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1 여름호 (243호)

유아들과 생태전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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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서울중흥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I. 고민의 시작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스크를 쓰게 하고, 미세먼지 없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한 어른의 한 명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생태전환교육은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이라는 점, 해결방법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어른들은 인간이 흘려보낸 미세플라스틱이 물고기를 통해 다시 식탁에 올라온다는 사실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 지금의 교사 세대는 스스로 기후 위기를 공부해서 생태전환교육을 해야 한다. 따사로운 햇빛 아래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나뭇잎과 돌멩이로 놀이하는 아이들….앞으로 이들에게 자연은 보호하고 지켜야 할 무거운 짐이 아니라 행복감과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생태 전환을 위한 아이들의 노력을 기록해본다.

Ⅱ. 준비

1. 유아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유아가 주체가 되어 놀이 속에서 교육내용을 만들어낸다. 유아의 놀이 속에서 ‘배움의 순간’을 발견해 지원하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이다. 그래서 생태전환교육을 준비할 때도 아이들의 한 마디를 기다린다. “쓰레기통이 꽉 찼어요.”, “요플레 통은 어디에 버려요?” 어느 교실에서나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생태전환적 순간’을 붙잡아 놀이로 이어 나가야 한다.

2. 가능한 놀이 예상하기

생태전환교육이 온전히 유아 주도로 진행되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아이들은 관심은 있지만, 한정된 경험과 지식 때문에 단순한 자연현상이나 의례적인 규칙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리 자연스레 생태전환교육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소재들을 기록해두면 발견을 놀이로 이어주기 수월하다. 매달 있는 환경 기념일들을 계기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동부교육지원청에서 개설한 생생누리 사이트에서는 생태전환교육을 크게 5개 영역(생태, 환경, 에너지, 식생활, 자원순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나무, 꽃, 돌멩이, 씨앗’처럼 이미 모든 선생님들이 수업에 활용하는 소재부터 기본생활습관교육으로 해왔던 ‘싹싹 다먹기’까지 가장 평범하고 접근성이 좋은 것부터 시작하면 누구나 생태전환 교육의 실천이 가능하다.

3. 교사 먼저 관심 갖기

교사들 중에서도 “생태전환? 그게 뭐지?”하고 생소하게 느끼 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 이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어렵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교사가 먼저 생태시민이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제로 웨이스트’, ‘필(必)환경’ 등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교실 속에서 배움이 있는 놀이로 이어질 수 있다. 종이를 아껴 써야 한다고 모든 교사가 강조하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나 ‘지구가 덜 아프기 때문에’라는 추상적인 설명으로는 아껴쓰기가 지속될 수 없다. 스토리텔링이나 동화, 쉽고 유익 한 영상자료 등을 통해 아이들과 종이를 아껴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아껴쓰기를 실천해야 한다. 꼭 알아야 하지만 배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줄서기, 화장실 이용법, 손씻기처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Ⅲ. 실행(놀이 사례)

1. 올바른 자원순환, 분리수거 하기

1) 동화 <플라스틱 섬> 듣고 이야기 나누기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마스크를 바꿔주어야 할 때가 있다. 마스크를 끈으로 돌돌 말거나, 가위로 잘라 버려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기 좋은 순간이다. 동화 <플라스틱 섬>을 읽어주기도 딱 좋다. 그물에 걸린 바다표범, 캔을 쓰고 있는 새, 쓰레기로 만들어진 섬까지, 잔잔한 일러스트로 시각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은 동물들의 입장에서 쓰레기 섬이 생겨나고, 친구들이 점점 사라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내가 버린 마스크 끈에 다리가 묶여서 새가 괴로워 한다니…’ 아이들의 표정은 심각해진다. 마스크 바르게 버리기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교실에서의 분리배출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쓰레기통은 두 칸 인데 내 손에 있는 것이 일반쓰레기인지, 종이인지 고민에 빠진다. 그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마스크를 바꿔주어야 할 때가 있다. 마스크를 끈으로 돌돌 말거나, 가위로 잘라 버려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기 좋은 순간이다. 동화 <플라스틱 섬>을 읽어주기도 딱 좋다. 그물에 걸린 바다표범, 캔을 쓰고 있는 새, 쓰레기로 만들어진 섬까지, 잔잔한 일러스트로 시각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은 동물들의 입장에서 쓰레기 섬이 생겨나고, 친구들이 점점 사라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내가 버린 마스크 끈에 다리가 묶여서 새가 괴로워 한다니…’ 아이들의 표정은 심각해진다. 마스크 바르게 버리기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교실에서의 분리배출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쓰레기통은 두 칸인데 내 손에 있는 것이 일반쓰레기인지, 종이인지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분리배출을 연습하기로 했다. 분리배출 교육을 위해 비닐과 캔 수거함도 마련해두고, 가정과 연계해 다양한 재활용품의 분리배출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2)가정과 연계-재활용 마크가 있는 쓰레기를 찾아라!

