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학교자율
운영체제

|윤선인

 

1. 학교 자율화 정책 기조

수백만 촛불로 달아오른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6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병식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해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서울지부 부장과 합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3개 기관대표는 ‘교육관련 공동해결과제’로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및 교권보호 전담 변호사 배치’, ‘교원성과상여금제 폐지’, 그리고 ‘교육부 권한 시·도교육청 이양’을 제시하였다. 특히 교육부의 권한 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안임을 밝히며, 이는 1995년 5·31 교육개혁과 2008년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의 연장선이라고 명시하였다.

사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은 당시 교원 및 학부모 단체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특히 학교 자율화 명분으로 각종 규제가 무분별하게 폐지될 경우 공교육이 더욱 황폐화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들은 ‘학교의 환경이 변화하거나 입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의 자율은 교장의 독단과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학교 자율화가 교장의 무소불위한 권한을 강화하는 것으로 호도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렇듯 학교 자율화 사안은 입장에 따라 상반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기자회견에서 3개 기관 대표가 한목소리를 낸 교육과제는 ‘교육을 정치, 경제, 법률적 논리로부터 벗어나 교육 논리로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러나 유사한 정책 용어에도 불구하고, 2008년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발표되었을 때는 그것이 오히려 교육을 입시위주 경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교육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단순히 ‘자율화’ 라는 용어 자체가 아니라 자율화를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즉 공교육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교육 관계 당국과 실천 현장에서 공유하는 것이리라.

학교 자율화 정책은 우리 교육만의 논쟁 사안이 아니다. 이에 관한 해외 사례로 왕왕 언급되는 영국의 경우, 표면적으로 보면 단위학교의 학교 운영 자율성이 우리의 경우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수당이 집권한 2010년 연합정부 이래 학교 자율화 정책은 학교의 설립 유형 차원에서 확대되었다. 아카데미 학교가 바로 그 예이다. 아카데미 학교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측면에서 공립학교이지만, 학교실정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운영권, 학사일정 결정권, 그리고 교직원 채용 및 교원 임금 결정에 관한 사안을 단위학교 혹은 소속 학교 재단에 일임한다는 면에서 자립형이다. 즉 재정은 공적 투자로 이루어지지만, 학교 운영상의 자율권이 보장된 것이다.

그런데 사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 영국의 학교 운영 자율성을 우리 교육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영국에서 학교 운영의 ‘자율’이란 현재 우리나라에서 언급되는 ‘자율’과 다른 면이 있다. 우리 교육의 경우는 교육부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이양하는 방식의 학교 자율화이다. 한편 영국의 아카데미 학교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영국에서 학교 자율화란 오히려 ‘지역청’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영국의 사례를 좀 더 살펴보자.

 

2. 영국의 학교 자율화 배경

공교육 관련 법안이 정비된 1902년 이래 영국의 공립학교는 지역청(Local Authority, LA)이 전담하였다. 즉 영국의 공교육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청이 관할한다. 특히 학교 재정은 지역청이 중앙에서 분담 받은 것을 단위학교 실정에 맞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교육재정은 물론 교육과정, 교원임용 및 임금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공립학교 정책은 지역청을 중심으로 집행된다. 때문에 영국의 공립학교는 지역적 색채가 강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4년 제1차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래 공교육이 중앙 교육부를 중심으로 일괄 운영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영국에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도입된 것은 우리나라에 비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8년 당시 보수당이 주도한 교육개혁법에 따라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순차적으로 전국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그리고 학교평가 결과를 공시하는 리그 테이블(League Table) 제도가 등장하였다. 당시 교육개혁법은 교육과정을 국가수준으로 통일함으로써 지역청이 담당했던 교육과정 등 일부 권한이 축소되었다. 때문에 당시 교육개혁법은 지방 중심의 공교육을 중앙으로 이관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교육과정이 국가수준으로 통합되면서 지역교육청의 역할이 약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지역청의 역할은 축소된 반면, 지역청이 지속적으로 학교운영을 규제하려 하자 일부 학교장 단체가 반발하였다.

