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단위에서의 스웨덴 교육자치

|황선준

1. 서론

2017년 1월 북유럽교육탐방 팀과 함께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의 학교와 교육기관을 다녀왔다. 탐방 중 스웨덴의 한 학교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수가 1,200명이나 되는 큰 학교에 행정 직원이 1~6학년 담당 한 명, 7~9학년 담당 한 명, 통틀어 두 명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학교가 속한 지자체의 인구가 10만 명에 초, 중 학생수가 14,000여 명에 달하는데도 지자체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교육국장을 포함하여 10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교사를 제외한 학교의 행정 직원과 지자체의 교육담당 공무원의 숫자가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적다.

그렇게 적은 행정 인원으로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분명 교육자치(Education autonomy)와 관련이 있고 우리나라 학교가 하는 많은 행정업무를 그곳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도 교육자치에 대한 논의는 많이 해 왔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 이 개념을 사용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교육과정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인지, 교수·학습 방법이나 교재 선택의 자율권인지, 교육의 진행속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인지, 교육재정의 사용에 대한 교육지원청 또는 학교의 재량권을 의미하는지, 교육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교육청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가 않다. 그러나 상급 기관이 하급 기관의 활동에 대해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까지 지시하고 통제하여 하급 기관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교육자치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교육부-시·도교육청-지역교육지원청-학교 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하급 기관의 자율성 이 제약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교육자치라는 개념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도 교육 문제의 대부분은 교육부에서 결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단위 학교에서의 교육자치는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일찍부터 교육자치를 실현하고 있는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교육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해 둘 것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행정체제가 대동소이하고 교육도 같은 틀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이 글 내용의 대부분이 핀란드에도 적용된다.

2. 스웨덴의 교육자치

스웨덴의 교육자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교육에서의 역할 분담을 통한 교육자치이고, 둘째는 예산 배분에 의한 교육자치이다.

가. 역할분담에 의한 교육자치

스웨덴의 행정체제는 3개의 차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의회와 정부, 그리고 중앙관료기관들로 이루어진 중앙기관들과 우리나라의 시·도 차원인 21개의 란스팅(Landsting), 그리고 290개의 지방자치단체인 콤뮨(Kommun)이다. 여기서 두 번째 시·도 차원은 도립병원과 도차원의 교통만을 책임지고 있어 교육 문제는 중앙기관들과 290개의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있다.

중앙기관인 의회, 정부, 국가교육청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교육법, 교육시행령법, 커리큘럼과 실러버스(curriculum and syllabus)에 잘 나타나 있다. 중앙기관들은 집권당의 교육정책과 민의를 반영하고 연구와 평가들을 통해 나온 결과들을 활용하여 스웨덴 교육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위의 법과 커리큘럼에 담는다. 물론 이 세 중앙기구들 사이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실질적인 교육 집행은 전적으로 290개의 지자체와 각 지자체에 속하는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달리 표현하면 중앙기관들이 세운 교육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지자체와 학교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지자체는 소속 학교에 예산을 배분하고 학교를 새로 설립하거나 학교의 문을 닫는 중요한 일과 학교시설에서 생기는 큰 문제들을 관리하고 책임진다. 교장, 교사 및 행정 직원들은 지자체에 속하는 지방공무원이라 할 수 있으며 공모를 통해 선발된다. 학교단위에서는 교장과 교사가 교육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책임진다. 어떠한 교수·학습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교재를 선택할 것인지, 학교 내에서 동료교사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등은 해당 학교의 교장과 교사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 교육은 세계에서 가장 지방분권화(decentralization) 또는 자치 (autonomy)가 잘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교육과정(curriculum & syllabus)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보면 교장과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교육과정은 세 영역–교육목표, 주요내용, 성취도 기준–이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고 짧고 포괄적인 용어로 기술되어 있다. 중학교 3학년 국어(스웨덴어) 교육과정을 예로 각 부분의 핵심만 여기서 언급한다.

교육목표 (Syfte)
말과 글로 표현하고 소통한다. 다양한 문학 작품과 글(text)을 읽고 분석한다. 여러 목적, 대상, 상황에 맞춰 언어를 구사한다. 언어구조를 분석할 줄 알고 문법에 맞게 언어를 구사한다.

