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작지만 큰 변화

|이수경 동작고등학교 교사

Ⅰ. PMC와의 첫 만남

“PMC? 그게 뭐야?”

2014년 겨울, PMC 동아리 부장이 동아리 담당교사를 부탁하기 위해 나에게 왔을 때 내가 처음으로 했던 말이다. 솔직히 동아리 이름이 영문 이니셜로 되어 있어서 이름만 들어서는 그 의미와 성격을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동아리 부장은 PMC에 대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아리라고 하며, 내가 가르쳤던 1학년 학생들이 앞으로 활동할 예정이 라고 했다. 당시에 나는 PMC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정확히 몰라 내가 과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 망설였지만 앞으로 활동할 PMC의 모습이 너무 궁금하여 얼떨결에 PMC와 함께하게 되었다.

Ⅱ. PMC에 대하여

PMC는 ‘People Making Changes’의 줄임말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PMC의 모토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아쉬운 부분이나 불편한 점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들과 논의 과정을 거쳐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 사회는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PMC는 이런 아이디어를 생성, 발전시켜 학교 문화를 바꿔 나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출발하였다.

1. 구성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동아리는 1, 2학년으로 구성되어 2학년 중심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PMC는 고2 학생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 이유는 ‘1, 2학년이 연합하여 활동할 경우 상대적으로 후배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2학년 동급생끼리 동아리를 구성하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마음껏 펼치기 위해서’이다. 또한 PMC는 ‘학생회’와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보통 학생회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학생회장단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자치에 힘쓰며 축제, 장행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런데 최초의 PMC는 원래 학생회의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모여, 학생회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학교생활의 사소한 부분을 우리 스스로 바꾸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학생회 임원은 PMC에 가입할 수 없으며, PMC의 구성원이 학생회 임원으로 선출된 경우에는 PMC로서 프로젝트 활동에 계속 참여할 수는 있으나 PMC의 임원은 될 수 없다.

PMC는 보통 10~15명 이내의 학생들로 이루어지는데, 매년 12월에 1학년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PMC가 프로젝트 동아리이므로 참가 희망자는 5분 동안 자신이 앞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내용과 활동 이유에 대해 파워포인트로 제작하여 간략하게 발표해야 한다. 이때 지원 자격에 제한은 없으며 발표 주제와 방법 역시 자유이다. 선발된 PMC 동아리 학생들은 회의를 통해 자신들이 선택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음 해에 일 년 동안 활동한다.

2. 회의 과정

12월 말에 PMC 동아리가 구성되면 겨울 방학 기간에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회의를 실시한다. PMC를 지원할 때 각자 발표했던 프로젝트 주제를 중심으로 실현 가능하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대략적으로 선택하고 예산을 세운다. 세부적인 내용은 해당 프로젝트를 실시하기 직전에 진행되는 추가 회의를 통해 정한다. 이 때 회의는 점심시간마다 수시로 모여 진행하기도 하고, 부족한 경우 온라인 상에서 실시한다. 이 회의를 통해 PMC 학생들은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프로젝트 실시 일정, 진행 방법, 적용 대상, 예산에 따른 물품 구입 등 모든 활동 과정은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순차적으로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실시하기로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도 하고, 예상보다 재료 구입비가 절약되어 적용 대상을 전교생으로 확대하기도 한다. 또한 PMC 구성원들이 한 가지 프로젝트에 대해 여러 차례 집중적으로 논의하다 보니,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프로젝트를 일부 수정하기도 한다.

3. 아무거나 프로젝트 공모사업 신청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회비를 걷거나 학교에서 배부된 예산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PMC는 다른 동아리에 비해 활동인원수가 적기 때문에, 실제로 배정되는 예산이 적다. 그래서 PMC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지원금이 필요하다. 때마침 2015년에 동작구청에서 ‘아무거나 프로젝트’ 라는 사업 공모가 시작되었다. PMC 학생들은 공모에 지원하기 위해 자신들이 기획했던 프로젝트의 의미와 기대 효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후, 개별 프로젝트마다 예산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그 결과 일 년 동안 진행해야 할 모든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실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다행히 공모 사업에 선정되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Ⅲ. PMC의 다양한 프로젝트

PMC는 매년 프로젝트의 기획, 진행, 피드백의 전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 독립적으로 운영 한다. 그래서 PMC 선배들이나 담당교사는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으며, PMC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도와주거나, 학생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간접적인 방식으로 조언한다. 내가 PMC를 담당하기 시작한 2015년 3기부터 2017년 현재 5기까지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면서 함께했던 PMC 활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통 프로젝트

‘신입생 환영 프로젝트’와 ‘아침밥 프로젝트’는 매년 그 명칭은 다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PMC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활동이다.

