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2021 겨울호(245호)

코로나19 시대 격차 담론,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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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흔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 글은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에서 발행된
이슈페이퍼(2021년 제4호)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우리에게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한정된 정상 상태와 경계경보가 번갈아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끝날 것이다. 그리고 재건이 시작될 것이다.
그 순간 정치권은 서로 등을 토닥이며 민첩하고 진지하고 헌신적이었다고 칭찬할 것이다.(중략)
한편 우리는 혼란스러워하며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싶은 생각만 들 것이다.
망각의 시작이다.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알아서,
그리고 함께 성찰해야 한다.

파울로 조르다노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2020) 중에서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두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부분적이나마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대부분의 원격수업이 쌍방향 실시간 수업으로 형식화되면서 표면적으로 학교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작년 한 해, 우리는 학교폐쇄, 원격수업, 제한적 등교 조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사태 속에서 저마다 몸살을 앓아야 했다. 팬데믹은 ‘엑스선(X-ray)’이 되어 우리의 가려져 있던 진실을 대면하게 하고,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헤아리지 못했던 것’들을 일시에 일깨웠다(Paolo Giordano, 2020:8). 문제에 대한 담론은 넘쳐났고,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전환을 위한 뉴노멀(new normal)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랬다. 대부분 ‘필요성’까지였던 듯싶다. 정책의 부재를 탓하고 처방과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뜨거웠지만, 정작 드러난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장은 아쉬웠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제 당분간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을 받아들이며 재건을 도모하고자 하는 분위기이다. 전염병은 백신과 치료제로 이겨낼 수 있지만, 망각의 실수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일’과 ‘성찰’뿐이다.

Ⅰ. 문제의식

근대 공교육제도의 산물인 학교가 출현한 이래 학교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대안적 혹은 전복적 상상이 있어 왔다. 그러나 학교교육의 모습을 일시에 바꾸어 놓은 것은 정작 인간이 아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였다. 그것은 매우 돌발적이고 전면적이었으며, 어떤 면에서는 평등한 방식으로 전 세계에 몇 가지 공통의 문제를 던졌다. 그중 하나가 ‘격차’의 문제이다.
사실 자연으로부터 나온 모든 사물은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닌 서로 ‘다른’ 존재이다. 그리고 두 대상을 맞대어 놓는 순간, 이 다름은 ‘차이’라는 인식을 발생시킨다. 존재와 존재, 대상과 대상 사이에 차이는 필연적이며,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격차’는 이러한 서로 다름의 정도에 대한 인식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 다른 욕망, 다른 관심, 다른 경험을 가진 인간의 교육에서 격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박인우, 2021). 격차가 문제시되는 것은 그 차이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과 무관한 외적인 요인이 결과에 작용하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차이’가 다름에 대한 수평적 다양성을 의미한다면, ‘격차’는 다름에 대한 수직적 차이를 바탕으로 한 차별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그런 점에서 ‘격차’는 긴장과 갈등을 동반하는 용어(오세라, 2019: 28)이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게 되고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수업형식이 도입되면서 교육격차 문제가 전면으로 떠올랐다. 사실 교육격차는 현상적, 실제적,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것을 개념화하고 구조적으로 파악하여 설명해내기란 쉽지 않다. 교육격차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학술적인 용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오세라, 2019: 31). 그러나 팬데믹이라는 불안한 상황에서 교육격차는 그 기표에 내재된 긴장과 갈등만큼이나 격렬하고 전방위적으로 거대 담론화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번 교육격차를 둘러싼 문제제기와 언급들이 과연 격차 문제를 제대로 조망하고 있는지, 향후 우리 사회의 격차 문제에 대한 변화 내지 더 나은 해결을 도모하는 데 진정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하는 점이다. 필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에 있다.
변화와 더 나은 해결은 문제 사태 안에 자신을 포함시킬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조용한(2021a)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이름으로 외쳐대는 ‘교육혁신’이 종래의 개혁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물으며, 지금까지 교육개혁이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 누구나 문제를 말하지만 정작 누구도 자신을 문제 안에 포함시키지 않는 풍토를 비판한다. “남 탓, 제도 탓, 정책 탓을 하기 전에 각자가 자기 자신의 비교육적인 습성부터 하나씩 고쳐왔더라면 반세기라는 세월은 바람직한 변화를 보기에 결코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성찰과 반성, 동의, 동참이 없이, 문제만 던지는 개혁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불거진 격차 관련 담론에 담긴 우리의 자화상에 초점을 두고 반성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이번 사태에서 격차 문제가 회자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교육격차의 주 원인으로 거론된 원격수업에 대한 필자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교육격차 문제를 보다 발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각 전환이 필요한지 제안하고자 한다.

