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학습 설레는 수업

박정숙 양재고등학교 교사

1. 프로젝트 학습의 시작

프로젝트 학습(Project Based Learning: PBL)은 학습자들이 과제를 수행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같은 다양한 능력을 신장할수 있는 학습자 중심 교육방법으로 21세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수·학습 방법이다. 미래 사회를 위한 학습은 교사가 교과서의 내용을 가르치고 학생이 그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을 넘어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시작되었다.
본교의 프로젝트 학습은 교사가 학습할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주제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조사나 연구, 발표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학습의 전 과정을 주도하고 참여하는 수업 모형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형상화하기 위해 모둠 내의 학생들과 함께 계획하고, 실천하며,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고, 교사는 안내자,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형태만 보면 기존의 문제해결학습이나 협동학습과 유사한 학습 방법이라고 볼 수 있으나 문제해결학습은 언어 활동과 사고 활동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다르다. 프로젝트 학습은 실험, 설문지법, 면담법 등 다양한 연구 방법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장시간의 탐구에 의한 산출물을 필요로 한다. 또한 협동학습이 학급 내의 모든 학생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 학습이라면 프로젝트 학습은 모둠마다 서로 다른 주제를 탐구하고, 주제들도 어떤 하나의 교과 과정의 내용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목 간의 융합이 가능하고, 지역 사회와 관련된 범교과적인 내용들이 소재가 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된 학습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 프로그램 설계 및 개발

본교의 프로젝트 학습은 주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없이 모든 반에 적용되고 있으며, 전체 프로그램 진행은 한 사람이 맡고 실제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담당한 교사에 의해 진행된다. 한 학기 동안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학습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1) 프로젝트 학습 안내
프로젝트 학습을 시행하기 전에 수업을 맡은 교사들에게 안내를 실시한다.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에게 생소한 학습 방법이지만 교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프로젝트 학습이 무엇인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연수를 한 후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시간은 프로젝트 학습의 뜻, 그 유용성에 대해 설명하며, 진행 방법, 진행일정 및 가능한 주제들을 소개한다. 2학기 첫 번째 시간에는 지난 학기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성찰하는 시간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다음 해에는 올해에 실시한 학생들의 작품이 예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가 가능함을 이해시킬 수 있다.

2) 모둠 형성 및 연구 주제 선정
한 모둠의 구성 인원은 4명에서 5명으로 하며, 토론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모둠장과 기록자를 선발한다. 모둠장은 회의 진행, 모둠원들의 의견 조율 및 역할 분담을 조정하도록 하고, 기록자는 모든 회의 내용을 기록하여 다음 회의 때 시작점이 되도록 한다.
모둠을 구성할 때는 비슷한 주제를 탐구하려는 학생들이 모여 하나의 모둠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학기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주제로 모둠이 구성될 경우 학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기 어렵다. 보통 프로젝트 학습의 주제는 1학기에는 과목을 중심으로 한 심화탐구, 2학기에는 범교과 학습 또는 융합 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지만 학생들의 진로 희망과 관련된 주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3) 선행 연구 및 연구 방법
주제 선정과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지만 일단 주제가 정해지고 나면 주제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검색해 오도록 한다. 선행 연구는 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연구 방법을 결정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주제 선정, 선행 연구, 연구 방법 결정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가 수정되면 그 영향을 계속 주고받게 된다. 학생들이 주제 선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면 실제 연구 기간이 너무 짧아지게 되므로 4주 정도에는 연구 주제가 구체화되고 관련된 선행 연구를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연구 방법은 문헌 분석, 실험, 설문지법, 인터뷰 분석 등으로 할 수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을 활용하기도 한다. 중간 발표 전에 연구 방법을 결정하도록 하여 실험을 한다면 어떤 실험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설문지법을 활용한다면 설문지를 만들어서 연구 질문에 맞는 설문지를 만들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4) 중간 발표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학생들의 연구 진행 상태를 점검하고 더 필요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간 발표를 실시한다. 하나의 연구 과제 당 10분의 발표 시간이 주어지며, 발표가 끝나면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시간이 10분 정도 주어져서 진행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중간 발표는 연구가 늘어지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으며, 학생들 스스로 연구 과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다른 모둠의 연구과제에 대한 발표를 들으며 현재 하고 있는 연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5) 연구 수정 및 진행
중간 발표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수정하고, 설문지를 보완하여 실제 연구를 진행한다. 실험 자료를 표와 그래프로 만들어 가독성을 높이는 작업도 이때 진행한다. 설문지를 돌리고 그 결과를 분석할 때 통계적인 기법을 활용하면 더 의미 있는 분석도 가능하다.

6) 최종보고서 작성 및 최종 발표
최종 발표는 교실에서 이루어지고, 각 반에서 가장 잘한 1팀 또는 2팀은 발표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최종보고서는 표절 검사를 실시하여 표절률이 20%를 넘지 않는 보고서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발표대회는 이과와 문과를 구분하여 실시하며, 각 분야별로 2학년을 지도하지 않는 교내 심사위원을 3인 이상 선정하여 실시한다. 최종 발표가 이루어진 보고서와 발표 자료는 보고서로 만들어지며, 내년 수업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된다. 또한 우수 작품은 학회 포스터로 출품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발표 기회를 갖도록 유도한다.

