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Vol.225.겨울호

교육 활동으로서의 국제교류

c_11_1  본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유로아시안 라이시움(Euro-asian Lyceum)’과 올해 5월과 10월 두 차례의 국제교류를 실시했다. 국제교류의 주 내용은 학생 12명 내외의 상호교류, 공동 수업, 홈스테이, 문화 역사 체험 등으로 사전에 합의된 내용에 따랐다. 5월에는 러시아 측에서 한국에 방문했고, 10월에는 우리가 러시아에 방문했다. 주요 일정과 내용은 행사 주최 학교에서 주도적으로 준비하여 기획했고, 현지 한국교육원의 도움을 받아 주로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방문 학교와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했다.
  5월 방한 프로그램을 계획하면서 염두에 둔 큰 흐름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소개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사물놀이 공동 수업, 한복 체험, 경복궁·남산 한옥 마을·인사동 관광 등을 통해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고, 서울타워, 롯데월드, 대중교통 체험 등을 통해 현재의 서울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끝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인공지능의 명암을 주제로 영어 공동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 국제교류 방한 행사는 전부 학교의 역량으로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하는 도전이었다.
체험활동, 공동 수업, 홈스테이 등 하나부터 열까지 교사가 직접 계획하고 답사하고 확인해야 했다. 외국 학생과 우리 학생이 반반 섞여있는 교실은 여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업 환경이었다. 과거 외국 학생이 방문했을 때, 우리 교실에 외국 학생 한 두 명이 참관 하듯 앉아있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야말로 공동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매우 컸다. 홈스테이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학부모님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다.
파트너 학생의 자유분방함에 당황하기도 하고 방과후에 안전한 서울의 밤거리와 한강 의 야경을 즐기려는 러시아 학생들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또한 홈스테이를 치른 학부모님들 중에는 며칠간의 손님 대접이 너무나 큰 부담이었고 러시아 학생들이 기대와 달리 가정 문화 체험에 소극적이고 밖으로 나가려고만 한다고 실망감을 토로하신 분도 계셨다. 학교 선생님 중에는 소수 몇 명을 위해 학교 역량을 과소비하는 것 같다는 문제제기도 했다.
5월 행사를 마치고, 처음 해보는 큰 행사를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온 힘을 다해 치렀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매우 컸지만, 한편으로는 국제교류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 처음의 기대와 다른 문화적 충격, 과도한 에너지 소모 등의 문제를 숙제로 떠안게 되었다.
  10월 러시아 방문 행사는 주최측 러시아 학교가 일정과 내용을 주도적으로 계획했다. 방문 시기에 우연히 일정에 맞은 러시아 예술 축제 관람, 시내 관광, 전통문화 체험, 영어 공동 수업, 음식 만들기 공동 수업, 극동연방대학 탐방 등을 주요 내용으로 잡았다. 우리는 러시아 측 제안에 대해 두 가지 부분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수리스크를 꼭 방문하여 독립운동의 역사와 유적을 보는 기회를 넣어줄 것, 또 다른 하나는 극동연방대학 탐방 시 학교 관계자가 나와서 학교 소개 및 입학 안내까지 해 주는 것이었다. 러시아 학교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수용하여 일정을 조정해 주었다. 안타깝지만 러시아 예술 축제 관람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c_11_2  러시아를 방문하기에 앞서 5월에 느꼈던 당황스러움과 실망감에 대비한 예방 접종 차원에서 사전 교육을 철저히 했다. 방문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스터디 그룹을 조직하여 공부했고, 러시아 학생들의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에 대비하여 넓은 이해심을 갖도록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4박 5일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느낀 것은 러시아 학생들과 교사들이 5월에 우리가 쏟았던 정성을 모두 알고 있었고 이에 부응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한국 학부모님들의 정성과 극진한 손님 맞이를 러시아 학생들도 무심한 듯했지만 모두 느끼고 있었고 이를 그대로 전달했던 것이다. 러시아 교사와 학부모의 사전 모임이 여러 차례 있었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그쪽 교장 선생님이 자랑 비슷하게 강조하기도 했었다. 러시아 학생들도 달랐다. 최대한 한국 학생을 배려했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펼치지 않았다.
5월과 10월 두 행사를 모두 치르고서야 학교 간 국제교류가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문화 체험을 통한 상호 이해가 이론이 아닌 현실로 순탄치 않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알았고, 무엇보다 양쪽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변화와 발전, 상호 이해와 협력, 이를 위한 배려와 노력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배움이었다. 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