Ⅱ. 코로나19 시대 격차 담론에 대한 재탐색

1. 코로나19, 격차의 일상화

과거에도 상존했던 격차 문제가 코로나19로 본격화된 것은 학교의 정상성과 일상성이 무너진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사람, 시간, 공간 및 사물이 인위적으로 특정한 형태로 구성된 구성체로, 아이들은 각자의 배경 및 세계 속에서 ‘떨어져 나와’ 학교라는 시간과 공간, 특정한 형식 안에서 공부하고 연습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적어도 학교 안에 있는 동안만큼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가정환경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평등한 학습자로서의 기회와 권리를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학교가 문을 닫자 이러한 분리적 기능이 정지되면서 그동안 학교에서 공유되어 왔던 것들이 가정 배경에 따라 차등화되는 현실이 표면화되었다.
교육격차는 교육에 관계된 무엇 간의 차이를 포괄하는 현상을 총칭한다(김병성, 1981: 5). 그동안 교육격차 논의는 주로 가정의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학업성취 격차에 초점을 두어 그 발생 요인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때 격차는 주로 학문적인 세계에서 언급되고 설명되는 ‘이론적인 세계’에 좀 더 가까이 있었다. 이에 비해 이번 등교 불가 사태에서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무엇’과의 격차 문제가 좀 더 여실하게 나타났다. ‘돌봄 격차, 학습격차, 디지털 격차, 기기 격차, 리터러시 격차’ 등 교육과 관련된 ‘무엇’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격차 개념이 빠르게 회자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격차는 일상의 전 영역에 걸쳐 즉각적이고 생생하게 지각되는 세계였다.
이번에 제기된 격차 논의는 단순히 교육격차가 학업성취만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조용환(2021b)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광범위한 격차 문제를 ‘웨어(ware)의 격차’로 설명하였다. 특히 등교 불가로 인해 비대면 원격수업이 대안적인 교육형식으로 등장하면서 하드웨어(hardware), 소프트웨어(software), 유즈 웨어(useware), 바디웨어(body-ware)1 하나하나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동안 학교에서 공유해오던 ‘웨어’들이 가정배경에 따라 차등화 되는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바이러스는 평등한 방식으로 다가왔지만, 재난은 평등하지 않았다. 방역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 개인이 맞이하게 된 고립과 몰락은 심각한 수준이었다(정용주, 2021:8). 김경애 등(2021)은 이번 사태로 다양한 형태의 ‘불리한 학생’이 나타났음을 보고하고 있다. 특히 열악한 사회· 경제적 배경이 중첩되어 사회적 불리함이 가중된 학생들이 이번 위기에도 몇 차원의 불리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주(2021)의 지적처럼, 이미 일상이 재난이었던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맺어진 관계들이 구조화됨으로써 일상의 재난을 더욱 굳어지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그동안 일상의 곳곳에 편재되어 있던 격차들이 표출되면서 이를 지칭하는 다양한 격차 관련 언어들이 등장했지만, 이 언어들은 개념의 명료화 대신에 ‘차이’ 자체를 부각시키는데 집중하였을 뿐, 광범위하게 편재된 일상의 웨어로 덧입혀진 격차의 구조적인 문제는 제대로 짚지 못했다. 정부의 대책은 방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사회 전반적으로 더불어 사는 든든한 연대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흐름은 보이지 않았다(정용주, 2021: 8).

2. 격차를 증명하는 방식: 차이 없는 반복

같은 단어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언급하느냐에 따라 의미나 범위가 달라진다. 명확한 개념에 대한 합의가 없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도대체 교육은 무엇이고, 격차가 있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모호하다. ‘교육격차’, ‘학습격차’, ‘학력격차’ 등 격차와 관련된 용어 대부분은 실재감(presence)에 기반한 각자의 주관적 인식 안에서 다양하게 의미화되고 해석된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교육격차는 문제의식에 따라 연구의 방향과 내용의 범위가 달라지는 등 접근방식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교육격차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교육불평등, 교육소외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소득수준이 다른 계층 간의 ‘교육기회의 격차’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교육 불평등의 원인을 찾아 국가가 적극적으로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찾는 데 초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학업성취도 격차’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학업성취도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들, 이를테면 가정 배경, 학교 변인, 사회적 환경, 개인적 특성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

