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눈높이 교육

g_04_1_03글 : 김경민 / 서울상계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한 소년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나무가 평생 동안 소년을 위해 희생한다는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선물 받아 읽고 좋아하던 그 글이 교과서에서 감동을 주는 부분을 찾아 실감나게 읽기 단원 자료로 실려 있어서 내심 반가웠고 할 이야기와 활동이 풍부할 것 같아 신났었다.
단원동기 유발로 ‘주변에서 자신을 위하여 아낌없이 주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것을 주었는지 떠올려 봅시다.’라는 질문이 있다.

g_04_1_06  <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사람은 부모님이라는 대답이 많이 나올 것이고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은 사랑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아이들은 나의 기대를 보기 좋게 빗나가서 부모님들은 ‘나에게 잔소리를 하 고 벌을 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 이 이야기의 주제는 ‘희생’인데 ‘희생’이 뭘까?

희생… 큰 것으로 생각해 왔다. 적어도 나는 누군가 나를 위해서,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의 고귀한 목숨을 바치는 것, 부모님이 자식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 g_04_1_10행동이 희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연필 빌려주는 것, 지우개 없는 친구에게 그것을 빌려주는 것, 줄넘기 없는 친구에게 자기 것을 빌려 주는 것이 희생 이란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들어 온지 20년이 다 되 어 가지만 나는 아직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10살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 게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나무의 삶 전체를 바쳐 소년에게 주는 것이 희생이 아니라 부모님은 잔소리와 벌을 아낌없이 주시는 분이시고, 내가 가 진 학용품을 빌려주는 것이 희생인 것이었다. 그래 서 이 아이들은 매일매일 나름 희생하면서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교사는 더 많은 것을 이들에게 기대하고 있었던가? 피식 웃음이 난다.
g_04_1_12
돌이켜 보면 나도 10살 때는 엄마 아빠는 잔소리 와 벌을 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 그때는 그럴 수 있어. 부모님은 우리를 위한다고 말로 하시면서 벌을 주시고 잔소리를 하시지. 10대가 지나고 더 나이가 들고 20대가 지나야 부 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그래도 난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주 는 희생의 고귀한 의미를 어린 가슴에 심어 주고 싶었다. “그런데 ‘희생’은 그냥 지우개를 빌려주는 것과는 다르지 않겠니? 네가 연필을 빌려 주는 것은 언젠가 그 아이가 너에게 연필을 빌려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빌려주는 것이겠지? 뭐! 지우개도 그렇고, 줄넘기도 그렇겠지. 하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소년에게 뭔가 기대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어 주는 것이란다. 그래서 희생은 단지 빌려주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단다.”
<아마 아이들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처음에는 그네를 만들어 주 고 다음에는 열매를 주고, 소년이 좀 더 컸을 때 배를 만들어 세상으로 나가게 해주고 나중에 노인이 되었을 때 그루터기가 되어 주었듯이 나무는 소년 에게 주기만 하지 소년에게서 어떤 것을 돌려받지 는 않는단다.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 목숨을 바치는 일은 나라에서 그 대가로 군인에게 목숨을 돌려주지 않는단다. 그래도 군인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단다. 이것이 ‘희생’이지.”
“나무는 소년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어도 나무는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주는 그 자체만으로 기쁨을 가졌단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일 이 즐겁니? 아니면 손해라고 생각하고 짜증났니? ‘ 희생’은 매우 큰 손해이고 매우 화가 나는 일이지만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희생 이란다.그렇게 ‘희생’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부모님은 어떨까? 너희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시고, 공부시켜 주시고, 결혼시켜 주시고, 아이 낳으면 돌 봐 주시고…. 부모님으로서는 매우 큰 손해를 보시지만 자식을 키우면서 손해라 생각하지 않고 즐거이 베풀어 주신단다. 선생님들도 너희들을 가르쳐 주고, 고민 들어 주고, 싸우면 해결해 주고, 너희가 멋진 삶을 살도록 도와주고 계시지만 선생님 누구 도 큰 손해라 생각지 않고 즐겁게 너희를 이끌어 주신단다.”
아이들이 옆 친구들과 조근조근 떠들며 희생의 의미를 나누는 것을 보는 내 마음은 갑자기 아낌없이 주는 큰 나무가 된 것처럼 기쁨이 샘솟았다. 아 이들이 나의 이파리를 머리에 쓰고 왕관 놀이를 할 것이고, 나의 팔에 매달려 그네를 탈 것이다. 나의 열매를 따다가 장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 사업을 확 장해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에 지친 몸으로 내게 돌아와 그루터기가 되어 달라고 할 것이다. 그 때 나는 세상에 없을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