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20 가을호(240호)

온라인 수업이 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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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성 ((사)스마트교육학회, 회장)

먼 훗날 2020년을 돌아보면 어떤 기억이 떠오를까? 마스크를 쓴 사진을 보면서 ‘저럴 때도 있었구나.’라고 기억 할 수 있겠지만 2020년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더 중요하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와 함께 급작스럽게 교육 현장에 들어오게 된 온라인 수업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던 교육 현장에 때맞추어 들어와 커다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BC(Before Corona) 시대와 AC(After Corona) 시대로 나뉘어 진다고 한다. 대면의 세상에서 비대면의 세상으로.
그렇다면 AC의 교육은 BC의 교육과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일부에게만 활용되던 다양한 온라인 도구들과 디지털 활용 교육의 경험을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공유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활용 교육이 BC에는 일부의 경험이고 교육 방법이었다면 AC에는 모든 교육 주체들이 경험하는 내용이 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이 유지될 것이다.

1. 블렌디드 러닝의 시작

2011년 10월 학생들이 하나의 디바이스를 보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과 화면 모두를 한 화면으 로 보면서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수업을 한다. 처음 스마트교실을 만들고 학생들과 디바이스를 활용한 수업을 하던 모습이다. 학생들은 흥미 있어 했지만, 교사들은 처음이라 낯설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몰라 난감해 했다. 그 당시 스마트교실 수업은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수업이기에 많은 연구를 필요로 했다. 그 당시 수업은 교사가 학생들의 디바이스 화면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학생들의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지금의 실시간 화상 수업 장면과 비슷하다). 또한 학생들은 디바이스를 활용하여 자신이 모르는 것을 검색하여 찾고 궁금한 것은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스마트교실에서 스마트수업이 시작되었고 이후에 학급 커뮤니티 서비스를 활용하고 협업할 수 있는 마인드맵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지식을 찾고 정리할 수 있는 수업이 만들어졌고 친구들과 협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으로 진화해 갔다.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초기의 구글 닥스를 이용해서 협업 PT를 만들기도 하였다.
약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글로벌 회사들의 에듀테크 기술을 적용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정리하여 발표하고, 손쉽게 동영상도 만들어 발표하는 수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르치는 수업이 아닌 학습자 스스로 학습하고 정리하는 수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수업은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수업과 함께 수업을 구성하여 진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2. 블렌디드 러닝의 정착

코로나19라는 문제가 해결되고 학생들이 교실에 돌아왔을 때 온라인수업을 통해 경험한 것을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주도의 ‘학습으로서의 평가’인 ‘과정중심평가’를 중시한다. 블렌디드 러닝은 온라인을 통해 학습과정과 데이터가 기록되기 때문에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자연스럽게 평가된다. 또한 학습관리시스템(LMS)을 활용하여 학급 관리가 가능해지고 누적된 학습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생의 흥미와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블렌디드 러닝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최적화된 수업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역량 함양을 목표로 삼고 있다. 블렌디드 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 문제 해결 중심의 학습을 한다면 창의융합인재를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정부는 뉴딜 정책안에 교육 분야를 포함시킨 후 추가 경정 예산을 이용해 모든 교실에 고성능 AP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AC이후에도 교육주체의 온라인 수업 경험을 지속하겠다는 의미이며 학습 데이터를 쌓고 AI를 활용한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이다.

출처 : 교육부 블로그

3.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을 위해

처음 스마트교육을 시작했을 때 반대하는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학교니까 가능한 수업 아니냐?’ 하지만 스마트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가정의 경제 상황에 따라 좋은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한 학생들이 학습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닌 온라인을 활용해서 가정 환경과 상관없이 누구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스마트교육을 시작한 이유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교과서 인권 모니터링 교사 활동을 통해 ‘평등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임을 인식하고 언제, 어디서나 자발적 동기에 의해 학습을 하고자 할 때, 허락 되어지는 교육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최근 디지털 격차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온라인 수업도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더 잘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서도 뒤쳐진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학습은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도 흥미와 의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최한 창조비타민 아이디어 공모전 비타톤에 공모한 ‘개천에서 용나기’ 프로젝트이다. 차상위계층, 특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도시 빈민층 학생들에게 사교육이 아닌 온라인을 활용한 양질의 교육컨텐츠와 함께 돌봄 및 도움 교사 제공을 통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을 실행시키고자 했던 기획이다. 온라인학습이 교육기회 격차,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기회조차 주지 않아 온라인 학습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뜻한다.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은 빈부에 따른 교육 격차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면서 사교육으로 물든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교육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창조 비타민 아이디어 공모전 출품 작품> (내용 조기성. 그림 김차명)

