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1 가을호(244호)

[영어]지구, 해치지 말아요!
마을여행 이야기를 만드는 아이들

0

강소진(구암중학교, 교사)

“선생님, 이걸 영어 시간에 왜 해요?”

교사가 되자마자 얻게 된 ‘영어 교사’라는 나의 정체성은 해외여행, 다문화와 같은 주제와는 가깝게 느껴졌지만 생태전환교육, 기후 위기 대응교육과는 멀게만 느껴졌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내가 처음 ‘기후 위기’, ‘지속 가능’, ‘환경’이라는 단어를 영어 수업에 사용했을 때, 학생들에게서 “선생님, 영어 시간에 이걸 왜 해요?” 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기후 위기에 대응해 생태전환교육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앞으로 소개할 내용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다. 그보다는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마주할 다양한 문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마침 그때 세계시민교육 관련 연수를 들으면서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여행계획을 직접 작성하는 수업을 구상하였고, 그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한 것이 기후위기 대응 교육의 마중물이 되었다. 환경 동화 작가 되기 수업은, 이러한 경험을 다른 교과와 함께 고민하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생태전환교육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하였다.

지속 가능한 우리마을 여행계획

내가 처음 ‘지속 가능한 우리마을 여행계획 세우기’ 프로젝트를 소개했을 때 학생들의 흔들리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속 가능한’이라는 과학이나 사회 수업 시간에나 들어봄직한 단어를 영어 수업 시간에 들은 것도 당황스러운데 우리 마을에 뭐 볼 게 있다고 여행지를 우리 마을로 짜라고 하니, 내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심지어 영어로 작성해서 제출하라니, 학생들에겐 산 넘어 산인 과제가 틀림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다른 나라나 지역보다는 자신들이 사는 주변과 지역에 관해 탐구해보길 원했고, 지구 생태계를 해치기 보다는 그 안에서 조화롭게 여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길 원했다. 또한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산출한 결과물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고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활동을 포함하여 위의 흐름에 따라 프로젝트 학습을 구성하였다.

주제 선정 및 수업 목표 세우기

학기 초 수업 및 평가 계획 수립을 위해 중학교 3학년 영어 교과서의 주제를 살펴보다가 ‘여행’이라는 주제를 발견하였다. 교과서 본문 속 주인공이 터키의 한 도시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여행계획도 소개하고 여행 중 방문한 다양한 장소나 경험을 묘사한다. ‘여행’은 학생들에게 친근한 주제일 뿐만 아니라 영어과 교육과정의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거나 자신의 주변의 장소를 묘사하는 짧은 글을 쓸 수 있다’라는 쓰기 성취기준과 연계해서도 수업과 평가를 운영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들이 여행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과 훼손되는 환경에 대해서 이해 하고 ‘지속 가능한 여행’의 개념을 파악해서 우리 마을 속 여행할 수 있는 장소들을 묘사하는 글을 영어로 쓸 수 있다.’라는 학습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교육 활동으로 계획하고 운영했다.

프로젝트 학습 내용 구성하기

주제와 수업 목표를 세운 후에는 ‘지속 가능한 우리 마을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수업을 계획하였다. 사실 영어 교과에서 ‘지속 가능’이나 ‘탄소 발자국’이라는 개념을 다루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 학습은 2학년 말 도덕 및 사회시간에 배운 ‘탄소 발자국’과 ‘지속 가능한 삶’을 상기 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여행의 필요성에 관해 학습하고, 여행으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조사해서 분류해보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여행자들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 훼손하는 나무의 개체 수, 호텔 객실 하나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 등의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택시를 타고 반짝반짝 빛나는 전망대를 방문할 때의 탄소 발자국과 도보 코스를 따라 자연휴양림을 방문할 때의 탄소 발자국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행동들은 결국 우리에게 기후 위기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되면서 학생들은 프로젝트 학습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속 가능한 우리마을 여행계획 세우기’ 프로젝트 학습 결과물>

앞서 배운 개념들을 반영하여 모둠별로 학생들은 여행 계획의 주제를 선정하고 내용을 구상하였다. 그리고 개인별로 하루 일정을 맡아 계획을 세우고 지속 가능한 우리 마을 여행 활동 또는 장소를 묘사하는 글을 써 포스터로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예시자료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학생들이 우리 마을의 명소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 출처를 제공해주기도 하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환경성적표지(탄소 발자국) 제도가 여행지에도 적용되어 제주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인증을 받은 여행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예시로 제공했다. 추가로 ‘북촌 성숙한 마을 여행’이나 대전 ‘지속 가능한 관광’ 프로그램들도 학생들에게 참고할 자료로 제공하였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참고자료를 제공하여 학생들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워낙 학생들이 접해보지 못한 주제이고 적절한 정보를 탐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계획서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배움 확산하기

학생들은 모둠별로 우리 마을을 알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여행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여행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해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여행계획 속에서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탐구했다. 하지만 기후 위기 대응 교육을 할 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탐구하는 것에서 그치기보다는 실천과 필(必)환경 문화 확산의 시도가 함께 이루어질 때 한 단계 나아가게 된다.

