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1 여름호 (243호)

생태전환교육, 방법의 전환보다는
생각의 전환을!

남미리(서울풍성초등학교, 교사)

생태전환교육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해왔던 생태 교육, 환경교육과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 차이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어떻게 가르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사들에게는 교육 현장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받아 들여왔던 것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부분부터 고민해보아야 한다. 2019년 호주의 산불, 2020년 관측 이래 최장기간의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 2021년 미국 텍사스의 한파와 폭설 등 예측 불가능한 자연 현상의 원인이 기후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자연과 사회의 생태시스템 을 위협하고 결국 인류 문명을 위협한다는 두려움을 주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생태전환교육도 그 일환이다.
생태전환교육이란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을 말한다(서울특별시교육청, 2020). 이를 위해 기존의 생태환경-생명교육을 확대해 미래 세대의 삶을 담보하는데 중요한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생태시민을 육성하고자 하는 교육이다. 생태전환교육은 교과연계 생태환경교육, 동물·생명교육, 마을결합형 교육, 학교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교육 등 우리가 지금까지 시행해왔던 다양한 노력을 포함한다.

생태전환교육은 새로운 교육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편리함과 간편함을 위해 당연하게 수용해왔던 삶의 방법을 의심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양식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한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은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기성세대들에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생태전환 교육은 기후 위기에 대한 청소년들의 높아진 관심과 요구를 전폭 수용한 것이다. 사회-생태 시스템의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육은 단순히 개인의 실천, 감수성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기후 위기의 원인과 결과, 해결방법을 탐색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 요구된다. 즉, 자신의 주변과 지역 환경에 대해 탐구하여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지구 생태계 내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갖춘 생태시민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히 에너지 절약을 강요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살피고 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폐기물 현황을 파악하면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우리 마을의 미세먼지 현황과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 사회의 생산, 유통, 소비의 경제 순환구조를 배워 녹색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지식과 태도, 실천양식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올바른 환경 철학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교사의 환경 철학이 우리 학급의 철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가 옳다고 생각하는 환경 철학을 주입하려고 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환경과 생태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을 형성해 갈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중점 과제 중에서 가장 먼저 생태소양을 높이는 교육 과정으로의 전환을 내세운다. 그렇다면 서울특별시 교육청 중점과제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우리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을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I. 생태전환교육과정 운영

각 학급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생태전환교육과정을 운영하려고 할 때 교과 연계 콘텐츠를 계획할 수 있다. 교과 연계 콘텐츠를 구성할 때 교사는 기후 위기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기후 위기에 대해 인식하기만 한다면 자발적으로 옳은 일을 찾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 교육과정과 연계하기

초등학교 3학년 과학에서는 동물의 한살이를 배운다. 이때 교과서에 제시된 배추흰나비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한살이를 살펴볼 수 있는 교육 활동이 있다. 바로 학교에 인공 새집을 설치해 야생동물의 한살이를 살펴보는 활동이다. 인공 새집은 새들이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공간을 말한다. 학교숲이나 집 근처에 인공 새집을 설치하고 산란과 부화, 이소의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은 학생들의 환경 감수성을 함양시켜 줄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야생생물의 서식처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이 커갈수록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드는데, 인공 새집 모니터링 활동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부터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도시의 학생들에게 자연에서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인공 새집 모니터링 프로그램 예시 일부>
<인공 새집에 대한 안내문을 설치하는 모습>

학교에 설치한 인공 새집을 모니터링 하면서 학생들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탐색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등하교 길에 인공 새집을 흔들거나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모니터링을 하는 학생들은 새들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봐 불안해했다. 그래서 새들이 편안하게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수 있도록 인공 새집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안내문을 만들어 설치했다. 그리고 모니터링을 할 때 새집의 문을 열어 안쪽을 살펴보는데, 학생들은 새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세히 새집 안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학생들은 내시경 카메라를 구입해 새집 안쪽을 관찰했다.

국어과에서도 생태전환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초등학교 2학년 국어에서는 시를 처음 배우게 된다. 이때 학생들이 스스로 시를 짓는 활동을 하는데, 시의 소재를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시 쓰기 활동을 통해 생태전환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예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국어과 교육과정을 확인한 후, 시 쓰기 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시로 표현하는 교육 활동이 있는데, 이를 재구성해서 자연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시로 표현하는 교육 활동으로 계획했다. 이때 학생들이 좋아하는 곤충과 꽃을 관찰하게 하고, 학교숲을 탐험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시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국어과 학습목표는 ‘자신이 겪은 일을 시나 노래로 표현할 수 있다.’로 설정하고, 생태전환교육 프로그램의 목표는 ‘자연을 관찰하고 시를 쓰며 나와 자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옥외 환경을 직접 체험하고 학생 주변의 자연 환경에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다.’로 설정했다.

