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적 인성교육 구체화 방안 연구

|김유리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협력적 인성교육은 ‘협력’이라는 집단 실천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집단지성을 기르는 교육이다. 기존 인성교육이 ‘개인’ 중심의 ‘사회적 요구’를 지향한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협력적 인성교육은 ‘집단’ 중심의 ‘존재적 요구’를 지향한 실천을 통해 개인의 인성뿐 아니라 집단지성도 일깨우는 데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제까지의 협력이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에 맞추어서 각자의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었다면, 협력적 인성교육에서의 협력은 각자의 재능과 기술을 발견하고 찾아내서 그것을 서로와 맞추는 집단지성을 이루어 더불어 살아가고자 협력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협력적 인성교육은 지금까지의 한국 교육이 개인 중심의 능력 향상과 경쟁력을 지향함으로써 사회 공동체를 위한 도움은커녕 오히려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개인들을 양산하였다는 점을 적시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철학이자 의지이다. 또한 협력적 인성교육은 인공지능 시대라는 미래사회가 인간 가치 상실과 양극화로 인해 배타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공동체적 시민성으로 모두의 균형 있는 성장을 지향하고자 한 서울미래교육의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결국 협력적 인성교육은 ‘교육개혁의 필요성’과 ‘미래교육 미래교육의 비전 제시’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부응이자 과업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학교 현장에서 ‘협력’이라는 집단 실천이 실현되어 집단지성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위한 탐색이다. 이를 위해 먼저 본 연구에서는 기존 인성교육의 교육적 관점과 교육 방법을 고찰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인성교육이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기 훨씬 전에도 국가교육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실시되어 왔고, 최근의 인성교육 정책 또한 지식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체험·실천 중심 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인성교육의 역할을 지역사회로까지 확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인성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기존 인성교육의 교육적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그 한계점을 파악함으로써 인성교육에 대한 교육현장의 혼란을 막고 협력적 인성교육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하고자한다. 아울러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협력적 인성교육에 대한 현장 교원 및 학생들의 인식과 교육 현황을 조사함으로써 협력적 인성교육의 문제점과 보완점을 진단하고, 이를 근거로 협력적 인성교육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기존 인성교육의 교육적 관점 및 한계점

본 연구에서는 기존 인성교육의 관점을 분석하기 위해 인성 관련 문헌 및 선행연구, 국가교육과정, 인성교육진흥법, 교육부·서울특별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의 현행 인성교육 정책을 교육적 목적으로서의 인성교육 관점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첫째, 인성교육 개념에 대한 연구동향은 다수의 연구에서 인성의 가치·덕목 및 역량에 대한 탐색적 연구가 주를 이루었고, 인성교육 방법에 대한 연구동향은 다수의 연구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한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즉 인성 관련 문헌 및 선행연구에서는 여전히 인성을 지식 전달처럼 필요한 가치·덕목과 역량을 길러낼 수 있다는 외재적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 중심의 성품과 역량을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지금까지의 국가교육과정은 인성교육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외재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결국 외재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 안에서 입시 위주의 성취·평가 중심 수업이 교육의 본래적 목적을 퇴색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인성교육의 실패를 초래했다고 판단된다.

셋째,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인성교육의 목적이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며, 교육의 초점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덕목·역량을 키우는 데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요구를 따르는 가치·덕목·역량 지향 인성교육은 인간을 사회적 기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데에는 적절할 수 있지만, 모두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보편적 인간 존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넷째, 교육부·서울특별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의 정책들은 모두 집단지성을 이루는 민주시민을 강조하고, 공동체적 덕목을 지향하며, 학생 중심의 체험·실천 교육과 학생 주변환경을 통해 인성을 깨우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재적 관점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세 기관은 여전히 사회적 요구를 따르는 가치·덕목 및 역량을 강조하고 이를 기르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외재적 관점도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정책적 한계점으로, 세 기관은 인성이 본연지성으로 시간적·공간적으로 구분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래인성이라는 다소 기계적이고 기능주의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또한 체험·실천 교육이 주로 문화예술체육 및 인문소양교육과 같은 개인 중심 활동에만 초점을 두었으며, 학교-가정-지역사회 연계 지원체제가 학교 중심의 인성교육으로 드러나 현장 교사의 업무 과중과 일회성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3. 인성교육 관련 인식 조사

