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학생의 동등한 교육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독일 : 장애는 다름의 하나

정수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해외통신원

독일의 장애인은 사회에서 큰 어려움 없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만큼 독일 사회가 장애인을 고려하고 있으며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장애인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편견 없는 어울림에는 지역공동체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특수교육에 대한 독일 사회의 인식과 특수교육 운영 현황, 장애인의 교육과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장애인 및 특수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알려진 바와 같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은 인종 우생학을 토대로 우수한 차세대 시민만을 얻겠다는 명목하에 장애 판정을 받은 수많은 아동과 청소년, 시민을 학살하고 장애인을 강제수용소에 감금하거나 생체실험에 이용하는 등 끔직한 학대를 저질렀다. 이러한 엄청난 과오를 반성하며 종전 이후 독일은 장애인 교육과 복지를 현저하게 확대하였으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장애인 교육과 복지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1949년 제정한 독일 기본법(Grundgesetz, 연방 헌법)은 1조에서 19조에 걸쳐 가장 중요한 인간의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3조 1항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3항은 ‘누구도 성별, 혈통, 인종, 언어, 고향과 출신, 신앙, 종교관 또는 정치관으로 말미암아 불이익을 받거나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어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함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법 조항은 독일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독일의 사회복지 법체계 및 사회전반에 적극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독일 사회 구성원들 또한 장애인을 사회에서 분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여긴다. 다만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한 배려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과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도 드러나지 않으며 장애 학생도 ‘특수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으로 표현하고 있고 이러한 학생을 위해 특수학교를 꼭 필요한 요소로 이해하고 있다. 예를 들어 3절에서 소개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빌레펠트시에 위치한 장애인을 위한 거대한 지역 공동체인 베텔 공동체는 일반 거주 지역과 혼합되어 있는데, 이 지역에는 수많은 장애인 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환경적으로 우수하여 지역주민이 선호하는 거주 지역으로, 오히려 같은 시 지역의 다른 곳보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편이다. 이 지역에서는 일상적으로 흔히 지체 장애인을 만날 수 있으며, 장애인을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당연히 함께 사는 평범한 주민으로 여기며 경계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독일은 지난 2009년 UN 장애인 권리 협약에 따라 장애/비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에서 공동으로 수업하는 ‘포용 교육(Inklusive Bildung)’1)을 교육정책의 중점으로 두고 이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포용 교육 시행에 있어 장애학생과의 공동학습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비장애 학생과 학부모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장애 학생을 위한 학교의 시설 개선, 교육 인력 증원을 위한 재정 문제, 교육 인력 확보 등이 포용 교육 실현의 난관으로 대두되고 있다.

 

2. 특수교육 관련 중점 정책 및 제도

현재 독일의 특수교육 관련 최우선 과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용 교육의 확대실현이다. 장애 학생도 부모의 선택에 따라 특수학교에서 분리되어 교육받지 않고 일반 학교에 다니며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독일은 2009년부터 UN 장애인 권리 협약 24조 장애인 교육 권리 규정에 따라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에서 함께 수업하는 포용 교육(Inklusive Bildung)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교육정책의 중점으로 삼아 확대 실현하고 있다. 특히 장애 학생을 분리된 존재로 인식하는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특수학교 명칭을 지원학교(Fӧrderschule) 또는 지원센터(Fӧrderzentrum)로 변경하고 장애 학생도 특수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 개별 특성을 고려한 개별 교육과 지원(Individuelle Bildung und Fӧrderung) 방안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독일의 특수교육은 아래 그림과 같이 제외→분리→통합→포용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독일 주 교육부 장관회(Kultusministerkonferenz: KMK)2)는 2010년 UN 장애인 교육권리 협약을 실행하기 위한 교육적, 법적 여건에 대해 합의하고 2011년에는 일반 학교에서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받도록 하는 포용 교육(Inklusive Bildung) 지침을 마련하였다. 각 주의 교육부는 주의 실정에 따라 학교법과 학교체계를 개선하고 지원방안을 수립하였다. 이를 토대로 주 교육부는 일반 학교에서 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받을 경우 필요한 특수교육 인력 확보와 시설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 교육부는 특수교사 교육과정의 정원을 늘리고 특수교육 교사의 채용을 확대하는 한편, 모든 교사가 점차 증가하는 학생 이질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교사교육 과정에서 학생의 이질성 대처를 위한 교육과 특수교육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학교 시설은 지자체의 책임이지만 장애/비장애 학생 포용 교육을 위한 시설에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므로 주 정부도 이를 위한 재정을 적극적으로 분담하고 있다.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하는 포용 교육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현재 일반학교에서 비장애 학생과 함께 교육받는 장애 학생의(포용 교육) 비율은 전체 독일 학생의 47.5%로, 10년 전 18.4%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

