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봄호 (242호)

서울은빛초등학교의
코로나19 속 적응과 성장

정수진 명예기자

폭설이 내려 꽁꽁 얼어붙은 새해에도 학교 현장은 신학년도 준비에 한창이다. 학년 중심의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이 돋보이는 서울은빛초등학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떻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운영했을까? 서울은빛초등학교(이하 ‘은빛초’)의 2020년 교육과정 운영 내용과 함께, 2021학년도에는 어떤 전망을 가지고 학사를 운영할 것인지 이희숙 교장 선생님과 3학년 김향순 선생님(팀장), 고정숙 선생님과의 인터뷰 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상황 속 교육과정 운영 준비

먼저 3학년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작년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했는지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들었다. 은빛초는 교육과정 운영의 연속성과 체계화를 위해 최소 두 명의 교사가 동학년을 2년 동안 중임할 수 있는데, 마침 두 분 선생님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동안 3학년 학생을 지도하면서 교육과정 운영에 전문성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가. 교육과정의 재구성

김 교사는 작년 2월 봄방학부터 3월 초까지 등교 수업을 위해 신학년 대비 교원학습공동체 연수를 들었고, 동학년 회의를 하면서 3학년 1학기 교육과정 재구성을 협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개학이 계속 미뤄지더니 4월 개학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원격수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동 학년 협의와 팀장 회의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면서 3학년 교육과정을 급히 수정하게 되었다.
학년 초 원격수업에 대한 3학년 교사들의 반응은 다소 소극적이었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보다 오프라인에서 학생을 직접 대면하여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원격수업으로 인해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과몰입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수차례 회의를 거듭한 끝에 학생과 교사의 정보화 역량을 감안하여 3학년은 온라인 콘텐츠와 e 학습터 활용을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전면 온라인 수업 주간에 2주 1회씩 아이들과 학부모가 학교에 오면, 온라인 수업 방법, 주간 학습 계획, 활동지 등을 안내하면서 온·오프라인 수업의 내실화를 다졌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과 소통을 지속하기 위해 전화,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을 적극 활용하여 학생의 심리 상태와 가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나. 수시로 이루어지는 동학년 중심의 수업 자료 제작 협의

동학년 선생님들끼리 교과별로 수업 콘텐츠를 분담하여 제작하였다. 김 교사가 맡은 3학년 사회과의 ‘함께 사는 은평’은 은평구 지역에 대해 직접 조사하고 체험하며 배우는 지역 사회 학습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제재는 지역에 대한 기존의 수업 자료가 없어 이번 기회에 직접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동영상을 제작하고자 정보팀장에게 영상 제작·편집 방법을 수시로 물어보고 관련 연수도 이수했다. 그럼에도 김 교사가 수업 동영상을 처음 만들 때는 이틀이나 걸렸는데, 꾸준히 영상을 만들다 보니 제작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자신의 정보화 역량이 신장되고 있다고 했다.
자료 제작을 위해 주말에도 학교에 출근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렇게 노력해서 만든 수업 영상은 동학년 연구 모임과 회의에서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주 2~3회씩 자주 모여 회의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수업 방식을 이해하고 배우며 동료애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다. 온·오프라인 수업의 연계

지난 1학기 수업은 온라인으로 실시하여 애초에 계획했던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등교 횟수가 늘어나면서 온·오프라인에서의 수업 전환이 점차 가능해졌다.
3학년 사회과 교재인 ‘함께 사는 은평’에 대한 내용을 온라인에서 먼저 익히고, 등교 수업 때는 교 내 태블릿PC를 활용해 배운 내용을 복습하며 백지도에 표시하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우리 고장의 모습 그리기, 은평 지역 내 최고의 명소를 선정하는 토론하기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이렇듯 사전 조사는 집에서, 발표는 학교에서 진행하면서 온· 오프라인 수업에 적합하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연속성 있게 운영했다.

