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Vol.235.여름호

학교급별 공간혁신 사례4-당곡고등학교 교육과정 변화와 병행한 공간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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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길 명예기자 (선정고등학교, 교사)

당곡고등학교는 자율형 공립고이면서 SW중점학교라서 교육과정이 일반적인 학교와 다를 뿐 아니라 학습공간이 다양하여 많은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이다. 학교를 믿고 따르는 학생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높은 학부모, 열정을 갖고 꿈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사들이 있는 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관악구 봉천동에 자리한 당곡고등학교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학교와 인접한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당곡초를 지나고 당곡중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학교 정문에 닿을 수 있었다. 10여 분 가까이 걸어서 교문을 지나자 학교 건물과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국사봉 자락의 각종 수목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반겨 주었다.
운동장에는 학생들의 공간인 농구 코트가 조성되어 있고, 학교 건물 사이에는 ‘중앙공원’이 있어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에 좋아 보였다. 건물 안에는 아고라와 학습카페 그리고 마마방 등 다양한 협업 공간이 있었는데 학생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 농구 코트는 교사들이 쓰는 테니스 코트 두 개를 한 개로 줄이고 학생들이 농구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라고 한다. 당곡고 홍영택 교감은 점심을 먹고 난 학생들이 친구들과 같이 이곳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했다. 주말에는 가까이 사는 주민들이 모여 운동장에서 축구를, 체육관에서는 매일 야간에 배드민턴을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중앙정원! 학교 건물의 중앙에 자리한 정원에는 텃밭 가꾸기가 가능한 공간이 보였고, 몇 그루의 나무와 꽃들 그리고 정원의 중앙에는 벤치가 원형으로 꾸며졌다. 학생들이 나무 그늘 아래 자리한 의자에 앉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상상되었다. 특히 녹음이 무성한 여름에 눈을 감은 채 삽상한 바람을 맞으면 저절로 힐링이 될 것만 같았다. 학교 부지가 그다지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는 공간 활용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었다.
학교 건물 내부는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을 하여 실내 환경이 깨끗하게 구축되어 있었다. 전 교실에 천장 매립형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고, 교과교실을 단장했으며, 과학실험실도 현대화했다. 또한 컴퓨터실의 낡은 장비도 최신식으로 교체했다.
홍 교감은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하니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건물 외부인 운동장을 넓힌 건 단순하게 학생들을 위한 배려였으나, 그 결과 학교 건물 내부의 공간은 더 짜임새가 생겼다. 당곡고가 자랑하는 공간은 아고라(AGORA)와 학습카페 그리고 마마방으로 압축할 수 있다.
1984년 개교한 당곡고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선호학교’ 중 하나였다. 그러다 자율형공립고로 바뀌고 시설을 개보수한 뒤, 일반 학교와는 차이가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특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작년에 SW중점학교로 지정됐고, 올해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SW 선도학교가 되었다. 이 같은 이유로 올 신입생들의 입학 경쟁률이 10:1에 달한다고 한다.

‘아고라’에서는 이런 활동을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 자리한 일종의 광장으로, 사교, 재판, 연극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던 공간이다. 또한 학문과 사상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다. 요즘에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이 공간이 당곡고 본관 입구의 요지에 자리한다.
이 학교의 아고라는 깨끗하고 산뜻한 디자인과 밝은 분위기의 창의·감성 공간이다. 80여명이 활동할 수 있는 곳으로, 바로 옆에 소공간이 있어서 그룹별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전시활동을 포함한 교내의 주요 행사를 여기에서 하며, 홍콩 CSA(Cotton Spinners Association) 고등학교 학생들과의 환영 행사도 여기에서 실시했다.