<자연 관찰을 통한 시 쓰기 활동 목표 및 내용>
<꽃을 관찰하는 학생들>

이때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주변에서 자연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즐거움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었다. 또한 학생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면서 기후 위기를 인식할 수도 있다. 1922년 관측 이래 가장 빨리 벚꽃이 개화한 올해의 경우, 꽃 피는 시기와 기후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서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느끼도록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학급 상황에 맞는 교육 활동 진행하기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을 계획할 때에는 우리 학급의 특색과 상황에 맞는 활동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주제와 목표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우리 학급에 적합한 교육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우리 반 학생들이 토론을 좋아한다면 환경 쟁점을 둘러싼 갈등을 소재로 토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 폐지,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폐기물 처리장과 같은 환경 시설의 이전 등과 같은 주제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환경 관련 도서를 활용해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직접적인 체험활동이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기후 위기와 관련된 토론 수업이 비대면 교육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아 본래 있던 지역에서 이주한 기후난민(생태학적 난민)의 수용 여부, 선진국과 빈곤국 간의 기후 정의(正義),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 관광 등에 대해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생태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환경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쟁점과 관련된 토론 수업은 환경 문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가능한 해결책을 증거에 기반해 찾을 수 있도록 한다.

놀이를 통해 생태전환교육 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때 다양한 놀이가 활용될 수 있는데. 학급 특성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교육 활동을 진행할 때, 다양한 생물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젠가 놀이를 활용할 수도 있고, 노끈을 사용할 수도 있고, 천을 사용할 수도 있다.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놀이 활동은 자연물을 소재로 진행할 수도 있고, 생태계 안의 생물들의 관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때 교사는 놀이 방법만 안내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교사가 놀이의 의미를 안내하면 학생들은 즐겁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놀이 방법이나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낼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Ⅱ. 학교로 찾아가는 생태전환교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약 300개 내외의 민간 환경단체 및 기업의 환경교육 프로그램 중에서 우수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사회환경교육 지도사들이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거나 프로젝트 학습을 실행하는 등 학생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회환경교육지도사가 우리 학급의 수업을 진행 하는 경우 교사는 관찰자가 되거나 학생 관리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이 교사가 아닐 뿐, 교실 안에서 진행되는 생태 전환교육 프로그램도 학급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교실 안의 교육과정에 책임을 져야하는 교사는 사회환경교육지도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담임교사의 철학과 우리 학급의 철학에 적합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먼저 우리 학급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 상의해야 한다. 담임교사는 어떤 목표와 내용, 방법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파악해야 하며, 사회 환경교육지도사에게 담임교사의 환경 철학과 교육관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줄 것을 요청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사는 짧은 시간이더라도 사회환경교육지도사에게만 수업을 맡겨서는 안 된다. 학생들과 수업에 함께 참여하며, 이후의 교육 활동에 생태전환교육 활동에서 배운 내용을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사)환경교육센터에서는 ‘미래 세대 물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물의 중요성을 익히고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실천 의지를 다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 이후에는 학습한 내용을 4학년 과학 수업과도 연계할 수 있고, 직접적인 실천 방법을 고민해보도록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이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4학년 과학 수업과 연계할 수 있는 성취기준은 ‘[4과17-02] 물의 중요성을 알고 물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 방법을 활용한 사례를 조사할 수 있다.’이다. 그리고 부족한 물 문제를 개인 수준에서 실천하기 위해 빗물 저금통을 만들거나 빗물을 활용하는 건축물을 설계해 보는 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진행할 수 있다.

Ⅲ. 지역사회 자원 활용하기

생태전환교육은 학생들의 주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의 지리적·문화적 특수성에 기반을 둔 교육 활동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 지역은 도시 한가운데 있는지, 환경의 질은 어떠한지, 대중교통 등의 기반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는지, 사람들이 만족해하며 즐겁게 일을 하는지 등과 같은 질문을 통해 우리 지역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다.

먼저 우리 지역에 대해서 지리적 특성을 살펴보고, 지역 사회에 대해 알고 있는 점, 궁금한 점 등을 모둠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눈다. 그 후에 직접 지역사회를 탐방해보며 우리 마을의 특색을 살피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우리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 대해서 알아보던 학생들은 조부모님 때부터 이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하고 가족의 거주 기간을 파악했다. 이 정보를 활용해 지역의 토착지식을 커뮤니티 매핑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생태전환교육을 학급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 두 가지를 소개한다.

생태전환교육은 자연을 사랑하라고,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강요하는 교육이 아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문제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와닿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이 최선을 다 해 매달리지 않을 수도 있고, 사소한 일을 실천하고 만족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기후 위기를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또 소수의 학생들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 헌신적인 활동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기도 한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처럼 말이다. 생태전환교육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물고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교육이어야 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환경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참고문헌
서울특별시교육청(2020), 생태전환교육중장기(‘20-’24) 발전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