서로 다른 접근방식에도 불구하고 이들 연구에서 교육격차 개념은 학업성취의 격차라는 개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즉 지역 간, 계층 간 격차 해소를 주장하면서 격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학업성취 결과를 활용하는 식이다. 성취 결과는 주로 학교성적, 수능성적, 전국단위의 학업성취도 결과, PISA 성적 등이 사용 된다. 이와 같이 교육격차가 이슈화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격차 연구는 사실상 학업성취격차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사태에서 학습격차, 학업격차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면서 교육격차와 같은 의미로 혼용되었던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격차 증명방식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울교육정책연구소(2021)는 학생들의 학습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각 학교의 학업성취등급분포를 확인하였다. 코로나19 시기를 전후로 동일 학생들의 등급분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한 결과, 상위권과 하위권의 비율이 증가하였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학업성취변화를 실증적으로 확인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즉각 “코로나발 학력격차 확인”, “학력 양극화”라는 제목으로 격차의 심각성을 전했다. 보고서는 이 학업성취 변화가 ‘동일학생’의 성적 ‘변화’였음을 적시하였지만 집단 간 상대적 차이를 부각하는 ‘격차’, ‘양극화’라는 표제에 파묻혀버렸다.

코로나19 시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교육불평등을 우려했지만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우려했던 것은 그냥 ‘성적’이었던 셈이다. 교육격차는 무엇을 교육으로 보는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며, 격차 역시 어떤 차이에 주목할 것인가에 따라 해결의 지점이 달라진다.

코로나19 직전, ‘교육=학업성취’에 집중하는 ‘학력(學歷)’ 개념을 해체하고, 교육의 전 과정에서 학습자의 실제적인 역량을 기르는 교육에 집중하자는 새로운 의미의 ‘학력(學力)’에 대한 논의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그러나 격차 담론이 코로나 정국을 주도하면서 학습격차, 학력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기초학력 문제가 문제해결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때의 기초학력은 지식의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는 기존의 학력관을 넘어서지 않는다.

지난 7월 29일 교육부는 <교육회복종합방안>(교육부, 2021)을 통해 2020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심리·정서 결손을 회복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제안하였다. 이 문서에서 학습은 ‘교과 지식’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종합대책 어디에도 ‘역량’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흐름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학교교육에 대한, 학력에 대한, 학습에 대한 뿌리깊은 우리의 고정관념이 바꾸어 놓은 흐름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적 위기 사태마다 학력 저하 논쟁이 일어나고, ‘기초교육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교육의 보수화 운동이 일었던 과거 교육과정의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학업 성적을 중심으로 교육격차를 증명하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교육격차에 대한 문제제기는 들뢰즈(Deleuze, 1968)가 말한 차이를 생성하지 못하는 ‘헐벗은 반복’, ‘차이 없는 반복’만 거듭할 뿐이다.

3. 격차 담론의 숨겨진 기능

모두가 격차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누가 어떤 의도로 격차를 언급하는지에 따라 회자되는 방식도 다르고 격차의 문제해결 내용과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의 교육격차 문제해결을 요구하기 전에 격차 담론에 내재된 ‘숨겨진 기능(latent effec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교육격차와 함께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학습격차’는 우리 사회의 격차 담론의 현실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학습격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교육격차 관련 연구에서 학문적으로 개념화되어 사용된 개념이 아니다. 원격수업이라는 낯선 수업형식이 등장하면서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로 디지털 기기 보유나, 사용 환경, 디지털 리터러시, 학습지원 등 학습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부터 가정배경에 따른 격차가 발생하는 사태가 표면에 드러나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사태를 강조하기 위해 ‘학습격차’라는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국회의원이 제기한 다음 기사의 한 구절은 불안의 시대를 강타했고, 학습격차는 계층 간 교육불평등을 강조하려던 의미에서 학업성취도 격차를 대신하는 용례로 전도되었다.

