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체평가
완전정착을 통한
학교자율운영

|최춘옥

1. 학교평가가 자체평가 체제로 전환되다

1995년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에서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과 책무성 이행을 목적으로 도입된 학교평가는 2011년 초·중등교육법 개정, 2013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시행권한이 시·도교육감으로 이양되면서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는 외부 평가단에 의한 현장평가를 생략하고 학교 자체평가만을 실시하도록 변경하였다. 서울 역시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주관하여 학교평가를 시행하여 오다가 2014년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현장평가를 폐지하고 단위학교가 주관하는 학교자체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자체평가 체제로의 전환의 의미는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학교평가 목적의 변화에서 단적 으로 나타난다. 즉, 교육청에서 주도하여 시행되었던 때의 학교평가의 목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진단과 이에 따른 학교지원책 마련’에서, 자체평가를 통해 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학교에 부여하면서 단위학교 책임경영제를 지향하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학교평가 목적의 변화>

그러나 학교(자체)평가가 학교경영의 자율성 확대, 학교공동체의 소통과 참여를 통한 학교교육활동 개선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평가방식은 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에서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단위학교에서는 그 지표를 근거로 평가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학교평가도 단위학교 여건을 존중하고 학교공동체의 자율적인 참여와 성찰을 통해 학교교육의 발전을 가져오는 시스템으로 작용하여야 하며, 따라서 학교평가의 주도권이 교육청에서 단위학교로 이양될 때이다.

 

2. 학교교육계획 수립과 학교(자체) 평가를 통합한다

단위학교의 학교교육계획은 학교 공동체가 함께 실천하고자 하는 전반적인 학교교육활동의 설계도로서 학교교육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학교의 당면과제들을 분석하여 해결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이를 통하여 학교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 학교를 구성하는 모든 공동체, 즉 교직원은 물론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동사고가 요구되며 ‘계획수립-추진-평가- 환류’라는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한편, 학교(자체)평가는 ‘학교가 학교교육 활동을 스스로 평가한다.’라는 뜻으로, ‘학교 혁신과 발전을 위하여 모든 학교구성원들이 자율성과 책무성을 갖고 평가의 주체로서 학교 교육의 전반을 확인하고 반성하는 실천적 교육활동’이라 정의할 수 있다. 학교(자체)평가 또한 ‘계획-실천-평가-환류’라는 선순환체제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학교가 효과적인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과 성과를 자율적으로 점검하는 과정 이라는 점에서 학교교육계획 수립 및 실천과 학교(자체)평가가 이루어지는 기본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차년도 학교교육계획 수립 준비가 당해년도의 교육과정 운영 등 교육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학교(자체)평가를 매년 학교교육계획 수립 준비를 위한 ‘평가’ 활동에 통합하는 것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3. 학교교육계획과 학교자체평가의 통합은 어떻게 할까

일반적인 단위학교의 학교교육계획 수립 절차를 보면 우선 당해 학년도 교육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사항 등을 수집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그 다음 설문 결과는 물론 서울교육방향, 주요업무계획, 학교 및 지역사회 실태 등 기초자료를 분석하여 학교의 당면과제를 추출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과 대안을 모색한다. 그리고 학교 중장기 발전계획과 학교교육목표에 맞추어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을 비롯한 교육활동계획을 수립 하고 사업별 우선 순위를 선정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 학교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되고 최 신 교육 정보나 이웃 학교의 우수사례 등이 수집·분석·참고될 수 있으며, 학교교육목 표를 달성하기 위한 학교 경영의 모든 요소, 즉 학교조직 구성, 인사, 예산편성, 시설 배치 등이 이루어지고, 초안 작성, 검토 및 수정 보완 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 된다. 그리고 이 모든 학교교육계획 수립 과정에 학교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여 함께 토론하고 결과를 공유하며 그 절차는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학교교육계획 수립 절차에 학교평가 절차를 통합한다는 것은 별도의 절차를 추가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실시하는 당해년도 학교교육활동 평가를 학교자체평가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주의해야 할 것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지 않도록 학교교육목표에 맞는 평가지표를 구성하고 신뢰있는 평가결과를 도출해내어 실질적인 학교교육활동 개선을 가져오는 일이다. 다음 <표>는 학교교육계획 수립 단계별 절차에 학교자체평가 활동을 통합하여 참고로 제시한 것이다.

 

4. 학교(자체)평가 주체로서 학교 공동체의 역할은?