당시 동작구청의 ‘아.무.거.나.(아이들의 무한하고 거대한 꿈나래)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설동아리의 동료평가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여행 계획서 몇 개를 선택해 학교 신문과 SNS 페이지에 겨울 방학 추천 프로그램으로 제시하였고 실제 실천 후기를 받는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계획한 계획서가 학교 신문과 SNS페이지에 게시된 것에 신기해하였고 실제 지속 가능한 우리 마을 여행기를 남겨주었다.
‘지속 가능한 우리 마을 여행계획 세우기’ 프로젝트를 처음 했을 땐 ‘아, 망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허술했고 방향성을 잃었었다. 그렇게 첫해 운영하면서 치룬 호된 신고식의 시행착오는 두 번째 해에 다음과 같이 개선하려고 노력하였다. 우선 학습 관련성을 높이기 위해 학습내용을 구성할 때에는 다른 교과와 융합하거나 학생들이 사전 학습한 관련 개념을 반영하였다. 무작정 내가 배워서 가르치기보다는 관련 교과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 꼭 그 수업 시간에 다뤄주시지 않더라도 참고할 수 있는 소중한 학습 자료를 제공해 주셨다. 그리고 학생들이 하는 프로젝트 과제는 반드시 세분화하고 검증된 사이트나 예시자료를 제공해주셨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탐구할 때 학생들은 이미 그 주제를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많은 인지능력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내가 제공하는 자료들이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다.

야, 우리도 환경 동화 작가 될 수 있어!

2020년은 아마 학교가 겪은 가장 힘든 해 중 하나였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차례 학사일정 수정과 갑작스런 원격수업, 그리고 그에 따른 과정중심평가의 감소까지 그 무엇도 쉽지 않았던 해였다. 하지만 이번엔 꼭 교과융합수업으로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해보리라 굳게 다짐하고 작년부터 국어와 과학 선생님께 틈날 때마다 말을 꺼냈던 나의 노력에 결실을 맺고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상의 끝에 원격수업 때도 조금 편안하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야, 우리도 환경 동화 작가 될 수 있어!’라는 환경 동화책 만들기 주제중심 교과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하여 다음과 같이 운영했다.

주제 선정 및 교육과정 재구성하기

교과융합으로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게 되면서 ‘기후 위기 관련 주제에 관한 메시지가 잘 드러나도록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환경 영어 동화책을 조별로 제작할 수 있다.’라는 학습목표를 세웠다. 동화책의 주제는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거나 결과로 나타나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후 변화와 에너지’, ‘쓰레기’, ‘물’로 범위를 설정하였다. 학습목표에도 나와 있듯이 배움 확산을 위해 반드시 동화책 속에는 실천 교훈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실제 독자를 제시하게 하였다. 또한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운 학습 과제가 되지 않도록 조별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하였다. 각 교과 선생님들께서 교육과정 속 관련된 성취기준을 선정 후 학습 흐름에 따라 수업 운영 순서와 내용을 정했다. 국어와 과학 수업에서의 개념학습 및 적용 수업이 먼저 이루어졌고, 영어 수업에서 쓰기 과정중심평가와 연계하여 이야기를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미술 수업시간에 회화 과정중심평가와 연계하여 동화책 내용과 어울리는 표지와 삽화를 그릴 수 있도록 진행하였다.