실제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중앙정부, 지역청, 그리고 단위학교 간에는 묘한 긴장관계가 지속되었다. 그동안 지역청은 자율적 권한을 가지고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교육을 시행하였다. 때로 중앙정부의 교육방침과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지역청은 중앙의 뜻을 그대로 따르지 않거나 적극 협조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역청과의 긴장 속에서 학교는 양 교육당국의 감독과 개입을 이중적으로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단위학교는 과다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였다.

한편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도입된 배경은 당시 고질적인 학력저하 현상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60~70년대 당시 성행하였던 진보적 교육정책이 학력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주지 교과 중심의 교육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이 무렵 학교의 책무성은 학력 향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를 반영한 듯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도입된 데이어 전국단위 학업성취평가가 가능해졌다. 즉 단위학교별 학업성취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 자율화란 지역청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단위학교의 자치경영을 실현하여 궁극적으로는 학력향상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자율화 정책을 통하여, 1980년대 마가렛 대처 (Margaret Thatcher) 정부는 지역청의 권한을 일선 학교에 이양하는 대신 중앙정부가 학교에 대한 평가권을 가지고서 원격으로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3. 아카데미 학교의 등장

학교의 책무성이 학력 향상이라는 인식이 정착된 2000년 무렵, 토니 블레어 정부는 아카데미 학교 제도를 고안한다. 아카데미 학교 제도는 학업성취 수준이 전국평균보다 상당히 저조한 학교, 특히 낙후지역에서 교육재정이 열악한 학교를 대상으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학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취약계층이 밀집한 지역의 학교에 교육적, 행정적 도움을 제공할 ‘후원단체’와 연계하여 학교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학력신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아카데미 학교는 후원(Sponsor) 단체와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지역청과의 소속 관계를 끊고, 필요한 교육재정을 정부로부터 직접 지급받는다. 이렇게 중앙의 재정적 지원과 재단의 교육적, 행정적 지원을 받아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일컬어, 우리말로 편의상 아카데미 스폰서 학교(Sponsored Academy)라 한다.

아카데미 학교는 설립 유형상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이행할 의무에서 자유롭다. 학교는 학교 구성원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자체적으로 마련하여 운영한다. 다만 수학, 영어, 과학 같은 주지 교과를 고루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또한 여타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평가를 관장하는 정부 산하의 교육기준청(Ofsted)의 평가를 받는다.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도 중앙의 평가기준에 부합하기 위하여 단위학교는 주지 교과 중심의 교육을 해야만 하는 실정인 것이다.

아카데미 학교는 비영리 재단의 자치 경영이 가능한 학교이다. 재단의 소속 학교는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우수 인력을 섭외하여 학교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적 지원이 가능한 것이다. 이때 아카데미 학교의 자율권은 구체적으로는 운영상의 자유이다. 교육 운영면에서 아카데미 학교는 학교의 취지와 학부모의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방학 기간 등 각종 학사일정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재정면에서도 아카데미 학교는 교직원 임금 및 성과급을 학교 자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 일례로 2010년 당시 아카데미 학교의 학교장은 일반 공립학교 학교장보다 약£30,000 정도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는 여건이 가능했다.

그러나 학교 운영의 자율권이 전적으로 학교장에 일임된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 학교의 학교장은 학사일정을 관장하지만, 아카데미 재단이 아카데미 학교의 교육의 질을 총괄하기 때문에 학교장은 임명단계부터 재단의 전반적인 운영 방침을 따른다. 아카데미 학교의 재단은 기업, 대학, 종교단체, 자선단체 등이 될 수 있다. 즉 영국에서 아카데미 학교를 통한 학교 자율화 정책은 단위학교에 대한 규제가 지역청에서 재단으로 운영 권한이 이동한 것을 의미한다.