주요 내용 (Centralt innehåll)
1) 독해와 작문 영역-여러 언론 매체의 글(text)을 이해, 해석, 분석한다. 문장의 구조와 형태, 언어적 특성에 맞는 여러 종류의 글을 작문한다.
2) 발표, 경청 및 대화 영역-토론을 이끌고 자기주장을 펴고 토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여러 형태의 주제, 내용, 대상에 맞춰 구두로 발표한다. 발표를 위해 컴퓨터 등 보조수단을 사용한다.
3) 문학 영역-스웨덴, 북구, 세계문학을 탐독하고 문학 속의 인간의 조건과 정체성을 공부한다. 문학 작품에서의 언어구조, 작가의 시각, 사건 전개, 회고, 인물 묘사, 내·외적 대화 기법을 분석하고 배운다.
위 세 가지 영역 외에도 언어구사, 정보 찾기, 자료비판 등이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한다.

성취도 기준 (kunskapskrav)에서 A성적
독해 영역-시대상황, 인과관계, 다른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뛰어난 서평을 한다. 자신의 경험, 철학, 관점에 기초하여 작품 속에 명확하게 또는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메시지를 해석하고 고도의 논리를 편다. 작품이 어떻게 사회에 역사·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그리고 작품과 작가와의 관계에 대해 뉘앙스를 살리는 수준 높은 논리를 편다. 독해 영역을 예로 들었지만 이 외에도 작문 영역, 대화 및 토론 영역에서도 성취도 기준이 주어져 있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웨덴 교육과정은 상당히 포괄적인 언어로 중3 국어 교과의 목표와 주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리고 이러한 목표와 주요 내용에 기초하여 요구되는 학력과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교육과정처럼 구체적이지 않다. 중앙기관들이 결정하는 것은 교육의 목표와 주요 내용 그리고 성취도 기준을 담고 있는 교육과정과 교육법 부록에 제시되어 있는 초, 중 의무교육 9년 동안의 교과 이수시간이다. 예를 들어 의무교육 9년 동안 스웨덴 어(1490h), 영어(480h), 수학(900h), 사회과학(885h), 자연과학(800h), 체육과 건강(500h) 등 교과별 이수시간 외에 학생 선택과목(382h) 및 학교가 특성화할 수 있는 선택시간(600h) 등 9년을 통틀어 6,665시간을 이수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이 규정에 맞추어 각 학년에서 가르칠 과목과 시수를 교장과 교사가 의논하여 결정한다.

교사는 교육과정의 목표와 주요 내용의 취지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 즉 ‘다양한 문학작품과 글을 읽고 분석한다’라는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수업 방식과 교재를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선택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수업이 시작되는 첫 시간에 모든 교사는 의무적으로 교육과정의 목표와 주요내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했는지, 그에 따라 자신의 수업을 어떻게 편성했는지를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다. 뿐만 아니라 각 성적의 성취도 기준이 어떤지를 학생들에게 알리고 학력평가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학생들과 상의하여 결정한다.

첫 시간에 모든 교사는 의무적으로 교육과정의 목표와 주요내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했는지, 그에 따라 자신의 수업을 어떻게 편성했는지를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다. 뿐만 아니라 각 성적의 성취도 기준이 어떤지를 학생들에게 알리고 학력평가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학생들과 상의하여 결정한다.

학력평가의 종류에는 과정을 중시하는 수행평가와 단원이 끝날 때 치르는 단원평가가 있으며 교사별 수시평가 형태로 실시된다. 물론 ‘국가시험’이라는 일제고사 형태의 학력평가가 스웨덴에도 있지만 이 시험도 교사가 하는 여러 수행평가 중 하나로 성적에 반영된다. 학생들의 서열을 매기는 평가는 없고 학교 간 서열을 매기지도 않는다.

학력평가 방식은 교사들의 교수 방법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방식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스웨덴에는 5지선다형과 같은 표준화된 선택형 시험이 전혀 없고 서술형/논술형 평가와 작문/논문 형식의 평가가 주를 이룬다. 평소에 일정 기간 동안 과제로 제시되는 주제(프랑스 혁명, nationalism, 미국과 남미와의 관계 등)에 대한 논문(essay) 작성이 학력평가의 주된 형태이다. 논문(essay) 작성뿐만 아니라 논문(essay) 발표 및 학급에서의 토론 등도 평가항목에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교육의 목표와 방향은 중앙기관(의회, 정부, 국가교육청)들이 세우지만 교육의 집행은 290개의 지자체와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어떻게 교육을 시킬 것인가는 교사의 고유영역으로 교수·학습 방법이나 교재를 선택하여 학생들과 의논하며 교육한다. 이런 의미에서 스웨덴에서의 교육자치는 학교단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나. 예산 배분에 의한 교육자치

교육에 있어서의 예산 크기와 투자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문제다. 예산과 학업성취도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도 일부 있지만 예산을 많이 투자하면 저학년 학생들과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효과가 더 긍정적이라는 연구가 많다. 학교단위에서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해당 학교의 교장과 교사가 가장 잘 안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예산사용 문제는 교육자치에서 중요한 영역이다.

