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로 살아있는 인권교육 만들기

정득년 서울전곡초등학교 교사

 

6학년 사회 수업을 하며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권지킴이’ 수업을 나누고자 한다.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수업을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학생들의 삶을 가꾸고 성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인권지킴이’ 수업 계획부터 실천까지의 과정을 내보이며 프로젝트 수업을 하려는 교사들의 실천에 힘을 실어 주고자 한다.

Ⅰ. ‘인권지킴이’ 프로젝트 준비하기

1. 사회과에서 인권교육의 접근 방향

6학년 사회 ‘행복한 삶과 인권’ 단원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하리라 마음먹을 때부터 고민이 있었다. 사회과와 도덕과에서 인권교육에 접근하는 차이를 명확하게 정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교육과정을 살펴보니 도덕에서는 인권교육을 배려, 존중, 인권존중, 공정성에 대한 인성교육 측면에서 다루고 있었고 인권교육의 내용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 소수자, 다문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에 비해 사회과는 민주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함양하는데 필요한 창의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 및 의사 결정력, 의사소통 및 협업 능력, 정보 활용 능력 등의 교과 역량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행복한 삶과 인권’ 소단원은 ‘우리나라의 민주정치’의 대단원 안에 포함되어 있어서 민주정치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태도를 배우는 맥락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인성교육의 접근과 달리 사회과의 목표인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을 위해 인권 관련된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실천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2. 교육과정과 성취기준 분석

수업의 큰 흐름을 잡고 ‘행복한 삶과 인권’ 단원의 수업설계를 위해 교육과정을 자세히 분석하였다. 먼저 <표 1>처럼 교육내용, 성취기준 그리고 인권교육의 목표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인권의 개념과 이해를 기반으로 인권침해 사례를 통한 실천하기’가 핵심적인 내용 요소이다. 학생들이 인권을 교과서의 글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살아있는 자신의 문제로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성취기준임을 확인했다.

교사용 지도서에 인권교육의 목적을 ‘실천적 측면의 중요성에 따른 행위자’로 제시하였다. 따라서 인권교육은 개념적인 이해를 넘어서 실제적인 삶의 영역에서 행동 전략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인권교육의 실천적 성격과 사회과의 교과역량을 염두에 두고 <표 2> 프로젝트의 5가지 유형 중에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3. 교과서와 정보 탐색으로 아이디어 만들기

문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위해 교과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인권 관련 사례는 별명 부르기, SNS에서의 언어폭력, 인터넷 악플, 외모로 놀리기, 계산대에서 서서 일하는 사람, 장애인을 위한 시설(점자, 휠체어경사로, 점자블록, 대중교통 배려석), 학교에 설치된 CCTV 찬반 토론, 보건실 시설부족이다. 인권침해를 해결한 사례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시락 쉼터 만들기, 살색 크레파스를 살구색으로 명칭 변경한 것이 실려 있다. 관련 정보는 초등학생들이 만든 자전거도로, 쓰레기 문제를 꽃밭으로 가꾼 사례가 있다. 도시락 쉼터와 살구색 크레파스 사례를 보면서 ‘우리 학생들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는 범위와 수준의 정도를 가늠해 보았다. 일단,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학교에서 개선할 것, 불편했던 점을 찾고 해결 방안을 찾는 아이디어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행복한 삶과 인권’ 단원은 <표 1>처럼 핵심성취기준에 해당된다. 핵심성취기준과 핵심개념의 제시로 프로젝트 학습의 시간확보가 수월해졌다.

4. 학생들과 함께 계획하는 프로젝트 학습

“얘들아! 작년 선배들의 전설적인 활동을 알고 있니? 수동식 지우개털이가 먼지가 많고 안지워져서 학교에 편지를 써서 전동지우개털이와 화이트보드가 생겼단다. 선배들 덕분이지!”
“이번에는 여러분이 학교의 주인으로서 학교생활에서 불편했던 것들을 찾아보고 해결방안을 만들어서 여러분이 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보는 수업을 해볼까 생각 중이란다. 여러분이 할 수 있겠어요? 여러분도 전설이 되고 싶지 않나요? 이 수업 어떻게 생각하나요?”

수업을 제안하자마자,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3층 계단 끝이 부서져서 위험하다, 층마다 시계가 안 맞는다.’는 작은 것부터 ‘아리수물, 급식실, 인조잔디 운동장, 야외 학습실을 농구장으로 변경’까지 줄줄이 나온다.

“선생님! 이런 걸 우리가 한다고 학교에서 들어줄까요? 돈이 많이 들잖아요!”
“우리가 당장 혜택을 볼 수 없는건데 그럼 우리만 고생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작년 선배들도 우리를 위해 이러 수업을 해서 우리가 혜택을 받은 거잖아!”
“얘들아!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으니, ‘인권지킴이’ 프로젝트 시작해도 되겠니?”

사실, 나도 학생들의 활동결과물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높은 관심으로 삶과 밀착된 실제적인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해결할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 작성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수업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직접 해결 가능한 것은 실천해보는 것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 초기 단계나 프로젝트 학습의 적절성을 확신하지 못할 때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개발하거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운영방식(팀 구성, 탐구범위), 위험요소, 필요한 학습자원, 학습도구의 제안, 결과물 표현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어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업이 될 수 있다.

