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겨울호(245호)

[서울명일유치원] 미래교육,
유치원도 함께해요!

김수옥 (서울명일유치원, 교사)

원격수업 어떻게 하세요?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시작된 원격수업으로 참 많이 했던 질문이다. 원격수업이 유치원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원격수업은 2020년 유치원에 도입되었고 2021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0년 유치원에 와이파이가 설치되고, 각종 디지털 기자재(웹캠, 헤드셋, 태블릿 PC, 마이크 등)를 구입하고, 원격수업 플랫폼을 선정하고, 줌(Zoom)이라는 실시간 쌍방향 의사소통 프로그램을 배우고, 원격수업 자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포토 스케이프, 뱁믹스, 크로바 더빙, 블로, 키네마스터 등) 사용 방법을 익히고, 놀이 꾸러미를 구입·배부하는 등 유치원 현장은 너무 바빴고 눈앞에 놓여 있는 원격수업을 해나가는 데에 급급했다. 2020학년도를 마치고 2021년이 시작되었지만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에 잠깐 머물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바꾸어 놓았으며, 미래에 코로나19와 같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무너뜨리는 문제들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미래에 대한 우리의 준비가 부족했을까? 미래를 너무 낙관하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 교육이 진정 미래를 위한 교육이었나? 미래교육에 대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으나 그 무엇도 분명한 것은 없었으며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없었다. 이런 고민에 쌓여 있을 때쯤 우리 유치원은 ‘2019 개정 누리과정에 부합하는 미래교육 운영 방안’이라는 주제의 시범 유치원으로 선정되어 2021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연구를 하게 되었다.

유치원이니까 괜찮아?

‘2019 개정 누리과정에 부합하는 미래교육 운영 방안’이라는 주제를 접하면서 우리는 유아에게 적합한 원격수업 운영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유아 혼자 힘으로 컴퓨터나 태블릿 PC를 조작하기 어렵고,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보다는 구체물 활용이 더 적합하기 때문에 원격수업에 대한 접근이 다른 학교급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제일 먼저 우리는 유아에게 적합한 원격수업을 찾기 위해 다양한 기자재와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였다.

<다양한 기자재와 프로그램 연수>
<동료장학>

VR, 360° 카메라 등 들어본 적은 있지만 유치원 교육 현장에 적용할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기기와 프로그램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낯설고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면서 사회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더불어 변하고 있는 사회에 비해 뒤처져 있는 교사와 유치원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태블릿, 무선 이어폰, 키오스크, 블루투스, 미러링, AI 스피커 등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사용하고 있는 기기들이지만 교사인 나에게도, 유치원에서도 익숙한 기기들은 아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은 어리니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디지털 기기에 관련된 연수를 듣던 중 한 강사님께서 우리 유치원 TV가 근래 보기 드문 RGB TV라고 하시며 원격수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유치원 기기가 매우 노후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바로 스마트 TV로 교체하였다.

스마트 TV로 교체하자 한 어린이가 “우리 집도 저 TV인데!”라고 말했다. 미래교육은 고사하고 유치원은 과거에 살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이제라도 바꾼 걸 다행으로 여기며 스마트 TV로 미러링도 해 보고, 듀얼 모니터로도 활용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은 사회 변화와 무관해도 되는 곳인가? 유아가 커서 초등학교에 갈 때 사회 변화를 느껴야 하는 걸까?

디지털 전환의 흐름, 선택이 아닌 필수!

다양한 기자재와 프로그램 등의 연수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유아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변화를 등한시해왔다는 점을 반성하게 되었다. 급격한 사회 변화에 유아가 적응하고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유치원부터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디지털 전환의 흐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고, 프로그램의 활용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봐야 했고, 그것이 과연 유치원에 적용할 수 있는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또한 고민 끝에 유치원에 적용하게 된 기기나 프로그램을 교사가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능숙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으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다.

첫 번째 노력, 플랫폼 형성, ‘클래스(Class) 123’

초등학교에는 ‘e-학습터’라는 공공플랫폼이 제공되었지만 유치원에는 정해진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플랫폼으로 원격수업을 시작해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클래스팅’, ‘카카오 TV’, ‘밴드’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었으나 우리는 유치원 교실에서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클래스(Class) 123’이라는 플랫폼을 선택하였다.

