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여름호 (243호)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
학교전체적 접근으로

이선경(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사람과 지구를 위한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은 우리와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지구를 위해 배우고 행동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2021년 5월 19일 채택된 유네스코 베를린 회의 선언문 중에서)

들어가며

살다보면 우리 삶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일들을 만나게 된다. 6년 전 세월호가 그랬고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코로나19가 그러하다. 더 이상 예전처럼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느낌, 예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도 없고 또 돌아가서도 안 된다는 인식과 더불어, 여태까지의 우리의 삶과 교육적 실천들을 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래서 뭔가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건들이다.

최근 교육과 지속가능발전 관련 국제 문서에서는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 즉, 변혁(transformation)이 강조되고 있다. OECD 나침반 2030이라고 지칭되는 OECD 학습 프레임워크(OECD, 2018; OECD, 2019)에서는 미래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과 집단의 웰빙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학습자가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es)과 행위주체성(agency)을 가지고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드는데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2020년 유네스코에서 발표된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ESD for 2030) 문서에서는 UN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고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핵심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큰 변혁(big transformation)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큰 변혁은 개인의 변혁적 실행, 사회 구조의 변혁, 첨단 기술 미래를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UNESCO, 2020).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전반에서생태문명으로의 전환과 이를 위한 교육이 화두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 변혁 또는 전환이 전 지구적으로 또는 우리 사회에서 강조되는 데에는 기후위기, 불평등,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 구조 등 현대의 근대 문명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공동의 인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코로나19를 통해 그 인식은 확신으로 이어진다. 2020년 6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발표한 생태전환교육 종합계획을 통해 제안되었던 생태전환교육은 7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비상선언을 거쳐 이제 우리나라 교육계에 핵심적인 우선 순위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는 생태전환교육, 환경생태교육, 생태환경교육, 환경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등 약간씩 다른 이름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문명의 실제를 고찰하고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의 완화 및 저감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듯 지난 4월 개최된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차기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에서는 2022년 개정될 차기교육과정의 중점 추진 영역 4가지 중 하나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을 포함하고, 생태전환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 등을 명시하여,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가시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와 교육계의 논의에 동의는 하면서도 생태전환교육이 기존의 환경교육이나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어떻게 다른지, 실제로 학교 교육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한다. 본고에서는 생태전환교육과 유사한 교육들을 개괄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에서의 실천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환경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생태전환교육

환경교육1

환경교육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인식된다. 실제로 맥락이 다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환경교육을 논의할 때 그들이 경험한 또는 전제하고 있는 환경교육의 의미는 지극히 다를 수 있다. 오랫동안 생태체험교육을 수행한 환경교육지도자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에서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환경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아직도 청결교육이나 오염교육의 형태가 환경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지속가능발전교육과 동일시하는 사람도 있다. 환경교육은 현장 답사(field trip), 야외 연구(outdoor research), 보전교육(conservation education), 도시 연구(urban study), 오염교육(pollution education), 글로벌 교육(global education),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데(Palmer & Neal, 1994), 이는 환경교육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뿌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60년대 이전에는 자연 연구(nature study)나 현장 답사(field trip)의 형태가 주된 형태였다. 식물과 동물, 이들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물질계에 대한 자연 학습 및 연구와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생물학, 지질학 등 특정한 학문에 중점을 둔 조사 활동이 주로 이루어졌으며, 1948년 IUCN(국제자연보존연맹) 회의에서 ‘환경교육’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영국에서는 1965년 ‘환경교육’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으며, 미국에서는 1969년 북미환경교육학회의 설립과 함께 발간된 환경교육 학술지에서 환경교육이 ‘생물·물리학적인 환경과 이를 둘러싼 문제들에 관련된 지식을 갖추고, 이 문제들을 푸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잘 알며, 그 해결을 위해 의욕적으로 노력하는 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되었다(Stapp et al., 1969). 1970년대에는 야외교육, 현장 연구, 보전교육, 도시 연구 등의 형태로 환경교육이 이루어졌으며, 특히 1972년 인간 환경에 관한 유엔회의(스톡홀름), 1975년 환경교육에 관한 유네스코/유넵 회의(베오그라드), 1977년 환경교육에 관한 최초의 정부 간 회의(트빌리시) 등 국제회의가 이루어지면서 여러 나라의 협력으로 환경교육을 수행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1980년대에는 글로벌교육(global education), 개발교육(developmental education) 등의 형태로 확장되면서 환경교육이 정치적 차원을 가지게 되었으며, 가치교육(vlaue education)과 실행 연구(action research)도 강조되었다. 특히 실행 연구를 통하여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졌으며, 1980년 IUCN의 세계 보전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통한 자원 보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보전과 개발이 상호 의존적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라고도 불리는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 정의되고 국제적인 화두가 되었다. 이후의 환경교육은 환경, 경제, 사회의 조화를 강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사회의 변혁을 지향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측면을 긴밀히 반영하게 되었으며, 실행의 중요성 등이 부각되었다. 2005년 UN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이 지정되고, 유네스코에 의해 선도되면서 전 세계의 환경교육은 지속가능발전 또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그 범위가 더욱 확장되었다. 현대의 환경교육은 ‘개인, 지역사회와 조직이 환경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환경을 조사하는 기능을 발달시키고, 이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현명하고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과정’으로 정의된다(NAAEE, 2020). 따라서 환경교육은 지속가능성의 원리에 기반하며,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갈지에 초점을 맞춘다.

