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2018 봄호 (230호)

교실에서 책 읽기
독서 워크숍으로 해 보자

김주환 안동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못하다. 2015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를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2006년에는 OECD 국가들 중에서 1위를 기록했으나 2015년에는 3~8위로 하락했다(구자옥 외, 2016). 성취수준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06년에는 하 수준에 해당하는 1, 2순위 학생들이 10% 대였으나 2015년에는 3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 수준의 학생들은 대부분 남학생 들이 차지해 남녀 간의 격차도 최대로 벌어졌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에는 상위 수준 학생과 하위 수준 학생들 간의 독서 능력 차이가 심할 뿐 아니라 남여 학생 간의 편차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위 수준 학생들의 경우에는 자발적인 독서 활동이 가능하지만 하위 수준 학생들의 경우에는 독서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독서 활동이 어렵다. 따라서 학생들의 독서 능력과 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책 읽을 시간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학교에서 책 읽는 재미와 습관을 들여야 학교 밖에서도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평생 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 워크숍이란

학생들의 독서 능력과 독서 동기를 높여주기 위해서 영어권 나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 독서 워크숍(Reading workshop)이다. 독자 워크숍(Reader’s workshop)이라고도 불리는 독서 워크숍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읽고,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동료나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읽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혹은 모둠별로 학생들과 읽은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이 대화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독서 전략을 지도한다. 학생들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읽기 때문에 독서 동기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읽은 내용에 대해서 동료나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책에 대한 이해도 넓혀갈 수 있다. 따라서 독서 워크숍은 상위 수준의 학생뿐만 아니라 하위 수준 학생들의 독서 능력과 동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다.

독서 워크숍은 교실 공동체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보면 북클럽이나 독서토론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북클럽이나 독서토론은 모둠 구성원이 같은 책을 읽고 토의나 토론 활동을 하는 데 중점이 있지만, 독서 워크숍은 학생 각자가 자기 수준과 관심에 맞는 책을 선택해서 스스로 읽는 데 중점이 있다. 또한 북클럽이나 독서토론은 학생들의 자발적 활동에 의존하지만 독서 워크숍은 교사가 학생들의 독서 과정을 관찰, 평가하고 협의를 통해서 독서 전략을 지도하기 때문에 학생의 활동과 교사의 직접 지도가 균형을 이루는 교수학습 활동이다.

독서 워크숍은 하나의 교수법이라고 하기보다는 독서 교육에 대한 철학과 관점의 변화를 요구하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 워크숍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교사의 교육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독서 워크숍의 목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적인 원칙이 구현되어야 한다. 첫째, 독서 워크숍은 학생 독자의 실제적이고 능동적인 독서 활동을 기초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읽으면서 독서 전략에 대해 배운다. 둘째, 교사가 학생들의 독서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지도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관찰하여 독서 수준을 평가하고 각자의 요구에 맞는 독서 전략을 선정하여 지도한다. 셋째, 학생들은 독자 공동체에서 자신이 읽은 내용에 대해서 동료나 교사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독서 워크숍의 교실 환경

독서 워크숍을 위해서는 적절한 교실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교실 구조는 학생과 학생의 상호작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교사의 상호작용을 위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교사가 정보의 제공자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교사 중심의 교실 구조가 의미 있지만 학생 중심의 교수·학습을 위해서는 이러한 교실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Serafini, 2001).

독서 워크숍 교실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전통적인 교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교사의 책상과, 이를 마주보고 일렬로 배치되어 있던 학생들의 개인 책상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에 교실 도서관, 모둠 토의 장소, 원형 테이블, 출판 센터, 컴퓨터와 독서 공간, 전시 공간, 개인 사물함 등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 폴 볼트(Pohl Vault)의 중학교 교실 도서관

독서 워크숍 교실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실 도서관(classroom library)이다. 교실 도서관은 독자 공동체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심미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교실 도서관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구비해야 하며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목과 표지가 잘 보이게 전시해야 한다. 학교 도서관이나 공공 도서관에서는 책을 보관하는 데 치중하지만 교실 도서관은 학생들이 책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전시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교실 도서관은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혼자서 조용히 읽을 수 있도록 편안한 장소로 꾸밀 필요가 있다.

교실 도서관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충분한 양의 책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실 도서관의 책을 모으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 도서관이나 지역 도서관의 협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는 독서 워크숍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 경로로 책을 구입하거나 대여하여 다양한 수준과 장르의 책을 확보해야 한다. 독서 워크숍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이 읽는 책이 늘어나기 때문에 교사는 적어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새로운 책들로 도서관을 꾸며야 한다.

또한 교실의 물리적 공간을 편안하게 구성하는 것과 더불어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선택해서 읽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하고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잘 들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짝 활동이나 소그룹 활동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워크숍 교실의 규칙이나 진행 방법에 대해 미니 레슨을 실시하고 규칙을 서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Atwell(1998)은 자신의 중학교 교실에서 사용하는 독서 워크숍의 규칙을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이 교실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혹은 코믹물은 읽지 않고 주로 책만 읽도록 하고 있다. 흥미 위주의 읽기 자료들은 학생들의 독서 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 스스로 선택한 책이라고 하더라도 읽기 싫거나 흥미가 없으면 중단해도 된다. Atwell(1998)이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독서 일지를 적는 일이다. 다 읽은 책에 대한 정보도 적지만 중도에 그만둔 책 이름도 상세히 적도록 한다. 독서 일지를 통해서 학생 개개인의 독서 이력이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독서 워크숍 교실의 규칙은 학생에 따라, 교사의 교육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독서 워크숍의 구성 요소