<사회과 은평 지역 교과서 수업 결과물>

고 교사는 온라인으로 곱셈을 지도한 다음, 등교수업 때 아이들이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 했는데, 아이들이 곱셈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파악했다. 3학년이라면 연산의 원리를 이해하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곱셈이나 나눗셈에 대한 지도가 부족했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교수업 시 아이들에게 구체물을 활용한 조작 활동을 직접 해보면서 곱셈과 나눗셈의 개념을 익히고 연산을 잘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덧붙여 1학기 때는 교원학습공동체의 연구 주제를 ‘생각하는 수학’으로 정하고 놀이 중심의 수학, 스토리텔링 기반 곱셈/나눗셈 판을 제작하여 활용하기 등과 같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여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노력을 기울였다.
2학기에는 3학년 음악과 수업내용 중에 ‘리코더 연주하기’를 줌(ZOOM)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주당 1회씩 진행했다. 비말 전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전처럼 리코더 사용법을 학교에서 지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한 곡씩 연주한 동영상을 공유해 서로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외에도 서부교육지원청의 협조를 받아 ‘줌 (ZOOM) 수업 시 집중력 높이기’를 주제로 연수를 요청하여 실시간 쌍방향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통하기, 발표하기 등의 지도 방법을 익혀 문학 집중 수업 시 이야기의 뒷부분 읽기, 발표하기 등에 활용했다.

은빛초의 블렌디드 러닝 운영

은빛초 3학년 교육과정 운영의 우수 사례는
(1) 국어과의 문학 집중 수업 ‘온 작품 읽기’,
(2) 과학과 연계 주제 중심 수업 ‘우리 주변의 동물’,
(3) 창의적체험활동 ‘어린이 요가’
등이 대표적이다.

가. 문학 집중 수업 ‘온 작품 읽기’

김 교사는 2학기에 주 3회 등교 시 문학 집중 수업을 실시하고자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이란 책을 선정하여 온 작품 읽기를 실시했다.
은빛초는 전 학년에서 문학 집중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고 교사는 독서 활동 전반에 걸쳐 교과 별 모든 단원을 문학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교과 성취기준을 모아 재구성했다.
교과 통합 수업의 일환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1)국어과의 인상적인 장면 찾기, 낱말의 뜻 알기, (2)사회과의 가족의 종류 알기, (3)미술과의 우리 가족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리기 등과 같이 다양한 교육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김 교사는 2019학년도 문학 집중 수업에서 두 권의 책을 다뤘는데, 2020학년도에는 책을 1권만 선정하여 축소 운영하게 된 점은 아쉽지만, 책의 내용을 훨씬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었다.

<문학 집중 수업 ‘온 작품 읽기’ 활동>

나. 과학과 연계 주제 중심 수업 ‘우리 주변의 동물’

3학년 각 학급은 10월에 2주 동안 과학과와 연계한 생태 전환 수업을 실시했다. 생태 강사와 함께 6인 1조로 모둠을 편성한 다음, 학생들이 학교에 사는 작은 동물들을 직접 채집하고 살펴보면서 동물의 특징을 알아보았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우리 주변에서 많은 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작은 생명도 소중히 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과학과 생태 전환 수업>

김 교사는 위와 같은 교육활동은 온라인으로 대체하여 가르치기에는 기대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수업에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얼마나 다룰 것인지 철저한 사전 준비와 검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 어린이 요가 수업

2019학년도에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바늘을 이용한 뜨개질 작품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는데, 2020학년도에는 해당 활동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교사 협의회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논의 결과, 현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 증진이라는 점에 모두 공감하고, 기존 활동을 ‘어린이 요가’로 대체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어린이 요가는 등교 수업 중 학생들을 12명씩 그룹을 나누어 주당 1회 수업을 진행했고,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반별 매트 구입, 강사 초빙 등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루 30분씩 산책, 줄넘기, 계단 오르기, 요가 등을 실시한 다음, 운동 기록지에 해당 내용을 작성하고, 등교 수업 때 이를 점검하여 코로나19 상황에도 우리 아이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했다.