4. 블렌디드 러닝 시대 학교와 교사의 역할 변화

10여 년 동안 스마트교육 적용과 함께 미래의 교육변화를 고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학교와 교사의 역할 변화이다. 어떤 미래학자는 학교란 공간이 사라질 곳이고 교사라는 직업도 사라지고 AI에게 배우게 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학교라는 공간과 교사라는 직업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고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왔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통해 근무 환경이 바뀌고 가정에서의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추측한다. 이러한 예상엔 동의하면서도 아이들이 가정에서 공부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학생들은 성인(成人)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공동체 안에서 갈등을 겪고 해결하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협업하며 성장한다. 성인들은 이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알고 협업할 수 있으므로 언택트가 가능할 수 있다. 이미 대면에서 이어진 관계가 비대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최초의 사회에서 사회성을 배우고 학교라는 사회에서 사회성을 지속적으로 길러 나간다. K-12라고 불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의 학교생활은 학습의 의미도 있지만 학교라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느끼고 해결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학교라는 공간의 모습은 변할지 몰라도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부모가 재택근무를 하는 중에도 어린 자녀는 안전한 공간에서 사회를 배우고 관계를 배워야하는데 그 공간으로서 학교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위에서 학교의 역할은 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블렌디드 러닝을 통해 학교에 온라인 학습이 들어온다는 것은 학습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교실에서 같은 내용을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수준에 맞는 학습을 온라인을 활용해서 할 수 있게 된다. 수학이나 언어학습처럼 다양한 층위의 학생 수준을 가진 경우에는 단방향 강의식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온라인 학습이 들어오면 다양한 마이크로러닝(Micro Learning)이 도입될 수 있다. 학생들의 데이터를 통해 각자의 관심과 흥미를 분석하고, 어떤 분야에 맞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흥미를 찾기 위한 학습 데이터가 쌓이고 함께하는 학습이 이루어진다면 중학교부터는 그 데이터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내가 원하는 내용을 찾아 스스로 학습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에게 맞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탐색이 가능해지고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학습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학문 연구를 위해 대학까지 진학을 할 수 있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쪽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다양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직업 교육을 받은 후 직업세계에 뛰어들 수 있다.
이렇게 온라인 학습과 함께하는 블렌디드 러닝은 전통적인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학습에 대한 부족함이 생겼을 때 대학에 진학을 하거나 사이버 대학 등에서 전문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결국 현재의 대학 진학 중심의 교육이 직업 중심, 업무 중심으로 변화하게 되고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진로교육으로 변화될 것이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대학들은 평생교육의 장, 직업 재교육의 장으로 역할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까?

교사의 역할은 티칭에서 코칭으로 그 역할이 변화될 것이다.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찾아주고 도와주는 역할로, 학생의 성장 방향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의 역할로 변화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들어오면 교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마다 의사의 예를 든다.
예전의 의사는 혼자서 모든 종류의 병을 다뤄야 했었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고, 의사들의 진료과목도 내과, 외과 등의 전문의에서 각각의 세부 전문 분야로 나뉘게 되었다. 청진기로만 진료하던 과거가 아닌 MRI를 통해 내부의 장기 하나하나의 상태를 알게 되었고 로봇을 통해 혈관 속까지 고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하면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처럼 교육도 데이터가 쌓이고 분석기술 이 발달하면 학생 개개인에 대한 정확한 적성과 흥미, 소질 분석이 될 수 있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 After Corona 이후의 교육 패러다임 중심은 학생의 행복

다양한 강의에서 미래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첫 번째 보여주는 내용이 OECD 주요국의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 순위이다. 행복을 느끼며 자라야 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입시와 경쟁이라는 굴레 안에서 사교육에 밀려 가면서 과제에 찌들어 살아가고 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시간, 가족과 함께 어울릴 시간도 주어지지 않으니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언택트 시대로 성인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주 52시간 근무를 통해 저녁이 있는 삶을 찾게 되더라도 지식과 경쟁 중심의 현재 교육 패러다임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자녀들은 여전히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어 가족과 함께하는 시 간을 갖지 못할 것이다. 올바른 가정문화 형성을 위해서도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어린이와 청소년 시기에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OECD에서 제시한 미래교육의 방향은 학생의 행복이었다. 학생이 행복할 수 있도록 교육이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코로나19로 찾아왔다. 어쩔 수 없이 경험한 온라인 수업이지만 모두가 경험했기에 이제 누구나 온라인을 활용할 수 있고 데이터는 쌓일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학습이 이루어지면, 현재 우려되고 있는 디지털 격차는 사라질 것이고 빈부 격차로 인한 교육기회 불균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기회가 찾아왔다고 너무 급하게 욕심을 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사회 인식부터 바꾼다면 진정 학생들이 행복한 미래교육의 첫걸음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