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2020 겨울호(241호)

제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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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세진 (서울특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변호사)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은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으로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교도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합니다. 교원은 교육자로서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보호자와 교육자는 학생이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무사히 잘 자라도록 긴밀하게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간혹 보호자의 의견이 학생의 교육과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학생의 건전한 성장에 방해가 되거나 때로는 교육에 관한 정당한 의견 제시가 아니라 교원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사례는 여러 사건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저는 중등학교 교사입니다. 새로 입학한 학생들과 상담하던 중 한 학생이 어렸을 때 당한 아동학대로 인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학교에서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다정하게, 좀 더 따뜻하게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학생이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라고 했습니다.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지 학생과 상담을 하고, 그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학생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 학생을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할 수 있을지 논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이 학생이 집에서 약물을 복용하여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학생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던 선생님들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학생과 가족들이 괜찮을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학생이 병원에 입원하고 1주일 뒤에 이 학생의 보호자들이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보호자들은 제가 상담을 잘못해서 자살시도를 한 것이라며 저에게 공개사과를 하고 각서를 쓸 것을 요구했습니다. 저 또한 학생이 자살시도를 한 것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었기에 보호자들도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호자들에게 ‘앞으로 더 깊이 살피겠다, 이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에서도 논의하고 있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 이 학생을 잘 보호하자.’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도 마음이 너무 괴로운데 가족들은 오죽하겠는가라는 마음이 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들은 그날부터 지속적으로 학교로 찾아와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서 등·하교 시에 팻말을 들고 오셔서 여러 학생들과 교사들이 지나갈 때마다 제 이름을 부르면서 “oo가 사람을 죽여 놨다! 야 미친 인간아! oo 때문에 내 자식 죽게 생겼다! oo 때문에 여기 학생들 다 죽을 수 있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또 학교 교무실에 들어와서는 저에게 “너도 죽어라, 내가 힘만 더 있었으면 사지를 분질렀을 거다!”라고 하면서 저를 때리거나 밀쳤습니다. 이런 일이 있자 학교에서는 보호자들이 올 때마다 다른 선생님들이 대신 상담을 하게도 하고 저를 피신시키기도 했습니다. 보호자들은 저를 만나지 못하니 시시때때로 ‘인생 끝난 줄 알아라. 곱게 보내진 않을 거다. 사과도 없이 발뺌만 하냐. 너도 죽음을 느끼게 해주겠다.’라는 문자메세지를 계속해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워 병가를 냈습니다.

선생님,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선생님들께서는 학생이 어릴 때 당한 학대 경험 때문에 생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잘 벗어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잘 회복되고 잘 자라도록 여러 선생님과 함께 최선을 다하셨을 겁니다. 학생이 잘 회복되길 바라던 선생님들께서 학생의 자살시도로 큰 충격을 받으셨을 것도 충분히 짐작됩니다. 학생의 자살시도로 가족들이 혹시 그 원인이 학교에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민원을 넣었을 수도 있고 선생님께서 학생과의 상담 상황을 설명하고 해명하시는 과정에서도 마음이 아프셨을 겁니다. 선생님께서 충격을 받으신 만큼 가족들도 충격을 받아, 아마 가족들이 침착하고 차분하게 선생님과 이성적으로 상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부분은 선생님께서도 어느 정도 이해해주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 다. 다 같이 충격을 받고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학생의 가족들도 당연히 마음에 상처를 입었겠지만, 그 분노나 좌절감을 선생님을 향해 표출하는 것이 정당하지는 않습니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선생님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잘못으로 학생이 자살시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미친 인간이라고 욕을 하는 것은 모욕죄에 해당 합니다. 또 선생님을 때리거나 밀치는 행동은 폭행에 해당하거나 공립학교 선생님으로서 근무를 하고 있던 중인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에, 사립학교 선생님으로서 근무를 하고 있던 중인 경우에는 업무방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선생님께 위해를 가할 듯한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반복적으로 보내 도달하게 하는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됩니다.
보호자들이 학생의 치료에 전념하고 더이상 선생님께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충격적인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겪으셨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시거나 상담사님과 상담을 받으실 필요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생의 보호자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적절한 주의를 주고, 선생님께서 피해 교원으로서 심리상담이나 치료지원을 받으실 수도 있 습니다. 학교·관할교육(지원)청과 상의하시고 교장선생님의 의뢰서를 받아 교육활동 침해 소진교원으로서 상담 지원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소진교원으로서 지원을 받으시는 것보다는 선생님의 충분한 회복을 위해서 교권보호 위원회를 통해 피해교원으로 지원받으시는 것이 더 나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또,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하기 위하여 2020학년도 5월부터 교원위협대처 보호서비스를 마련했습니다. 교육활동 중인 교원이 난입이나 난동 등으로 위협을 받는 경우, 긴급 경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어린 학생도, 소중한 선생님도 잃지 않고 무사히 학교생활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