<어린이 요가 수업>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3학년 선생님들과의 인터뷰 후, 학교의 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교장선생님께 들었다. 학교 운영 시 전반적인 사항은 다층적 협의를 통해 학년별, 부서별 특성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 먼저 번아웃된 교사를 위해 재택근무 지침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허용하고, 사전에 계획한 교사 연수를 두 차례 모두 실시하여 교사의 정신적·육체적 회복에 정성을 다했다.
  • 등교 일수가 줄어 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교육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학년은 학급별 협력 강사를 통해 국어, 수학 수업을 지원하고, 2학년은 더불어 교사를 통해 수학 수업을 지원했으며,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부진 전담 강사를 운영했다.
  • 학습도움센터를 통해 난독증으로 보이는 학생을 별도 지원하고, 둘이샘과 도담도담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학습이 원활하지 않은 학생들의 지도에 힘썼다.
  • 학생의 정서적 지원과 관련하여 담임교사와 상담사가 개별 대면/전화 상담 및 집단 상담을 진행했고, 보아스 아동·청소년 상담센터와 연계해 학생-학부모 동반 상담을 실시했으며, 교내 정서행동 다중지원팀 협의를 학생의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 비교과 활동으로는 무관중 드론 페스티벌, 가족과 함께 하는 로봇 축구 대회, 메이커 클래스 동아리, 홈페이지에서 숨은 그림 찾기, 온라인 스포츠 한마당, 책 놀이터 도서관 행사 등을 진행했고, 방과 후 교육활동도 10월 30일부터 8주간 1회 10명 미만의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2021학년도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아이디어 더하기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나가며 2021 학년도 교육과정은 무엇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교장 선생님과 두 분 선생님의 의견을 구했다.

가. 학습 분량의 조정 및 핵심 성취기준의 통합 운영

김 교사는 3학년 수업은 2차시를 60분 블록 수업으로 진행하는데 시간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체육과의 리듬체조는 정리 운동을 해야 하고, 문학 수업은 작품에 대한 얘기를 깊게 나눌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학습 분량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고 교사는 문학 집중 수업을 구상하면서 전 교과의 핵심 성취기준을 묶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나. 소그룹 중심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 실시

고 교사는 아이들이 주 1회 등교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물음에 교사가 신속하게 응답하기 어렵고, 또래와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 대인관계나 사회성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히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 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온라인에서 수업한 내용을 물어보면, 배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으며, 수업에 점차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지난 2학기 때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 교사 역시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 소통의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3학년의 경우, 줌 수업을 한 번에 12명씩 진행 했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사이에 질의응답이 원활했으며, 교실 수업에서라면 발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 같은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면서 자기 생각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소그룹 중심의 실시 간 쌍방향 수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아이들이 온라인 학습 기간 동안 배운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상황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온라인으로 교육활동을 운영해야 한다면, 요일별로 4~5명씩 그룹을 정해 학교에 와서 배운 내용을 점검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형태로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다. 학교 운영의 소통과 협력 강화

교장 선생님이 공유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학년 별 예산 및 학년 운영의 자율성에 관한 것이었다. 교직원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여 학사를 운영한 것이 코로나19라는 긴박한 상황에도 학교가 조직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언급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양상과 학교의 대응 과정을 학부모에게 알리고 소통하기 위한 방안으로 월별 카드 뉴스를 제작하여 e알리미로 발송하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학부모 연수를 진행했으며, 교장, 교감, 부장교사와 학부모가 화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학교는 학부모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인 학교 운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은빛초의 2021학년를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면서 학생 작품으로 꾸민 벽면이 눈에 띄었다. 김 교사는 이 작품들은 모두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꾸민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학교 곳곳에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간의 소통과 협력이 유기적인 학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에 은빛초 역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해를 마무리 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모든 교사가 그 어느 때보다 회의와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덕분에 에듀테크 역량이 크게 신장되었다.
이러한 자신감과 역량을 기반으로 신학년도에도 온·오프라인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지혜와 역량을 모아 은빛초만의 개성을 잘 표현한 특색 활동으로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교육이란 무엇인지, 학교는 어떤 곳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리고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 놓여있음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학생을 위한 세심한 지도와 관리가 필요하며,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 구성원의 이해와 협력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학생들이 꾸민 학교 공간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