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2020 겨울호(241호)

협력,자치,배려를 익히는
독일의 학교 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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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규 (하계중학교, 교장)

독일은 16개 주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로서, 교육은 주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주 정부가 교육제도, 교육 관련 입법과 행정을 관장한다. 따라서 학제, 교육과정, 교과서 등 제반 교육제도가 기본적으로 주 단위로 운영되는 가운데, 큰 틀에서 주 정부 간 통일성을 확보하고자 1964년 협정을 통해 학교의 기본 구조를 통일하였으며 상설기구인 주 교육문화장관 협의체(Kultusministerkonferenz, KMK)를 운영하고 있다. 공교육이 탄탄하다고 인정받는 독일 교육의 중심에는 경쟁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장려하며 학생 개개인의 학습역량을 최대한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수업 및 평가가 기본으로 자리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협력적 인성, 자치능력 및 민주시민성을 기르는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이점으로, 서구의 독특한 종교적, 문화적 배경 하에 정착된 것이지만 연간 학사일정 중간중간에 배치된 5~6회의 방학은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낮추어주는 순기능과 함께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이 방학 전후 시기에 적절히 배치되고 운영되어 그 효과가 있다.

독일은 주별로 8~9월에 학년도가 시작되어 가을방학(10일 내외), 성탄절방학(14일 내외), 겨울방학(2~14일), 부활절방학(14일 내외) 등의 중단기 방학과 학년말 여름방학(40일 내외)을 포함하여 주별로 연간 5~6회의 방학이 운영되고 있다. 방학의 종류와 일정은 주별로 다르나 주 내에서는 모든 학교에 통일적으로 적용된다.

<카롤리눔 김나지움>

여기서는 독일 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Mecklenburg-Vorpommern) 주의 소도시 노이슈트렐리츠(Neustrelitz)에 위치한 카롤리눔 김나지움(Carolinum Gymnasium)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몇가지를 사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카롤리눔 김나지움은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총 39학급으로 이루어진 일반계 중고등학교로서 학생 수는 약 1,100여 명이며 교사 수는 약 90여 명이다. 교장선생님은 헨리 테쉬(Henry Tesch)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교육과학문화부 장관을 지냈으며, 독특하게 현재 인근 미로(Mirow)시의 시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이 학교는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를 러시아, 폴란드, 이탈리아, 덴마크 그리고 우리나라와 함께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서울의 덕성여자고등학교와 전북외국어고등학교가 파트너 학교이며, 방과후 한국어반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교내식당 Catering 의무 봉사활동

8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학생들은 연간 5일 동안 의무적으로 멘자(Mensa)라고 하는 교내식당에서 학급별로 봉사활동을 한다. 학급 내 조 편성을 하여 조리 보조, 배식, 판매, 식당 정리 및 청소뿐만 아니라 구내매점(Caféteria ) 간식 판매 활동을 1주일간 조별로 돌아가며 모두 체험한다. 학생들은 자기 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서로 협력하면서 최선을 다한다. 각 학생의 담당 업무는 요일마다 바뀌고 봉사활동을 하는 주에 학생들은 유상인 급식비의 50%를 할인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신입 7학년을 제외한 전교생이 하는 의무 봉사활동으로, 독일 내 가장 훌륭한 교내식당 운영 사례로 교육청과 언론을 통하여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 봉사활동은 학생들이 학급 내에서 협동심을 기르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을 함양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필요한 바른 인성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내식당 Catering 의무 봉사활동>

유니세프 기부금 모금 달리기

이 학교는 매년 가을 유니세프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한 달리기 행사를 한다. 올해는 9월 4일에 약 30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 인근 글람벡(Glambeck) 호수공원 산책로를 여섯 바퀴 돌아 9.6km를 달렸다. 행사 모금액의 50%는 유니세프에 기부하였으며, 나머지 50%는 소아암 돕기 단체인 한제투어-존넨샤인(Hansetour-Sonnenschein)에 기부하여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들을 돕는데 사용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처음 시작한 이래 매년 학생회 주관으로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자선기금 모금 행사로서, 해가 갈수록 행사의 조직이 탄탄해지고 성과 면에서도 발전하고 있다. 이 자선 활동에는 보건교사가 따로 없는 독일 학교의 특성상 학생들의 의료적인 보호를 위해 독일적십자사(Deutsches Rotes Kreuz; DRK)가 지원하며, 학부모회, 주민, 졸업생 등도 적극적으로 돕고 후원한다.

<유니세프 기부금 모금 달리기>

학생회는 프로그램 기획에서부터 진행 및 마무리 보고까지 직접 하며, 행사 후 정확한 모금 총액과 사용처에 관하여 전체 학생들에게 발표한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였으며 유관기관 및 지지자들이 적극적인 도움을 제공하여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학생들은 이 행사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글로벌 사회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세계 곳곳의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자신도 뭔가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발현하여,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모금 행사를 운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사회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건강한 인성을 갖추게 된다.

학생 캠프

이 학교는 2007년에 학교에서 30분 거리의 밥케(Babke)라는 지역 숲속에 전용 학생수련장을 완공하였다. 이 수련장은 체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국내 외 교류 프로그램을 위한 만남의 장소이자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과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어, 자연 속에 자리한 제2캠퍼스 역할을 하고 있다. 캠프는 수업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제약이 없는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무래도 딱딱한 교실을 벗어나서  자연 속에서 휴식하며 학급 내 또는 그룹 내에서 서로를 새롭게 알게 되는 많은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하이킹과 더불어 학급별, 그룹별 다양한 단체활동 및 신체활동은 청소년들이 장차 의미 있는 여가활동과 건강한 생활 스타일을 형성하도록 도움을 준다. 자연 속에서의 특별한 경험, 학급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하는 여러 가지 다양성에 대한 경험을 통하여 학생들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학생 캠프 활동 장면>

이 수련장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신입생 캠프이다. 7학년 신입생들은 학년도가 시작되자마자 여기에서 학급별로 1주일 동안 공동생활을 체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이를 통하여 학생들은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학급 구성원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올해 신입생 캠프는 학생들이 학급의 일원으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많은 활동이 기획되었다. 카누 노 젓기, 숲속 야간 하이킹, 보물찾기, 수공예품 함께 디자인하고 만들기 등 다양한 단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7학년 학생들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5일 동안 학급 담임선생님과 함께 그들 공동체만의 시간을 보냄으로써, 학급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공동체 의식이 더욱 단단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원고 작성에 동의하고 협조해주신 카롤리눔 김나지움의 헨리 테쉬 교장선생님, 마틴 노이트만 7~10학년 부장님과 인터뷰 및 자료 정리에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어반 고영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