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무상교육 운영 현황

박중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해외통신원

1. 캐나다의 전반적인 교육 운영 현황

캐나다는 10개의 주와 3개의 준주(이하 ‘주’로 통일하여 언급)로 구성된 연방 국가로, 교육을 포함한 모든 정책은 주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마련하여 집행한다. 중앙 정부 격인 연방 정부는 직접적으로 교육정책에 관여하지 않지만, 주별로 공통적인 논의가 필요한 특수 교육,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을 위한 영어 교육 및 제2외국어 교육, 원주민 교육, 학자금 제도 운영 등과 같이 일부 분야에 대해서 특별 정책이나 계획을 수립하고, 추가 예산을 책정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주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주 정부는 저마다의 지역적 특성과 역사, 문화적 다양성 등을 고려하여 법 제도를 마련하고, 산하에 교육부를 두어 독자적인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캐나다의 교육목표 및 교육과정, 교육예산 배정 등 교육 전반에 걸친 세부 내용은 주별로 상이하게 구성되고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캐나다의 학교급 구성은 대략 네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보편적인 구분은 유치원(Kindergarten, 2년 과정, 만 4~5세),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 1~8학년, 만 6~15세), 중등학교(Secondary School, 9~12학년, 만 15~18세), 대학교(Post Secondary School, 만 18세 이상)로 나누는 것이다. 퀘벡 주에서는 중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 직업 학교 및 초급 대학 과정의 성격을 띠는 세젭(Cegep)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세젭은 교육목표에 따라 다시 직업교육과정, 대학진학과정, 직업전문과정으로 구분된다. 보통 캐나다의 모든 아동들은 만 6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매니토바, 온타리오, 뉴브런즈윅을 제외한 모든 주에서는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인 16세까지를 의무교육 기간으로 상정한다. 상기 언급한 3개 주(매니토바, 온타리오, 뉴브런즈윅)에서는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18세까지를 의무교육 대상으로 보며, 퀘벡 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세젭 과정까지를 의무교육에 포함시키고 있다.

 

2. 초·중등학교의 무상교육

캐나다의 각 주 정부는 주별 교육법에 명시된 바에 따라 관할 구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모든 학령기 인원에게는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할 의무를 가진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에 따라 각 학교급별 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무상 공교육의 원칙은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때 무상교육 대상은 공립 초·중·고등학교로만 한정하며, 일부 종교 재단이나 특수 목적 재단에 의해 설립된 사립학교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이라 하더라도 무상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캐나다 전체 학교 가운데 공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0% 정도로, 이는 캐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더라도 무방한 수치이다. 나머지 10%에 달하는 사립학교의 경우에도 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이 일부 있긴 하지만, 학생들이 납부하는 수업료와 기부금에 의존한 경영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각 주에서는 초·중등학교 수준까지 무상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여 보장하고 있다. 유콘 주는 지난 2002년 「교육법(Education Act)」을 개정하며 3번째 섹션(section 3)에 캐나다 시민권자, 영주권자 또는 임시 신분으로 캐나다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개인의 자녀에게 무상으로 초·중등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에는 유콘 주보다 넓은 범위의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개정된 「교육법(Education Act R.S.O. 1990)」 제 49조 1항은 부모의 법적 지위를 근거로 18세 미만 학생의 공립학교 입학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모가 난민신청을 거절당했거나 취업 비자나 학생 비자가 만료되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불법적으로 거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자녀에게 주어지는 교육권까지 박탈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거주하는 18세 미만의 학생들은 시민권이나 영주권 소지 여부와 관계 없이 모두 무상으로 공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다만 학부모의 법적 지위에 대한 정보를 학교 측에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온타리오 주와는 차이가 있다. 그 외 퀘벡을 비롯한 다른 여러주에서도 부모의 법적 지위에 따라 자녀가 기본적인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3. 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정 조달 방식

캐나다에서는 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정의 많은 부분을 지방세와 주 정부의 세입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연방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앨버타, 온타리오, 뉴브런즈윅, 프린스 에드워드 섬,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유콘 준주의 경우에는 공립 초·중등학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대부분을 주 정부 세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주 정부의 세입과 더불어 각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여 필요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기도 한다. 자체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여 부과할 수 있는 교육세(education tax)이며, 이밖에도 외국인 학생 등록금과 개별 사업 및 투자로 얻는 수익, 민간단체의 기부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주 정부와 지방 정부의 세입은 각 학교당 등록한 학생 수, 학생 수효, 교육청의 지리적위치, 자금 필요 정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일련의 ‘예산 공식(grant formulae)’에 의거하여 산정된다. 산정된 학교별 지원금은 개별 학생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사용되는 ‘학생 1명당 지원금(per pupil grant)’과 학습 외 활동 및 학교 운영에 사용되는 ‘특수목적 지원금(special purpose grant)’으로 구분된다.
기본적인 예산 배정이 학생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바, 인구가 적은 주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교육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퀘벡, 매니토바, 노바스코샤, 서스캐처원 등 비교적 인구가 적은 주의 경우에는 재산세(property tax)에 포함된 교육세의 세율 결정권을 각 교육청이 가진다. 이로써 다소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무상 공교육 유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4. 무상교육 지원 범위

