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특별기획2018 봄호 (230호)

교사들의 책 읽기가 독서 수업까지

박용숙 자운고등학교 교사

‘북도란’의 시작

교사가 서로 만나면 교육과정이 변한다. 우리는 2016년 교사 독서동아리 ‘북도란’으로 모였고, 그 결과 1학년 국어 수업, 2학년 방과후학교 수업을 바꿀 수 있었다. 늘 교육과정을 만드는 주체는 교사라고 말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안 가본 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이 두려움을 함께함으로써 넘을 수 있었다. 2017년엔 국어 외 교과교사도 같이 하게 되었다. 2018년에는 이런 우리 학교의 모임이 교 과별 ‘한 학기 한 권 읽기’로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교사들의 행복한 시간

‘북도란’은 2016년, 2017년 3인이 겹치는 6인씩으로 구성되었다. 2016년에는 1학년 독서교육과정을 염두에 두었기에 국어교사만으로 운영했고, 2017년에는 메신저로 모집해 국어과와 수학·과학과 교사가 반씩이었다.(<사진 1>) ‘북도란’에서 다뤘던 문학작품은 SF ‘작고 검은 가방(시릴 콘블 루스)’을 제외하고는 ‘알바생 자르기(장강명)’, ‘쇼코의 미소(최은영)’ 등 현대한국소설이었다. 요즘에는 교과서에도 최근 소설이 실리고 있지만 그보다 더 최근작이면서 고등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동 시대의 소설을 다뤄보고 싶었다. 수업 시간 한 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도록 단편 소설을 기본으로 했다.1)

방과 후에 국어교과실에 모였고 격주 만남이 목표였다. 최소 3인이 오면 시작했 고 진행 순서는 마음 나누기, 수업적용 사례 나누기, 마음에 와 닿은 구절 읽어주고 이야기하기, 작품 분석 토론, 수업 시간에 적용할 글쓰기 주제 만들기, 모임 에 대한 소감 나누기 등이었다. 책 토론만 한 것이 아니어서 모임의 결속력이 더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음 나누기에서는 속상했던 이야기도 하고 서로 위로도 받았다.


1) 구체적인 일정과 다루었던 작품은 다음과 같다.

작품만 읽어오면 됐지만 누구는 평론자료를 조사해 오기도 했다. 각자의 스타일로 작품을 분석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북도란’에서의 토론은 바로 1학년 독서교육과정이 되었다. 2학년 수업을 했던 어떤 교사는 ‘북도란’ 소설로 방과후 수업을 운영했다.
우리는 독서토론 외에 최은영 작가 ‘고백’ 낭독회 참가(2017.3.17.금. 노원문화공간 ‘더숲’. <사진 2>) 등 많은 활동을 함께했다.

교육과정과 연계

1학년 국어 5단위 중 한 시간은 독서 수업으로 교육과정을 짰다. 4인 모둠으로
단편 소설 한 편을 연구 발표하는 학생 참여 활동도 했다. 강의식 외의 수업을 처음 해본다는 어떤 교사는 학생 발표 수업을 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학생의 작품 이해력에 대한 감격도 함께 전했다. 작품별 글쓰기 주제를 제시할 때에는 교사가 학생들의 작품 이해를 도와주었다. 누적 독서 기록을 수행평가에 20% 반영하는 독서수업은 2017년에도 계속 됐고, 글쓰기와 발표는 학생부 교과특기사항 기록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수업은 작품당 2차시(1주에 1차시)로, 1차시는 작품 읽고 기록하기, 2차시는 학생 발표 및 글쓰기로 진행했다. 글쓰기는 작품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이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자신의 삶과 연관짓고 내면화 할 수 있도록 했다.2)


2)

계속해 보겠습니다

2018년에도 ‘북도란’은 계속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읽어서 좋고 읽지 못하면
사는 이야기를 나누어서 좋다. 우리의 목표는 교사가 행복하고 학생에게 좋은 수업을 하는 것이다. 교사인 한 이런 고민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가 발견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교내 교사 모임이다. 마음 나누기를 통해 지지받으며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심력’을 만들고, 독서와 토론을 통해 공부하며 수업을 준비하는 ‘실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협력이 강조되듯 교사에게 필요한 것도 협력이다. 학교마다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교사들의 협력 모임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