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9 봄호 (234호)

과정 중심 평가 혁신을 통한,「할미꽃」
수업 개선! 「소확행」 수업 실천!

이정화 (강일중학교, 교사)
장지은 (강일중학교, 교사)

수업 개선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강일중학교의 과정 중심 평가 활성화는 2018년 2월 21일(화) 수업 개선 관련 연수 중 본교 민혜숙 교장 선생님께서 「할미꽃처럼」이란 시를 낭독하면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은 2017년 가을부터 몇 달 동안 수업 개선에 관한 많은 도서와 동영상 자료를 준비하였고, 2018학년도를 시작하면서 학생 평가 선도 학교 운영과 함께 수업 개선 및 과정 중심 평가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표명하였다. 이를 계기로 우리학교만의 할미꽃 수업 개선을 시작하게 되었다.

1. 과정 중심 평가를 시작하며

4차 산업혁명 및 인공지능 시대는 새로운 가치 창출 능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역량⑴ 을 갖춘 인재 육성을 위해 본교에서는 2016년부터 연수와 컨설팅을 통해 수업 개선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017년이 되었고, 여전히 수업 개선과 관련한 만족할 만한 변화가 없어서 고민 중이었다. 2016학년도부터 본교는 교사 본연의 업무, 수업 및 생활지도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학년부 체제로의 업무 분장(학교업무정상화)을 운영했다.
이를 기반으로 하게 된 2018 학생평가 선도학교 운영은 교사들의 수업 개선 의지의 또 다른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것은 학습과정 속에서 평가한 후 그 결과를 피드백 하여 재학습과 평가를 통해 학생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이다. 즉 과정 중심 평가 활성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교사·학생 모두가 ‘소확행’⑵ 을 많이 경험할 수 있는 수업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장(場)이 되었다.

사실, 처음엔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감은 아주 컸다. 하지만 수업 개선 및 학생평가 선도학교 운영에 대한 학교장의 확고한 의지 및 열성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표명과 교무행정업무 중심에서 교육활동 중심으로 업무부서 체제 전환이 과정 중심 평가 정착에 많은 힘이 되었다.


1)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2)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2018학년도 3월 서울시교육감의 새 학기 인사 말씀 중
3) 수업 관련 동영상 맹혜영선생님의 배움 중심 수업 디자인의 실제 / 박성은선생님 교육과정 재구성 / 수업나누기 과정평가의 원리와 교과별 과정평가 실천사례(박현숙) / 진주동중 학생참여형 과학수업 교과협의회 ; 교육과정 재구성 ※ 김박현 실장 :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교육변화와 학습방향 평가 선도학교 참여 교과 자료 사이트 <다음> 경기도 교육청 학생중심교육과정 : 교육과정평가(중등)→중등평가→중등평가혁신→평가자료(수업지도안, 활동지, 평가문항) / 학생 평가지원 포털 : 과정중심 수행평가 자료집(2017)

2. 소통과 성장의 과정
– 단계와 피드백이 있는 수행평가 (3학년 역사 교과를 중심으로)

갑작스럽게 과정 중심 평가를 시행한다고 해서 가르쳐야 할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할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정 중심 평가를 위해 새롭게 그려진 평가 계획은 수업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아이들의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강의식보다는 활동 위주의 수업이 더 적절했고, 각각이 단계를 설정하여 계속적이고 연속적인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했다.
특히 역사 과목에 있어서 그러한 변화는 무척이나 낯선 것이었다. 역사 교과의 특성 상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로 학습 내용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전달하는 선생님과 습득해야 하는 학생도 주로 강의식 수업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강의식 수업을 주로 진행하되, 아이들이 여러 활동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였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SNS를 활용하여 댓글을 달아보게 하는 등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개개인마다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연습용 피드백을 제공하여, 모든 과정에 평가를 통한 스스로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서 본격적인 과정 중심 평가는 거부감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 교과의 과정 중심 평가는 아이들이 최종 수행평가를 완성해가는 방향으로 구성하였고, 그 과정을 나누는 단계의 기준은 수행평가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역량들을 하나씩 익히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구체적인 예로서 최종 수행평가들 중 하나였던 ‘역사신문 만들기’를 소개해 보겠다. ‘역사신문 만들기’에 필요한 역량을 총 7개로 설정하여, 5차시에 걸쳐 이 역량들을 하나씩 익혀나가며, 최종적으로는 역사신문을 만드는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아이들은 각 차시별로 자료 조사, 기사 작성, 광고 및 사설 제작 등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이번 차시에서 목표로 하는 역량을 밝히고, 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대략적으로 알려주며 참고자료를 제시하여 각 단계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최종 목표인 ‘역사신문 만들기’를 위해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연습 과정이자 작은 수행평가이기 때문에 학생들 개개인에게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차시에는 자신이 했던 활동들을 모아 모둠별로 ‘역사신문 만들기’를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어려운 역사적 사실들로 신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지만, 그동안 해왔던 단계별 활동과 피드백을 떠올리며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사설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아이들이 커다란 신문을 채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강의식 수업은 필요하지 않았다. 단계별로 제시된 수행들을 아이들과 함께 해나가는 자체가 곧 수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역사적 흐름과 배경지식만 전달해주고, 활동 과정들을 돌아다니며 도와주고 피드백 해 준 것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선생님만 외치며 도움을 구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역사책을 읽고 활동을 해내며 때로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더욱 심화된 해답을 찾는 발전된 모습도 보였다. 한 학기 동안 아이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경험이 되었다.