3. 프로젝트 학습 사례

다양한 수상작들이 있지만 첫해 자연반 대표 수상작은 ‘말의 뜻과 억양 차이에 의한 강낭콩, 해바라기의 생장변화 연구’였다. 연구 동기는 긍정적인 말을 들은 식물이 부정적인 말을 들은 식물보다 잘 알아듣는다는 기존 실험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식물이 영어나 한국어를 알아듣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증을 가지게 된 것에서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를 검토한 결과 ‘긍정적인 말을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말의 억양에 더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중간 발표 이후 실험 장소를 옮기고, 통계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찰 횟수를 늘렸다. 억양의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부드러운 억양일 때의 소리 파동과 강한 억양일 때의 소리 파동을 앱으로 분류하여 부드러운 억양은 끝을 2~3초간 지속하고, 강한 억양은 끝을 지속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모둠원마다 비슷한 억양을 낼 수 있도록 연습한 후 식물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으로 수정하였다.
그 결과 ‘부드러운 억양의 말을 듣고 자란 식물이 모든 면에서 우수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그대로 입증했다. 부드러운 억양을 듣고 자란 식물이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고 길었으며, 잎의 개수도 가장 많이 달렸다. 또한 다음 그림과 같이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부드러운 억양을 듣고 자란 식물의 잎맥이 분명하고 색도 부드럽고 선명하다는 결과를 도출하며, 이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였다.

문과반 대표 수상작의 주제는 ‘사극 고증 오류 분석을 통한 역사 인식 바로잡기’였다. 연구동기는 잘못된 역사 인식의 매개체 중 하나인 사극 연구를 통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함양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시대를 조선시대로 한정하여 5년 이내에 개봉한 사극 영화 중 가장 흥행한 <명량>, <광해>, <관상>을 분석하고, 드라마에서 <장옥정>, <성균관 스캔들>을 분석하였다. 인터넷을 통한 고증 오류 조사, 문헌 조사를 통한 자료 보충 및 근거 탐색, 전문가발언 또는 인터뷰 등을 진행 했다. 중간 발표 결과 소개하기에 고증 오류의 양이 지나치게 많고, 역사 이해에 중요하지 않은 고증 오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 효과적인 발표를 위해 각 영화 및 드라마 당 중요 오류 2개씩 선별하여 동영상을 제작하였다. 발표 당시에는 영화 및 드라마에서 오류에 해당하는 장면을 제시하고 그 부분이 오류임을 드러내는 문헌을 찾아 발췌·비교하여 동영상으로 제시하였다. 사극에서의 오류가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007 어나더데이>에서 북한과 우리나라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발췌하여 제시하며 은유적으로 제시하였다.

프로젝트 학습을 마치고 난 학생들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다른 반에서 한 연구를 보니 무척 다양하고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실험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실험이 가설대로 진행되어 가는 것이 정말 신기했고, 친구들이 모두
협조 해 주어 즐거운 실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힘이 든 면도 있었어요. 설문지를 분석해야 하는데 양도 많고 어떤 의미 있는 결과가 안나오는 것도
같고…. 그렇지만 다음에는 좀 더 잘하고 싶습니다. ”
“주제를 잘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생각한 연구는 책을 보고 내용을 정리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한 것을 보니 기존보다 조금씩 새로운 면이 있는 것 같아서 다음에
할 때는 주제를 좀 더 신중하게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4. 결론 및 함의

2년간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한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의 탐구심과 호기심이 증진되었으며 끈기와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었다. 학생들의 연구 문제를 보면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이 아버지와 함께하는 육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스칸디대디의 의미와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육아법에 대해 학생들의 생각을 정리한 것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을 세계인의 발효식품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연구 문제로 선정한 것도 있었다. 2학기에는 주제가 더욱 구체화되어 한 텔레비전 예능 프로에서 나타난 ‘착청’1)에 대해 연령대별, 성별에 따라 시각이 청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술하였다. 이렇게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을 더 심화해서 탐구하는 노력은 주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증진시키고 학생들의 도전 정신을 심화시킬 수 있다.
둘째, 여러 명이 함께 논의하여 해결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함께’와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탐구 주제를 찾기 위해 공통 관심사를 찾아야 하고, 역량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야 하며, 전체를 조율하다 보면 서로 배려해야 할 상황이 많았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면서 ‘함께할 수 있어서 완성할 수 있었다.’, ‘일을 나누어 맡아서 해결했다.’와 같이 1+1=2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실제로 학생들은 혼자라면 이룰 수 없었고,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을 겪으며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현명하게 해결한 팀은 연구 결과 외에 다른 배움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셋째, 다양한 연구 방법이 활용된 사례를 볼 수 있었으며, 연구 방법에 대한 이해가 증진될 수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의 연구가 문헌연구에 그치는데 비해 프로젝트 학습에서는 문헌연구뿐 아니라 설문지법, 기기 제작, 실험 등 다양한 연구 방법이 활용되었다. 설문지법을 활용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코딩하는 방법도 학습하게 되고 이를 도표나 그래프로 나타내면서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기기 제작을 통한 방법은 시행착오적인 방법을 넘어 이론적인 분석과 실험이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보고서에 제시하기도 하였다.
넷째, 진로와 관련된 기록이 풍부해졌다. 연구 주제 선택을 대부분 자신의 관심사로 하기 때문에 진로와 관련된 연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꿈인 학생은 ‘무선통신 기술을 도입한 출석관리 시스템의 개발’과 같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고, 경제학자가 꿈인 학생은 ‘창업 인재 육성 및 창업 환경 조성’에 대해 연구하였으며, 체육교사가 꿈인 학생은 ‘청소년 체력 부실 실태와 체육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연구한 것이 그 예이다.
이와 같이 본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프로젝트 학습은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자리매김하였고, 다른 학교에서도 배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여러 가지로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이 많고, 학생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다듬어야 할 과정들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도 지속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1) 착청: 중이의 장애로 나타나는 높이나 세기에 관한 청각의 이상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