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1 가을호(244호)

자연과 함께, 농촌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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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 생 : 주선호(전남 월등초등학교, 서울숭덕초등학교)
  • 학부모 : 오은정(가족체류형 농촌유학 참여, 6개월 이후 6개월 연장) 

‘아, 어떡하지…?’ 

농촌유학을 결정한 이후 처음 순천으로 답사를 와서 학교와 마을 주변을 보면서 들었던 마음이다. 전남 농촌유학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며칠간 고심하다가 결국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좋은 경험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들었고 도전하게 되었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와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투 속에 오랜 시간동안 제대로 바깥 활동을 못하던 사이, 밝았던 아이는 귀차니즘에 빠진 일상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농촌유학은 프리랜서인 나에게 가능한 시나리오였고, 막연한 확신을 갖고 도전했지만 처음 순천을 방문하여 학교와 마을을 둘러볼 때는 걱정이 앞섰다.

‘허허벌판인 이곳에서 내가 살 수 있을까?’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의 순천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라는 첫인상을 내게 주었다. 갑자기 몰려오는 걱정을 안고 조심스레 아이에게 물었다. “선호야, 여기서 지낼 수 있겠어?” 예상과는 다르게 아이는 너무 씩씩하게 고민 하나 없이 대답했다. “응!!!” “정말?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데?”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아.” 아이의 대답에 잠깐의 두려움과 고민이 순식간이 날아가 버렸다. 허허벌판으로 본 내 눈과는 다르게 아이의 눈에는 이곳이 놀이터처럼 보였다는 것이 그저 놀라웠다. 놀라움은 믿음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그렇게 농촌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선호가 다니고 있던 서울숭덕초등학교는 전교생 1000명이 넘는 큰 초등학교이었으나, 전남 월등초등학교의 전교생은 4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와 같은 5학년 학생은 현재 단 1명이라는 놀라운 사실! 서울 유학생으로 5학년 3명이 새로 오게 되어 월등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총 4명이 되었다. 평소 학급에서 나서거나 튀지 않는 아이의 성격을 짐작해 볼 때 다수의 학생과 지내는 환경보다는 소수의 환경에서 학교수업과 활동에도 더욱 적극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이곳 순천에 온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원이 부족한 시골의 학교는 하나 둘씩 폐교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의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방과후 활동 등을 위한 선생님 배치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유학생들이 오면 최소의 인원을 충족하여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위한 선생님도 모실 수가 있게 되고, 학생들의 불가능했던 협력 활동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농촌유학을 다짐하면서 기대했던 바는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삶, 그리고 적은 학생 수였는 데 실제로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니 엄마인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다양한 방과후 활동과 체험학습에 감사하게 되었다. 아이가 경험하게 될 방과후 활동 시간표에는 중국어, 영어, 사물놀이, 배드민턴, 컴퓨터, 한자, 드론, 자율동아리 시간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 외에 선택 가능한 승마체험 수업까지! 또한 체험학습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더해져 서울에서의 체험활동은 기대하기 힘든 부분인데 한 달 에 두 번 이상의 체험활동이 진행되니, 선호처럼 활동적인 아이에게는 농촌유학을 온 이곳에서의 생활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일상이다.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접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아이 스스로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은, 재잘거리는 아이의 경험담을 통해서 엄마인 나에게도 전해진다. 우리 선호가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농촌유학을 결심하게 된 용기가 가져다 준 화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정규 교과수업과 매일 이루어지는 방과후 수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4시가 훌쩍 넘었고, 그 이후 마을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 전까지 뛰어노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두 달쯤 지났을까? 그동안 못했던 바깥 활동을 매일 해가 지도록 하던 아이의 입술 에 물집이 생겼다. 노느라 피곤한 나머지 몸이 휴식을 원하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물집이 마구 생기던 어느 날,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이제 그만 놀고 싶어요.” “어~ 진짜?” 그만 놀고 싶다는 아이의 말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제 안 놀고 뭘 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 뒤로 아이는 정말 놀지 않았을까? 아들 선호는 여전히 자연 속에서 뛰어논다. 하지만 자기 나름 일상의 규칙을 만들어 할 일은 하고 놀 땐 놀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덕분에 체력은 점점 좋아졌고, 많은 움직임 덕분인지 키도 부쩍 컸다. 스스로 할 일을 챙기는 모습도 늘었다. 매일매일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모습에 엄마로서 감탄할 뿐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엄마인 나도 자연과 친해졌다. 성인이지만 나 역시 이곳이 낯설었고 농촌유학 생활은 어느 하나 익숙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산과 나무들이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모습은 매일 새로운 색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느끼며 나는 자연에 스며들 수 있었다. 특히 봄에 대한 느낌은 남달랐다. 그동안 봄은 왠지 아쉽고 금세 지나가 버리는 계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제대로 마주한 봄은 달랐다. 봄이 초록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곳에서 목격한 봄은 아주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었다. 무릉도원을 생각나게 하는 연두빛, 바람과 비와 햇빛을 받으며 물들어가는 초록빛, 짙어질 채비를 하는 온갖 연두와 초록! 봄의 색깔은 그런 것이었다. ‘봄바람이 이렇게 자주, 그리고 많이 부는구나! 봄비는 꽤 자주 내리네! 집 뒤편 텃밭에서 자라는 상추와 봄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네! 한 해를 시작하는 봄이 이렇게 분주한 계절이었군!’ 자연의 신비로움을 매일 목격하며 나는 좋아하는 계절에 ‘봄’을 추가했다. 봄을 만끽하고 여름을 맞이하면서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수확되는 것을 경험했다. 서울에서 우리에게 채소나 과일은 마트를 가야 만날 수 있는 식재료였는데, 이곳 전남 마을에서는 집 주변에 각종 채소와 과일들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바로 수확한 채소와 과일을 맛볼 수 있고 그것은 농촌유학의 쏠쏠한 재미 중 하나이다. 자연을 벗삼아 지내는 동안, 엄마인 내 어깨를 살짝 넘어서던 아이의 키는 훌쩍 자라 우리의 눈높이가 어느새 비슷해졌다. 여름방학을 한 달 여 앞둔 지금, 지난 1학기를 돌아보니 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우리 선호는 이곳 농촌에서 지내면서 어떤 생각을 키우고 있을까?

쑥쑥 자란 키만큼 마음 또한 성장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놀다 지쳐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사실 서울집에 비해서 비좁고 불편한 농촌의 생활,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빠 걱정,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제 농촌유학 한 학기를 잘 마무리 짓고, 서울로 돌아가 원래의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나의 계획은 한 학기만 지내보자는 것이었다. 다시 편리하고 여유로운 공간이 있는 서울집에서의 생활을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는 다음 학기까지 이곳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나와 선호는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갖기로 했고, 서로의 고민과 상의 끝에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여 이곳 순천에서의 농촌유학 생활을 더 이어가기로 했다. 한 학기를 경험해 보았으니 다음 학기에는 더욱 알차게 생활을 해야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다가올 가을과 겨울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농촌유학이라는 기회를 통해 아이도 엄마인 나도 새롭고 흥미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소중한 이 시간은 아주 선명한 초록빛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마음의 소리도 들린다. ‘농촌유학, 선호와 나의 선택이 옳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