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0 봄호 (238호)

[학교사례3]봉화중학교
다양한 학력보장 프로그램으로
정규교육과정을 풍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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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거성 명예기자 (상문고등학교, 교사)

아이들이 즐거운 수업은 복도로 들어서면 들리는 소리로 알 수 있다. 복도에 간간이들리는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으며 들여다 본 교실에서 아이들은 즐겁게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방학에도 기본학력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훈훈함으로 가득한 봉화중학교에서 참교육을 위한 학교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본학력보장 프로그램의 정규 교육과정 편입

많은 이들이 교육청을 향하여 던지는 질문이고 의문이다. 이 질문에는 사실 교육청의 목표 와 비전, 역할과 기능,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일정한 문제가 있다는 현장의 정서가 반영 되어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교육청은 변화되었다. 그러한 변화를 인정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여전히 혁신에 배고픈 상태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기본학력보장 프로그램의 정규 교육과정 편입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을 씨앗에 비유하자면, 척박한 땅에서도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는 씨앗이 있는 반면에 고른 땅에서 인내를 가지고 관심을 쏟아야 겨우 싹이 트는 씨앗도 있다.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가능성이기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각자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전히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겨울방학 프로그램

아직까지 인생의 로드맵을 결정하는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학업성취도입니다.
초등학교의 학습 결손이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학습 결손의 누적으로 학교에 부적응하는 학생들에게 중학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본교에서는 기본학력 미달 학생과 교육급여 지원 대상자가 많은 학교 특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고양하기 위한 다양한 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본학력보장 프로그램인 ‘꿈돋움반’과 ‘디딤돌반’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아가 정규 교육과정의 진로 시간에 학습코칭 전문가를 모셔
학생들의 학습 동기 부재와 학습법 미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모든 선생님들과 함께 기울여왔습니다.

유미경 교장 선생님 

기본학력보장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학생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규 교육 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며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어 평가에서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선뜻 맡기 꺼려지는 일이 되기도 한다. 또한 ‘모든 학생들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자칫 교사가 학습 결손이 있는 학생을 포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쉽게 만든다.
교사의 이러한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단위 학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봉화중학교(교장 유미경)는 기초학습부진의 가장 큰 원인인 자아존중감과 학습 동기, 진로 의식, 자기관리 능력을 고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방과후활동뿐만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서도실천하려 노력해왔다. 몇몇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기본학력보장 프로그램은 자존감이 형성되는 시기이자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학생들에게 낙인 효과를 야기해 학습 동기가 약해지기 쉽기에 조심스럽고 운영에 여러 제한되는 점들이 많다. 봉화중학교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창의적체험활동의 진로 시간을활용하여 학습코칭 전문가를 초빙,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인 ‘How To Study’를 실시함으로써 ‘공부습관 정착하기, 공부방법 향상시키기, 자기주도학습자 되기’ 등의 목표를 달성시키고 있다.

봉화중학교 디딤돌반 활동

수업에 뒤처지거나 기본학력이 많이 부족한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가정의 위기로 방임되었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배움의 기회가 부족하거나,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학생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천천히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하지 못할 학생들이 없습니다.

서영희 선생님

이렇게 정규 교육과정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학년별로 감정 코칭, 학습 클리닉, 진로-학습 클리닉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낙인 효과의 걱정 없이 기본학력보장이 필요한 학생들의 성실성, 주도성, 자신감, 태도 등의 학습 동기가 향상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학교와 지역 그리고 가정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 – ‘디딤돌반’

“바닷가에 있는 매끈한 조약돌을 다듬는 것은 거친 정이나 끌 같은 도구가 아니라 날마다 말없이 쓰다듬어 주는 파도의 손길이리라.”는 법정 스님의 말은 아이들의 모난 모습을 이해하고 또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보통 교과 교사가 기본학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은 단순히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학업성취도 점수가 낮게 나오는 학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러 환경적인 문제로 인하여 학습 결손이 상당히 누적되어 학업에 열중하기 힘들거나, 교사나 학교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학생을 의미하곤 한다. 학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그동안 누적된 학습 결손을 채워주는 것은 정규 교육 시간에 교과 교사나 담임 교사가 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학생 멘토링 활동 및 디딤돌반 활동

봉화중학교의 교육복지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디딤돌반’을 담당하고 있는 서영희 선생님의 이야기는 교사와 가정의 무거운 사명감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디딤돌반’은 담임 교사와 상담 교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추천으로 대상자를 선정하여 방과후시간을 활용하는 교육복지지원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생 멘토, 그리고 담당 교사와 함께 교과 보충 수업뿐만 아니라 그림 심리 수업과 같은 심리 프로그램, 원예 체험과 같은 문화 체험에 참여하며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키고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
1~3명의 대학생 멘토 혹은 담당 교사가 6명 정도의 학생들과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4시 30분부터 7시까지 각각 3시간씩 활동을 진행한다. 수업 목표 달성뿐 아니라 학생과 친밀한 관계 형성을 이룰 수 있어 학생이 학교에서 정서적 안정을 느끼며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모와 함께 ‘두 세대 지원 사업’