우리나라 교사와 학부모 10명 중 8명은 학교현장에 원격수업이 도입되면서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 등교수업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사교육에 대한 의존율이 더 높아지는 것이 학습격차와 교육불평등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회 000 의원은 00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8월 26일~9월 4일까지 서울·경기·인천 지역 교사, 학부모, 교육관리자 및 학생 7,1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 교사의 80.9%, 관리자의 80.08%, 학부모의 81.65%, 학생의 62.88%가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2

이 기사의 전문(全文)에는 ‘교육격차, 사교육, 기초학습부진, 원격수업, 학습격차’가 파편화되어 언급되고 있다. 이들은 각각 그 자체로도 뿌리가 깊고 문제양상이 복잡하여 깊은 이해가 요구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다양한 매체에서는 사교육 문제와 기초학습능력 부진이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음에도, 이 두 개념을 매우 익숙하게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교육불평등이나 교육소외로 인한 교육격차 문제가 학업성취도와 자연스럽게 연결 혹은 혼용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교 안팎으로 보편화된 경쟁주의 문화와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학교급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의 학교와 교육을 지배하는 것은 입학과 취업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승부를 가르고 더 높은 지위를 다투는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조용환(2021a)은 인류학자 조지 포스터(J. Forster, 1979)가 말한 ‘한정된 재화의 이미지(image of the limited good)’라는 개념으로 우리 사회의 경쟁에 내재된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세상의 좋은 것은 한정된 양만 존재하며, 따라서 그 ‘차지’3를 향한 쟁투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누군가 좋은 것을 차지하면 다른 사람은 그만큼 기회를 잃게 된다고 믿게 된다. 포스터는 다분히 폐쇄적이고 소극적이며 보수적인 이 관념과 신념체제로 인해 각종 경쟁이 야기된다고 보았다. 닫힌 생태계의 주어진 재화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부경쟁’이 불가피하며, 경쟁의 단위는 피를 나눈 가족 혹은 가문을 범위를 넘지 못하는 ‘가족 이기주의’가 불가피하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학습상황에서 나타난 불평등한 격차 문제로부터 제기된 ‘학습격차’는 ‘한정된 재화의 이미지’에 갇혀 일상에 편재된 모든 격차 문제를 학업성취로 초점화시키는 언어로 탈바꿈하면서 강렬하게 회자되었다. 특히 ‘중위권 실종’ 보도들은 바이러스로 학교는 가지 못해도 학원은 보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정당화시켰다. 코로나19 시대, 우리의 격차 담론의 저변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들이 절대적인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염려였는지, 혹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내 아이의 학업이 상대적으로 뒤질세라 날을 세우는 이기주의와 불안은 아니었는지.

4. 원격수업은 정말로 교육격차의 원인인가

그렇다면 원격수업은 그 자체로 정말 교육격차를 발생시키는가? 엄밀히 따져보면 원격수업은 안전을 위해 등교 중지를 선택한 상황에서 그래도 수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많은 국가들이 선택한 해법의 하나이다. 원격수업은 대면 수업이 어려운 특수한 상황에서의 교육을 위해 고안된 수업형식이다. 최근 테크놀로지 환경이 바뀌어 디지털 온라인 기반 원격수업이 가능해지면서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교육체제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대안교육의 한 형태로 실험적으로 적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공교육체제 전반에 원격수업이 전면적으로 그것도 일시에 적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특별한 사태이다.

일시적인 선택이라고 믿었던 학교폐쇄가 장기화되자 여러 문제 상황들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종일 홀로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원격수업을 감당해야 했다. 학부모는 그동안 일정 부분 학교에 위탁해왔던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서부터, 출결 확인, 과제 점검에 이르기까지 교사가 감당해왔던 학습지도를 오롯이 떠안아야 했다. 교사 역시 플랫폼 연수에서부터 원격수업에 대해 ‘배우며 동시에 수업을 해야’ 하는 낯선 가르침의 사태에 직면해야 했다. 여기에 영상 촬영, 편집 등 수업 제작에서부터 학생들의 출결을 독려하는 역할, 그리고 방역 활동 등 교사의 일로 여겨지지 않던 역할에 혼란을 느껴야 했다.

