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9 여름호 (235호)

배움의 공간,
상상에서 현실로

함영기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수원, 중등교원연수부장)

1. 삶의 장소, 학교

아이들의 주된 생활공간인 학교는 사각형의 교실과 일자형의 긴 복도,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학교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담장 등 비슷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학생들은 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에 따라 수업, 쉼, 급식을 제공받으며, 학교에서 제시하는 규칙에 따라 질서있게 행동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학교가 규격화된 성냥갑처럼 지어 지던 근대 시기,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길들여 표준화시키는 것이었다(김경인, 2014). 근대적 교육 공간으로서 학교는 훈육(discipline)을 그 중심 원리로 두었고, 학교의 모습도 그에 맞춰 변화되었다(한용진, 2011). 이러한 공간에서 선발적 교육관에 따라 이루어지는 교육은 학생의 고유성과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적 경험의 구성과 전인적 성장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1962년에 도입된 ‘학교시설 표준설계도’는 학교마다 가져야 할 고유한 개성을 무시하고 천 편일률적인 배움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학교 공간 구조의 획일성에 대한 지적에 따라 1990년대에는 현대화 시범학교 계획에 따른 학교 건축물 다양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로써 표준 설계도가 사라지고 열린교실, 교과교실, 정보화교실, 복합화교실 및 일부 학교에서 BTL사업 (민간투자사업) 등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적용된 ‘표준건축비’로 인해 현대적 학 교 공간의 설계와 시공에 필요한 재정을 조달하지 못한 것이 배움의 공간을 혁신하는 데 큰 한계로 작용했다.

학교 공간은 아이들이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떤 체험을 하느냐에 따라 교육적 경험을 구성하기도 하고 학교생활을 나쁜 기억으로 내면화하기도 한다. 송순재(2011)는 학교 공간의 교육학적 조성을 위한 열한 가지 문제를 정리하였다. 그것은 1) 철학, 2) 합리성과 안전성, 3) 아늑함과 트임, 4) 삶의 분지화와 전체성1, 5) 민주 적 공간, 6) 아름다움, 7) 내면성, 8) 생동성2, 9) 전통과의 교류, 10) 생태적 시각, 11) 함께 하는 집짓기 프로젝트 등이다.

학교의 공간은 그 자체로 중요한 교육과정이자 하나의 교과서, 텍스트이다. 학생들은 그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이 전수되는 방식, 생활을 영위하는 방식 그리고 그 공간이 내포하는 문화적 취향을 익힌다(김승회, 2015). 이런 까닭에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학교 공간에서 삶의 경험을 구성하는 아이들은 그곳이 어떤 공간인가에 따라 매우 다른 문화적 소양을 갖게 된다. 듀이(1915)는 이미 백 년 전에 전통적인 교실에 아이들의 작업 공간이 없음을 지적하고, 아이들이 구성, 창조, 탐구하기 위한 작업장이나 실험실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교과를 배우기 위한 별도의 장소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회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듀이의 주장은 결국 학교의 역할과 성격을 전통적인 지식 전달의 공간이 아닌, 가정의 일과 삶이 연계된 현재적인 아동의 생활 경험과 훈련의 장, 대화 및 활동의 장, 공동체의 장으로 인식하게 하였다(류호섭, 2016).

이 글은 아이들의 학습, 일, 놀이, 쉼을 적절하게 보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학교 공간의 역할을 묻고, 미래지향적 교육체제의 일부이자 교직원이 하루 종일 직업 활동을 하는 일터로 학교 공간 문제를 검토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혁신의 시대에 교사, 학생, 학부모는 물론이 고 모든 시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적 의제로 학교 공간 문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배움의 공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국가 차원에서 학교 건축 및 시설에 관한 법령의 개정이나 재정 투자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미래사회의 변화와 학교 공간

가. 미래사회의 변화와 학교 공간

미래사회에는 저출산 및 고령화, 도시집중화, 환경파괴와 에너지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기술진화는 더욱 빠르게 진척되어 학습자의 생활양식을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송병준·주범, 2011). 미래사회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로는 사회구조, 경제활동, 환경, 과학기술, 문화예술 등이 있다. 미래사회의 생활패턴의 변화를 감안하여 미래 학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①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학습 공간 조성, ② 지속가능한 학교건축, ③ 다양한 모습의 학교건축, ④ 무장애 및 안전한 학교건축, ⑤ 지역사회의 필요시설과 노령화사회에 대비하는 평생교육 시설로서의 학교이다(이연수, 2009). 이와 관련하여 OECD(2001)는 미래학교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로 제시하였다. 제시된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하여 이상적인 형태의 미래학교를 상상해보면, 관료체제와 시장화(시나리오 1, 2)를 극복하고 학교가 사회적 구심과 학습을 위한 중점기관(시나리오 3, 4)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학습자 네트워크(시나리오 5)와 공존하는 것이다.