<‘클래스 123’ 화면 일부>

이 플랫폼은 교사 및 학부모의 글쓰기, 댓글, 편지쓰기 등을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출석, 타이머, 명렬 등의 기능을 유치원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클래스 123’ 플랫폼을 통해 유치원이나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글,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공유하고 문제나 갈등 상황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눔으로써 ‘유아-유치원-가정’ 이 하나의 교육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

플랫폼 형성을 통한 하나된 교육공동체의 효과는 1학기 교육과정 운영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 7월에 이루어진 1학기 교육과정 운영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학부모의 96.2%(132명중 127명 참여)가 설문에 참여, 설문 참여자 중 95% 이상의 학부모가 ‘만족’ 이상을 선택한 결과가 나왔다. 설문 참여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설문 결과 또한 매우 긍정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클래스 123’에 올려주시는 사진 및 글을 통해 선생님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고, 유치원에서의 다양한 놀이 및 교육 활동을 함께 공감하며 가정에서 연계되어 교육 및 놀이를 할 수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클래스 123’에 대한 학부모 의견

‘유아-유치원-가정’이 하나된 교육공동체가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교사들이 ‘클래스 123’에 글, 사진, 동영상 등 유치원 생활에 대한 정보를 매일 제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업무가 과중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유아의 놀이, 경험, 문제 상황 등을 학부모가 즉시 알지 못하고 일주일 뒤, 한 달 뒤에 알게 된다면 정보 제공의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며, 매일 바로 알게 되는 것이 유아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에 교사들 모두 합의하였다.

우리는 교사에게 업무가 추가되지 않으면서도 학부모에게 매일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일과 운영 시간 중 유아와 함께 하루 일과를 평가하는 시간을 활용하여 매일 유아의 놀이, 경험, 문제 상황 등을 ‘클래스 123’에 업로드하게 되었다. 이 방법으로 ‘유아-유치원-가정’은 같은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교사의 업무는 추가되지 않을 수 있었다.

유치원 교실에서는 출석, 타이머, 명렬 등의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종이 기록을 없앨 수 있었다. 유아 출결 상황, 결석 사유, 체온 측정, 유아 발달 체크리스트 등을 모두 ‘클래스 123’에 기록하였으며,기록된 정보는 어떤 장소에서도 쉽게 열람할 수 있었다.

또한 2021년 7월 9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전면 실시된 원격수업도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었다. 평소 매일 가정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는 원격수업의 시작, 방법, 내용 등에 대해 가정에 안내할 수 있었으며 가정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클래스 123’의 사용은 우리에게 단순히 원격수업을 위한 플랫폼 형성이 아니었다. ‘유아-유치원-가정’이 하나 되는 교육공동체의 의사소통 도구였으며, 원격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으며, 교사가 유아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저장고가 되었다.

<헤드마운트 기기를 통한 VR 지진체험>
<머지큐브를 활용한 가상현실 체험>
<태블릿 PC를 활용한 음악 수업>
<미러링을 통한 자료 공유>

두 번째 노력, 디지털 기기의 적극적 활용

원격수업 플랫폼을 찾고, 활용해보면서 긍정적 효과와 편리함을 느끼게 되었다. 첫 도전의 긍정적인 결과는 우리를 계속 도전하게 만들었다. 전문 VR 체험장에서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VR 체험, 사진으로만 제공했었던 지구 내부의 모습, 유아들에게는 제공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태블릿 PC 제공 등 디지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게 되었다.