교육예산의 분배 형태
앞에서 교육의 역할분담에서 보았듯이 교육재정에 있어서도 중앙기관과 지자체 사이에 역할분담이 뚜렷하다. 중앙정부는 대학교육과 국립교육청과 같은 중앙교육기관에 대한 예산을 책임지고 배분한다. 290개의 지자체는 자신의 지자체에 속하는 유, 초, 중, 고등학교와 성인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세금을 통해 확보하고 이를 각 학교에 배분한다.

스웨덴에서 소득세를 제외한 모든 세금(국세)은–간접세, 법인세, 특별세 등–중앙정부가 거두고 소득세는 지자체가 거둔다. 지자체의 정치적 색깔이나 필요에 따라,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주민들이 내는 소득세의 크기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스웨덴의 전체 교육예산은 대체로 GDP의 8~9%에 달하고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0조원 정도가 된다. 여기서 약 20%는 대학교육 예산이고 그 외에는 지자체가 편성하는 유, 초, 중,고, 성인교육에 드는 예산이다. 전체 국가예산에서 교육예산은 약 15%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

교육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위한 제도
위에서 보았듯이 유, 초, 중, 고등학교 및 성인교육 재정은 290개의 지자체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스웨덴은 면적이 넓은 반면에 인구가 적어 인구밀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아주 불균형하게 분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일 큰 지자체인 스톡홀름(Stockholm)은 주민수가 100만이 넘는데 비해 스웨덴에서 가장 작은 지자체인 북부지방의 뷰르홀름(Bjurholm)은 주민수가 2,7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자체 사이의 주민수의 큰 차이는 조세부담능력의 큰 차이를 의미한다. 작은 지자체는 비록 복지혜택을 받을 주민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거두는 세금만으로는 주민들에게 다른 큰 지자체와 같은 양질의 복지혜택을 제공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스웨덴은 어디에서 사는가에 따라 복지혜택이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각 법(교육법, 사회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국세의 일부와 소위 부자 지자체로부터 갹출한 지방세의 일부를 재정자립 도가 낮은 지자체로 재분배한다. 즉 스웨덴에서는 살고 있는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양질의 교육 및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부자 지자체로부터 갹출하여 열악한 지자체로 나눠주는 세금을 로빈훗(Robinhood) 세금이라고도 하나 실제 이름은 재원평준화이고 이는 소득평준화와 비용평준화로 나누어서 산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정부가 한 해 재분배하는 평준화재원은 약 12조원 정도로 정부 전체 지출의 약 8%가 된다.

지자체의 교육재정 분배
지자체의 전체 재원은 소득세(지방세라고 부르기도 함)로 거둬들이는 세금과 정부로부터 받는 평준화재원 그리고 자체 사업에 의한 수익이다(물론 재원평준화 제도에 의해 정부에 지출하는 부분이 큰 지자체도 있다). 각 지자체는 이렇게 확보되는 재원으로 국가가 정하는 복지를 주민들에게 베푼다. 교육에 있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90개의 지자체가 유, 초, 중, 고등학교와 성인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서 분배한다. 국가교육청의 보고서에 의하면 각 지자체가 학교에 재원을 배분하는 방식은 다르나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의 특별보충예산은 주로 다음과 같은 학생들을 위해 추가로 주어지는 예산이다.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지적장애, 교육숙지가 느린 학생 등), ‘장애학생’, ‘부모의 교육정도가 낮은 학생’, ‘이민배경의 학생’, ‘부모가 실업자인 학생’ 등.

