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을 키우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유인택

 

필자는 누구나 선망하는 약학대학을 다니던 중 우연히 연극동아리에 들어가 처음 연극을 만난 후, 연극에 푹 빠져서 결국 안정적 직업인 약사를 포기하고 연극에 전념했다. 무용, 국악, 음악콘서트 등 10여 년간 공연예술기획을 하고, 이후 한국영화 기획 제작에 17년을 몸담아 온 바 있다. 지금은 대학로에서 멀티플렉스 소극장을 경영하면서 연극, 뮤지컬 등 공연콘텐츠를 기획하고 동시에 대학 예술학부에서 강의를 겸하고 있다. 대학 연극에 입문한 지 40년 가까이 오로지 예술 현장에 몸담고 수많은 직원을 채용하면서, 또한 대학에서 예술가 지망 학생들을 선발하고 가르치면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은 물론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낀다. 그래서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느낀 바를, 현장 경험을 토대로 적어 보고자 한다.

 

1. 창의력의 중요성

주입식 교육, 입시 위주 교육 등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고, 사고나 행동이 수동적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 역시 낮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이 있듯이 어릴 때 몸에 밴, 수동적 태도는 성장하면서 변화되기 어렵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와 교사 품에서 독립한 성인이자 대학생이 됐음에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사회 모든 분야 이를테면, 민간 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 공공기관, 대학 등 어느 조직에서나 신입 사원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창의력’이다. ‘뭐 좀 좋은 아이디어 없나?’, ‘쌈박한 아이디어 없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봐.’ 등이 신입사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요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시절에 능동적,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훈련을 받아보질 못했다. 그런 상태로 사회에 나오면 ‘내가 그동안 뭘 배우고 뭘 할 줄 아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고 자괴감에 빠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에서 도태되거나 퇴출당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젊은이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과 교사를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상황이 되었다. 9급 공무원 시험에 우리 젊은이들 22만여 명이 원서를 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길거리의 포장마차를 하더라도 창의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커피숍, 빵집, 음식점 등 수많은 자영업의 성공과 실패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즉, 창의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성장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은 곧 창의력이다. 창의력이 있으면 사람에게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 의식도 갖게 되고 모험을 즐기며 톡톡 튀는 새로운 발견도 하고, 새로운 발명도 하고, 새로운 지식도 쏟아낸다.
그러한 창의력, 창조적 발상의 원천이자 근간이 바로 예술 영역이라 하겠다. 이에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에 한계를 느낀 대한민국은 문화예술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제2의 경제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한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미래 세대의 주역인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장래 희망(진로)으로 문화예술 분야가 각광받는 이유

1) 문화콘텐츠산업으로서 각광받는 문화예술계
최근 통계에 의하면 초·중등 학생의 40%가 장래 희망하는 일자리로 문화예술 분야를 꼽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8,000달러에 이르고, 세계 10위 규모로 경제성 장한 산물이 아닐까 싶다. 1960년대(100달러 수준)에서부터 1980년대(8,000달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가난했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기성세대들은 청소년 시절 한창 문학을 동경하고 음악과 영화에 열광했지만 생계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은 중진국을 거쳐 2000년대 선진국 대열로 가면서 경제적 풍요를 누리기 시작했고 그런 풍요로운 생활환경에서 태어나고 케이블TV,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자란 오늘의 청소년들은 이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꿈꾸는 문화 예술 분야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으려고 한다.다른 한편으로 기성세대에게는 배고픈 직업으로 인식되었던 문화예술 분야가 최근의 ‘한류’ 바람이 증명하듯이 개인의 명예와 경제적 부는 물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어엿한 국가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점점 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 문화예술 분야는 국가 산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으면서 기성세대의 인식도 달라지고 장래 유망한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노래와 춤에 능하고 이야기를 풀어 내는 데 남다른 소질을 타고난 우리 민족성이 오늘날 한류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2) 개천에서 용날 수 있는 분야이자, 성공 조건에 학벌과 무관한 분야
자본주의 경제의 발달은 소득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상대적으로 사회적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이들 자녀들이 일류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적어지고 따라서 일류 직장에 취직할 확률이 낮아지고, 취직했다고 하더라도 승진 기회가 좁아지면서 박탈감이 증대되고 있다. 사회 양극화가 개인에게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들의 신입생 가정의 소득 분포나 부모의 학력과 직업 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높은 계층과 학력이 높은 계층의 자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요즘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탄생한 배경이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고전문학이나 전설을 보면 천민 출신이 공부 열심히 하여 과거에 급제해서 용이 되는 미담들이 많다. 그런데 점점 우리 사회는 이런 희망의 싹이 줄어들고 있어 젊은이들이 절망감에 빠져 있다. 그나마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 분야이다. 그리고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흙수저’ 출신들이다. 부잣집 출신 자녀로서 성공한 사례가 매우 드물다. 다만, 배우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서양 클래식 음악이나 발레 같은 고급 예술은 예외이다.