최종 수행평가 – 역사신문 제작하기
최종 수행평가 – 역사신문 제작하기

3. 가장 어려웠던 도전
–100% 수행평가와 서·논술형 지필고사

과정 중심 평가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아마 모든 과정에서 진행되는 어마어마한 평가의 ‘양’일 것이다. 앞서 보여드렸듯이 과정 중심 평가를 진행하게 되면 학생들을 직접 관찰하고 평가하기 위한 수행평가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평가의 ‘질’ 역시 고려 대상이다. 과정을 중시하는 수행평가를 찾다보니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어떤 채점 기준을 제시하여 평가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다.
강일중학교에서 과정 중심 평가를 담당하는 교과는 대부분 수행평가 100%로 운영되었다.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루브릭을 도입하여 분석적 채점 기준을 제시하느라 많은 고민이 오고 갔으며, 한 학기 내내 수행과 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특히 과정 중심 평가에 참여한 교과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 학년을 전담으로 맡은 경우가 많아서, 모든 학급의 아이들 개개인을 관찰하고 평가해야했기 때문에 더욱더 지치신 선생님들이 많았다. 더욱이 과정을 살펴보기에 알맞은 수행평가로 계획했기 때문에 기존의 수행평가와는 다른 것들이 많았는데, 이는 선생님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조금 벅찬 활동이었다. 예를 들면 도덕과 사회 교과에서 UCC를 제작하고 발표하는 수행평가를 시행하였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지만 많은 과정들을 수행하는 것을 힘들어한 경우도 있었고, 선생님 역시 새롭고 분석적인 채점 기준을 제시하여 모두에게 납득할만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과정이었다.

분석적 채점기준표 작성 교직원연수
수행평가 어떻게 하나요? 교직원연수
참여·활동형 수업관련 연수
교육과정 재구성 실습 연수

역사 교과에서는 서·논술형으로만 지필고사가 진행되었다. 아마 모든 경험을 통틀어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가장 낯설고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처음에 서·논술형으로만 지필고사를 실시한다고 안내했을 때, 아이들은 상당히 거부감을 느꼈다. 직접 본인이 주관식을 채워야하기 때문에 암기할 것이 더욱 늘어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출제하고 채점해야 하는 선생님 본인도 내용의 선정과 채점 기준의 타당도 등을 설정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막상 문제를 출제하고 나니 수업의 방향도 글을 쓰고 사고하는 과정에 집중하게 되었고, 채점 기준 역시 자연스레 수업 활동 중에서 나온 여러 과정들을 참고로 하여 설정하게 되었다. 아이들 역시 큰 변화를 보였는데 질문의 내용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인과 관계의 사고 과정으로 초점이 맞춰졌고, 수업 활동에 집중하며 강조점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학습해야하는 내용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파악하게 되었다. 물론 수행평가 100%와 마찬가지로 평가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 뜻밖에 얻은 결실 – 참여의 기쁨과 교과 통합 수업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과정 중심 평가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익숙함에 벗어나 새로움에 도전한 것인 만큼 낯설어하고 어려워했지만, 대체적으로 신나고 재미있는 기억이 많았다. 특히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고 선생님과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였다. 교과서를 읽고 공부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며 과정을 평가하니,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즐겁게 참여하였다. 그림을 그리며 기뻐하는 아이, 랩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 등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들로 학습하고 성취해나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들도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였다. 추후 아이들의 의견에서도 직접 참여하고 모두가 소통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기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교과 통합 수업이었다. 앞서 보여드렸듯이 강일중학교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시행했는데, 그 활동 중에서 공통된학습 요소를 찾아 ‘기술-역사-영어’의 교과 통합 수업을 시도하였다. 역사 교과에서 진행한 ‘근현대 시기의 인물들의 회고록 쓰기’ 수행평가를 바탕으로, 영어 교과에서는 ‘역사적 인물들로 가상 대화 발표하기‘ 수행평가를 진행하였고, 기술 교과에서도 역시 ’역사적 인물들의 잔디 인형 만들기‘를 수행하였다. 아이들은 우선적으로 세 교과가 함께 수업과 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에 흥미를 보였다. 자신이 배운 내용이 모든 교과에 있다는 것 자체에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학습 내용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에 가장 열광했다. 역사에서 배운 역사적 내용을 영어와 기술에 표현하는 셈이니 결과적으로 학습 내용이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하위권 아이들은 새로운 영어와 기술에 있어서 이미 역사에서 배운 내용으로 수행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5. 과정 중심 평가를 마치며

교사가 수업과 평가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교사들이 실감했던 한 해였다. 과정 중심 평가의 활성화는 수업 개선뿐만 아니라, ‘줄 세우기식 평가’ 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토대가 될 것이다. 교육이 입시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교육과정-수업-평가 그 자체만으로 학생들의 삶을 풍부하게 발전시킨다면 그것은 교사·학생·학부모 모두의 행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