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봄호 (242호)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교육이 나아갈 길

0

박남기(광주교육대학교, 교수)

1. 들어가며

어둠이 짙어지면 새벽이 다가오듯이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것을 보니 몇 달 후면 코로나가 물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의 대면 수업 시기를 그리워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환상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우리는 늘 매일의 수업을 힘들어하지 않았 던가? 실제로 교수라는 직업이 수업만 없으면 참 좋은 직업이라거나, 학생만 없으면 선생할 만하다는 말을 많은 교수자들이 늘 입에 달고 살았다. 사회학자지 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이전 삶을 낭만화시켜 그리워하며 이상화하는 것을 ‘레트로토피아’라 고 부른다.
이 글에서는 먼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나타날 문 제점을 예견하며 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향을 탐색 해본다. 이어서 미래 교육의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에듀 테크 발전에 따른 교육의 방향을 예측하며 그에 부응 하는 학교교육의 방향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온라인 비대면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분석을 토대 로 미래 학교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스말로그 교육’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위한 교육계의 선제적 대비

가. 코로나 종식 이후의 학생과 교사 모습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교수자와 학생 모두 온라인 활용 수업 및 학습에 익숙해지고 관련 역량이 강화되 었다. 그 과정에 대면수업과 학습에 적합하지 않은 성 향도 자연스럽게 강화되었다. 그 이외에도 여러 면에 서 변화된 교수자와 학생으로 이뤄질 코로나 종식 이 후의 강의실과 교실 풍경에 대비할 때가 되었다. 이를 예측하면서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차라리 코 로나 때가 더 나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상황 탓에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지면서 가르 침과 배움의 방식에 대한 교수자와 학습자의 생각이 무의식중에 바뀌고 있다. 2학기 첫 수업 며칠 전에 온 라인 실시간으로 수업 준비 모임에 참여했다. 가능하면 첫 수업은 대면으로 하고 싶어서 온라인으로 인사 를 나누며 왜 첫 수업은 꼭 대면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열심히 설명했다. 물론 대면 수업 참석이 어려운 학생 들을 위해서 온·오프라인 동시 수업을 할 것임도 밝혔다. 그랬더니 각 과별로 40% 정도가 강의실 수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하순은 그렇게까지 위험 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타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많아 그렇게 답했을 것이라 짐작되었다. 첫 강의는 희망하는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온·오프라인 동시 수업 으로 진행하였다. 2주차부터는 광주에 확진자가 증가 한 탓에 가급적 비대면으로 하라는 대학의 지침에 따 라 아예 2학기 내내 온라인 실시간으로 수업을 했다.
11월 하순 마지막 수업 전에도 종강은 대면으로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내 마음 도 함께 전했다. 카뮈의 장편 소설 ‘페스트’에 나오는 네 가지 유형의 인간 중에서 페스트로 이익을 보는 인간 유형처럼 혹시 코로나를 핑계 삼아 우리가 이를 은근히 즐기는 유형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보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대면 수업 희망자 는 학기 초보다 오히려 더 줄었다. 의견조사 당시는 확 진자가 500명 수준으로 급증하기 전이었음에도 마지막 수업을 대면으로 하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은 학과에 따라 15~30% 수준에 불과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비대면이 내게도 더 편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의견 조 사 후에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여 대면 수업을 하지 말라는 대학의 지침이 전달되어 대면수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기기와 온라인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동영상보다는 온라인 실시간 수업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수업 유형을 선호하는지 조사하면 비대면 실시간 수업이 아니라, 동영상 수업을 선호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다. 동영상 수업을 선호하는 표면적인 이유로는 대부분 학생들이 교육적인 효과를 든다. ‘온라인 교육 대실험’에서 드러난 것처럼 동영상 수업을 하면 상당수 학생들은 배울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생각보다 빠르게 학생들이 비대면 상황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이 ‘비정상’의 예외적 순간이 끝나고 이전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정상’이 될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사회학자 엄기호(2020)의 주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강의실을 예로 들어보자.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전면적으로 등교해 강의실에서 학생을 만났을 때, 그 강 의실은 과연 이전의 그곳일 수 있을까? …… 어림없는 소리다. 이미 학생들 몸이 비대면 강의실에 익숙해졌다. 대면 수업이 요구하는 집중하고 긴장하는 몸 대신, 자신 이 시간과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사용하는 비 대면 상호작용을 편안해하는 학생들이 나타난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자유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향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긴장하고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몸으로 전환하며 새 상호작용에 적응한다.
이들이 이렇게 바뀐 몸으로 다시 강의실에 왔을 때, 이전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면/접촉을 중심에 둔 상호작용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 성적이 좋은 학생 들은 자신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배치하지 못하는 시공간에 짜증을 내고, 비대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집중하고 ‘예의’를 갖춰야 해서 힘들 것이다. 재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은 바로 이 상황을 가리킨다.