이렇게 원격수업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낯설고 불편한 상황을 부여했다. 누구도 원격수업이 기존의 수업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특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설명해주지도 방향을 제시해주지도 않았다. 콘텐츠형, 자료 제작형, 실시간 쌍방향이라는 몇 가지 수업유형만 전달되었을 뿐이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불안정하고 모순된, 선정적이며, 감상적이고 조잡한 정보들이 난무하기 쉽다. 언론은 연일 교육격차를 언급하고, 대중은 격차의 불안을 토로하였다. 이제 막 “땅을 파고 기둥을 세우며 온라인 공간에 학교를 만들어가며 수업을 해가는” 과정에서 원격수업의 상태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각종 설문조사들이 시행되었고, 그 안에서 원격수업이라는 수업형식은 만족도의 대상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온라인 혹은 원격수업은 격차문제 발생의 핵심 원인이 되어갔다. 일종의 ‘범주착오(category mistake)’이다. 일부에서 지금의 여러 문제상황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내재해있던 구조적 문제들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표면화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대중적으로는 각인되지 못했다.

Ⅲ. 교육격차와 교육다움의 격차

지금까지 코로나19로 불거진 교육격차 관련 담론에 내재된 몇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이 글은 격차 문제에 대한 이러한 접근이 교육격차 관련 문제에 대한 차이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하였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격차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다루어져야 하는가?

앞서 교육격차는 교육을 무엇으로 이해하는지, 무엇을 격차라고 보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등장한 온갖 격차 담론들은 교육불평등의 부당함을 문제 삼았지만 결국은 학업성취의 격차에 대한 우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성취도 중심의 격차에 대한 이해의 저변에는 한정된 재화의 이미지에 속박된 우리 사회의 경쟁의식이 작동하고 있다. 이들의 논의는 ‘교육격차’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 ‘교육’은 없다. 오로지 ‘격차’만을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격차, 학습격차, 학업격차, 돌봄격차 등 무엇이 되었든 그것이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격차를 얘기하기 전에 무엇이 교육인지, 교육적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따져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시기, 원격수업’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원격수업의 발전 방향을 찾으려던 연구였지만 최종적으로 발견한 것은 뜻밖에도 ‘다름’이었다. 그 다름은 원격수업 자체가 아닌 원격수업이 놓여있는 ‘구조’, 그 구조 안에 있는 ‘사람’의 차이였다. 그리고 그 차이의 핵심은 바로 ‘교육다움’이었다.

일상의 현실적인 교육문제에 대해 본질적 접근 운운하면 대개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교육은 교육의 관점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우며, 격차의 문제는 더욱 그렇다고. 교육격차가 새삼 처음 나타난 문제가 아니듯이 지금의 격차 해소에 관한 정책이나 해법 또한 익숙한 것들이다. 그동안 교육다움의 문제를 떠나 정치 논리, 경제 논리 혹은 다른 곳에서 찾은 격차 해법들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원격수업의 실제에서 발견했던 격차 현상의 공통점은 결국 교육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집단)의 “코로나 따위야”와 교육다움을 외면한 채 “코로나 때문에”의 차이에 기인하고 있었다. 교육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교육다움이 어려운 일이었다. 즉 일상에서 교육다움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일이었다.

‘본질은 시간을 견디고 사회를 견딘다’(조광제, 2004; 조용환, 2021a: 73 재인용).

결국 교육격차는 그저 교육과 관련된 격차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비춘 격차, ‘교육다움’의 격차로 진단하고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진단과 해결 안에는 동의와 동참, 성찰에 근거한‘실천하는 자신’이 포함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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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흔(2020). Post COVID-19, 원격수업의 교육적 탐색 및 운영방안 연구: 교사의 수업실행 경험을 중심으로.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서교연 2020-72.
Deleuze, G.(1968). Différence et Repetition, Paris:Presses Universitaries de France. 김상환 역(2004), 차이와 반복, 서울: 한길사.
Giordano. P.(2020). How Contagion Works. 김희정 역(2020).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서울: 은행나무

  1. 교육에는 학습을 위한 시설, 장비, 교구, 교재 등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여기에 학습을 돕는 교수자, 교육과정, 교과서 등의 소프트웨어도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학습의 기획, 운영, 평가를 비롯한 운영 전반의 유즈웨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학습자와 교수자의 건강과, 안전, 복무, 복지 등에 관련된 바디웨어가 필수적이다(조용환, 2021: 21).
  2. 조선일보(2020.8.17.)https://bit.ly/3Cv7pOI
  3. 직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 중 ‘occupation’은 차지함, 점유함, 점령함을 뜻하는 동사 ’occupy’의 명사형으로, 그 성격상 한정적이고 배제적인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조용환(2021)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업관이 지나치게 ‘occupation’에 치우쳐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경쟁주의 문화와 관련지어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