5. 프로젝트 활동을 위한 징검다리 놓기

‘인권지킴이’ 프로젝트는 학교의 환경을 개선하여 학생들이 안전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활동으로 해결할 문제가 실제성, 비구조성, 복잡성, 다양한 해결안을 가진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다. 초등학생들은 발표까지 시간 관리와 팀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표 3>처럼 징검다리 같은 세부단계를 계획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Ⅱ. 인권지킴이 프로젝트 수업과정

1. 문제 만나기

문제 만나기 시간에는 동기유발로 국립중앙박물관 도시락 쉼터와 자전거도로를 만든 초등학생들의 사례와 수동식지우개털이를 전동지우개털이로 바꾼 작년 선배들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수업 후 학생성찰일기를 통해서 선배들의 활동소개가 동기를 부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후배들을 위해 인권지킴이 활동을 한다는 것이 무조건 힘들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편했던 것을 찾는 것이 재미있었다. 우리는 작년 6학년 선배들이 우리를 위해 불편한 지우개털이를 고쳐준 것처럼 그 고마움을 선배들에게 보답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중학생이 되기 전에 후배들에게 불편한 것을 고쳐주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2. 문제해결안 모색하기

낮은 담장으로 공이 넘어가서 불편한 현장 / 사용되지 않은 손소독기 현장 / 현장답사 후 목록작성

이 과정에서는 개별 활동과 팀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본격적인 학습이 일어난다. 반별로 인권지킴이 이름을 정하고, 25개 팀이 학교 구석구석을 살피며 20분간 현장답사를 하였다. 현장답사의 목적은 불편한 시설물이나 개선할 것을 발견하고 초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1차 답사활동 결과는 <표 4>와 같으며 이 중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한 가지 문제를 선정하여 활동하였다. 한 가지 문제를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2팀으로 분리되기도 하였다. 팀프로젝트의 장점은 관점과 입장이 다른 학생들로 구성되어서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통해 풍부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활동보고서 작성을 위해 5, 6학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선정한 문의 불편함 정도와 개선방안을 묻는 것인데, 학생들은 설문목적에 맞게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하였고 어떤 팀은 설문을 다시 하기도 하였다. 해결 방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을 했다. 문제제기는 쉬워도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찾고 서로의 의견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며 진지한 고민에 빠져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학생들은 수업의 주인공이 되어 자발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수업에 몰입하게 된다.

3. 결과 발표 및 평가

결과 발표는 인권지킴이 활동보고인데 내용은 문제의 출발점, 설문과 인터뷰결과 분석, 해결 방안과 활동,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활동 주제의 타당성 검토, 다른 해결 방안 제시 등으로 1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는 치열한 발표시간이었다. 활동보고가 끝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법을 의논했다. 예산이 들어가는 문제라서 그런지 교육부장관에게 편지를 쓰자는 의견부터 기금을 모으자, 신문사에 글을 쓰자, 교육청 게시판에 올리자, 교장선생님께 전달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활동 발표 / 운동장 돌 수거하기

4. 학교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학습의 힘

교장선생님께 학생들의 보고서를 드렸더니 학생들을 칭찬하고 격려하시며 세밀하게 검토하셨다. 당장 실현 가능한 것, 예산이 필요한 것,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할 것을 A4 5장 분량의 글로 답변을 해주셨다. 보고서 제출 후 학교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낡고 구멍 난 축구골대의 그물이 새 것으로 바뀌었고, 교육청과 맞닿은 낮은 담장에 철제담장이 세워지고, 운동장시계가 맞춰졌다. 학생들은 학교의 변화에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며 인권과 민주주의 과정을 온몸으로 배웠다. 지금도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보고서를 확인하시며 예산과 대책이 마련될 때마다 하나씩 고쳐주신다.

학생들의 성찰일기마다 교장선생님의 관심에 놀라움과 감사하는 마음이 많았다. 학생들이 실생활과 관련된 주제를 다룰 때 학교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배움의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짐을 경험했다.

Ⅲ. 인권 지킴이 프로젝트 활동에서 배운 것들

학생들은 인권지킴이 활동을 통해 어떤 성장과 배움이 일어났을까? 학생들은 수업 후 성찰일기를 작성하는데 학습과정, 새롭게 배운 것, 삶에 적용되는 시사점, 자기평가, 동료평가를 서술한다. 성찰일기를 보면 학생의 배움 정도, 의도했던 수업목표의 도달 정도, 수업에 대한 학생평가가 드러나서 평가도구인 동시에 교사에게는 수업의 성찰도구로 활용된다. 사회과의 교과역량은 창의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의사소통 및 협업능력, 정보활용능력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질적인 평가요소는 배움의 주체인 학생이 가장 잘 알기에 관찰평가나 동료평가와 더불어 성찰일기는 대표적인 평가도구로 활용된다. ‘인권지킴이’ 프로젝트 성찰일기에 담긴 내용을 통해 어떤 배움이 일어났는지 살펴보면 <표 5>와 같다. 100여 명의 성찰일기를 읽으면서 학생들의 성장과 학습자중심 학습 환경으로서의 프로젝트 학습이 가진 마법 같은 매력과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