교실에서 주로 나오는 쓰레기는 일반쓰레기, 종이, 플라스틱 등이었다. 비닐, 캔과 유리를 포함해 좀 더 다양하고,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접하는 재활용품을 다루기 위해 알리미로 가정의 협조를 요청했다. 집에서 ‘재활용 마크가 있는 재활용품’을 찾아보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쓰레기 속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재활용품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게 되었다.

3)재활용품 탐색하고 마크 찾아보기

아이들과 동그랗게 둘러앉아 우리가 가져온 재활용품을 탐색해보았다. 그냥 보아도 되지만 돋보기를 사용하면 더 재미있다. 플라스틱은 누르면 모양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유리는 처음엔 차갑지만 친구 손이 닿은 곳은 미지근하기도 했다. 비닐은 비벼보면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는 등 오감을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로 나누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얻은 정보가, 다음 물건의 소재를 맞추는 사전지식으로 쌓인다. 재활용 마크가 어디에 있는지, 모양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의미일지 추측해보았다. 한번 알고 나니 금세 개인 텀블러, 급식에 나온 김 비닐, 요구르트병에 있는 재활용 마크들을 찾았다고 너도나도 알려준다.

4) 배운 것을 놀이에 녹이기

처음에는 다 같이 ‘이건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를 이야기 나눈다. 촉감으로 분류하는 아이들, 투명도로 판단하는 아이들, 제각기 생각이 다르지만 나름의 이유를 말해본다. 대집단으로 한 번 익히고 나면 자연스럽게 분류해볼 수 있는 놀이의 형태로 제공한다. 재활용품 사진이 붙여진 자석들이 깊은 땅속과 바다에서 썩어가는 것을 화이트보드에 표현해주면 재활용과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한번 더 느낄 수 있다. 또 액자 형태로 오린 박스와 손코팅지를 활용한 분리배출 공간을 만들어 분류 작업을 스스로 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잔뜩 바구니에 담아 놓는 것보다 아이들의 손길이 한번 더 가고, 시각적으로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5) 신체활동으로 분리배출 게임하기

장애물을 설치한 후, 종점의 후프 안에 다양한 종류가 섞인 쓰레기를 둔다. 그 앞에는 분리배출 통을 배치한다. 아이들은 출발 신호를 듣고 장애물을 건너 자신이 분리배출 하고 싶은 쓰레기 하나를 골라 알맞은 분리수거 통에 넣는다. 처음 집은 것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몰라 갈등하가다 다시 내려놓고 자신 있는(?) 다른 쓰레기를 고르는 귀여운 모습도 보였다.

2. 소중한 에너지, 빛 탐색하기

1) 인형극 놀이 속 빛

손인형을 활용해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연습해보고 마음을 표현하는 인형극 공연을 진행했다. 관객으로 참여했던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 스스로 공연을 하겠다고 하여 공연할 극장을 만들고, 영화의 인형극 장면을 함께 보며 인형극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탄생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숲> 극장에서 아이들은 무대를 꾸미고 상시 진행되는 친구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티켓과 간식거리들도 만들었다. 점점 극장은 디테일을 갖춰나갔고, 교사는 손전등을 지원해 조명으로 활용하였다. 역할은 점점 더 다양해져 극을 촬영하는 카메라 감독, 손전등을 인형에 비춰주는 조명 감독도 나타났다. 아이들은 손 전등의 빛이 단순히 멈춰있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하고, 손전등을 흔들면 생기는 빛의 변화를 탐색했다. 이 순간 교사는 빛을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나아가 에너지 자원으로써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배움의 기회로 삼았다.

2) 그림자극으로 빛과 그림자 탐색하기

빛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활동 속에서 체험해 보도록 빛과 극을 결합한 그림자극 틀을 지원했다. 그림자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셀로판지와 휴지심을 활용해 색을 입힌 조명을 사용해보았다. 아이들은 셀로판지를 씌우면 빛의 색도 바뀐다는 것을 알아냈다. 색이 겹쳐 또 다른 색이 되고, 동물모형을 여러 각도에서 비추었을 때 생기는 그림자의 크기와 모양의 변화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다양한 결과물에 즐거워하고 놀라워했다.

