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꿈을 갖다

|김지수


학부모대학을 수강한 2016년은 전업주부로만 살던 내가 사회에 문을 두드리고 싶다는 꿈이 생긴 해이다. 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형제를 둔 학부모다. 두 살 터울의 형제를 키우기 위해 1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땐 아이만 잘 키우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 스스로 위로하며 내 선택을 믿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갈수록 ‘나도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을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서울학부모지원센터 홈페이지의 학부모대학 모집 안내문에서 작년부터 관심을 두었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과정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잊었던 내 꿈을 다시 펼칠 수있을 것이라는 설렘과 기대로 흥분되는 나를 느꼈다.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까지 1시간 30분이나 소요되는 것쯤은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접수번호 1번으로 등록했다. 그때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내게 일어난 많은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열정을 불살랐던 20대로 돌아간 듯, 같이 고민하고 조언해 주는 동기들과 함께하면서 내 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다.

퍼실리테이터는 토론이나 회의에서 참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소통을 원활히 이끌어 내는 소통 이끄미 역할을 말한다. 기본 과정과 심화 과정을 수강하면서 여러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며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을 배우기도 했다. 심화과정 중반부터는 수업 내용이 어려워져서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매주 수업 내용과 참고자료를 네이버 밴드에 공유해 주는 동기들 덕분에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엔 늘 경쟁하며 남보다 앞서려는 교육을 했는데, 학부모대학에서는 서로를 도와주고 정보를 나누면서 각자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진정한 온리원(Only One) 교육을 하게되었다.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배우는 참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학습을 하고 보니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어도 혼자서는 어려웠는데 같은 열정을 가진 동기들과 함께하면서 그 열정이 더욱 빛난다는 것을 느꼈다.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와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이 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멋진 자연경관 덕분에 캠퍼스에 온 대학생처럼 많이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갱년기를 앞둔 시기에 20대의 열정과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수업이 있는 매주 수요일은 나에게 너무 행복한 시간여행이었다.

학부모대학을 다닌 이후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진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나자신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부족한 확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진로는 선택이 아니라 과정이 라는 말이 있듯이 꿈을 향해 도전하다 보면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고, 간절한 열망과의지를 가지고 사회에 문을 두드려 보기로 했다.
그 첫걸음으로 작년 10월에 학생 상담자원봉사에 지원을 하여 합격 통보를 받아 지난 1월에 연수를 마쳤다. 다가올 3월부터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소통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학부모대학에서 받은 열정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학부모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건강한 토론 문화를 이끄는 퍼실리테이터가 되고 싶다.

2016년은 전업주부이던 내가 꿈을 갖고 사회에 진출할 가능성을 느낀 한 해였다. 그동안 잊고있어서 낯설게만 느껴졌던 내 꿈을 향해 나아갈 용기가 생겼다. 그 과정이 몹시 어려울 것 같았는데 학부모대학을 만나면서부터 매직(magic)이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의 잠재된 꿈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주신 조희연 교육감님 이하 교육청 관계자분들께 동기들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