대학생만이 아니라 중·고등학생도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 들은 별 생각 없이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종식되어 매일 학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학생들이 늘어 날 것이다. 온라인 등교로 인해 아이들이 늦잠 자는 데 익숙해지고, 침대에서 누워 동영상 강의를 대충 시청 한 후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재미있는 동영상도 보며 시 간을 보내는 사이에 집에서 학교로 이어진 길이 사라 지고 있다. 한동안 억지로 아침 일찍 등교하다 보면 다시 습관화 될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 등교의 편리함을 기억에서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힘들게 학교에 가더라도 과거와 달리 의자에 앉아있는 것 자체를 고통으로 느끼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다.
스스로의 시간을 관리하며 자유를 누렸던 뛰어난 학생들은 다시 재미없는 대면 수업을 받아야 할 때 과거 보다 더 크게 고통을 느낄 것이다. 만일 이들이 교실 수업 상황에서도 보다 자유롭게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들은 코로나19 시기를 가장 그리워하는 집단이 될 것이다. 그렇게되면 다시 재미 없는 수업 시간을 버티기 위해 잠을 청하거나 아니면 자퇴를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학생만 바뀐 것이 아니라, 교수자도 바뀌고 있다. 동 일한 수업을 몇 번 반복해야 했던 교수자들은 동영상 을 한 번만 촬영하여 올리면 되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아직도 많은 학교와 대학에서 동영상 강의 비율 이 더 높다. 온라인 실시간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교실에 서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수업하는 것보다 이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교수자도 늘고 있다. 나마저도 선택권을 준다면 대면 강의보다는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 코로나 종식 이후를 위한 준비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교실로 돌아올 학생들은 과거의 학생들이 아니다. 교수자들과 교육당국은 변화된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어려움이 생기기를 기다렸다가 대응하기보다는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와 교사, 가정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아 대비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교사 혼자서 온라인 수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학생들을 이끌어가기는 어렵다. 학교 차원에서 변화된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교생활 규정, 교수법과 생활교육 방안을 미리 개발해야 한다. 과거의 학생들을 염두에 두며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교수자와 학생들 사이의 충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달 정도는 1주일에 하루를 교사와 학생 들이 협의하여 융통성 있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코로나 이후 에도 온라인 수업의 강점을 살려 혼합수업을 허용하겠다고 한 교육부의 취지와 일맥상통하면서도 약간 다른 관점이다.
등교가 시작되면 결석생, 엎드려 자는 학생, 보건실 이용 학생, 선생님을 모니터 바라보듯이 멍하게 바라 보며 무반응 하는 학생들이 증가할 것이다. 등교가 지 속되면 소통력 저하에 따른 학생들 간의 갈등과 학교 폭력도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학교는 이에 대비하여 다양한 ‘등교 적응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야 할 것이다. 먼저 부모와 소통하며 학생들이 규칙적 생 활 습관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종일 앉아서 생활하는 교실 수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체력 단련 시간을 늘리고, 마음을 챙기는 마음 수련 시 간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나아가 친구들 및 선생님과의 소통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학생들의 생각을 반영 할 기회도 주어야 하지만 학교와 교사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바람직한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도 참여시켜 심도 깊은 논의를 하였으면 한다.
교사의 대면 수업 역량도 키워야 한다. 학생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대면 학습을 더욱 힘들어할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정적이고 교사 주도적인 수업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주지교과의 경우에도 교사가 주도하되 5분 단위로 수업 장면을 전환하고, 학생을 적극 참여시키며, 첨단 에듀테크를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즐거운 개인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교수자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준비해야 한다. 물론 최근 일본이 하고 있듯이 국가와 교육청은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 업이 가능하도록 학교와 교실의 온라인 교육 기반 시설 과 설비를 완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보다 더 심한 학교무용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예방 차원의 대책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매일 등교 수업을 하게 될 것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이에 맞춰 지금부터 아침 일찍 일어 나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학습하는 습관을 갖도록 이끌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는 교과내용 수업에만 초 점을 맞추지 말고, 예체능 수업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학생들이 집 근처 공터에서 체력 단련을 하도록 이 끌고,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친구들과 소집단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더 나아가 코로나 19로 고통 받고 있는 사회 구성원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도록 이끌 필요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방학 중에도 이어져야 한다. 방학이라는 이 유로 학생들을 방치하면 3월 새 학년이 되었을 때 이들 을 학교와 공부로 이끄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의 방학시기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교육당국은 코로나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상의 다양한 프로 그램을 통해 학습자로서의 기초 역량이 퇴보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학생만이 아니라 교육자들의 기초 역량 강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정상적 상황에 대응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교사들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된 학생들을 맞이하는 데 필요 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연수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 관련 연구소, 학계가 모두 나서서 코로나 종식 이후에 나타날 문제점을 예측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해가는 노력을 지금부터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종식 이후에 차라리 코로나 시기가 더 나았다는 레트로피아적 환상을 갖는 교육자, 학생, 학 부모, 그리고 국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에듀테크의 발전과 교육의 방향1