 

3. 특수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빌레펠트(Bielefeld) 시에는 15개 특수학교가 운영 중인데, 이 가운데 4개교는 시가 운영하는 공립, 11개교는 공익 재단 및 협회 등이 운영하는 사립이다. 독일 일반 학교 90% 가량이 공립인 것에 비해 특수학교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공익 목적의 사립 재단 운영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독일의 경우 특수학교 운영을 위해 다양한 지역 단체 및 협회가 협력하고 있는데, 빌레펠트시의 경우 특수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빌레펠트 특수학교재단(Stiftung Bielefelder Förderschule)을 운영 중이다. 빌레펠트 특수학교 재단은 2013년 12월 빌레펠트 시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특수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지원하고 장애가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일반 학교체계로 통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 재단에서는 빌레펠트 시립 특수학교 학생을 주로 지원한다. 또한 빌레펠트 시 또는 다른 기관의 방침에 따라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 학생의 교육과 훈육을 위한 프로젝트와 행사를 돕고 있다. 교육적으로 필요하지만 학교 운영자가 내부 재정 방침으로 지원하지 못할 경우 빌레펠트 특수학교 재단이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적 물품 및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들면 다양한 치료 방안, 도보여행과 같은 소풍, 수업 외 시간에 하는 견학, 학교가 주도하는 학부모와 자녀를 위한 행사, 문화, 스포츠 프로그램 등이다. 이외 빌레펠트 특수학교 재단은 시력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해 특수학교에 영상 읽기 기구를 지원하고 학생 도서관을 설립하였으며 학교 행사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물품 구매 재정을 지원하였다. 빌레펠트 특
수학교 지원 재단 운영을 위해서 지역의 대형 서점, 영화관, 근교 도시의 동물원과 놀이 공원, 이벤트 단체, 시립 극장, 출판사, 제과점, 컨설팅 회사, 스파르카세 은행, 지역 스포츠 협회 등이 후원하고 있다.

 

•특수학교 운영을 돕는 베텔 공동체
빌레펠트 시에는 지체 장애인 및 병자,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디아코니(Diakonie) 공동체 베텔 보델 슈빙 재단(v. Bodelschwinghsche Stiftungen Bethel)이 있다. 베텔 공동체의 주요 사업 분야는 장애인지원, 직업과 재활, 간질 치료 및 연구, 청소년 복지, 노인 지원, 특별한 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계층 지원, 호스피스 업무, 정신과 및 뇌 손상 환자 지원이다. 이를 위해 베텔 공동체는 장애인 직업교육과 근로, 재활을 위한 작업장, 장애인 보호시설, 베텔 공동체 지원을 받은 인력이 생산한 물품을 판매하기 위한 사업체, 특수학교, 일반 초중등학교, 직업학교, 디아코니와 신학 전문대학, 병원, 아동과 청소년 및 가족 복지 센터, 양로원, 노인 일상과 병간호를 위한 가정방문 센터 등 장애인 교육을 위한 학교와 작업장을 비롯하여 복지센터, 일반 학교 및 종합병원까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회사업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베텔 공동체는 마치 작은 소도시처럼 거대하다. 베텔 공동체는 1867년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간질 환자를 위한 작은 시설에서 시작되었는데, 1872년부터 프리드리히 폰 보델슈빙(Friedrich von Bodelschwingh) 부자가 운영하면서 장애인과 소외 계층을 위한 오늘날의 거대한 사회사업 재단으로 발전하였다. 장애인을 위한 신앙공동체로써 베텔 공동체를 설립한 프리드리히 보델슈빙 목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장애인 대학살로부터 베텔에 거주하던 수많은 장애인의 생명을 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베텔 공동체는 시나 정부의 지원도 받지만 상당 부분 기부금으로(2016년 23,770,941유로, 한화 약 305억 5,564만원) 운영되고 있으며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공동체 운영을 돕고 있다.