특히 봉화중학교의 ‘두 세대 지원 사업’은 학생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학부모를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에 참가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 사업이다. ‘부모 자녀 함께 행복’(부.자.함.행)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 함께 덕수궁을 탐방하는 활동을 통해 공동의 경험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디딤돌반’ 학생의 학부모에게 활동 참여 기회를 우선적으로 부여하지만 대상자가 아닌 학생의 학부모 참가도 가능하다. 본인의 자녀는 아니지만 같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한 아이를 챙겨주시는 모습을 통해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한 학생들도 소외감이나 상대적 박탈감 보다는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디딤돌반’의 담당 교사가 직접 『후아유』 (이향규), 『감정수업』(강신주) 등의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학부모 토론팀을 운영하며 교육공동체 간의 유대감 및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부모 토론팀의 학부모들은 담당교사나 다른 학부모와의 관계 형성을 통해 학생과 교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비록 여러 가지 여건으로 지친 부모님들이지만 학교를 신뢰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면 자신의 자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이처럼 담임 교사, 상담 교사, 교과 교사, 디딤돌 프로그램 업무 담당자 및 지역사회교육전문가와 대학생 멘토, 학부모 등 기본학력보장이 필요한 학생과 관련된 이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기본학력보장 프로그램의 효과를 보장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지식 전달보다는 정의적 영역에 치중하는 것이 중요 – ‘꿈돋움반’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국어·영어·수학 교과의 학습 결손을 보완해주기 위해 매주 방과후에 진행되는 ‘꿈돋움반’에는 교과별로 선생님들의 추천을 받거나 지원한 학생이 3~6명 정도 참여하여 학생맞춤형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규 수업을 진행하는 교과 선생님들이 방과후에 시간을 내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따로 지도하는 만큼 학생의 필요를 세밀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수업이 가능하다.

교과에 대한 흥미가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것이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분수를 해결하자’는 주제로 꿈돋움반 수업을 진행했는데
해당 학습 목표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고,
평소 수업에서도 퍼즐이나 보드게임을 활용해 흥미를
잃지 않고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현철 선생님

“꿈돋움반 친구들과 수업을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있다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꿈돋움반’ 아이들과 친해지며 아이들을 좀더 이해하게 되었을 뿐인데도 정규 교과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와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달라지니 다른 친구들 또한 영향을 받고 전체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정현철 선생님의 말을 통해 ‘꿈돋움반’과 같은 학생 맞춤형 수업이 평소 학습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을 성장시키고 변화 시킴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일상의 바쁨으로 잊기 쉬운 교사의 책무, 즉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마음가짐부터 세심하게 살피고 보듬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교사의 소명의식과 희생에만 기대지 않아야 큰 효과

많은 선생님들이 힘들게 여기는 학생생활지도부의 학교폭력업무 담당이자 중학교 2학년의 학급 담임을 맡고 있으면서 정규 교과 수업은 물론 방과후수업도 하는 선생님이 ‘꿈돋움반’ 수학 교과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정서적 교감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 학교에서 교사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꿈돋움반’이나 ‘디딤돌반’을 맡아 주시는 선생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일회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프로그램 이기에 담당 교사가 최대한 다른 부분에서 신경쓰지 않도록 도와주어 동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미경 교장의 말처럼 교사는 교과 수업과 학급 운영의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 교사가 다양한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학생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행정업무를 경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복지 거점학교인 봉화중학교는 지역사회전문가가 여러 지원사업의 행정업무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인근 초등학교의 지역사회전문가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교육복지 수혜 학생을 미리 파악하여 사전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학습코칭 전문가나 심리 치료사 등의 전문 인력이 학생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도록 하여 교사의 업무를 경감해 주는 효과를 얻는다.
이러한 분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를 확실하게 공유하는 것과 각 주체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봉화중학교에서는 2020년부터 이를 위해 교원학습공동체를 활용한 다중지원팀을 꾸려 해당 팀에게 대상자 선정부터 프로그램 배치 등 전체 활동 조정 역할을 부여할 예정이다. 담임 교사 뿐 만 아니라 교과, 상담, 진학 교사 및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협업하여 꼭 필요한 학생이 꼭 필요한 교육복지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하고 그 과정을 정기적으로 확인하여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성실한 학생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는 성실한 학생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미경 교장, 서영희 선생님, 정현철 선생님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기본학력미달 학생 혹은 기초학습부진 학생이 누구인지, 또 그렇게 규정하는 것이 교육적인가에 대한 문제는 쉽게 합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으로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맞는 학업 성취를 달성하기 힘든 학생들이 많으며 그들을 위해 자신의 많은 것을 기꺼이 내어줄 준비가 된 많은 선생님들이 우리 교육현장에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기본학력보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봉화중학교의 사례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투자해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