 

4. 아카데미 학교의 확산

아카데미 학교 도입 초기에는 학력이 저조한 학교, 취약 계층이 밀집한 지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하였다. 그러나 교육격차 해소방안으로 도입된 아카데미 학교 제도는 2010년 보수당 주도의 연합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반 학교로 대폭 확대되었다. 즉 낙후 지역의 학교뿐 아니라 일반 공립학교도 자원하여 아카데미 학교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학교를 일컬어 ‘아카데미 전환 학교(Converted Academy)’라 한다. 아카데미 전환 학교는 이미 학업성취가 우수하기 때문에 별다른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운영상의 자율권을 보장 받기 위하여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이다. 현재 아카데미 학교는 잉글랜드 전역에 확산 추세이다. 2017년 7월 현재 잉글랜드 소재 학교 중 약 32%가 아카데미 학교로 등록되었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전국의 학교를 대상으로 아카데미 학교로 전환하는 아카데미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 소재 모든 공립학교가 2020년까지 아카데미 학교로 전환하거나 2022년까지 전환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이로써 1902년 이래 지속되어 온 지역청의 공립학교 관할 임무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이다. 즉 단위학교가 맺는 교육 당국과의 관계 구도는 거칠게 그려보자면 ‘중앙–지역–학교’에서 ‘중앙–후원 재단–학교’ 구도로 변하여, ‘후원 재단’이 지역청의 역할을 대신하여 단위학교의 학교 경영을 관장한다.

재단이 관리하는 아카데미 학교 모델은 운영면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때로 은행 업무에 비유된다. 즉 학교 현장의 실무는 고객이 은행에 갈 때 만나는 일반 은행원의 업무, 즉 일선 업무에 해당하고, 전반적인 학교경영 및 관리감독은 후선 업무(back office)로서 재단이 담당하는 것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정부는 체인점식 아카데미 학교 경영을 권장한다. 이러한 형태의 재단(Multi Academy Trust)에 소속된 학교는 재단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 단위학교 차원에서 경영 전반에 관한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재단이 후방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재단을 통하여 소속 학교들 간 교육자원 및 교육 전문가가 공유되어 성공적 사례를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도모된다고 강조한다.

아카데미 학교의 자율권이란 지역청의 관할에서 독립할 권리를 학교 설립 유형 차원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 자율권을 통하여 아카데미 학교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단연코 학력 향상이다. 도입 초기에는 낙후 지역에서 저조한 학력을 보이는 학교의 체질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지금은 학력 향상을 위한 경쟁을 독려하는 체제로서 전 학교를 대상으로 적용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역청의 간섭 없이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일견 학교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지만, 그 내실은 정부가 제시하는 학력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아카데미 재단 및 학교장에게는 교직원 채용 및 임금결정 권한을 활용하여 유능한 교원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게 된다. 또한 교육과정 및 학사일정 조정 권한을 가지고도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주지 교과 중심의 학력 향상을 위한 효율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부는 아카데미 학교 정책의 성과로서 교육선택권이 확대되고 학
생의 학업성취 수준이 향상되었다고 평가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아카데미 학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쟁 위주의 학력 중심 교육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5. 학력중심 교육 책무성

학교 자율화 전략의 근저에 학력 중심의 책무성 담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아카데미 학교를 위시한 학교 자율화 논의에서 학력은 일종의 성공지표를 알리는 화폐 가치를 지닌다. 최근 들어 영국에서 학력은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리그테이블, 국가 간 학력비교 과정에서 수치화 되어 학교 교육 성공의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아카데미 학교 정책의 성과로서 주지 교과 중심의 학력신장을 강조하며, 학력평가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일례로, 2016년부터 시행된 중등교육 학교 책무성 제도인 Progress 8 점수도 주지 교과 8과목의 학업 성취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초등교육의 학력이 중등교육 단계에서 어느 정도 신장했는지 알려주는 지표를 나타낸다. 주지교과 중심의 학력평가 결과가 학교 교육 성패의 지표로 통용되는 상황에서 단위학교는 아무리 많은 자율권이 보장된다 하여도, 학교 내 교장 및 교직원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교육과정을 시도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정부가 제시하는 평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하여 주지 교과 중심의 교육을, 경쟁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재단도 학력 향상을 위한 경영 전략에 집중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교원 성과급 등이 활용되는 것이다.