3) 가정연계- 빛 놀잇감을 찾아라

아이들이 점점 빛 놀이에 몰입하자 유치원에서의 놀잇감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빛들을 놀잇감으로 활용하는 것이 상황적으로도, 놀이 과정에서도 더 의미가 있으리라 판단했다. ‘빛 놀잇감을 모집하자!’ 가정에서 반짝반짝한 것, 빛이 나는 것, 투명한 것을 보내 달라고 알리미를 통해 요청했다. 이후 한 부모님은 “어떤 것을 가져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가 이걸 가져가면 된다고 하더라고요.”라고 클래스팅에 댓글을 남겨 주셨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빛 놀잇감을 직접 고르도록 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져온 빛 놀잇감들은 한데 모아 탐색 공간을 마련하였다. 각자 집에서 내가 가져온 놀잇감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니 아이들도 더 적극적이고 뿌듯해했다.

4) 빛이 통과하는 것 찾기

빛이 셀로판지와 한지에 투과하는 것을 발견한 후, 물체를 볼 때 빛이 통과하는가, 통과하지 않는가가 아이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친구들이 가져온 놀잇감과 투명한 것을 보면 일단 손전등을 비추어 보았다. 빛이 통과하여 원래의 색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좀 더 쉽게 관찰하도록 창문틀에 투명 시트지의 접착면을 살짝 붙여 아이들이 풀이 없어도 재료를 자유롭게 붙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랬더니 셀로판지와 한지를 이용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생겼다. 교실의 원목행거에 한지를 크게 붙여 조명과 함께 제공하기도 했다. 반대편에서 그림자극을 볼 때와 다르게, 직접 아이가 눈으로 빛을 보면서 움직이니 이야기 꾸미기도 활성화되었다.

5) 소중한 빛이 사라진다면? 신체활동하고 이야기 나누기

빛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빛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놀고 싶어 했다. 하지만 햇빛은 날씨에 따라 한곳에 머물지 않고, 아이들이 가져온 손전등은 건전지가 닳기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꼭 꺼야 했다. 빛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빛은 우리에게 즐거운 놀이 소재이기도 하지만, 아껴 써야 앞으로도 놀이를 지속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두움을 경험하고, 빛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눈에 스카프를 두르고 장애물을 피하는 활동을 해보았다. 협력 요소를 더해 친구 2명이 양쪽에서 손을 잡고 앞에 어떤 장애물이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 하도록 하였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너무나 당연히 곁에 있었던 빛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6) 교사, 빛 다시 생각해보기

지금 생각해보면 라이트 테이블, 핀 조명 등 아이들에게 교사가 제공할 수 있는 실내에서의 빛에 집중했던 것 같다. 자연 그 자체의 햇빛을 느껴보는 것보다는 빛을 가림으로써 나타나는 그림자나, 어떻게 하면 자연광을 차단해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빛을 더 선명하게 보이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 같다. 또 유아 환경교육 프로그램에 있는 빛 공해에 대해서도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늦은 밤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관심 가질 수 있을 것이다.

3. 재활용을 넘어 업사이클링,핸드타월 놀이

1) 아이들의 발견에서 소재 찾기

아이들이 꽉 찬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핸드타월도 그렇고, 종이도 그렇고 하루에 사용하는 양이 무지막지했다. “이건 아닌데…” 이에 아이들이 깨끗이 손을 씻고 난 뒤 물기를 닦은 핸드타월을 미술 시간에 종이 대신 사용해 보기로 했다. 우리반은 특히 물감을 좋아하는데 색을 칠하는 자체를 즐겨서, 물감이 그대로 흡수되는 종이보다 색이 번지는 핸드타월이 더 적합한 소재일 것 같았다. 마침 아이들이 교실에 비치된 스포이드에 관심을 가져 사용법을 설명해주면서 색깔물을 만들어 핸드타월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2) 핸드타월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

물들일 핸드타월이 다 떨어지자 이제 손을 새로 씻는 친구에게 다가가 핸드타월을 사용하고 나서 버리지 말고 말려 달라는 이야기도 했다. 얼마나 새로운 풍경이던지. 그동안 당연하게 쓰레기통에 넣던 핸드타월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놀이 재료가 된 순간이었다. 물들인 핸드타월을 세면대가 있는 창가에 걸어주었다. 가장 처음 마른 핸드타월을 접어 꽃잎처럼 모양을 잡아주고, 모루로 줄기를, 뿅뿅이로 꽃 수술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우리 교실을 찾아온 핸드타월 꽃을 소개했다. “안녕, 나를 그냥 버리지 않고 멋진 색을 입혀서 꽃으로 만들어 줘서 고마워! 너희가 나를 다시 사용해주어서 쓰레기가 아닌 꽃으로 태어날 수 있었어.”