지속가능발전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교육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실천 전략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치관과 역량, 비전을 가지고, 이를 실천해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2년 유엔 총회에서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10년을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UN Decade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DESD, 2005-2014)’으로 지정하였고, 유네스코를 그 선도기관으로 지정하였으며,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노력이 수행되었다.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이 종료된 2014년, 유네스코는 보다 실천적인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국제실천프로그램(Global Action Programme, GAP, 2015-2019)을 제시하였다. 이후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교육2030(ESD for 2030)을 통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저해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WCED, 1987)’으로 세대 간, 세대 내, 생물종 간 형평성을 강조하고, 경제 발전과 성장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환경과 생태의 건강과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평화와 문화적 다양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아이디어와 원리에 기반을 둔 학습 과정(또는 교육적 접근)이다. 질 높은 교육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시킬 수 있는 모든 수준과 모든 형태의 학습, 즉 앎을 위한 학습, 됨을 위한 학습, 함께 살기 위한 학습, 개인과 사회의 변혁을 위한 학습을 포함한다(UNESCO Bangkok, 2015).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형태, 모든 수준의 교육으로,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가능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UNESCO, 2009). 지속가능발전교육은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목표 4. ‘양질의 교육’으로 설정되어 있고, 다른 16개의 SDGs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이행수단(거버넌스)으로도 기여할 수 있으며, 여러 목표 간 연계와 상쇄 효과 등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법을 함께 배우고 실행하는 과정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역량들(UNESCO, 2017)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스템 사고 역량, 미래 예측 역량, 규범 역량, 협력 역량, 비판적 사고 역량, 자기인식 역량, 통합적 문제 해결 역량 등이 이에 해당된다.

생태전환교육

생태전환교육은 2020년 6월 발표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2020 생태전환교육 추진계획’에서 언급되었으며,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양식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으로 정의된다. 생태전환교육의 목표는 ‘전환적 삶을 실천하는 생태시민 육성’이며, 지속가능발전목표에부합하는 교육과정과 학교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 생태전환교육은 ‘기존의 생태환경교육을 확대해 미래세대의 삶을 담보하는 데 중요한 생태적 감수성과 전환의 방향을 중점적으로 교육(서울특별시교육청, 2020)’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생태전환교육의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의미에서 이 교육에서 지향하는 생태문명이 어떤 문명인지,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되짚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생태문명에 대한 강조가 우리나라에서 부각된 것은 2002년 과학사상에서 ‘환경·생태 담론을 생각한다’는 이름으로 발간한 특집이었다. 이 중 ‘문명 패러다임 전환과 생태주의’라는 글에서 한면회(2002)는 ‘주객 이분법적 분리주의 또한 주체와 대상이 인식론적, 존재론적으로 분리되어 내적 관계가 결여된 차별과 억압구조의 생산으로 자연과 자연적 존재는 인간만의 물질적 풍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였음을 개탄하고, 문명 패러다임이 생태주의에 기반한 문명으로 지향되고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여기서 ‘생태주의는 생태학에 대한 형이상학적 통찰을 토대로 인간과 자연이 생명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이며, 문명의 생태적 건전성에 의거하여 인간의 자연관과 가치관을 규정’하며, 여기서 ‘생태적 건전성은 인간의 문명행위가 각 생태계의 생명부양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태를 의미’하고, 따라서 생태주의에 기반한 문명은 ‘생태계가 생명에너지를 원활히 순환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적 존재와 인간을 해롭게 하지 않을 정도로 유지되는 자연-사회의 생명연속 상태’로 ‘호혜주의 공생 패러다임’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된다(한면회, 2002).