학교(자체)평가가 성공적으로 학교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며, 그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내려오는 불합리와 비효율, 비민주적인 제도를 개선하여 학교의 제반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추진함으로써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행복감을 증진시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투입하는 것이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것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듬고 개선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필요하므로 개선에 대한 학교공동체의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학교자체 평가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학교공동체의 역할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되 교육활동 개선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선 학교 여건에 맞는 학교교육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맞는 평가지표를 구성하여 추진하되 교육 책무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자율성과 책임감은 학교자체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본 이념이자 필수조건으로, 학교구성원들이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준거와 판단으로 교육활동을 평가하는 것이며 평가의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학교평가 관점이 외부적 관점에서 학교의 책무성(accountability)을 강조하던 이전의 체제에서 내부적 관점에서 학교구성원의 책임감(responsibility)을 강조하는 자체평가 체제로 바뀌었음을 인식하고 평가에 대한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입장을 버리고 평가를 통해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모든 학교공동체가 참여해야 한다. 학교공동체의 참여는 학교자체평가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의사결정하며 모든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행정직이나 비정규직 등 다양한 유형의 교직원 참여를 보장하여, 교원 위주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구성원 간의 신뢰를 기초로 조직과 개인이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적절한 권한위임과 개방적인 조직 풍토를 조성하며 학교 내외 이해당사자 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학교문화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속가능하고 체계적인 절차와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자체)평가의 체계 성을 확립하는 것은 학교(자체)평가의 신뢰도를 담보하는 기본 요소로서, 교육현안에 대한 실태분석, 핵심원인 도출, 해결방안 모색, 전략 수립 등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학교 교육활동 전반에 대한 사실 확인 및 가치 판단을 통한 학교교육 계획수립-실천-평가-환류의 체계적인 절차로 진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교직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체제, 즉 연수, 워크숍, 컨설팅 등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학교교육계획 수립이나 학교평가는 담당자가 떠나거나 바뀔 경우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만다. 지속가능한 교육활동 운영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여지는 학교조직이어야 할 것이다.
넷째, 성찰하는 학교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학교자체평가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서는 무엇보다 학교의 자율적 혁신을 위한 조직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즉 교직원, 학생, 학부모, 외부인사, 지역사회 등의 포괄적인 협력관계 속에서 학교 현안에 대한 진단, 분석,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체계화하고, 학교교육목표에 따른 실천 내용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문제점 및 개선방안 모색을 통해 학교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학교혁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형식적이고 온정적인 평가를 지양하며 정보나 증거 기반 평가로 학교(자체)평가활동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변화를 성공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학교장 리더십이 필요하다. 학교장은 학교교육 계획 수립이나 학교(자체)평가의 기획, 실행, 평가, 환류 전 과정에 대한 전문적 이해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명확한 비전과 가치관, 목표의식으로 학교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 하면서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전문적인 리더 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학교장으로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변화의 주인공임을 인식하고 학교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5. 학교(자체)평가, 학교자율 운영, 지원장학의 3중주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로드맵에 따르면 2018년은 학교자체평가 완전정착의 원년이다. 2018년부터는 평가의 기본 어젠다만을 참고로 하여 단위학교가 학교교육계획 수립의 틀 안에서 학교자체평가를 추진하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만들어지지 않았 으나 학교마다 다른 여건을 고려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교나 교육지원청, 학교평가를 주관하는 교육 연구정보원과 교육청의 핵심정책을 추진하는 각 부서에서 각 기관에 맞는 역할을 잘 분담 하여 수행하여야 한다.
그동안 학교의 자율경영체제 확립이라는 자체평가의 목적과는 다르게 교육청의 정책 구현과 점검 수단으로 학교평가를 활용해온 점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제 학교공동체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단위학교의 자율적인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교육청 정책 중심의 평가지표 개발 등 교육청의 통제적 역할을 축소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청의 정책을 37 특별기획2017 Autumn Vol. 228 36 2017 Autumn Vol. 228 특별기획 무시하고 학교가 교육활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교육청의 정책은 단위학교에서 학교교육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기저로 작용하여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추진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연구정보원에서는 그동안 선택지표나 자율지표 도입, 프로세스 점검을 위한 모니터링, 평가 결과 누적을 통한 개선 마인드 제고, 평가 보고서 체제 개편, 후속 컨설팅 강화 등 자체평가의 주체적 권한을 학교에 부여하기 위한 사업을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해 왔다. 또한 학교의 조직문화에 대한 분석과 성찰을 위해 학교조직진단도구를 개발하여 보급할 예정이다. 그릇된 조직문화와 조직의 구성원은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선 조직의 장점과 단점을 스스로 분석하고 진단하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단위학교는 스스로 학교교육활동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 제고에 노력하는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문화 분석과 진단, 그리고 개선을 통해 변화에 능동적인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담당 부장을 비롯한 몇 명이 전년도의 교육계획을 숫자만 바꾸어 교육계획서를 작성하고 변화나 개선 없이 그대로 답습하여 시행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지양 해야 할 일이다.
교육(지원)청에서는 단위학교가 시스템을 갖추어 스스로 안정적으로 학교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교육지원청의 학교지원기능에 대해 단위학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탑다운(top-down) 방식의 행정을 과감히 지양하고 지원장학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교육(교육과정운영)계획 수립과 추진이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환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학교가 자율운영체제를 만들어나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도움을 요청하라고 공문을 보내거나 요청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학교를 자주 방문하여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아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학교의 시설 이나 인적 구성, 규모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학교 내부의 조직풍토와 학생이나 교직원의 특성, 당면 과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개별학교의 여건을 잘 알아야 학교의 자율운영체제가 견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자체)평가, 이를 포함한 학교자율운영체제, 그리고 교육청 지원장학의 아름답고 조화로운 3중주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