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0 여름호 (239호)

‘다문화가정의 교육전략은 따로 있다’,
다문화는 미래의 전략 자산

최홍길 (선정고등학교, 교사)

며칠 전에 마스크를 쓰고 종로의 서점을 찾았는데 ‘다문화가정의 교육전략은 따로 있다’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저자인 김만호 실장은 다문화가정의 부모가 구입해서 정독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부모가 먼저 숙지한 다음, 자녀들에게 그 길을 알려주는 게 순서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10년 이상 미국에서 일하다가 2006년 귀국한 저자는 대학 강단은 물론이려니와 각종 교육 관련 단체에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교육현실과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변의 다문화가정 지인들이 교육정보 부족으로 자녀교육과 대학입시 준비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대에서 ‘다문화자녀 교육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저자는 저소득층 다문화가정이 매우 심각한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틈나는 대로 지방을 오가며 이주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이주 여성들 대다수는 한국어가 서툴고 전문적인 법률과 경제 지식 등이 부족한데다 특히 자녀교육이라는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갈 정보가 더욱 부족함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년 동안 다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섭렵한 다음, 독자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선별해 도표와 그래프 같은 실증적 자료까지 글의 중간중간에 끼 워 넣었는데, 이런 도표 등은 본문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게 한다. 글의 시작부에서 다문화가정의 부모와 자녀는 물론이려니와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이 책이 참고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대학생 멘토링 제도의 활성화 필요

본문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유아교육에서부터 대학입시에 이르기까지 교육전략을 철저하게 분석했 다. 본문은 1부 한국 다문화가정의 현실, 2부 사교육과 교육격차, 3부 문제는 학습결손, 4부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진로와 직업교육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가정교육의 방법과 회복탄력성 문제, 2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사교육 현황과 다문화가정의 사교육 참여 실태, 3부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과 과목별 공부법, 4부에서는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지원 서비스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일반 가정의 대학진학률이 70%를 훌쩍 넘는 반면, 다문화가정의 경우는 50%도 채 안 된 다면서 그 원인을 학교생활 부적응과 ‘학습 결손’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학습 결손 문제는 부모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에 제3자의 학습 지도 도움이 절실하다며 다방면의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교육이 팽배한 우리의 현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는 일반적으로 저소득 취약계층이 많기에 사교육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울어진 교육 운동장’의 수평을 위해 대학생이 주축이 된 멘토링 사업에 방점을 찍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지도교수의 추천 을 받은 대학생 멘토가 초·중·고 다문화학생과 1:1로 매칭이 되어 이들의 학습과 과제 지도, 그리고 고민 상담을 지원하는데, 멘토에게는 시간당 일정액 의 근로장학금을 지급한다는 게 요지이다. 이 제도를 보다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것이다.

미래의 자산, 이중언어 능력

또한, 다문화가정만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 자산인 ‘이중언어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모국어로 자녀들의 취학이나 취업의 대안을 넓혀줄 수 있다는 언어자본으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다문화가정의 자녀에게 모국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자아정체성과 일련의 응집력으로 가족을 연결하는 매우 강력한 가치체계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권이나 유럽에서 이주한 가정의 경우에는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모국어를 교육하는 반면, 동남아 등에서 이주한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가정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가정에 비해 그 환경이 열악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렇기에 저자는 시·군·구 소재 다문화가족센터 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성가족부 등의 도움을 받아서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능력 향상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온 엄마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해야 아이의 학습 지도와 진로 지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주지하다시피 이중언어 능력의 토대를 갖춘 자녀들이 미래사회의 자산인 이중언어를 자연스레 구사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정 부모들은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이미 지자체나 전국 단위 행사로 이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행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상북도 주관으로 베트남의 대학에서 열리는 이중언어 캠프와 교육부 주관의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가운데 다문화가족 지원기금을 조성해 베트남 현지에 가서 캠프를 운영하는 경북의 사례가 이채롭다. 지자체 주관의 이중언어 대회 수상자와 국내캠프 성적우수자 등 20여 명을 선발해 이중언어 캠프와 교육부 주관의 이중언어 집중학습, 베트남 문화의 이해 및 탐방, 현지 대학생들과 멘토링 등을 열흘간 실시한다는 것이다.

다문화·다양성이 경쟁력

필자는 4년 전쯤 베트남 하노이의 ‘응우옌 주’중학교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이 학교는 관광지인 호안끼엠 호수 인근에 있기에 수업이 없는 날에는 호수 주위로 나가 동서양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36거리에는 시장이 몰려 있기에 사파 등에서 온 소수민족도 있는데 독특한 복장을 한 이들과 서양에서 온 관광객들이 어울려 대화하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각인돼 있다. 다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호안끼엠에 가보기를 권한다.
몇 년 전부터 필자는 ‘다양성이 경쟁력’의 약자(略 字)인 ‘다경’이라는 교원학습공동체를 운영해 오고 있다. 작년 겨울방학 때는 그 선생님들 몇 분과 같이 호안끼엠을 찾아가서 다문화 체험을 하면서 수업자료 까지 만들었다. 거기서 내린 결론은 이제부터 다문화와 다양성이 경쟁력이라는 것이었다. 올해는 다경 선생님들과 같이 저자의 이 책을 읽고서 토의와 토론을 거쳐 다문화의 길을 모색해 볼 작정이다.
게다가 일본 유학생이 많은 우리 학교는 오래전부터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정책학교’로 지정 돼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예전에는 다문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 등에 중점을 두었다면, 요즘은 일반 학생과 같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상호문화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내에서 실시되는 전 문가 초청 학생·학부모 특강과 어울림한마당 행사, 교외에서 1박2일로 열리는 인성캠프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다문화 인구가 이미 2백만 명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총인구의 10% 정도가 될 거라는 예측도 있다. 이처럼 다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다. 노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때문에 전남의 어느 섬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10% 이상인 지역도 있다고 들었다.
바야흐로 우리는 다문화와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세계화와 맞물려 있기에 ‘배척’으로만 일관할 때는 이미 지났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감이 되는 명언이기에 그대로 옮겨 적는다.
“우리와 다른 문화는 포용과 상생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마땅합니다. 지구촌 시대를 탄력적으로 살아가려면 보다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자녀들의 놀이터는 좁디좁은 대한민국이 아니고, 광활하게 열린 신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탄탄한 기반을 조성해 주는 것 또한 우리 세대의 책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