본 연구는 현행 인성교육에 관한 인성교육 전문가의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를 총 2회에 걸쳐 실시하였다. 그 다음 델파이 조사에서 실시한 개방형 질문지를 설문지로 재구성하여 이를 서울시 소재 초·중·고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인식 조사 결과, 첫째, 인성교육 전문가와 학교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 모두가 ‘정서 조절이 되지 않는 행위’,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행위’, ‘교사의 권위를 무시하고 반항하는 행위’ 등을 인성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인성의 초점이 학생 개인의 능력과 태도에 맞춰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인성교육 전문가와 학교 교사들은 인성교육 위기의 원인을 ‘학력과 성적을 중시하는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기능의 약화’, ‘공동체 의식 희박’ 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인성교육 위기의 원인을 학교 혹은 교사의 책임보다는 가정·사회·공동체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셋째, 인성교육 전문가와 학교 교사들은 인성교육 구체화 방안을 ‘교사의 업무경감’, ‘교권 보호’, ‘상담교사 배치와 같은 교사 지원’ 등으로 인식하였다. 인성교육 구체화 방안이 학생의 인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보다는 교사가 인성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

4. ‘협력적 인성교육’의 구체화 방안

가. ‘협력적 인성교육’의 개념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향하는 ‘협력’은 특정 사회의 목적 가치와 무관하게 삶의 가치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엘리트 중심의 지도나 전문적 지식·기술과도 무관하게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협력이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에 맞추어서 각자의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었다면, 협력적 인성교육에서의 협력은 각자의 재능과 기술을 발견하고 찾아내서 그것을 서로가 맞추는 집단지성을 이루어 관계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협력이 개인의 자유의지나 능력보다는 관계 속에서 집단지성을 일깨움으로써 개인의 인성을 드러나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협력적 인성교육은 사회적 존재자로서 개인의 각성과 역할 그리고 권리를 중시하는 민주시민교육과 인권교육, 다문화교육과 개념적으로 상통한다. 협력적 인성교육은 협력이라는 집단 실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인성 주체인 ‘나’가 사회적 존재자임을 협력을 통해 깨달아 ‘나’를 세상에 드러내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협력적 인성교육은 교육적 목적으로서 인간본성의 회복이라는 인성에 대한 내재적 관점을 따른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협력적 인성교육’을 ‘협력이라는 집단 실천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집단지성을 기르는 교육’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더불어 삶을 지향하는 협력적 인성교육의 ‘협력’이 가진 가치는 개인성과 배타성, 사회적 불평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나. ‘협력적 인성교육’의 가치·덕목 및 역량
협력적 인성교육은 창의적 사고력과 같은 개인의 인지능력과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자극들을 통해서 인성이 드러난다고 본다. 따라서 개인 중심의 성품 및 역량 교육은 지양하고, 관계 중심의 체험·실천 교육을 지향한다. 본 연구는 협력적 인성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역량으로 ‘자기 자신과 타자를 존중하는 힘’, ‘타자에게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힘’, ‘맥락을 통찰할 수 있는 힘’으로 정의하였다.

먼저 ‘자기 자신과 타자를 존중하는 힘’의 핵심 능력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다. 자기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자만이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며, 나아가 타자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마음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타자에게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은 협력적 인성교육 실현의 수단이자 궁극적 목적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맥락을 통찰할 수 있는 힘’은 자기중심으로 관계 범위를 협소화시키는 시각과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관계적, 상황적, 사회적, 시대적 맥락을 총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는 시각과 사고는 협력적 인성교육 구현에 있어 필수적인 역량이다.

다. ‘협력적 인성교육’의 추진 방향ㆍ추진 과제ㆍ추진 방안
본 연구는 협력적 인성교육의 추진 방향을 ‘체험·실천 중심 인성교육 지향’, ‘학생·교원 인성교육 인식 전환 및 공감대 확산 지향’, ‘교육과정 전반을 통한 인성교육 지향’, ‘인성교육을 위한 학교-가정-지역사회 연대 지향’을 제안하였다. 이는 협력적 인성교육이 체험·실천을 통해 대면되는 삶의 자극들에서 인성이 드러난다고 보기 때문이고, 협력이 모두가 동등한 인격자라는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성이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학생들에게 지속적이고 꾸준한 삶의 자극이 전달되어야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고, 인성교육에는 그 학생의 생태환경 즉 가정, 학교, 지역사회 모두의 노력과 책임이 따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협력적 인성교육’의 추진 과제와 추진 방안을 아래의 <표 1>에 제시하였다.