지난 5월 3일, 운동장이 훤히 내다 보이는 통유리벽의 ‘아고라’에서 홍콩 학생 34명과 당곡고 학생 32명이 모여 환영회를 가진 후, 물리실과 생물실로 이동해서 두 가지 과학 실험실습을 진행했다. A팀 6모둠, B팀 6모둠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전동기 만들기’와 ‘신경 전달물질에 따른 물벼룩의 심박수 변화’ 실험에 들어갔다. 한 개의 모둠에는 2~3명의 한국학생과 2~3명의 홍콩 학생이 짝을 이루었다.
학기 초 과학영재반이라는 동아리가 결성 된 이후, 학생들은 예비실험을 하고 발표할 자료도 미리 준비했다. 두 모둠의 학생 주도 활동으로 진행된 이번 실험에서 당곡고 학생들은 다소 서툰 영어지만 바디랭귀지 등을 활용하면서까지 의사소통을 했다. 또한 실험이 끝난 후에는 다시 아고라에 모여 K팝 등 한국문화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학습카페 그리고 마마방

당곡고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 학술동아리 3개가 있다. 과학 실험과 캠프 그리고 체험활동 위주로 진행되는 과학영재반, 수학을 기초로 SW역량을 키우는 수리정보반(약칭 수정반), 학생들의 열정이 가득 담긴 토론논술반이 그것이다.
과학영재반은 다양한 탐구실험과 과학자 초청강연, 교외 과학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수정반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소프트웨어 융합인재육성에 집중하며, 토론논술반은 독서토론, 공개토론, CEDA토론, 원탁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이 같은 활동은 교내외의 여러 장소에서 실시되지만, 교내의 학습카페(자주실, 창의실, 협업실)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이런 데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은 기본이고, 모둠별 탐구를 통해 발표까지 가능하다. 학습카페는 동아리의 활동공간이면서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흰색의 반듯한 사각형 의자로부터 시작해 색깔이 알록달록하면서 푹신푹신한 쿠션의자까지 다양했다.
‘마마방’은 특이한 공간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방’ 의 줄임말이다. 학부모 쉼터를 작년에 리모델링해서 교사와 학부모들의 이용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름도 공모를 통해 정했다. 마마방은 교무실 바로 옆에 자리한다.
마마방에 들어가니 학교에 있는 공간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시내의 괜찮은 카페에 온 것 같았다. 이곳은 교사들이 업무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빵과 과일, 음료 등도 보였는데 창의체험부장 선생님의 정성이라고 누군가 귀띔해 주었다. 어떤 선생님은 집에서 만든 음식을 마마방으로 가져와서 함께 나눈다고도 하였다. 이런 데서 회의를 하면, 격론 없이 자연스럽게 결과물이 도출될 것 같았다.

공간 혁신 위한 또 다른 노력

작년 7월 20일부터 1박 2일의 일정으로 ‘SW 창의인재 캠프’가 학교의 컴퓨터실 등에서 열렸다. 당곡고의 컴퓨터실은 넓어서 학습하기에 걸맞은 분위기다. 전교생 중 60명이 참여한 이 캠프는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한다.
한편, 당곡고는 지난 4월 14일 ‘쾌적하고 아름다운 교육환경조성’이라는 주제로 시 의원과 전직 국회의원, 학부모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학교 도서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융합교육 환경에 맞추어 도서관의 학생 활용도를 높이며, 학생들에게 선진화된 도서관 시설 제공 등을 위한 토의도 진행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멀티미디어 학습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멀티미디어실 개선 산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사실 당곡고의 도서관은 60여 명 정도밖에 수용하지 못하기에 학교 관리자나 사서교사는 고민 중이다. 매일 아침 7시 20분부터 50분까지 30분 동안 이뤄지는 아침독서활동 프로그램에 1백여 명의 학생들이 신청을 했으나 도서관이 좁아서 학교식당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3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독서삼매경에 빠진 학생들을 접하는 교사들은 보다 나은 공간을 마련해 주지 못해 안쓰럽다고 한다.
이처럼 수업방법 개선과 병행해 공간혁신을 바라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 환경이고, 배움과 삶의 공간으로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공간주권을 실천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이 되어야 한다는 게 교사들의 생각이다. 학생 수가 줄어듦에 따라 빈 교실을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이나 동아리 활동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학교 또한 생겨나고 있다.
의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대강당과 같은 공간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독서캠프, 창작물 전시, 인문학콘서트와 같은 유연한 교육활동이 가능한 공간이 학교마다 두세 개쯤 자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같은 공간 창출과 공간 혁신을 통해 학업능력과 수업의 질이 향상됨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