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스타

|박계화

진정한 스타

어느덧 머리에 은발이 가득하다. 버스를 타고서 흔들리다 간신히 손잡이를 잡고 서는데 앞자리에 앉은 대학생이 벌떡 일어서며 한마디 한다.

“여기 앉으세요.” 난감하다. 순간 염색할 시기를 놓친 후회가 밀려온다.
“학생, 왜 일어났지?” 학생도 뜻밖의 내 질문에 당황해하는 눈치이다.
“아, 피곤해 보이셔서요.” 재치 있는 남학생 대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은빛을 배려하는 학생의 따스한 마음이 버스 좌석에 앉아 오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이런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낸 41년 6개월 교단의 삶은 고달프기도 했지만 보람의 순간들도 많았다.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 이모작 삶’에 교단에서 받은 보람들을 세상에 환원하며 살고싶다. 인생의 길에 퇴임이란 없다. 현역에서 물러났을 뿐이다. 사십여 년 동안 초등교육에 몸담으며, 교사로서, 학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스타로의 삶을 강조한대로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스타’ 는 ‘스스로를 탄탄하게 하고, 타인을 위할 줄 아는 사람’으로 풀어본다. 뚜렷한 소신과 인생관을 갖고 우뚝 서서 자신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이다. 타인을 위해 힘든 일, 궂은 일, 어려운 일 등에 앞장서 도와주어 그들이 세상을 빛내도록 이끌어가는 사람이 진정한 스타가 아닐까.

스스로를 탄탄하게 하는 삶

정년퇴임 후 버킷리스트 1위였던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순례길’에 서고 싶었다. 사전 훈련으로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 해파랑길을 걸었다. 부산광역시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70km 초광역 걷기 길을 10kg 배낭을 메고 33일간 매일 걷고 나서 ‘산티아고 가는 길’의 동력을 얻었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난생처음 홀로 떠난 산티아고는 헐벗은 나와의 만남이었다. 40일 동안 917km 순례길을 종주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웃음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평생의 교육관대로 길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먼저 웃음을 보이며 다가갔다. 교단에서 내려왔지만 나는 여전히 교사의 길을 걷고 있었다.

걷기 길에서 만난 크고 작은 기적은 나를 수필가의 삶으로 이끌었다. 40일간 매일 쓴 4권의 일기장과 순례자인증서를 순례길 끝에서 잃었다. 두 달 만에 되돌아온 감격적 기적을 수필로 써서 ‘한국수필’에 응모하였다. 신인상을 받아 정식으로 수필 문단에 등단하게 되었다. 순간을 기록하며 40일 동안 걸었던 내 발자국의 의미를 깨달은 추억의 편린들을 엮어 생애 첫 기행수필집을 발간했다. 출판기념회로 북콘서트를 열어 퇴임 후의 삶을 열어보였다.

수필가의 삶은 늘 새로운 하루를 만나는 설렘으로 순간의 삶을 즐기라 한다. 나의 삶을 탄탄하게 엮어가는 영원기록 장치를 꿈꾸게 한다.

타인을 위해 조력하는 삶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인생 이모작 지원센터’에 얻은 정보로 ‘아빠 육아 교육전문 강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현직 교장 시절 아버지 교육에 큰 관심을 두고 프로그램을 구안하여 진행해오던 나로서는 소중한 기회를 얻은 것이다. 현대가족의 변화와 아빠 육아의 중요성을 새롭게 터득하며 ‘가정을 세우고 자녀를 세우는 아빠’ 역할을 통해 아빠의 영향력이 삶의 질을 변화시켜 가치 있는 길임을 자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또한, 이들의 육아 가능성을 캐내어 주어 이들을 도와주는 교육전문강사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한국 적성찾기 국민실천본부’에서 적성개발본부장으로 학생들의 타고난 적성을 찾아주는 삶에 매진하고 있다. ‘도전! 타고난 적성스타 T찾기 대회’를 주관하며현직 못지 않은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제자들의 평생 멘토로 살고 싶다. 여성 주례에 대한 편견도 불식시키며 세 차례 제자들의 주례를 섰다. 봉은, 잠일, 풍납, 휘경 제자들의 정기 모임 및 번개 모임을 통해 세상살이에 지친 제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은퇴(Retire)는 타이어(Tire)를 다시(Re) 갈아 끼우는 길이라 한다. 하루하루가 축복이고 선물이었던 산티아고 순례의 삶처럼 희망으로 타이어를 갈아 끼워 새로운 일상에서 향기를 내고 빛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매월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침묵의 구속에서 살아가는 재소자들에게 음악 봉사로 작은 위로의 빛이 되어준다. 한강성심병원, 건국대학병원, 국립재활병원에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사랑의 음악회’ 공연으로 작은 위로를 이어간다. 새롭게 펼쳐진 인생의 순례길에서 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은빛스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