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북세통이 뭐야?

김혜란 방송작가

사랑하는 인에게 매일 보아도 궁금하고 보고 싶은 딸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본다. 어제는 모처럼 단비가 내려 공기는 그야말로 청정하고 신록은 더 짙푸르러지고 있는 유월이야. 마치 네 웃음 마냥 싱그러운 푸름이 지천이다.
네가 배화여자중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엊 그제 같은데 벌써 어엿한 2학년이 되었구나. 엄마는 지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다가 잠시 책장을 덮어두고 네게 편지 를 쓰는 거야. 이 책은 여러 해 전에 출간 되자마자 읽었던 책인데, ‘북세통’에서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되어 또 읽는 거란다.
언젠가 “엄마, 북세통이 뭐야?”라고 네가 물었었지? “응, 학부모 독서동아리 모임이 야.” 이렇게 짧게 얘기하고 말았지. 생각해 보니 서로가 바빠 자세한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는데, 지난 해 북세통 활동을 네게 전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 어. 그러면서 엄마도 나름 정리하고 말이야. 네가 지난 1년 신입생이었던 것처럼 엄마는 ‘북세통’ 회원으로 1년을 재미나게 보냈단다. 모두 딸 덕분이야.
2016년 지난 해 삼월 어느 날이 생각나는지 몰라. 그때 네가 갓 입학해서 학교생활에 신나게 적응할 즈음 가정통신문 한 장을 전해 주었잖니?
‘학부모 동아리 모집’이라는 가정 통신문에 는 ‘독서 동아리 북세통’이라는 낯선 이름이 소개가 되어있었지. 북세통이 뭘까? 호기심 이 생겼더란다. 읽어보니 ‘책을 통해 답답하 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 받고 사춘기에 있는 자녀들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해 볼 수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인생이 한층 풍요롭고 여유로워질 것입니다. 동병상련과 역지사지, 별유천지를 경험해 보세요.’ 라고 모임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더구나. 호기심이 생겼지. 워낙 책을 좋아하던 터라 책을 매개로 뭔가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런 기대감이 생겼었어.
역시나 엄마의 기대감은 적중했단다. 북세통의 첫 모임. 그야말로 판타스틱했거든. 왜 냐구? 독서동아리 모임 9명이 책사랑은 기본 이고 제각각 개성이 넘치면서도 서로 조화로 웠기 때문이지. 어린이책 편집자님, 유치원선생님, 대학교수님, 학교선생님, 방송작가님, 동화작가님, 논술선생님 등 직업도 다양했지만 책을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공통 분모가 있었단다.
북세통 모임은 한 달에 두 번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생각들을 나누고 정리했어. 두 번째 주 금요일 모임은 배화여중 종교실, 도서실, 교정 등에서 이루어졌지. 그러고도 남은 이야기들은 마지막 주 수요일에 배화여중 인근에서 나누었단다.
그렇게 해서 읽은 책들을 보면 ‘슬로우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정영미/경향미디어)을 시작으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아름드리미디어), ‘채식주의자’(한강/ 창비)로 이어졌단다. 추천한 회원들이 추천 이유와 함께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어.
이 책들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생각과 이야 기들을 나누었는지 몰라. 마치 인이처럼 중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 정도였단다. 특히 배화여자중학교 교실과 도서실, 교정에 서의 모임은 특별했어. 쉬는 시간 달려와 인사하는 딸을 보는 것도 흐뭇했고. 딸들이 일상을 보내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엄마들도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눈다는 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묘한 설렘이 들었거든. 너희 들의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도, 웃음소리도 듣기 좋았어. 생동감 넘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듣는 느낌이었단다.
세 권의 책은 학교에서 지원을 받았던 터라 더 꼼꼼하게 공부하듯 읽었던 기억이 남아. 슬로우리딩은 너와도 함께했던 책읽기였고, 그렇게 엄마들의 독서동아리 모임이 딸아이의 독서 습관까지 이어지는 참 좋은 경험을 했어.
뒤 이어 어린이책 편집자 회원의 도움으로 그림책 읽기도 했었단다. ‘일과 도구’(권윤덕/ 길벗어린이), ‘솔이의 추석 이야기’(이억배/길 벗어린이), ‘강아지똥’(권정생/길벗어린이), ‘나의 사직동’(한성옥, 김서정/보림),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권윤덕/길벗어린이), ‘똥떡’ (이춘희/사파리)을 읽었지. 그림책은 어린이 만 읽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고마운 시간이었어.
이어서 읽은 책들을 보면 ‘미움 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인플루엔셜), ‘바다의 선물’(앤 모로 린드버그/바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미치 앨봄/세종서적), ‘난장 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문학과 지성 사)이었단다.
‘미움 받을 용기’는 워낙 베스트셀러라서 화 제가 풍부했던 책이었고, 반면 ‘바다의 선물’ 은 추천 받지 않으면 읽지 못했을지도 모를 책이었지. 그러니까 책은 혼자 읽기보다 여럿 이 함께 읽으면 독서 편식도 고쳐지고 다양하 게 책들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단다. 어른 이 될수록 편협해지기 쉬운 생각이 확장되고 시야가 넓어지며 다른 생각에 공감하고 좀 더 성숙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 너도 친구들 과 함께 책읽기를 하렴. 즐겁게 시작해 봐.
2학기 독서 활동에서 기억에 남았던 건 창 덕궁 후원 정자에서 책읽기를 했던 거란다. 낙엽이 멋지게 지던 10월의 창덕궁 폄우사에 서 ‘바다의 선물’을 함께 읽었었어. ‘폄우사’는 어리석은 자가 깨우치는 곳이란 뜻을 담고 있는 정자로 정자 중에서 유일하게 온돌이 놓인 곳이란다. 다음에 함께 가서 책 읽자.
지난해 1년 동안 읽은 책들 목록을 쭉 나열 해 보니 북세통의 역사가 보이는 듯하네. 그 속에 담긴 북세통 회원들의 이야기들도. 세 세한 이야기들은 북세통 밴드에 고스란히 기 록되어 있단다. 결국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났 던 게 아닌가 싶어. 북세통 모임의 회장님, 총무님 등 회장단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함께 한 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했단다. ‘북세통’ 이란 이름처럼 말이야. ‘책을 통해 세상과 사 람과 소통한다.’ 정말 근사하지 않니? 그래서 말이야 엄마는 2017년도에도 북세통 독서동 아리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단다. 우리 딸 인, 엄마랑 함께 책 읽지 않으련? 소중한 건 함께하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란다

2017년 6월
인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