3) 한국영화계 사례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 중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영화감독은 많지 않다. 현장에서 활동 중인 감독들의 전공은 영문과, 사회학과, 철학과, 국문과, 경제학과 등 다양하며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감독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영화제작현장으로 달려가서 배운 경우이다. 이들 중에는 일류 대학 영화학과에서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러브콜이 있어도 이를 거부하고 영화현장에서 자기 길을 가는 감독이 있다. 우리 교육의 발전 대안으로 유럽 특히 독일의 마이스터(장인) 제도를 많이 거론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시한다. 우리 감독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하겠다.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많은 국민들과 학생, 학부모들이 해외유학이라도 해야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세계영화계에서 인정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에는 거의 무학이나 마찬가지인 분도 있다. 빨치산의 아들로 반공 시대에 너무나 가난하고 먹을 것이 없어서 영화판 근처를 배회하다가 영화 촬영현장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영화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영화감독이 됐다. 한국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최우수 작품상)를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1960년대~1970년대 개발되지 않은 청계천의 가난한 소년이었다. 고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하고 검정고시 출신이다.

4) 많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배우의 전공
한국의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 중에 일류 대학 연극영화과 출신들이 많지 않다. 일반학과 전공출신들이 대다수이다. 그 까닭은 옛날 대부분 배우 지망생들이 연극영화과 진학을 반대하는 부모의 뜻에 따라 일단 일반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 본인이 하고 싶은 연기 활동을 한 것이다. 입시교육에 절망하였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문화예술 분야는 어쩌면 희망의 끈이 될 수 있다.

 

3. 문화예술계통 대학입시 사교육의 문제

한국 경제가 어려운 1960년대~80년대에 성장한 기성세대는 먹고사는 데 급급하여 문화예술 분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문화예술 분야에는 대체적으로 문외한이다. 연극이나 무용, 오페라 같은 순수예술은 감히 접할 생각조차 못하고 상업영화와 대중가요를 접하는 것이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던 세대이다 보니 자녀들이 문화예술 분야로 진출하겠다고 하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막막해 한다. 막연히 ‘예술가는 곧 가난’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 예술계통 진학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장래 희망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선택하는 청소년들이 예술대학에 진학하려고 하면 부모님들은 예술 현장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실이나 해당 분야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무조건 대학에 보내고 보자는 마음을 먹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부모 세대는 정작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진로 지도나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진로진학을 지도해야 할 교사나 학부모들이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모르다보니 입시학원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가계 부담으로 가정 경제를 위협한다.
그런데 사교육비를 부담하면서 입시학원을 다니도록 한 학생들에게 학습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볼 수 없다. 뮤지컬·연극·영화 연기학과 입시를 여러 차례 치룬 경험에 의하면, 입시 연기 학원을 다닌 학생보다 오히려 중·고등학생 때 연극·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한 학생들이 연기력이나 창의력이 좋고 따라서 합격률도 높은 경우가 많다. 입시 연기 학원에서 배운 연기 스타일이 오히려 학생의 잠재된 창의력을 훼손시키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어느 대학에서는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입시 연기 학원에서 배워서 몸에 밴 ‘나쁜 연기스타일’을 제거하는 교육을 시킨다고도 한다.
문화예술 분야는 기술만을 반복해서 연마하는 분야가 아니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함께해야 하고, 무엇보다 열정이 있어야 한다. 사교육을 받기보다는 열정과 포부를 가진 학생들끼리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맺음말
결론적으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모든 학생의 창의력을 기르는 과정이라 하겠다. 문화예술계 진학·진로를 선택하지 않은 일반 학생들에게도 그들이 대학을 가고 장차 사회에 진출해서 주체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창의력 측면에서 예술교육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둘째, 문화예술계로 진학을 희망하거나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인생을 좌우할 만큼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소위 전인적, 창의적 인간교육이라는 측면에서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문화예술을 꿈꾸는 학생들에겐 그들끼리 모이는 동아리 활동을 적극 장려하여 예술 사교육을 바로잡고 사교육비 부담도 줄이며,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이 될 수 있도록 전문화할 필요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