가. 신입생 환영 프로젝트

중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에 직결되는, 부담스러운 공간이다. 2월에 실시되는 예비 소집일에 학교는 겨울 방학 기간이라 특히 더 춥고 삭막하다. 아마도 PMC 3기 학생들은 이 느낌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획한 프로젝트가 바로 ‘신입생 환영 프로젝트’이다.

PMC는 예비 소집일 일정에 맞춰 각 반마다 모든 책상 위에 후배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한 마디를 적은 쪽지와 긴장감을 풀어주는 쿠키와 사탕을 놓는다. 실제로 신입생들은 담임 선생님을 기다리는 초조한 시간 동안 선배들의 마음이 담긴 간식을 먹으면서 온기를 느꼈다고 했다. 나중에 3기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처음에는 두려웠던 고등학교 생활도 막상 시작하니까 생각만큼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즐겁다는 것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감동을 기억하는 후배 PMC들이 자연스럽게 첫 번째 프로젝트로 이를 선택하여 매년 실시하고 있다.

나. 아침밥 프로젝트

이른 등교시간에 밥보다는 잠을 청하고 등굣길에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사오는 학생들. 아침밥 프로젝트는 PMC 3기 학생들이 친구들을 위해 직접 엄마의 정성이 느껴지는 따뜻한 아침식사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PMC 학생들은 재료를 미리 구입해 놓고, 활동 당일에 새벽 4시까지 등교한다. 가사실에 모여 300~400인분을 준비한 후, 오전 7시부터 우유와 함께 나눠준다. 2015년에는 땅콩버터·잼 토스트를, 2016년에는 햄치즈계란 토스트를, 2017년에는 모닝빵으로 햄치즈 야채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었다. 특히 올해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동작고 학생들의 아침식사 실태를 파악한 후 그 결과를 SNS에 공개하였고, 활동 당일에는 아침식사 활성화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하여 프로젝트 의미가 더욱 돋보였다.

2. 개별 프로젝트

PMC는 매년 새로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15년 ‘드림하이’ 프로젝트는 희망자를 모집하여 자신이 꿈꾸는 직업군을 플래시몹으로 표현하고 UCC로 제작하여, 자신의 진로에 대한 즐거운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한‘ 글사랑’ 프로젝트는 한글 사용 실태를 조사한 후, 1주일 동안 1학년 교실에 순우리말 포스터를 부착하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교문에서 한글사랑 캠페인을 실시하고, 사후 조사를 통해 캠페인 전후에 변화된 모습을 비교하였다. ‘이웃사랑’ 프로젝트는 고구마 카스테라를 직접 만들어 근처복지관을 방문하여 초등학생들과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봉사 활동을 실시한 활동이었다.

2016년 ‘1년 뒤의 나에게’는 신청자가 현재의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나, 나의 각오 등을 적어 제출하면 느린 우체통에 넣어 1년 뒤에 배달되는 프로젝트이다. ‘여름방학 사진 콘테스트’ 는 입시 준비로 바쁜 우리들에게 잠시 쉬어가면서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마음을 녹이는 핫팩’ 프로젝트는 연말에 추위를 따뜻한 마음으로 이겨내자는 의도로 진행되었다.

2017년 ‘응원할게’ 프로젝트는 내신 성적 관리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지친 학생들이 서로 함께 힘내자는 의도로 기획하였다. 점심시간마다 모여 포장하고, 조회시간을 이용해 전교생에게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초콜릿을 전달하였다. ‘동작고 UCC’ 는 신입생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PMC 학생들이 직접 동작고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고 인근 중학교에 배포하여, 동작고등학교의 학교생활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Ⅳ. PMC 5기, 우리들의 이야기

• PMC 활동으로 일상생활의 작은 나눔이 친구들의 기쁨과 응원으로 나에게 돌아올 때, 주는 것도 받는 것처럼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어요.(부장 김기래)
•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깨달았어요. 작은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정서윤)
• PMC 창립 멤버였던 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응원할게’ 프로젝트에서 피곤에 지친 학생들의 표정이 웃는 얼굴로 변하는 순간을 본 저는 형언할 수 없는 큰 기쁨을 느꼈어요.(최예지)
• 친구들의 아이디어 하나하나에 감탄했었고, 기대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을 때 아쉬웠지만 꽤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금 너무 뿌듯해요.(김유정)
• 가장 고되고 가장 뿌듯했던 아침밥 프로젝트. 저는 하루만 힘들었지만 매일 우리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조은)
• 우리 스스로 모든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진행한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뿌듯해요.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이것을 극복한 우리가 자랑스러워요.(황다검)
• 우리들은 학교생활에 지친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고, 작은 위로가 된 것 같아 기뻐요.(이신현)
• 막연했던 계획이 회의로 구체화될 때 짜릿한 희열감을 느껴요.(이가영)
• 저도 선배들처럼 의미 있고 멋진 일들을 하게 되어 보람을 느껴요.(정염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