3) 놀이에 의미 더하기

그 이후 더 많은 아이들이 스포이드를 사용하고 싶어서 혹은 핸드타월에 물감이 퍼지는 걸 보기 위해 놀이에 참여했고, 유아들의 놀이를 통해 탄생한 핸드타올 예술작품은 <다시 태어난 무지개 종이>라는 공간에서 더 멋지게 활용되었다. 놀이의 마무리 단계에서 교실 뒤편에 나무를 하나 붙였다. 가지를 붙였더니 어느새 쪼르르 다가와 나뭇잎을 붙여주는 아이들이다. “너희가 종이를 소중히 사용하고 아껴 썼더니 나무를 이만~큼 자를 것을 요만~큼만 자르게 되었어. 너희의 노력이 너무 멋져서 칭찬하고 싶어!” 교사의 말에 수줍게 웃음 짓던 아이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4) 배움 확장하기

핸드타월과 종이에 대한 관심이 충분히 커졌다. 놀이 확장을 위해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찾았다. 나무를 베는 모습, 이를 종이로 공정하는 모습, 한지를 만드는 모습을 두 번에 나누어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살아있는 나무가 종이로 변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커다란 숲 속의 나무가 한 그루씩 톱질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불쌍해.”, “마음이 아파요.”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김진영의 <작은 조각 종이> 노래가 떠올랐다. 노래를 듣고 난 후, 내가 그리고 싶은 것에 알맞은 종이 크기를 가져와 보았다.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조각 종이는 박스를 마련해 한데 모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모은 종이는 물에 불리고, 믹서기에 갈아서 재생종이를 만드는 시도까지 이어졌다. 학기 초에는 깨끗한 새 종이만 찾고, 하루가 지나면 종이함이 텅 비었던 우리 반이 조각종이 박스의 종이를 활용하며 꼭 필요할 때에만 새 종이를 요청한다. 교육의 무게가 다시 한번 느껴진다.

5) 교사, 종이 사용 되돌아보기

교사로서 나의 자원 사용도 돌아보게 되었다. 동료 선생님들께서 대부분 생태전환, 자연친화를 실천하시는 분들이라, 나는 감사하게도 신규 때부터 코팅은 꼭 필요할 때만 하고, 대체로 우드락을 사용하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우드락조차 재사용한다고 해도 결국 쓰레기로 배출된다. 그래서 유치원에 자주 오는 택배 박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르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한지를 곁들여도 어울리고, 무엇보다 튼튼해서 지금은 우드락 대신 택배 박스를 사용하고 있다.

IV. 마무리하며

해가 갈수록 모래놀이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흙을 더럽다고 하는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흙에 가만히 손을 올리면 느껴지는 푹신푹신하고 포근한 감촉을 알려주고 싶은데, 그 마음이 쉽게 전달되지 않나 보다. 그래도 반복해서 접하면 아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믿고, 자꾸만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다. ‘더러운’ 흙이 없으면 ‘예쁜’ 꽃이 피어날 수 없다는 것. 플라스틱 놀잇감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나무토막과 돌멩이, 솔방울을 교실에 가져와 놀게 하는 것. 교실에 흔히 있는 물레방아 테이프를 치우고 친환경 종이 테이프, 마스킹 테이프를 배치한 것. 교사의 손길 하나에 아이들이 접하는 환경이 달라지고, 그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교사가 먼저 변화를 준 점이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상기시키고, 우리가 하는 행동에서 의미를 찾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처음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할 때 그러했듯이 시각이 바뀌니 다시 예전의 생활패턴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전에는 사용하지 않은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스푼도 미술 재료로 활용했는데, 그것들이 버려지고 난 후를 생각하니 재료 제공에도 신중해졌다.

선배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신 쌀과 전분으로 만든 유토 덕에 천사점토도 이제 교실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변화를 추구하는 교사 간에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도 원활한 생태전환교육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제 그동안의 선생님들의 노력이 주목받는 시대가 온 것 같아 생태전환교육에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에 감사하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생태전환교육 해야 하는 거야?” 하셨던 선생님들께 필요성이 느껴지는 사례였기를, “생태전환교육 나도 해볼까?” 하셨던 선생님들께 소소한 참고 사례이기를, “생태전환교육 이제야 이름이 붙었구나.” 하시는 선생님들께 그동안 묵묵히 미래 세대를 위해 정말 필요한 교육에 애쓰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참고사이트
동부 생생누리 사이트 https://sites.google.com/sonline20.sen.go.kr/dbecoedu/?form=MY01SV&OCID=MY01S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