캐나다의 무상교육 범위는 미국, 독일, 호주, 영국 등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 주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교사 및 상담 교사의 급여와 수업료, 학교 운영비(신축 및 시설 보수 등), 교과서, 교통비(스쿨버스 비용은 무료, 대중교통 비용은 지원 혹은 환급), 학습 기자재 비용, 학습 물품 비용, 학급 컴퓨터 비용, 도서관 이용 비용, 학교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모든 종류의 전문 서비스 이용 비용(신체적·정신적·언어적) 등이 무상으로 학생에게 제공된다. 구체적으로 앞서 살펴본 학생 1명당 지원금과 특수목적 지원금의 포함 내역을 살펴보면 공교육의 무상 지원 범위에 대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6년 온타리오 주에서 발행한 ‘2016–17 교육예산 보고서(Technical Paper 2016–17)’에서 명시한 학생 1명당 지원금에 포함된 내역은 다음과 같다.

위 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학생 1명당 지원금’은 공교육 시스템 내의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학생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된다. 이는 학생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공교육을 시행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몰입 가능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학생1명당 지원금’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및 학습 활동과 관련한 내용이 주로 포함되는 반면, ‘특수목적 지원금’은 학습 외 언어 학습비, 학생 교통비, 특활 활동비, 학교 시설 운영 및 보수비 등이 포함된다.
또한 캐나다의 무상교육은 단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학령기 학생의 학습 활동에 필요한 모든 제반 사항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에 최근 퀘벡 주에서는 공교육의 무상지원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3년, 퀘벡 주 몬트리올의 학부모 대표들은 일부 학교가 교재 복사 비용, 악기 케이스 구입 비용 등을 학부모에게 청구하자 이는 ‘교육 서비스, 교과서 및 학습 자료는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퀘벡 주 교육법에 모순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의 조정에 의해서 마무리된 본 소송의 결과로 부당한 비용을 납부한 학생은 최대 150달러(한화 약 12만 9천 원)까지 반환 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퀘벡 주 교육부는 소송 이후 일련의 검토과정을 거쳐 올해 6월 7일, 학교 활동비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였다. 본 지침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활동이 교육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학교가 학부모에게 청구하는 비용은 반드시 합리적이어야 하며 태블릿 컴퓨터와 같이 값비싼 품목에 대한 비용은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이번 가을 학기부터 학교 활동비 명목으로 놀이공원 방문 등 학습 활동과는 직접적 관련이 적은 야외활동에 대해서만 학부모에게 별도의 비용을 요청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지침에 대해서도 사회 일부에서는 야외활동 역시 다분히 교육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무상 공교육의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5. 유아 무상교육

2017년 11월 20일 ‘아동의 날’을 앞두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유아교육을 받는 캐나다 아동의 비율은 58% 정도로 OECD 국가의 유아교육기관 평균인 69%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충분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접근성과 이용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 지적한다. 이에 몇 년 전부터 캐나다의 일부 주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한 무상 유아교육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 주 정부는 경제학자 고든 클리브랜드(Gordon Cleveland)가 작성한 보고서 ‘모두를 위해: 온타리오 주의 인가된 보육기관을 저렴하게 (Affordable For All: Making Licensed Child Care Affordable in Ontario)’의 내용을 바탕으로 학부모 및 교육 전문가들과의 면담과 컨설팅 과정을 거쳐 2020년부터 유아보육서비스에 대한 무상교육 계획을 발표하였다. 본 계획에 따라 온타리오 주는 2020년부터는 2.5세 유아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이전까지는 무료로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며, 이로써 자녀 1명당 17,000달러 (한화 약 1,434만 원) 가량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퀘벡 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부분적 혹은 완전한 무상 유아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6. 최근 이슈 – 무상 대학교육

캐나다의 대학교육은 초·중등 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 캐나다 내 모든 사람들이 차별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이후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학비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로 인해 평균 소득 이하의 가정 내 학생들은 교육받을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어 몇 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시민권자의 학비는 2017~18년을 기준으로 학부는 평균 6,571달러(한화 약 556만 7천 원), 대학원은 평균 6,907달러(한화 약 595만 7천 원)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같이 높은 학비로 인해 캐나다의 대졸자는 평균 2만 8,000달러(한화 약 2,423만 7천 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을 안고 사회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대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활발한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며, 그 결과 일부 주에서는 초·중등학교에 더불어 대학교육까지 무상교육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온타리오 주 정부는 2017년부터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새로운 무상 등록금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연간 가족 소득이 5만 달러(한화 약4,312만 원) 이하인 가정의 대학생은 무상 등록금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새롭게 시행된 무상 등록금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대학을 졸업하고 연소득 35,000달러(한화 약 3,019만 원)이상이 되는 시점부터 상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다. 현재 온타리오 주에서만 전체 약 20만 명 이상의 전일제 대학생이 무료 대학 등록금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뉴브런즈윅 주 역시 공립 대학 및 전문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 9월부터 무상 등록금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뉴브런즈윅 주는 연간 가족 소득이 6만 달러(한화 약 5,175만 원) 이하인 학생이 공립 대학 및 전문대학, 그 외 각종 수료증이 주어지는 프로그램에 등록할 경우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뉴브런즈윅 주에서는 새롭게 실시하는 무상 등록금 프로그램 외에도 학생 등록금 대출 프로그램 등 기존 정부의 학생지원 정책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