영상 자료 제공 위주로 이루어졌던 안전체험을 헤드마운트 기기를 활용해 VR 체험을 함으로써 보다 현실감 있게 안전 체험을 실시할 수 있었으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자료가 중요한 유아에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구 내부의 모습을 머지큐브를 통해 체험하게 함으로써 보다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태블릿 PC를 유아에게 제공하여 유아가 주도적으로 기기를 조작하고 친구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교육적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 사용 자체가 아닌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디지털 기기의 활용 방안이며, 그것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운명적으로 만난 ‘뉴쌤(newSSEM)’

2021년 7월 9일(금)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유치원 전면 원격수업 전환 공문이 도착하였다. 2020년에 원격수업을 실시해 보았기 때문에, 2021년은 원격수업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어도 미리 준비는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이루어질 원격수업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오프라인 놀이 자료 및 콘텐츠를 제공하는 원격수업은 ‘클래스 123’을 활용하고, 놀이 꾸러미 배부는 계획되어 있었으나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작년 2020년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줌(Zoom)’ 프로그램을 활용하였으나 유료로 전환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뉴쌤(newSSEM)’이라는 프로그램 연수가 다음주 중에 계획되어 신청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원격수업은 시작되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는 높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말 동안 뉴쌤 홈페이지에 제공된 매뉴얼을 연구하여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에 뉴쌤 프로그램이 더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수요일에 계획되어 있었던 연수를 월요일로 앞당겼다.

연수를 신청할 6월 당시에는 뉴쌤에 대한 호기심으로 신청하였으나 실제 연수를 참여하게 되었을 때에는 즉시 활용해야 했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연수를 들은 즉시 모든 교사들은 뉴쌤을 실행해보고 바로 적용하게 되었다. 뉴쌤은 화면 레이아웃이 발표형, 격자형으로 구성되어 쌍방향 의사소통에 효과적이었으며 화면 공유, 문서 공유, 미디어 공유 등이 매우 손쉽게 이루어졌다. 또한 공유할 문서 및 미디어 공유 등을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어서 실시간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때 교사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활용하게 된 뉴쌤이지만 줌에 비해 조작이 쉬워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자주 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원격수업으로 멀어진 유아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 ‘뉴쌤(newSSEM)’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유치원에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 기본에 충실한 교육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 교육이 유치원에 필수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에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바로 ‘기본에 충실한 교육’일 것이다.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목표로 하는 것처럼 유치원은 ‘바른 인성과 민주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에 힘써야 한다. 예측하기 어렵고, 변화무쌍한 미래라 할지라도 개인으로 잘 성장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아가 놀이를 통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내가 만드는 하루’를 구안· 적용하였다.

‘내가 만드는 하루’는 유아가 놀이를 계획하며 유아 개인의 개성을 발휘하고, 그것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게 한다. 오늘 하루 친구들과 어떤 놀이를 하며 지낼 것인지 계획하고 소개하며 유아는 주도성을 발휘하고, 자신의 놀이를 친구에게 가르쳐주고, 놀이를 이끌며 책임감을 느끼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 교원학습공동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것은 익숙했던 것을 내려놓고 잘 모르는 것을 시작하는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 교사 개인의 노력과 도전이 실패하고 좌절될 때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협력체인 ‘교원학습공동체’는 한 사람이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실패와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성공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플랫폼 중에서 ‘클래스 123’ 플랫폼을 선정하고, 여러 가지 디지털 기기들을 연구·적용하고, 짧은 시간 안에 뉴쌤을 원격수업에 적용하고,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위해 ‘내가 만드는 하루’를 구안·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함께 했던 ‘교원학습공동체’ 덕분이다. 우리 교원학습공동체 모두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를 보완해주었다. “뉴쌤(newSSEM)이라는 원격수업 지원 플랫폼이 생겼는데 줌(Zoom)보다 좋은 것 같아요. 우리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나도 한번 들어가 볼게요!”, “제가 사용 방법 알려 드릴게요!”, “녹화는 어떻게 해야 해요?” 제안하고, 협의하고, 연구하고, 공유하고, 의논하는 등 서로를 보완하며 교원학습공동체 모두는 성장해 나갔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무한한 지지를 보냈으며, 끊임없는 의사소통으로 협력하였다. ‘유치원 미래교육’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함께 한 노력은 우리 모두가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었으며, 지치거나 힘들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었다. 서로를 위한 신뢰와 무한한 지지는 계속해서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었다.

교육의 첫 시작인 유치원에서의 미래교육은 필수적이다. 미래교육이 곧 디지털 전환 교육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유치원은 사회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반영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미래 사회의 주인인 유아의 바른 인성과 공동체 의식 형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