지자체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학교에 예산을 배분하면 학교에서는 교장의 책임 하에예산을 집행한다. 학교로 내려오는 예산은 ‘한 뭉치의 돈(총액)’으로 내려오지 우리나라처럼 아주 상세하게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것을 학교단위에서의 ‘예산총액제’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교육자치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예산이 인건비, 시설비, 운영비 등으로 사용되는데 학교상황에 따라 교사 한 명을 더 채용할지, 특수교사 한 명을 더 채용할지, 학급 편성을 달리할지 등은 전체 예산 범위 내에서 교장이 교직원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즉 주어진 예산으로 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며 교육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는 교장의 결정과 책임 하에 있다. 지자체가 어떤 원칙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가와 관계없이 예산의 사용은 전적으로 교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가장 잘 아는 것은 학교 현장이라는 원칙 하에 예산총액제가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자치가 학교단위에서의 예산총액제를 통해 구현된다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학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장이 각 교사들에게 1년 예산을 배분하여 각 교사의 책임 하에 예산을 사용하게 한다. 물론 1년 동안 각 교사는 어떤 사업을 하고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한지를 미리 계획을 세우고 교장으로부터 예산을 받아야 한다. 매번 예산이 필요할 때마다 교장에게 예산을 청구하거나 집행을 승인받을 필요가 없다. 예산 사용은 당연히 투명하게 하고 증빙서를 첨부해야 하나 많은 부분은 합리적 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증빙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자동차로 출장을 갔다 오면 거리에 따라 여비를 산정하지 우리나라처럼 증빙서류로 톨게이트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신뢰사회와 그렇지못한 사회와의 차이이고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그만큼 행정업무도 많아진다.

예산 배분의 결과
스웨덴 교육법은 아주 명쾌하게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교육이 스웨덴 어디에서 행해지든 그 질은 동등해야 한다. 수업(강의)은 모든 학생의 여건과 필요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동등한 교육이라는 것은 수업이 획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거나 예산이 똑같이 배분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처한 여건과 필요에 따라 수업이 이루어지고 예산이 배분되어야 한다.

스웨덴의 교육예산은 교육법의 이런 정신에 기반하여 배분되고 있다. 그래서 학생수가 똑같다 하더라도 학교가 처해진 환경에 따라 예산의 크기는 아주 다르다. 스톡홀름 지자체의 경우 교육 여건이 좋은 학교와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에 배분되는 예산 크기의 비율은 약 1:1.5 정도다. 교육 여건이 좋은 학교가 1억의 예산을 받는다면 열악한 학교는 1억 5천만원의 예산을 받는다는 뜻이다. 주로 전쟁 난민의 자녀들이 많은 학교가 가장 열악한 학교로 간주되고 장애학생들이 많은 학교도 당연히 예산을 많이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학생에게 주어지는 예산은 일반학생보다 4~5배로 많고 시청각 및 언어 장애 학생에게는 보통 학생들의 10배 이상의 예산이 주어진다.

3. 결론

스웨덴의 교육자치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그 하나는 정부–지자체–학교사이의 역할 분담의 형태로, 다른 하나는 이들 사이의 예산의 배분과 사용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교육에서의 역할 분담에서 중앙기관(의회, 정부, 중앙행정기관)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290개의 지자체는 중앙에서 세운 교육목표와 방향에 따라 교육을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와 같은 특별교부금에 의한 사업이 거의 없다. 교육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지자체와 학교에 달려 있다. 즉 교사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어떤 교수·학습 방법을 사용하고 교재를 선택하는지는 교사의 자율성과 재량권에 맡겨져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교육과정을 목표 위주로 구성하고 포괄적언어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 너무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교사들의 창의성을 제한한다.

예산 배분 및 사용도 이러한 구조와 조화를 이룬다. 유, 초, 중, 고등학교 및 성인교육의 예산은 전적으로 지자체의 책임 하에 있다. 소득세를 통해 거둬들이는 지방세는 지자체의 정치적 색깔이나 의지에 따라 각 분야별로 분배되고 교육예산은 학교의 여건과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학교에 배분된다. 대체로 전체 학생수와 그 학교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부모의 교육, 직업, 소득 수준 등), 이민배경 및 특별지원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수에 따라 보충예산이 주어진다. 비록 이렇게 예산이 산정되고 배분되었다 할지라도 그 배분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학교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즉 예산 항목이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지 않고 총액
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이를 학교단위에서의 ‘예산총액제’라 부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 내에서도 예산이 각 교사에게 배분되어 집행되므로 예산 사용에 있어 교사들의 자율성이 크다. 이렇게 학교단위에서 예산 사용에 대해 학교장 및 교사의 재량권을 확대한 이유는 학교의 실정을 가장 잘 아는 학교장과 교사에게 예산 사용의 자율성을 주어필요에 따라 예산을 사용하게 하기 위함이다. 예산을 얼마나 받느냐보다는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자치를 더욱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스웨덴 사례에서 본 것 같이 정부–교육청–학교 간의 교육 역할 분담뿐만 아니라 교육재정 부분에서도 학교장과 교사에게 지금보다는 훨씬 큰 자율성과 재량권을 주어 양질의 교육을 이끌어내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