독서 워크숍 활동은 크게 도입, 전개, 마무리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도입 과정은 교사 주도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미니 레슨과 소리 내어 읽기가 이에 해당한다. 미니 레슨과 소리 내어 읽기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미니 레슨 중에 소리 내어 읽기가 이루어진다. 약 5~10분 정도로 미니 레슨과 소리 내어 읽기가 진행된다. 전개 단계는 자립적 읽기와 협의하기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혹은 모둠별로 앉아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학생들이 자립적으로 책을 읽는 시간은 약 30~40분 정도로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립적 읽기 시간에 교사는 혼자서 읽기 어려운 학생들을 개인별 혹은 모둠별로 만나서 협의하기를 통해 독서 전략을 지도한다. 혼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학생들은 교사가 제공하는 독서일지나 반응 과제를 수행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교사의 안내된 읽기 활동에 참여하여 함께 활동을 한다.

그리고 마무리 단계는 수업이 끝나기 5분 전에 모든 학생들이 다 같이 모여서 각자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각 단계의 활동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미니 레슨(mini-lesson)과 소리 내어 읽기(read-aloud)

미니 레슨은 독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독해력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독해 전략을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지도하는 것이다. 미니 레슨에서 교사의 지도 활동은 학생들이 텍스트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약 10~15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먼저 기능이나 전략이 무엇인지, 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기능이나 전략 사용의 예를 교사가 직접 시범으로 보여준 다음에 학생들이 짝이나 소그룹별로 기능이나 전략을 연습할 기회를 준다. 교사는 학생들이 자립적인 읽기 시간에 기능이나 전략을 지속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소리 내어 읽기는 학생들을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여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소리 내어 읽기는 단순히 글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독서공동체에 참여하여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소리 내어 읽기에서는 교사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장르나 스타일의 책을 소개하고, 읽기 전략을 실제로 적용해서 보여준다. 학생들에게 읽기의 즐거움과 텍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토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창성, 리듬, 억양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소리 내어 읽기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소리 내어 읽기는 미니 레슨과 통합하여 운영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교사는 소리 내어 읽으면서 독서 전략을 사용하는 시범을 보인다.

2. 자립적 읽기(independent reading)와 협의하기(conferring)

많은 독서 연구자들은 학생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려면 학교에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적다. 더구나 매일 읽는 독서 활동도 과제로 제시되는 것일 때가 대부분이다. 독서의 심미적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편안하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자립적 읽기 시간은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선택해서 혼자서 조용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학생들이 미니 레슨에서 배운 전략이나 읽기를 적용하여 스스로 읽고 연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혼자서 읽을 수도 있고, 짝과 함께 읽을 수도 있으며 소그룹별로 읽을 수도 있다. 학생들은 이 시간에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독자 반응 노트에 텍스트에 대한 반응을 기록하거나 짝과 함께 활동하기도 하고, 소그룹별 토의에 참여하기도 한다.

다만 미숙한 독자들에게는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는 안내된 읽기와 개인별 혹은 소그룹별로 협의하기 활동을 통해서 미숙한 독자들의 독서 기능과 전략 사용을 지도한다. 따라서 협의하기 또한 워크숍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이다.

협의하기(conferring)에 참여하는 것은 학생들이 학습에서 주인 의식을 갖도록 하여 학습 태도를 개선하고 자신감을 얻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협의하기는 교사에게 학생들의 읽기 과정과 태도, 독서 능력의 발달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읽은 자료에 대해 생각하고 숙고하도록 격려함으로써 학생들의 메타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소그룹이나 개인별 협의는 학생과 교사, 학생 상호간의 의미 있는 대화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상황에서의 대화 전략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교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자신이 읽고 있는 것에 대해 반응하고 숙고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 읽은 것에 대해 친구나 교사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교사의 지도에 따라 내용을 요약하거나 인물맵을 그릴 수도 있다. 반응 일지(response journal)를 쓰는 것도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생각이나 느낌, 질문 등을 자유롭게 반응 일지에 기록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반응 일지를 바탕으로 협의하기나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3. 나누기(sharing)

나누기 시간은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학생들이 읽은 내용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다. 이 시간을 통해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읽은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누기를 통해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는지, 혹은 무엇을 배우지 못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배우거나 했던 일, 예를 들면 읽기에 적용했던 전략이나 함께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모여 토의를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그들이 함께 했던 학습에 대해 듣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나누기 시간에 각자가 한 일에 대해 토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학생들은 책임감을 갖고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독서 워크숍은 매 시간 ‘미니 레슨-자립적 읽기-나누기’의 사이클을 반복하게 되는데 특정한 기간에만 워크숍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1학기나 1년 동안의 수업 전체가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된다. 워크숍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학생들은 연간 200~300권의 책을 읽게 된다. 독서 워크숍이 학생들의 독서 능력과 태도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다양한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서 입증되어 왔다.

그러나 독서 워크숍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실을 워크숍 환경으로 구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독서 능력을 관찰, 평가하여 지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있어야 한다. 이제 학생들의 독서 활동은 교실과 교사를 떠나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교실에서 책 읽기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구자옥·김성숙·이혜원·조성민·박혜영(2016),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 PISA2015 결과 보고서, 연구보고 RRE 2016-2-2, 한국교육과정평가원.
• 김주환(2016), 작가의식을 기르는 글쓰기 워크숍, 대학작문 18, 151-188.
• Atwell, N. (1998), In the Middle: New Understandings about Writing, Reading, and Learning, Portsmouth, NH : Boynton/Cook, Heinemann Educational Books.
• Serafini. F. (2001), The reading workshop : creating space for readers, Portsmouth, NH : Heine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