현재 베텔 공동체는 다양한 사회사업을 하고 있지만 장애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특수학교와 장애인을 위한 직업학교 및 직업교육장, 작업공동체 등을 포괄적으로 운영하며 장애인의 인격 형성, 일상생활 극복, 직업적 통합 등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베텔 공동체는 장애인을 위한 기숙사와 다양한 직업훈련원을 운영하면서 개별 장애인의 능력과 장애 종류에 적합한 생활교육과 일반교육,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직업훈련을 졸업한 장애인은 큰 어려움 없이 사회에 복귀하여 직업 활동을 하고 있다. 베텔 공동체 자체에서도 장애인들로 구성된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서 직업 활동을 하기도 한다.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경우 베텔 공동체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비장애인의 일상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공동체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는 장애인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살림 및 안전점검 등 생활 전반을 돕고 있다. 베텔 공동체가 종합병원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의 질환을 지속해서 돌보는 한편 응급상황에도 신속하고 적합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렇듯 베텔 공동체는 장애인을 고려한 특수교육, 직업교육 및 장애인 직업 활동을 위한 작업장과 사업체를 운영하며 특수학교의 원활한 운영과 장애인이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역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장애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없도록 의료지원 또한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베텔 공동체는 지역의 일반 건물 및 거주지역과 혼합되어 있어 이 지역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반 공공 교통수단 및 모든 시설을 함께 이용하며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

4. 특징 및 시사점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교육에 대한 권리는 동등하다. 독일은 장애로 인해 어떤 차별도 받지 말아야 할 것을 독일 국가 구성원의 기본권(Grundrecht)으로 확실히 하고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 풍토로 인해 독일 시민들은 장애인을 자신의 삶에 피해를 주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나와 동등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기며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지원과 배려를 하고 있다. 지역사회도 특수학교가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적 지원을 지속해서 강화하며 편견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빌레펠트시의 베텔공동체의 경우 장애인의 일반교육에서부터 직업교육까지 특수교육을 시행하고, 작업장과 이들이 생산한 물품을 판매하는 사업체까지 운영하며, 장애가 있어도 한 사회의 완전한 자립적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장애인을 교육하는 지역 공동체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장애 학생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온 독일은 현재는 UN 장애인 권리 협약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며,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에게 동등한 교육 권리를 부여하고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학습하는 ‘포용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모든 개별 학생이 잠재력과 재능, 사회적 배경이 다르지만 같은 가치와 교육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독일은 장애 학생을 특수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단순히 개별 특성이 다른 학생으로 여기며 이들의 교육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며 각자 다른 특성이 있다. 국제화 시대에 따라 학교 내 인종과 문화, 사회적 배경, 학생 개별 특성에 따른 이질성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학교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제 이러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가 유기적인 하나의 공동체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다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이고, 학생의 ‘다름’에 대한 인식과 대처 없이는 우수한 학교 교육의 실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모든 학생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이에 합당한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전체 사회가 장애 학생을 조금은 특별한 교육적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 학생으로 보고 비장애 학생과 동등한 교육 권리를 가진 학생으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

※ 이 원고는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위탁연구 [세교연 2016-37] 고등학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혁신적 지원 방안연구 요약본입니다.

 


1) ‘포용 교육’은 학생의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공동으로 학습하는 교육이다. 이는 장애가 있는 학생도 비장애 학생과 차별받지 않고 같은 교육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장애인 교육 권리 향상을 위해 실현되고 있다. ‘포용 교육’은 적합한 단어의 부재로 인해 일부에서는 통합교육으로도 소개되고 있으나 통합교육보다 진일보한 개념이다.
2) 독일 연방 주 교육부 장관 상설회의(Ständige Konferenz der Kultusminister der Länder i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의 줄임말. 독일은 연방주의에 따른 교육자치권 원칙에 따라 주 정부가 학교 교육 및 대학교육 등 교육 전반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음. 교육정책에 대한 전반적 권한이 주 정부에 있으므로 독일은 연방 차원에서 교육 방향을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대처하여야 할 것에 대해 논의하고 조정하여 일치를 보기 위해 ‘독일 연방 주 교육부 장관 상설회의(KMK)’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음. 주별로 교육 관련 부서는 교육부, 학문부, 문교부, 학교와 직업교육부, 교육·청소년·체육부, 교육·학문·문화부 등 그 명칭이 다양하지만 여기에서는 주 교육부 장관회로 통일하여 명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