성을 동시에 지니는 것이 가능한가?”, “국가주의를 희생하면서까지 세계시민주의를 수용할 수 있을까?”, “세계시민성은 어떠한 나라에도 궁극적으로 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등의 질문들을 낳는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시민교육 전문가들은 ‘다중적 시민성(multiple citizenships)’(김 왕근, 1999) 또는 ‘탈국가적 시민성(설규주, 2001)’ 등의 대안적 시민성의 개념을 바탕으로 초국가적 가치를 지향하는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단일국 가시민성과 세계시민성 간의 긴장과 갈등 관계는 지속될 것이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의 탐구와 교육적 실천은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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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학교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세계시민교육은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필자는 세계시민교육 담론 분석의 전문가인 안드레오티(Andreotti)와 파쉬비(Pashby)가 제시한 틀을 확장하여 교육과정 차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양상을 <표 2>와 같이 여행자적 관점, 국가주의적 관점, 인도주의적 관점, 및 비판적· 변혁적 관점의 4가지로 구분해 보았다.

c_9_7  어떤 학교에서는 다른 나라의 사회 및 문화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문화다양성의 이해와 존중을 강조하는 ‘여행자적 관점’을 중심으로 교수-학습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어떤 학교에서는 제3세계 빈곤 문제의 해결방안 모색을 인류 공영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인도주의적 관점’을 강조하며 교수-학습 활동이 전개될 수 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세계 체제에서 나타나는 국가 간 불평등의 문제, 체계적인 차별의 시스템을 권력 관계와 정의 실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목표로 교수-학습 활동이 구성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나 학교에서는 이와 같은 4가지 관점 중 두 개 이상이 서로 결합되어 교육과정 구성 및 교수-학습 활동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여행자적 관점’과 ‘인도주의적 관점’이 결합된 형태의 교육과정이 존재할 수 있으며, 때로는 ‘국가주의적 관점’과 ‘비판적-변혁적 관점’을 동시에 활용하는 모순적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각 교과의 특성, 또는 개별 교사의 주관적-교과적 관점의 차이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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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21세기에 들어 시민교육 관련 교육과정(예: 사회과 및 도덕과)을 통해 세계화 및 다문화 사회화에 대한 학습을 강조해 왔다. 제7차 교육과정 개정 이전의 교육과정에서 한국은 인종적,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사회로 묘사되고 있었다. 하지만 제7차 교육과정기를 시작으로 강조되기 시작한 다양성의 가치는 2007 및 2009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더욱 확산되었고,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외국인 이민자의 급증에 따른 인종적·민족적·문화적 다양성의 증가와 그에 따른 사회 변화, 차별 및 불평등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학습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 학교 교육과정을 지배했던 국가주의적·애국주의적 정서는 21세기에 들어 상당히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조대훈, 2015).
첫째, 한국의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에는 여전히 민족국가주의와 문화동화주의, 문화다원주의, 세계시민주의 등의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혼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주의적인 정서는 특히 남북한 관계 및 통일 문제를 다루는 교과서 단원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민족국가주의와 애국주의는 교과서를 지배적인 대표적 이데올로기임에 틀림없다. 2007 개정 교육과정 이후 두드러진 새로운 국가 통치 이념인 다문화주의는 세계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으로서 국가 경쟁력의 강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2015 개정 교육과정 문서에서 세계시민교육은 교육과정 구성의 기본 정신이나 원리가 아닌, 기존의 개별 학문 중심적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세계시민 관련 내용을 특정 단원에 삽입하는 형태로 접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시민교육은 중단원 수준의 단편적인 지식으로 환원되는 문제점을 보인다.
셋째, 다문화 정책과 유사하게 한국의 세계시민교육 담론은 전형적인 ‘하향식의 국가 주도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의 세계시민교육은 교육당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아래로부터의 접근’은 상대적으로 희소한 편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서 언급한 ‘세계화 시대의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근본적인 목적과 맞닿아 있으며, 자칫 세계시민교육을 세계화 시대의 국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변질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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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은 2015년 세계교육포럼을 통해 그 대장정의 막이 올랐으며, 향후 세계시민교육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요구되는 일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가장 시급하고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정책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첫째, 한국 시민사회의 역사적 특수성과 환경을 고려하여, 기존의 단일국가 기반의 시민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과정 관련 연구 및 개발이 요청된다.
세계시민교육 역량 및 측정 지표 개발과 같은 기초 연구를 비롯, 세계시민교육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 역시 필수사항이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가 최근 개발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 목표(Global Citizenship Education: Teaching and Learning Objectives) 』는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아래 자료 참고).
둘째, 세계시민교육이 학교 안에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수업 내용과 방식변화 등 기존 학교의 일상 구조-체제에 대한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변화가 아울러 필요하다. 세계시민교육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처럼, 세계시민교육은 ‘교과서 지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학교 안팎의 삶의 문제’를 통해 접근할 때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소모적인 경쟁 구도 위에 펼쳐지는 수렴적 정답 위주의 입시교육 문화는 세계시민교육의 가장 강력한 장애물인 셈이다.
셋째, 세계시민교육을 학교교육과 평생교육 영역에서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 전문가 양성 및 관련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개발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현행 예비교원양성 또는 현직교사 직무연수 프로그램에서 세계시민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시민교육 전문가 과정을 개발하고, 세계시민교육 전문가 인증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유네스코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APCEIU),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월드비전 등이 제공하는 세계시민교육 교사 연수 프로그램들이 있으며, 이를 토대로 세계시민교육을 이끌어나갈 전문 인력을 양산할 인증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硏c_9_10c_9_11c_9_12


1) 일찍이 유네스코는 1990년 태국 좀티엔에서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 세계교육회의를 통해 저개발국보편교육의 확대와 양성평등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범세계적인 기초교육운동을 출범시켰으며, 이런 EFA의 초기 목표는 2000년 ‘다카르 세계교육 포럼’을 통해 ‘다카르행동계획(Dakar Framework for Action)’, 그리고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로 거듭났다. 하지만, 세계시민의식의 함양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2012년 9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출범된 ‘글로벌교육 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GEFI)’이라 할 수 있다. GEFI 출범 이후, 세계시민교육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교육의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김진희 외, 2014; 한경구 외,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