시나리오⑤의 학습자 네트워크를 포괄하기 위해서는 학교 공간이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 로 충분한 미래지향적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물론 기술적 인프라만으로 학생들의 ‘학습의 기쁨과 능동적 참여(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4)’를 보장할 수는 없다. 미래학교는 개인의 생애를 설계하는 곳,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의 학습을 지원하는 곳, 사회와 학습의 벽을 허물어 주는 곳이다. 계보경(2016)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미래학교의 방향을 스마트 학교, 글로벌·지역사회와 연계된 학교, 생태지향적 학교, 안전한 학교, 즐거운 학교로 제안하였다. 제안에 따르면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을 구축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 기점을 포함하여 학습자의 바람직한 성장에 장애가 되었던 모든 환경 요소를 제거하고 학습, 일, 쉼, 놀이가 충만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re-schooling)’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초연결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미래역량을 요구한다. 따라서 미래역량을 발현하는 토대인 학교 공간 역시 미래지향적으로 전환되어야 한 다. 이로 볼 때 학교는 접속/비접속의 경계가 없는 상시적 네트워크의 공간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창의융합교육, 메이커 교육 등 새로운 교육정책에 따른 홈베이스와 미래공방교실도 적극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미래학교 공간은 학생들의 감수성을 충만하게 키워주는 곳이어야 한다. 이경선(2016)은 지속가능한 미래학교를 고민하면서 몇 가지 속성을 제안하였는데 그것은 연속성, 다의성, 상징성, 의외성, 자연친화성 등이다. 연속성은 시선과 동선 및 체험의 연결을 보장하는 개념이며, 다의성은 가변적인 공간 구조와 융통성 있는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징성은 추상적, 해학적 표현과 정체성 및 장소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개념이고 의외성은 비일상적 스케일, 의외의 소재 사용과 디자인을 뜻한다. 자연친화성은 자연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며 채광, 통풍, 자연 소재 사용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재의 학교 공간이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시설 구조로 학생들의 편의·안전·정서를 고려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6년 서울미래교육준비협의체 활동 및 교육감의 교육혁신 제안을 통하여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학교 공간 구축’을 주요한 국가수준 미래교육 의제로 제안하였다. 교육청은 학교 공간의 구성 및 재구조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당사자가 참여하는 ‘학교건축심의위원회’ 구성과 ‘꿈을 담은 교실 만들기’사업의전국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학습,일,쉼,놀이가 공존하는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시공을 초월하는 학습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 학습과 일을 통합하는 공작소(maker space)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포괄적 배움터인 ‘학습공원(learning park)’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나.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의 조건

미래사회에서는 이에 조응하는 새로운 인재를 필요로 하므로 미래학교의 도입을 통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교육을 염두에 둔 기능 중심적 학교 공간의 설계가 필요하다(Keris, 2011-12). 학교는 단순히 미래사회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노동력을 수동적으로 공급하는 창구가 아니다. 학습자의 바람직한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좋은 성장’의 결과로 학생들은 그 고유성을 간직한 채 미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는 감시와 통제 기능을 넘어 학생들의 고유성과 존엄성 보장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아울러 미래사회는 기술 진화로 인해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생활 감시 및 정보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학교는 생명의 존엄성과 안전의 중요성을 익히고 체험하는 학습장이 되어야 한다.

