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선생님들에게 있다

|김선아

“기술은 거역할 수 있는 것일까요?”
“기술은 거부해야 할 게 아니라 이용해야 할 것 이라 생각합니다.”
“동의해요. 그래서 시민교육이 필요하고 주인의 식을 길러주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장사꾼들이 기술을 가장 빨리 이용하기 때문에 금수저의 배를 불려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입니다. 사회를 더 낫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기술 변화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어떻게 금수저의 배를 불리나>라는 기사가 메신저 단체 채팅 방에 뜨자마자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함께 있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미래교육 스터디 채팅 방이다. 초·중·고 선생님들과 연구원들, 미래교육에 뜻이 있는 시민단체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 지 7개월. 공유경제, 인공지능 등 최신 이슈 관련 기사를 서로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시작으로 한 달에 한 번 저녁에 모여 두세 시간 가량 토론을 하고 있다. 처음엔 6명, 그리고 조금씩 참가자가 늘어나 지금은 12명 넘는 인원이 꾸준히 모인다. 급변하는 세상, 교육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비판은 계속 있었지만 잡히지 않는 구름을 잡아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교육이 가야할 길을 알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공부하면 교육이 바뀌어야 할 방향을 알 수 있을까?’, ‘함께 공부하면 변하는 세상에 대한 감각을 조금 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으로 스터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으로 시작된 공유사회 이야기,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디지털 거대기업이 만드는 새로운 자본주의 이야기, 그리고 미래 사회의 노동에 관하여 토론을 했다. 물론 현재 교육과는 당장 관련이 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교사가,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갈 사회를 이해해야 교육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네 번째 모임에서 본격적으로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사실 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내용은 여러 차원으로 논의되었다. 입시, 교육행정, 학교 제도와 같은 거시적인 차원과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맺는 관계, 구체적인 교실에서의 변화와 같은 미시적인 지점에 대한 것들이었다. 토론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현장의 이야기였다.

혁신학교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겪은 생생한 수업 이야기들을 공유하였다. 특히, 인상적인 사례는 일반고에서 혁신적인 방법들을 시도하고자 노력했던 동양고등학교 고상훈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공부 잘하는 아이와 조금 부진한 아이들을 멘토와 멘티로 짝을 지어서 공부를 가르치는 수업을 했는데, 가장 잘한 팀의 멘토에게 상을 주는 수업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상을 받은 아이가, ‘왜 가르친 학생만 상을 받아야 하죠? 우리는 같이 노력했으니 멘티 친구도 상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학생의 말에 동의하여 규칙을 바꾸자고 했지만 규칙을 바꾸려면 다른 반 선생님과 교감선생님에게도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학생에게 다른 선생님들을 설득해서 규칙을 바꿔보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처럼 교사는 학생의 문제의식을 자극하고 학생 스스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수업을 통해 교육의 방향을 정립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토론을 통해 귀한 통찰을 얻게 되었다. 입시 제도와 대학 서열,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 선다형 시험이라는 높은 장벽과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 정책의 결정자들이 뭔가를 바꾸어 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의 해답은 교실에 있다. 미래 사회를 이해하고 교육을 바꿔 나가는 열쇠는 교실에서 학생들 과 마주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통찰력에 있다.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선생님들이 직접 공부하고, 선생님들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가는 만큼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미래 교육은 바로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공부하기 위하여 책을 선택해서 읽고 나누어 발제하고 토론했다. 여러 명이 나누어 발제하기 때문에 모두가 한 번씩은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껏 ‘한계 비용 제로 사회’, ‘기술중독사회’, ‘생각조종자들’, ‘이기심의 종말’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였다. 그리고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하고 나눈 내용들을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것이 아쉬워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브런치 페이지 (https://brunch.co.kr/@jinggeomdari)에 발제와 토론한 내용들의 일부를 올려두었다. 고민을 함께하고자 하는 분들의 방문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