5. 제언

가. 학생의 인식 전환
첫째,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서에 대한 책임 인식이다. 학생은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서를 스스로 자각하고 이를 통제하여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타인과의 관계성이 확장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 인식이다. 학생은 친구 혹은 교사, 부모와의 관계 등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이기심이 관계성의 한계를 긋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먼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무지(無知)에 대한 책임 인식이다. 학생은 경계를 짓는 사고나 행위를 하거나 차별하는 마음이 생겼을 경우 남을 탓하기 전에 공동체에 속한 나의 위치를 알지 못해 경계를 그어 경계의 안팎을 만든 것은 아닌지를 먼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나. 교사의 인식 전환
첫째, 학생은 교사와 동등한 인성을 가진 존재자라는 인식이다. 학생이 교사와 동등한 인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다면, 어린 학생이든 청소년이든 똑같이 존중과 신뢰의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둘째, 학생이 스스로 앎을 깨닫도록 하는 교수법에 대한 인식이다. 학생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가진 특성(혹은 능력)과 처한 환경을 고려하고, 긴 호흡의 교수법과 긴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함을 당연시해야 한다. 셋째, 학생의 행동 문제를 학생 개인의 특성이 아닌 학생의 관계성으로 보는 인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개인의 능력을 타인을 이겨서 성공하는 개인 중심에서 벗어나 타인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존재자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교사의 책무성에 대한 인식이다. 교사 지원 방안뿐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육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협력적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을 집단 지성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 의지와 태도가 필요하다.

다. 명상 교육 실현
명상 교육의 목적은 학생이 스스로 인성의 주체자임을 깨닫게 해주는 데 있다. 인성 책임자로서의 인식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주고, 그로 부터 타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할 수 있는 마음까지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협력적 인성교육에서의 협력이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발견하고 찾아내서 그것을 서로가 맞추어 관계하는 것이라고 볼 때, 인성 주체가 가진 개인적 감정 상태에 대한 자기 발견 또한 타자와의 관계를 이루는 과정에서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라. 담임교사 권한 강화
관계성을 지향하는 협력적 인성교육에서 학생의 관계성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교사가 담임교사이다. 담임교사가 학생의 관계성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가능한 한 많이 관찰해야 한다. 또한 담임교사가 롤모델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도 학생들로 하여금 담임과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 교사의 업무 경감 현실화
길잡이로서의 교사는 학생보다 먼저 깨달은 인성 주체라는 점에서 학생의 인성 롤모델이다. 이 시점에서 현재 학교 교사들이 과연 학생들의 인성 롤모델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행복하지 못한 교사가 학생과의 관계에서 배려와 사랑이 나올 리 만무하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 지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교사의 업무 경감을 현실화해야 한다.

바. 지역사회에서의 학교 역할 강화
협력적 인성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교육의 책임을 학교 안에서만 지려는 인식을 버리고 지역사회의 일원임을 분명히 하며, 교육 자본을 가정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협력한다는 인식으로 확장해야 한다. 기본적인 교육의 역할뿐 아니라 문화복합 공간으로서 가정과 지역을 연계하는 역할, 지역사회의 구체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 주체로서 학교-가정-지역 간 협력체계를 주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사. 협력적 교육(평가) 시스템 전환
협력적 인성교육은 현행 입시위주의 교육과정 및 평가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식 평가, 서열 위주의 학교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협력적 교육(평가)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학교도 이에 발맞추어 허용적·민주적·자율적 학교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아. 협력 공간으로서의 학교 구조 개선
인성교육이 현장에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적 목적과 내용이라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교육 공간으로서 학교 건물이라는 하드웨어도 그에 맞게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신·개축되는 학교 건물에 현행 혁신교육의 철학과 방향, 그리고 지역사회와 연계·협력할 수 있고 친환경적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교육 공간으로서 혁신적 학교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