프로젝트 학습 순서 및 원격·대면 수업 시 내용 구성하기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환경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도록 우선 ‘집콕 과제’로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국어 교과에서는 학생들에게 선정한 도서를 제시 후 독서 감상문을 쓰게 했다. 과학 교과에서도 지구 온난화라는 개념과 원인에 대한 다양한 주장과 근거를 추천 영상과 도서를 통해 이해하고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정리해보도록 했다. 영어 교과에서는 스웨덴의 기후 행동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영상을 통해 청소년이 바라본 지구의 기후 위기에 대해서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온라인 개학 후 진행된 원격·대면 수업으로 국어 수업에서 글의 짜임새, 동화책의 구성 요소, 패러디의 뜻에 대한 수업이 가장 먼저 진행되었다. 온전히 창작하여 동화책 이야기를 작성하는 것을 학생들이 힘들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해 기존에 있는 동화책 내용을 패러디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줄 예정이었기 때문에 국어 선생님께서 이와 관련한 수업을 진행해주셨다. 이와 거의 같은 시기에 과학 수업에 서는 기권과 지구 기온,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졌다. 과학 선생님께서는 이를 복사평형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재미있는 퀴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수업으로 구성해주셨다.

영어 수업에서는 프로젝트를 이어 운영하면서 코로나19와 지구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서 대기 환경이나 생태계가 살아나게 된 것과 배달 음식 이용의 증가로 늘어난 플라스틱 쓰레기 등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영상을 보여준 후 느낀 점을 간단히 나누었다. 이후 구글 문서 도구들을 활용하여 원격수업에서 동화책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기획하는 개요를 작성했다. 이 때 학생들은 구글 문서 채팅을 활용해 서로 그리고 나와 소통했다. 그리고 영어로 동화책을 쓰기 전에 학생들은 조별로 자신들의 주제와 비슷한 영어 동화책을 찾아서 어떤 요소들을 포함하여 작성해야 하는지 분석했다. 동화책 분석 활동은 원격수업 시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제 책을 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영상이 있는 동화책 위주로 선정하였다.

조별로 하나의 동화책 이야기를 작성하기에 앞서 흐름을 논의하고 총 3차시에 걸쳐 개별로 자신이 맡은 부분의 이야기를 영어로 작성했다. 작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여러 차례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영어 수업 시간에 이야기를 모두 작성하였다. 특히 수업을 운영하는 내내 학생들에게 실제 독자의 존재를 상기시키니 동화책의 내용과 삽화가 더욱 짜임새 있게 구성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개미와 베짱이,’ ‘겨울왕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돼지 삼 형제’ 등의 동화를 패러디하여 그 속에 ‘재활용하기,’ ‘물 낭비 줄이기,’ ‘탄소배출 줄이기’ 등의 교훈을 담아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마지막으로 미술 시간에는 자신이 작성한 부분을 삽화로 나타내고 채색을 하여 하나의 스크랩북에 붙여 실제 동화책처럼 제작하였다.

배움 확산하기

완성된 환경 동화책은 1학기 말 온라인 전시회를 통해서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개하였다. 직접 제작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했고, 다른 학생들,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은 환경에 대한 아이들의 창의성 담긴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또한 원래 학습 목표에 맞게 몇 개의 환경 동화책을 동 교과 선생님들과 선정하고 수정·보완하여 2학기에 1학년 영어 수업에 활용하였다. 영어 수업 시간에 교과서 이외에 실제적인 맥락을 담고 있는 글이나 원서를 많이 이용하는데, 간혹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읽는 걸 포기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이 환경 동화책들은 자신들의 선배가 직접 본인들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교훈을 담아 동화책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관심 있게 읽고 독후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는 줄곧 수업을 진행하면서 선배들이 만든 동화책을 통해서 후배들에게도 기후 변화에 대한 작은 변화의 씨앗이 심어졌기를 바랐다.

“선생님은 이래서 이걸 영어 시간에 해.”

학창 시절에 그렇다 할 생태전환교육이나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던 나는 관심이 생긴 이후 책과 연수를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지만, 아직도 광범위한 분야 속에서 나만의 방향성을 찾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지구는 나를 오래 기다려줄 것 같진 않다. 날씨는 이미 점점 더 변덕스러워져 가고 있고, 해양 생물들이 인간의 쓰레기로 죽어가고 있다. 이것이 영어 교사인 내가 굳이 수업 시간에 기후 위기와 관련된 주제를 찾아서 반영해보는 이유이다. 올해에는 그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기후 위기의식을 갖고 문제 제기와 기후 행동으로 이어가면서 필(必) 환경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아이들을 모집하였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기후 위기 대응 동아리 ‘지구가 좋아서’의 아이들과 함께 지구에서 공존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인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과학이 아니라서, 내가 잘 몰라서라고 핑계를 대기보다 지금 내가 사는 지구가 좋아서, 그리고 앞으로 나의 학생들이 살아갈 지구도 좋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