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2020 가을호(240호)

“선생님, 오해예요~ 왜 그러세요.”

유세진 (서울특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변호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으로 학생들의 등교가 연기되고,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이 직접 만나는 시간 자체가 줄어 드니 선생님이 폭행의 피해자가 된 사례 자체도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한 해의 통계를 다 내고 나면 여전할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학생이 선생님을 직접적으로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가 아닌, ‘마치 나의 오해인 것처럼’ 은밀하게 괴롭히는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래 사례는 특정 학교나 특정인과 관련이 없으며 여러 사건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입니다. 학생들이 오랫동안 등교를 하지 못해 학생들과는 원격으로만 만나 인사를 나눈 상태로 아직 우리 반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한 상태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처음 등교한 날 우리 반 학생들을 직접 만난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습니다. 우리 반 교실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니 원격으로 봐와서 익숙한 학생들로도 느껴지면서, 한편으론 ‘원래 이 시기엔 학생들과 공감대가 다 형성되어서 한참 재미있게 수업을 하던 때였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서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1학기를 성공적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담임으로서 첫 대면 조회를 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등교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지각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조회 시간에 “다음에는 다 같이 앉아 있는 상태에서 인사합시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처음 보자마자 담임선생님인 제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학생들을 살펴보다가 그 학생과 눈이 마주치면 그 학생은 “왜 쳐다봐요?”라고 말을 하고, 과제를 제출하라고 하면 “아! 씨! 꼭 안 가져오면 내래!”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 제가 수업자료들을 정리하고 나가려고 하면, 벌떡 일어나서 저한테 빠른 속도로 걸어와 일부러 저와 부딪히고 지나가려는 것처럼 스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수업이 끝나고 제가 아직 교실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제 앞에 오더니 제 머리 위로 팔을 휘둘러 너무 놀랐습니다. 속으로는 정말 무섭고 깜짝 놀랐지만 침착하게 그 학생에게 “선생님한테 할 말이 있어요?”라고 하니, 그 학생은 “아뇨? 스트레칭한 건데요?”라고 하면서 교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동안은 ‘그냥 내 옆으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내가 괜히 지레 겁을 먹었는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머리 위로 팔을 휘두른 일이 있고 나서는 나를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반 임원들이 교무실에 와서 “아까 걔가 선생님 때리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해서 “에이, 누가 선생님을 때리겠니?”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분명 이상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학생과 부딪히지 않게 수업 끝나면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는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로 가는 중에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교실로 가는 중이었는데 뒤에서 누가 갑자기 밀어서 넘어질 뻔했습니다. 이 학생이 제 뒤에서 교실로 가면서 저를 밀치고 지나간 겁니다.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복도에 다른 학생들은 없어서 일부러 나를 밀치고 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 이 학생을 불러 사람을 미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니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였더니, 이 학생은 “선생님, 제가요? 오해예요~ 왜 그러세요?”라고 답하였습니다.
그동안 ‘아직 어려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잘 몰라서 이렇게 행동하나 보다, 아직 나와 친해지지 않아서 관심에 적대적으로 반응하고 과격하게 반응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이 학생과 어떻게 지내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이 학생이 제 뒤에 있을까봐 겁이 납니다. 학교 밖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묻지마 폭행’을 당할까봐 겁을 먹었던 적도 없었는데, 학교 안에서 학생한테 갑자기 폭행을 당할까봐 겁이 난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괴롭습니다.

누군가의 범죄 표적이 되어 피해자가 될까봐 막연히 겁이 나는 상황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가르쳐야 하는 학생이 ‘나를 위협하는 사람’으로 생각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당황스러운 행동을 하는 학생을 이해해보려 애쓰시고 학생과 어떻게 잘 지낼지 고민도 하시면서 교육적으로 접근하려고 애쓰신 것이 느껴집니다.
공간이 비좁아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거나 원래 좁은 공간은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에 충분히 넓은 공간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스치거나, 지나가다가 다른 사람과 살짝 부딪히는 것은 참을 만한 일일 것입니다. 상황을 감안하여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거나 때로는 수용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의 행동은 선생님과 안 부딪히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공간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의도치 않게 몸이 닿을 수밖에 없다거나 실수로 부딪힌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선생님의 머리 위로 팔을 휘두른 일은 정말 학생이 스트레칭을 하려고 한 것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과 닿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하고 했어야 했고, 자기 자리에서 스트레칭한 것도 아니고 굳이 선생님 주변으로 가서 선생님이 닿을 수도 있는 곳에서 팔을 휘둘렀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이 학생이 선생님을 뒤에서 밀친 행동은 널리 이해해보려 해도 몸이 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실수로 닿은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학생의 말대로 고의가 아니더라도 밀쳐 넘어질 뻔한 사람에게 사과도 없이 그냥 지나쳤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학생이 선생님에게 다가와서 선생님 머리 위로 팔을 휘두른 행동과 선생님을 뒤에서 밀치고 간 행동은 선생님에 대한 폭행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학생이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생님께도 ‘학생이 다가오는 것’이 위협적인 상황으로만 각인되지 않도록 상담사와 상담을 받으시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생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고 선생님께서 피해 교원으로서 심리 상담이나 치료 지원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학교·관할교육(지원)청과 상의하시고 교장선생님의 의뢰서를 받아 교육활동 침해 소진 교원으로서 상담 지원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하기 위하여 2020학년도 5월부터 ‘교원안심공제서비스’로 교원의 지원 범위를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으니 다양한 보호제도를 적극 활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