가. 미래형 교육의 사례

미래형 수업과 관련해서는 많은 사례가 소개되고 있 다. 호주의 ‘캔버라 그래머 스쿨'(Canberra Grammar School)에서 혼합현실(MR) 기기 ‘홀로렌즈’를 활용하여 생물·화학·물리·수학 수업에 활용한 예가 그것이다(성시윤·윤석만·박해리, 2018). 이 외에도 세계 유수 학교에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을 활용한 증강교실에서의 실감형 교육을 시키고 있다. 2013년 스웨덴의 한 학교에서는 컴퓨터 게임을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했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 는 게임을 활용하여 도시 설계, 환경문제 처리 방법, 미래 설계 방법 등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Minecraft. net). 학생들은 게임을 즐기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원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데 이러한 게이미피케이션 (gamification)의 학습 효과가 아주 크며 이를 활용하는 학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를 활용한 교육도 크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 다. 인천의 박경현 선생님은 자기반 및 학교 내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꼬마 TV’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채널은 구독자가 7만명 이상이고, 금연교육 을 비롯한 다양한 동영상이 120개 이상 올려져 있다. 인천시교육청도 이 채널의 성공을 바탕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 도움이 될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꼬마 TV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김원진, 2019; 유정희, 2019). 학생들이 수행한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진행 과 정 등을 유튜브에 탑재하게 하고 이에 대한 상호 리플 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에게 친숙하고 학생들도 유튜버 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의 교육적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AI 교육 프로그램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에듀 테크(edu-tech) 기업인 클래스팅, 대교, 그리고 EBS 등이 제공하는 수학, 영어 AI 프로그램이 널리 활용되 고 있다. 향후 AI 교육 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외에도 사례는 많은데 아직까지는 학 교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

나. 에듀테크 기반 교육의 한계

인간 교사와 에듀테크가 결합되면 학생들은 자기 주 도적으로 배워야 할 것을 즐겁게 배우며 행복한 개인 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가르치는 사람들도 보람을 느끼며 가르치는 기쁨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 달리 신기술이 교육에 널리 접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갑작스럽게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면서 신기술이 널리 접목되지 못하는 이유, 신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신기술을 교육과 접맥시키기 위한 에듀테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새롭게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에는 인간 교사가 무능하여 학생들이 학습 동기를 상실하거나 잠을 자는 것으로 생각하여 신기술 을 활용하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온라인 학습을 시키려고 보니 다른 측면이 드러났다. 에듀테 크를 활용하더라도 그런 학생들을 배움의 세계로 이끌 려면 인간 교사가 곁에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 예가 보여주는 것처럼 에듀테크 기반 미래형 교육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4. 학교교육이 나아갈 길: 스말로그 교육