미래지향적 교육플랫폼의 일부로 작동하는 학교 공간은 교육자원을 공유하는 거점으로 타인 혹은 기계와의 초 연결을 통해 교육적 경험을 확대하고 재구성하는 유비쿼터스 공간을 요구한다. 또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민주주의를 학습해 나가는 참여와 자치의 공간, 생명체가 상호작용하고 감응하며 성장하는 개방적 친환경 생태 공간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몸을 통한 표현과 생산적 활동의 장이 되어야한다. 신체와 정신, 그리고 사회적 발달의 거점으로써 학교는 학생들에게 수공노작과 미디어 생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미래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및 수업·평가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될 것인 바, 이와 같은 교육활동이 무리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적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 학생들은 쉼과 놀이를 즐기며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을 이끌고 촉진(facilitation)한다. 기존의 학급은 관리 단위가 아닌 자치 단위로 전환되고 학습은 학급이 아닌 주제 단위로 재편된다. 미래학교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적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학교에서는 무학년제 실시에 따라 학년을 초월하여 학습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학습단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며, 교육과정 자율화에 따른 선택형 학습 및 더 많은 탐구와조사, 다양한 체험의 물리적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가변적 공간 구성(이용환, 2011)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모든 공간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은 공간의 주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사용자 참여 디자인’이라 불리는 이 과정에는 교육과정과 공간을 결합하는 적극적인 방식, 공간설계 및 시공의 전 과정에서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방식등이 있다. 이는 해당학교의 조건과 준비 정도에 따라 다양한 층위에서 시도할 수 있다. 공간혁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해야 할 것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그 공간을 사용할 ‘주인’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곧 시민교육의 중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2019년 3월 시도교육청에 배포한 학교공간혁신사업 가이드라인(시안)에서 통해 이 사업의 목적을 ‘미래사회 주역인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교육활동을 통해 학습과 놀이 및 휴식 등 균형잡힌 삶의 공간으로서 학교 만들기’로 설정하였다.그리고 그 아래 미래교육 대응, 민주시민교육, 자치공동체 실현 등의 세부 목표를 제시하였다. 미래교육 대응은 학생 중심의 협동학습, 창의적 융·복합교육 등 미래 혁신교육에 필요한 다양하고 유연한 공간 을 조성하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 영역은 학교사용자의 주도적 참여설계를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 및 의사소통 능력 향상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민주시민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자치공동체 실현은 학교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문화형성 및 삶의 중심 공간으로서 학교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공간사업에 ‘시설환경개선사업’을 넘어서는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상당수의 교육청에서 공간혁신과정을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사고하고 있으며 일부 시도에서는 ‘민주학교’의 공간 개선에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공간혁신을 교육과정 실행의 결과물로 이뤄내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은 공간주권이라는 개념 속에서 자신들이 설계하고 만든 공간을 사용하는 데 있어 강한 책임성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3.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학교 공간 혁신

가. 학교 공간 혁신 사례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미래교육준비협의체 활동을 통한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에 대한 담론화, 미래교육 상상톡과정에서 현장교원들의 학교공간에 대한 의견 수집, 신설학교 건축 및 기존학교에 대한 리모델링 과정에서 미래지향적 공간 혁신의 방향을 유지해 왔다. 이를 위하여 공간기획단의 운영, 미래학교 시범 운영, 현장교원 중심의 공간혁신 TF활동, 공간자문관 운영, MP(Master Planner) 도입 등 배움의 공간에 대한 혁신을 주요 정책으로 삼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래지향적 신축학교 설계, 꿈을 담은 교실, 꾸 미고 꿈꾸는 화장실 사업을 추진 중이고, 미래공방교실(메이커 교실) 운영에 대한 연차 계획을 밝혔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모든 신설학교는 설계 전 요구 조사 단계에서 그 공간 을 사용할 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으며, 기존 학교를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학교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 혁신 방안은 종합적 추진 전략인 ‘서울교육 공간플랜’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나. 사용자 참여 디자인의 적용

사용자 참여 디자인은 공간혁신 과정에서 일관되게 준수해야 할 중요한 원칙이다. 공간을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공간 설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공간 운영에도 주인된 마음으 로 사용한다. 꿈을 담은 교실에서는 ‘어린이 디자인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사용자 참여 정신 을 살렸고, 꾸미고 꿈꾸는 화장실, 꿈을 담은 놀이터,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사업 역시 사 용자가 처음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여 공동으로 의사를 결정했다. 사용자 참여디자인은 소극 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단계부터 공동결정, 공동시행에 이르기까지 층위가 다양하다. 학교 구성원의 조건에 맞게 참여의 질과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적극적인 참여 방식으로는 시작부 터 끝 단계까지 교육과정과 결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원하는 학교 공간’을 주제로 프로젝트 학습이나 교과통합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서울교육 공간플랜 이행 과정에서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하여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학교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의 조건을 고려하여 공간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4. 미래지향적 교육 공간을 위한 제언