생태문명과 관련하여 종종 언급되는 앤드류 슈왈츠(Andrew Schwartz) 교수의 설명도 그 맥을 같이 한다. 먼저 그는 “‘문명’이란 용어는 ‘공유된 가치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 즉, 우리 인간이 타인, 그리고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방식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화석연료에 기반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발전을 중시하는 현대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문명이 제안되었으며, 이는 생태학, 즉 ‘이 생태계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에 관한 지식’과 ‘왜 이 생태계를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와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 ‘생태학과 생태주의가 가지고 있는 통찰에 기반한 문명’이라고 설명한다(Schwartz, 2019). 그러면서 그는 ‘생태문명이 기존 다른 문명들과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자연세계와의 관계’이며, ‘생태문명은 사람뿐 아니라 자연의 웰빙도 고려하면서 자연환경을 지속가능하고 공생적인 방법으로 변형시키고, 생태문명은 단순히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번영을 위해 사람들끼리도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생태전환과 유사하게 ‘녹색전환(green trans form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최병두(2020)는 녹색전환을 ‘인류세의 도래와 이에 함의된 지구적 생태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지구환경과 인간 사회의 기존 경향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으로 정의하고, 이에는 “서구의 근대성에 함의된 사회-자연의 이원론과 이에 따라 정당화된 인간의 ‘자연의 지배’ 개념에서 탈피할 수 있는 패러다임 또는 인식소의 전환, 그리고 이러한 근대성에 근거를 두고 추동된 자본주의적 산업화 과정에서 추구된 자본 축적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 사회구조의 전환을 포함”하고 있음을 명시한다. 이 녹색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자 방법으로 구도완(2020)은 생태민주주의, 생태평화, 생태 사회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생태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살리면서 이를 생태적으로 변형하고 재구성해서 약한 사람들과 비인간존재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적 과정과 체제를 의미’하며, 생태평화는 ‘인간 사이의 평화는 물론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 사이에서도 폭력과 전쟁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된다. 또한 생태 사회적 발전은 ‘생태적 한계 안에서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우선으로 하여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발전 모델’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구도완, 2020).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생태전환교육과 관련하여 유사하면서도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생태전환교육은 환경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유사성을 가지고 긴밀히 연계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고 자연이 인간을 위해 도구화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태주의에 기반한 문명으로의 전환’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은 슈왈츠(Schwartz) 교수가 제레미 렌트(Jeremy Lent)를 인용하여 지적한 대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훨씬 더 깊은 수준에서 변하는 것’(Schwartz, 2019)을 전제로 한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손수건을 들고 다니고, 고기를 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전 지구적인 사회적, 경제적 조직의 내재적인 틀이 변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생태전환교육, 학교전체적 접근을 통해 

그렇다면 생태전환교육을 위해서 학교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어떤 지향을 담아야 하는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고 자연이 인간을 위해 도구화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태주의에 기반한 문명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학생들과 함께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플라스틱 폐기물, 에너지 등과 관련된 여러 쟁점이 가진 복잡성을 이해하고, 성찰하고,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며, 생태시민성을 증진하고, 학생이 행위주체자가 되어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개인 교사나 개별 교과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기보다는 학교전체가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즉 학교전체적 접근(whole school approach)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교전체적 접근은 환경교육이나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 종종 언급되고 강조되며, 학교 안에서 교육과정, 교수·학습 방식, 학교 운영과 조직, 자원 이용 방식,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학교의 모든 요소에서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관한 전체 구성원의 참여적 학습과 의사결정 능력 함양을 반영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Henderson & Tilbury, 2004; 조은정 외, 2006).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13개국의 생태학교, 환경학교, 녹색학교 등 환경교육 및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학교 운동의 사례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지향하는 학교를 위한 질적 준거를 제안한 국제적 환경교육네트워크인 ENSI(Environment and School Initiatives)는 학교 안에서의 교육적 수행을 3가지 범주, 즉, 교수·학습, 학교정책과 조직, 학교와 외부와의 관계 등으로 구분하고, 각 범주에 사용가능한 준거와 시사점을 제안한다(Breitingetal., 2005).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학교전체적 접근에서는 우선 학교 계획과 교육적 실천의 중심에 생태전환이라고 하는 가치를 두고 학교 전체에서 민주적이고 참여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교육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활동이 수행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다.

교수·학습 활동에서는 물론이고, 학교 정책과 교육과정을 계획할 때에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구도완(2020)이 제안한 생태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이해당사자 간의 파트너십과 네트워킹이 요구되며 모든 교육과정의 핵심 학습영역에 환경교육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교육, 나아가 생태전환을 위한 교육이 통합 될 수 있다. 문화를 중시하는 잠재적인 교육과정이 강조되고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된 수업이나 교육활동도 가능하다. 학교전체적 접근에서 학생들은 환경과 지속가능성, 생태문명과 관련된 탐구와 실천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교사들은 스스로의 실천을 성찰하고 개선하는, 실행연구자로서의 교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함께 학습하고 함께 계획하고 함께 수행하며 함께 성찰하는, 교사학습공동체가 우선적으로 구성되고 지원될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의 생태전환도 학교에서의 생태전환도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들어 나갈 때 가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실행해야 하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1. 이 장에서 ‘환경교육’에 대해 정리한 내용은 교과서연구 79호에 게재된 필자의 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교육, 학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에 포함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였으며, ‘지속가능발전교육’에 대한 내용은 필자가 여러 지면에 소개한 내용에서 발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