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등장의 필요성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면서 학교 교육도 온라인 비대 면이 뉴노멀이 되어야 할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늘 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교육의 본질, 청소년 학습자의 특성, 에듀테크 발전 수준 등에 비춰 볼 때 이는 옳은 방향은 아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이 끝나고 나면 인간과 교육의 특성, 그리고 에듀테크의 현주소 등에 적합 한 바람직한 교육 뉴노멀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바람직한 뉴노멀은 혼합학습이나 혼합수업이 아닌 스 말로그(smart+analogue) 교육이 되어야 한다.
‘스말로그 교육’이라는 용어는 디지털 기반 스마트 교육과 전통의 대면 아날로그식 교육을 조합한 용어 이다. ‘스마트 교육’은 스마트 폰에 사용되던 ‘스마트’ 라는 용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만든 신조어이 다. 스마트(SMART)는 Self-directed(자기주도), Mo-tivated(학습흥미), Adaptive(수준과 적성), Resource Enriched(풍부한 자료), Technical Embedded(정보기 술 활동)을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스말로그 교육에 서 말하는 스마트 교육의 핵심은 스마트 기기, 다양 한 앱을 포함한 첨단 디지털 기반 에듀테크를 활용하 는 교육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온라인 교육 혹은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스말로그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지만(박남기·임수진, 2015),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행에 옮긴 교사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코로 나19 사태를 계기로 많은 교사들이 온라인 시스템 활용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깨닫게 되었다. 아울러 대면 교육 상황에서 에듀테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었다. 짧지만 집약적인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교사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에듀테크를 활용한 온라인 교육 을 병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학습을 체험 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스말로그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더 커질 것이다.

나. 스말로그 교육의 원리와 성공 조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의 하나는 유사 용어와의 관계를 밝혀보는 것이다. 최근 에 회자되고 있는 ‘혼합학습’(블랜디드 러닝. blended learning)은 2000년 후반 온라인교육 주창자들이 온 라인 수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이다(김현섭, 2020). 즉,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원격의 온라인 교육을 주축으로 하되, 원격 온라인 교육 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기에 전통적 인 면대면 교육을 더하는 의미로 사용된 개념이다. 블랜디드 수업 및 학습은 디지털 원격 수업 및 학습 매 체 활용에 초점을 둔 개념이라면 스말로그 교육은 매 체 활용을 포함하여 미래사회 교육의 큰 틀 전체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교육 매체 차원에서는 대면 중심 첨단 에듀테크 융합형 교육을 의미한다. 교육 형태 차원에서는 학교기반 사회 제반 기관 참여형 융합 교육을 의미한다.
학생의 특성과 교육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미래에 도 초·중등교육은 오프라인 학교에서 매일 학생들을 직접 만나 가르치는 선생님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학교와 교실은 홀로렌즈 등을 활용 한 증강현실, 나아가 다양한 첨단 에듀테크 시설을 갖춘 학습 공간이 되어야 하고, 교사는 온라인 플랫폼과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하며 학생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스말로그형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되, 교사의 조력 하에 에듀테크 를 활용한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게 될 것이다.
박남기와 임수진(2015: 387-389)이 제안하는 스말로그 교육의 전제는 “그 대상을 미성숙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습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존중받는 한 ‘개인’으로” 존중하는 것이다. 스말로그 교 육 하에서 학생들은 개인 맞춤형 학습자 중심, 성장평가 중심, 바깥 세상과의 연계성과 규범을 중시하는 공 동체 중심의 교실 환경에서 학습하게 될 것이다. 스말 로그 교육의 한 부분인 ‘스말로그 학급경영’은 이러한 목적 달성에 필요한 ‘의사소통 시스템 혁신과 새로운 학급문화 형성’을 지향하는데 이는 온·오프라인 융합 형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스말로그 학급경영 개념 의 도입은 비록 스마트교육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교육은 면대면 만남 속에서 시작되고 완성될 수 있는 활동이라는 대전제에 부합한다.
스말로그 교육 실천을 위한 필요조건은 교내와 교외 로 나눠볼 수 있다. 교내의 필요조건은 학교와 교실에 스마트 수업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 1인 1 스마트 학습 기기 구비, 교사와 학생의 에듀테크 활용 역량 제고, 스말로그 교육 수용 문화 축적이다.
교실에서의 오전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은 학교 밖의 학교, 교실 밖의 교실 즉, 지역사회의 다양한 센터에서 동아리 활동, 삶의 기술 체득 활동, 진로 탐색 활 동, 직업체험 등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스말로그 교육이 지향하는 바이다. 이러한 변화가 성공한다면 학생들은 기존 학교와 선생님이 지도하는 아날로그 교육의 강점을 최대한 누리면서 동시에 첨단 에듀테크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센터 활용 교육까 지 함께 경험하는 새로운 차원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만드는 것, 그것이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다.
그런데 학교 교육과 지역사회 제반 조직을 연결할 수 있는 추가 인력지원이 필요하며, 교외 기관들도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 있다. 학교가 이러한 현장 밀착형 활동을 하고자 하더라도 자유학년제 시행 초기처럼 지역사회의 제반 기관이 이러한 역할에 익숙하지 않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 교 경영자가 주도하고, 관련 부서가 나서서 인근 지역 사회의 제반 기관이 학생교육에 동참하도록 인식 전환 및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교육청 차원에서 필요한 인적 물적 지원 인프라를 갖추고 지원한다면 더 빨리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욕심을 내지 말고 역량과 의욕을 갖춘 교사를 중심으로, 혹은 창의적 체험활동 과목 중심으로 스말로그 교육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 스말로그 교육의 구체적인 예시

