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0 겨울호(241호)

학교,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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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혁 (서울특별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 장학사)

미래교육 담론의 흐름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때문일까. 최근 들어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 교육을 주제로 한 토론회와 포럼이 온라인으로 공개 되고 있으며 관련된 도서 출간 소식도 끊이지 않고 들린다. 사실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10년 동안만 살펴보더라도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5·31교육체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 위에서 교육체제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졌으며, 2016년 다보스 포럼과 이세돌-알파고 바둑 대결 이후에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미래 교육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였다. 급기야 2020년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강제로 교문이 닫히게 되자 학교라는 시공간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오늘날의 학교는 예상과 달리 ‘획일적 교육과정’과 ‘주입·암기식 교육’으로 상징되는 네모난 교실들의 총합 그 이상이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이 거의 실시간으로 비교되면서 (학교 보다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학교가 인프라 측면에서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학교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하여 학교에서 가르침과 배움이 오랫동안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대학입시를 일정대로 치르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는, 그리고 그러한 발표가 당연하다는 듯 무덤덤하게 받아들인 우리 사회의 태도는 그동안의 미래교육 담론이 왜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미래교육이란 무엇인가

따라서 우리는 ‘미래교육’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배우는 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고 할 때 굳이 ‘미래’라는 수식어가 왜 필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미래를 말하는지, 그리고 그것은 과연 어떤 미래인지 따져봐야 한다. David Tyack과 Larry Cuban은 『학교 없는 교육개혁』 에서 현재의 결함을 과거와 연관된 것이라고 과장하고 체계를 바꾸는 일을 가볍게 보는 경향을 반역사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교육에 대한 (너무나 과장된) 우울한 평가와 (일관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자신만만한 해결책들은 오히려 대중의 냉소와 교사들의 회의론만 낳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교육의 미래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학교에서 일하는 현직 교사들의 확고하면서도 반성적인 노력과 공교육을 지지하는 학부모와 시민들의 기여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2020년 미래교육에 대한 수많은 책 중에서도 창덕여중 공동체가 함께 쓴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야말로 David Tyack과 Larry Cuban이 기대하는 미래 교육의 가장 합당한 실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서울 정동길에 위치한 오랜 역사를 지닌 한 공립학교가 2014년 ‘서울미래학교’로 지정 된 이후 약 1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미래학교 연구학교로서 ‘공교육에서 실천한 미래교육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는 제1장에서 미래학교 5년의 여정을 담담히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가진 인재’ 양성이라는 미래학교 지정 당시의 목표가 학교 구성원들에 의하여 ‘함께 성장의 기쁨을 누리는 세계시민’으로 재조정되고, 학교의 핵심가치 역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하다는 생각에 근거하여 ‘미래를 만들어가는 행복한 학교’로 정해졌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미래교육과 미래학교에 대한 흔한 편견을 바로 깨버린다.
이러한 파격은 공동체 비전 세우기, 민주적인 회의 문화, 실천하고 연구하는 교사학습공동체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제2장 ‘학교문화’ 편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미래적인 것은 아닐까?”라고 묻는 제3장 ‘교육과정’ 편에 가서 절정을 이룬다. ‘학습을 위한 학습’으로서의 <짝토론>, 학생 주도의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한 <체인지메이커 교육>,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생태전환 교육>의 추진은 미래학교를 미래학교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끔 한다.

미래교육의 미래를 묻다

약 20년 동안 서울 성북구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혁신 장학사로 전직한 후 맡은 첫 업무가 서울미래학교 창덕여중 지원과 미래학교 프론티어 교사단 운영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을 쓰신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미래교육과 미래학교에 대해 고민하는 열정 넘치는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나에게는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서울미래학교 담당 장학사로서 (코로나19가 발발 하기 전인) 2018년에 종종 듣던 이야기가 있다. “그 정도 돈 들이면 누가 못해?”, “점수 주는 연구학교니까 그렇지.”, “소규모 학교니까 쉽겠지.” 그런데 나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미래학교를 위해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예산을 충분히 투입하고, 교사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교육개혁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래학교가 세 가지 혁신, 즉 교육과정 혁 신, 학습 환경 혁신, 학교 문화 혁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즉 미래학교는 약 10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 혁신 운동의 큰 흐름 속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혁신학교 운동이 소홀히 여긴 지점들 -예를 들면 ‘디지털 문해력’이나 ‘데이터 문해력’에 대한 대답을 제시함으로써 혁신 교육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수 있다.
지난 7월 17일 교육부는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선도 할 미래인재 양성과 미래지향적 친환경 스마트 교육 여건 구현을 목표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계획일 뿐이다.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학교가 저절로 친환경적이며 스마트한 미래학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형 교수학습이 가능한 첨단 ICT 기반 스마트 교실’을 구축하고 ‘학생 중심의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미래지향적 공간 혁신’을 이루는 것은 굳이 미래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21세기의 학교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제반 여건이기 때문이다.

‘아직’과 ‘이미’ 사이

David Tyack과 Larry Cuban은 ‘학교 없는 교육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 역시 마땅히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실천 사례를 가지고 있다. 미래교육을 논하면서 우리 교육을 비판하기에 앞서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를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라 선언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분명 창덕여중의 현재 모습이 ‘아직’ 우리가 꿈꾸는 미래학교의 전부는 아니다. 미래학교 실현에는 ‘아직’도 학교 안팎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창덕여중은 현재의 제도, 인력, 기술 등의 범위 안에서 미래 학교의 모습을 ‘이미’ 만들어 가고 있다. (중략) 우리의 미래학교 여정은 ‘아직’과 ‘이미’ 사이에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일이며, 그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에필로그 중에서 학교, 미래를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