교육부는 최근 학교 공간혁신 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천편일률적인 초· 중·고교 건물을 혁신적으로 뜯어고쳐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의적·감성적 공간으로 바꾸는 계획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이 사업에 향후 5년간 총 3조 5000억원을 투입해 최소 1250여 개 학교를 혁신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6년 서울미래교육준비협의 체 활동 및 교육감의 교육혁신 제안을 통하여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학교 공간 구축’을 주요한 국가수준의 미래교육 의제로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교육 공간의 전략적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해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채택하고 이를 전담할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가칭)미래지향적 학교 공간 위원회’는 학교 공간 혁신의 중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사회적 담론 형성과 의견 수합의 창구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가. 미래지향적 학교 건축을 위한 제안

지금 건축하는 신설학교는 최소 50년 이상의 수명을 갖는다. 그런데 미래지향적 설계가 이뤄지지 않고 기존의 학교건축 문법을 답습했을 경우 몇 년 가지 않아 불편한 시설이 될 수도 있다. 미래학교는 기존의 학급을 기준으로 하는 설계를 넘어 통합학습, 주제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새롭게 포함해야 한다. 또한 일자형 복도, 사각형의 교실 등 획일적 건축을 지양하고 학교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다양하게 설계해야 하며 학교 농장 및 생태 실습지, 태양광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공급 시설 등도 갖추어야 한다. 학교의 전 구역에서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하도록 초고속 AP를 설치하고 언제, 어디서나, 모든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접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비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가 지역의 교육 거점, 평생학습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유연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나. 기존 학교 재구조화

기존 학교의 재구조화를 위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가칭)학교 공간 재구성 위원회’를 구성하고 미래사회의 변화와 구성원의 요구를 결합하여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한다. 교실 내부의 재구조화뿐만 아니라 교실과 복도를 터서 학습과 놀이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며 기존의 과학실, 기술실 등을 개조하여 메이커 스페이스로 전환한다. 기존의 컴퓨터실은 유무선 통합 학습환경으로 전환하고, 3D 프린터, 로봇 시연 등이 가능하도록 U-Class 환경으로 개조해 나간다. 이때, 학생들이 원하는 배움의 공간에 대해 충분히 발언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교육과정과 결합한다.

다. 쟁점 및 제언

예상되는 쟁점으로는 첫째, 배움의 공간을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할 때 장애가 되는 제도와 관행의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신축 및 재구조화와 관련한 법률, 시행령, 조례 등을 검토하여 학교설립기준을 최소화하는 등 미래지향적 학교가 설계되고 건축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현재 교육청의 학교 건축, 관리, 시설 관련 위원회로는 공유재산심의회, 계약심의위원회, 기술자문위원회, 학교시설물안전관리위원회, 재난위험시설심의위원회, 개축심의위원회, 교육시설정책자문위원회 등이 있다. 이 중 교육시설정책자문위원회는 교육 시설 관련 정책 자문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이 위원회를 확대, 재편성하든지 혹은 신설 위원회를 설치하여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에 대한 중장기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로는 학교 건축을 위한 재정 확충의 문제가 있다. 1990년대 도입된 ‘표준건축비’ 개념 은 다양한 형태의 학교 건축을 상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이다. 표준건축비를 상향 조정 하거나 교육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학교의 신축 및 재구조화를 위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배움의 공간에 대한 투자는 현재를 위한 기반 시설일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공공재가 될 수 있다(나은중 외, 2017).

셋째로는 사회적 인식 제고의 문제이다. 학교가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은 그 동안 꾸준히 있었다. 특히 인프라 측면에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학교를 불편하다고 느끼는 학생들, 다른 배움을 찾아 이탈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학교가 단순히 낮 시간 동안 학생들을 맡아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 학습의 즐거움과 성장의 기쁨을 누리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공간 개선에 대한 획기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인식 전환 의 대전제는 ‘학교 건축물은 말을 걸어오는 형상’이며(송순재, 2005), ‘사람과 공간이 만나 학습이 일어난다(CELE, 2010; 신나민·박종향, 2011, 재인용)’는 상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 공간을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함양하는 곳이자, 자유로운 상 상력의 토대가 되는 삶의 공간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교육공간 관련 사업은 충분한 여유를 갖고 추진되어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 예산, 전문가 풀은 한정돼 있는데 전국적으로 일시에 사업을 진행하면 부실이 뒤따른다. 공간의 주인이 공간을 설계한다는 원칙에 따라 배움의 공간을 혁신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의 견을 듣고 반영하되, 시행에 있어서는 충분한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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