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1 여름호 (243호)

[서평]이제, 나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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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창천중학교, 교사)

스물. 숫자로 20.

생각해 보면, 20이라는 숫자는 제게 늘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존재였습니다. 스무 살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선생님이 된 지 20년이 되는 날을 간절히, 아니 간신히 견디며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서울교육』 2021 여름호에 서평을 써 주면 좋겠다는, 연구사님의 연락을 운전 중에 받았습니다. 원래 ‘아니요.’라는 말을 잘 못 하는 사람인데다 저로 인해 서울 시내 교통을 마비시킬 수 없는 순간이니 저는 답을 오래 생각하고 망설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 또한 하늘의 뜻이려니 생각하며 ‘네’라는 답을 하고, 그 결과 오늘 이렇게 선생님들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고백을 먼저 하자면, 이 글은 지적이고 전문성이 넘치는 그런 서평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저 함께 학교 현장에 있는 동료가 드리는 소박한 이야기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게는 이번 원고가 지금까지의 저를 넘어서는 또 한 번의 도전입니다.

스물과 도전으로 시작하는 제 이야기, 이제 시작해 보겠습니다.

2020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코로나19의 전 세계 대유행을 맞아 우리 선생님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며 2021년을 살아내고 있는 지금. 선생님들께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 새로 나온 책의 제목들을 살펴보다가 「나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는 제목에 머물게 됐습니다.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일까? 이제는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의 글쓴이인 장주연 작가는 26년 차 라디오 작가로서 제 연차보다 좀 더 오래, 한 분야의 일을 꾸준히 해 왔기에 글을 읽으며 제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들 모두, 더 좋은 선생님으로 살기 위해 하루를 일 년처럼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 모두 각자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을 찾아보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는 바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3월, 선생님으로 처음 서게 된 학교에서의 생활은 모든 것이 도전이고 모험이었습니다. 대학에서의 공부와 한 달간의 교생실습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너무 야속하게도 책으로 배운 공부만으로는 진짜 선생님이 되기에 턱없이 부족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반드시 좋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저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넘어선 강박을 가지고 스스로가 정한 잣대에 도달하기 위해 달렸습니다. 달리기를 잘 못하는 사람이 계속 달리려고 했으니, 제게 ‘선생님 으로 살기’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설을 몇 권 쓰고 남았을 법한 시간을 지나 2021년 20년차 교사가 되었습니다. 신규 때는 20년차 교사가 되면 진짜 교육 전문가로서, 안정적으로 수업도 업무도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리라 믿었습니다. 그런 기대와 동경이 무색하리만큼 20년차를 맞은 저는 여전히 선생님으로 사는 것이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어쩌면 1년 차에 가졌던 20년 차에 대한 동경은 학교라는 공간을 잘 몰랐기에 가졌던 비현실적인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는 멈춰진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늘 변화하는, 당연히 변해야 하는 곳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지요. 당연히 깨달아야 하는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이 제게는 모험이고 도전이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나는 진심으로 사는 일이 즐거워 졌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기대된다. 첫사랑보다 마지막 사랑이 중요하다. 초년운보다 말년운이 더 중요하다. 반짝 성공보다 지속적인 성장이 의미 있다. 그래서 미래는 더 살아볼 만하다. 세상에 내 편이 많아진 것 같고, 이제 내 진심이 잘 통할 것 같다. 진심 내 편! 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됐다. 사랑하는 일, 사랑받는 일 이제 다 잘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이 책이 구김살을 펴주는 작은 실마리가 된다면 더없이 감사한 일일 것이다.

(8-9쪽)

프롤로그를 읽으며, ‘구김살’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2년부터 좋은 선생님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마음에 꽤 많은 구김살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만 집중했지 정작 제 마음을 돌보거나 위로하는 일에는 소홀했으니까요. 그래서 장주연 작가가 책에서 스스로 길을 내며 사는 법, 자기 삶을 사랑하며 사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든 말들이 꼭 저만을 위한 위로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길은 내가 만든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드는 내가 길이 된다.”
최근에 또 하나 깨닫게 된 것은 어느 곳이 나의 최종 목표라고 제한해 둘 필요가 없다는 것. 최종 목표점이라고 생각했던 위치까지 와보니, 여기서 끝을 내지 않고 새로운 길을 내고 싶어진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 보인다. 더욱이 한 우물 파기가 아닌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길 요구하는 세상에서 작가로서 나의 확장성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기대가 된다. 어떤 일 이든 해봐야 하고, 그러라고 주변에서 마음껏 부추겨 주는 게 프리랜서의 길, 늘 노는 것처럼, 여행하는 것처럼 일하는 중이다.

(41쪽)

선생님으로서 가야 할 새로운 길은 어떤 길일까요? 제 안에 사는 스무 살인 저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고, 공부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이것 또한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제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닌, 저 자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일이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찾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되돌아보면, 저는 지금여기보다 과거의 그때에 마음 붙이고 그리워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해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살았던 기억을 붙들고 최선을 다했던 나를 칭찬하며, 나는 괜찮은 선생님이었다고, 잘 살아왔다고 수없이 확인하며 살아왔습니다. 솔직히 이러한 생각은 현재 제 상황과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은 탓에 생긴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괜찮다.’가 아니라 과거에 괜찮았다로 어설픈 위로를 한 것이지요. 이 책을 읽으며 지금여기에서 행복해야 내일의 저도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어 봅니다.

생각해보면 늘 힘이 들어간 긴장 상태 속에 살아 가는 데 익숙하다.

“더 열심히 해야지.” / “더 잘해야지.”

이를 악물고 애쓰면서 사는 강박증이 있다. 그만큼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때론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인생 에 어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라는 의문이 든다. (중략)
이제 나는 힘을 빼고 사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글도 운동도 일상생활도 모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즐기면 진정한 프로의 경지에 올라설 것 같은 믿음이 든다. 모든 경험에서 느꼈다. 힘을 뺐을 때 결과가 훨씬 좋았다는 것을….

(227쪽)

‘힘 빼기’. 장주연 작가는 힘을 빼야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글쓴이처럼 저 또한, 의식하지 않으면 숨쉬는 순간까지도 세게 힘을 주고 지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일상 속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힘을 빼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시 하면 된다고 늘 말해 오면서도 저 자신에게는 그런 넉넉함을 허용해 주지 않았던 제게 힘 빼기는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작은 마음의 소유자인 저는, 이 글을 쓰는 중간 중간에도 고민했음을 고백합니다.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는 더 실용적인 책을 골랐어야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불완전하고 또 걱정이 태산인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걱정을 하는 저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서평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으로 거칠게 쓴 글이 되었을지라도, 이 책 을 읽으며 ‘지금여기에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했고 그러한 깨달음을 선생님들과 나누었으니 영 볼품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자신을 다독이려고 합니다. 오늘도 학교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시는 모든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오늘의 나를 위하고 아끼며, 스스로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시는 길에 이 글이 그 시작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