단위학교가 학력평가로 경쟁하는 이면에는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과 무관하지 않다. 학교 입장에서는 우수한 학력을 도달하고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비공식적’이지만 의도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호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발 과정에서 취약계층 및 성적이 저조한 학생에 대한 소외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표면상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학교가 학생을 선별하는 것이다. 학교 자율화에 따른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또한 왜곡되는 것이다.

한편 실질적으로 학력 향상 측면에서도 아카데미 학교의 특수는 미미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현재 아카데미 학교의 학력 향상 정도는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특히 사회경제적 배경이 유사한 학생 집단의 학업성취를 비교한 결과, 기존 공립학교와 아카데미 학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0년간 영국의 공교육은 학교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제도가 개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교육의 책무성은 학력 향상이란 인식이 고착되었다. 아직 교육개혁법이 도입되지 않았던 1975년 당시에도 영국의 교육단체는 학생의 학력평가로 교육 책무성을 재단하려는 당시 일련의 경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영국의 학교교육 정책이 표면적으로는 학교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함이라지만,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비대해지고, 지역청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특히 민간이 주도하는 학력중심의 학교교육 경쟁 속에서 공교육은 시장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한편 일선학교는 자율성이란 미명하에 정부의 요구가 오히려 더 늘었다고 토로한다. 특히 학교는 학교 자율성을 단독으로 행사하는데 부담감을 가지게 되면서, 다중 아카데미 재단에 편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자율화의 결과 학교는 지역청으로부터는 독립하였지만 재단과 중앙정부에서 받는 통제는 강화된 것이다. 나아가 민간이 운영하는 체인점식 학교운영으로 인하여, 공립학교의 지역적 성격이나 지역공동체 의식 등의 상실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6. 시사점

이 글의 서두에 영국과 한국에서 자율화 논의가 질적으로 상당히 다르다고 언급하였다. 영국의 경우 학교 자율화란 지역청으로부터의 자유였다. 여기에는 1980년대 당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 하에 추진된 중앙 중심의 교육권한을 회수하려는 전략이 숨겨져 있었다. 즉 중앙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학력 중심의 책무성을 단위학교에 전가하여 학교를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공교육은 민간에 위탁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요컨대 영국의 학교 자율화 사례는 교육이 시장화되는 매커니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영국에서 학교 자율화 방향은 학력 신장 중심의 학교 책무성 담론과 맞물리며 시장 중심의 학력 경쟁을 조장하는 교육풍토를 양산하였다.

한편, 1970년대 영국의 학력저하 논쟁 당시 교육철학자 존 엘리엇(John Elliot)은 학교교육의 책무성은 단순히 학력향상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교육의 책무성은 학생의 개별적 성장을 도모할 교육환경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가를 통하여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력을 화폐가치로하여 경쟁하는 현 교육 현실에서 반성되어야 할 부분이다. 주지하다시피 영국과 한국은 ‘학교 자율화’ 논의의 맥락이 다르다. 우리 교육의 경우 중앙집권적 교육문화에서 경직된 학교문화를 개선하고, 지역의 특성에 부합하는 학교문화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우리에게 학교 자율화는 영국과 달리, 중앙으로부터의 자유, 지방자치의 교육을 위한 자유이다. 여기에는 지역과 단위학교의 협력을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이 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유에 결부되는 책무성에 대한 이해가 학교와 교육당국에서 공유되어야 한다. 교육의 책무성이 지식 위주의 학력에 국한된다면, 교육 당국과의 관계 설정상의 자유가 무엇이든 간에 단위학교가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상상력은 위축된다. 우리는 2008년 학교 자율화 정책이 소개된 당시 교육계가 우려했던 부분을 상기해야 한다. 앞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권한을 지역에 이양해야 하는 이유로 시장이나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 본연의 문제를 환기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교육의 공적 가치를 지역 수준에서 실현하기 위하여 지역에 권한을 이양하는 작업은 시의 적절한 듯 여겨진다. 다만, 학교 자율화 정책은 언제나 공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이해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 책무성은 오늘도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선 교사와 학교장에 대한 신뢰, 그리고 학교와 교육당국 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학교 자율화 속에서 지역과 학교가 주도하는 교육적 상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