스말로그 수업에서는 교실 내의 대면 수업도 교사와 학생만이 닫힌 교실에서 소통하며 학습하는 기존의 대 면 수업을 벗어나게 된다.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타 지역(국가)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소통할 수도 있다. 참여하는 교사들은 협동 수업 형태로 수업을 진 행할 수 있다. 지역사회, 전국, 세계 수준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수업과 관련하여 짧은 강의를 듣거나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처럼 교사 혼자서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주도하면서 다양한 자원 인사를 활용하는 역동적인 수업을 만들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학교 및 교사의 폭넓은 인적 자원 네트 워크 형성 능력이다. 스말로그 교육은 이처럼 세계와 연결된 열린 교실에서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학생들 이 배우며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을 지향한다. 교실에 몇 개의 컴퓨터 워크스테이션이 마련되어 있다면 필요 시 학생들은 그 워크스테이션을 활용하여 소집단 활동 을 하거나 개인 맞춤형 AI 기반 학습을 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학습 과정과 결과물을 SNS를 통해 세계와 공유함으로써 학생들이 학습을 하면서 동시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축적하는 역할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오전의 모습이다. 한편, 오후에는 학생들이 삶의 현장으로 직접 들어 가서 성인 멘토(학습조력자)의 도움을 받으며 미래 직업을 탐색하고, 필요한 역량을 기르며, 삶의 원리를 터득하는 활동을 한다. 동시에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이 하듯이 학생들이 파견되어 직업과 삶을 배우는 기관 이나 학교가 속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행 등을 통해 현실 개선에 참여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라. 스말로그 교육의 기대효과

교육계는 변화 적응에 더디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에듀테크는 교육을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자연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인간 유사형의 보편인공지능(AGI) 수준으로 발전하기 전에 는 기계교사가 인간교사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향후 한동안은 AI를 포함한 다양한 기계는 인간교사가 물리적·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벗어나서 슈퍼 파워 를 발휘하며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IA(지능 증폭)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스말로그 교육은 수업의 방향과 방법만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교육에 있어서 에듀테크와 인간교사의 관계, 에듀테크의 역할 등을 명확히 해주고, 인간 교사들의 불안감을 줄여주며,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자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를 적시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스말로그 교육 패러다임은 단 순한 지식 교육에서 더 나아가 학급경영을 포함한 전인교육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에듀테크가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교육이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 인지를 미리 보여주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향후에도 한동안은 학교와 교사 주도로 공교육이 이뤄지겠지만 학교 안에서 교사만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라는 삶의 공간에서 지역사회의 모든 성인들도 그 역할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스말로그 교육은 미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오늘의 교육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할지, 교사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그리고 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는 미래 예측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스말로그 교육은 현재 수행되어야 할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을 그려주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원진(2019.01.04.). 박경현 교사가 만든 유튜브 채널 ‘꼬마 TV’ 초등생 눈높이 맞춘 덕에 시교육청도 빤히~. 인천일보. https://bit.ly/3pBGUky
김현섭(2020.05.25.). [에듀인 제안] 한국형 블렌디드 러닝 모델을 찾아라. 에듀인뉴스. http://a.to/21r298m
박남기(2020.11.28).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새 패러다임 탐색. 한국초등교육학회, 미래형 수업시대, 초등교육의 전망과 과제(5-33). 2020년 한국초등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 자료집.
박남기·임수진(2015). 스마트 학급경영의 개념과 방향 탐색. 한국교원교육연구, 32(1), 371-394.
성시윤·윤석만·박해리(2018.10.03.). [교실의 종말] 호주 교실 한복판에 심장 뛰고 달이 돈다.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015227
엄기호(2020.11.29.). 지옥 같던 그때, 차라리 코로나19 이전이 천국이었다. 한겨레. http://a.to/21aRu0u
유정희(2019.01.03.). 학생들과 소통하는 유튜버 선생님… ‘꼬마 TV’ 화제.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261123
Minecraft.net. https://www.minecraft.net/ko-kr/

  1. 이하의 내용은 박남기(2020.11.28.)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새 패러다임 탐색’을 토대로 작성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